◆조청·물엿·맥아엿=이들 모두는 농축하면 엿을 만들 수 있지만 원료도 제조방법도 제각각 다르다.
우선 조청은 쌀이나 찹쌀 등의 곡물을 엿기름(맥아)에서 나오는 효소를 이용해 삭힌 다음 엿밥을 거르고 졸여 만든다. 물엿으로 불리는 산당화엿은 주로 옥수수 전분에 염산·황산 등의 산을 넣고 끓여 녹말을 분해시키는 과정(당화)을 거친 후 정제, 농축한 것이다. 단맛이 강하지만 사탕처럼 딱딱하게 부서진다.
맥아엿은 쌀 대신에 값싼 옥수수나 고구마전분을 원료로 한 경우가 많고, 엿기름 대신 미생물에서 얻은 효소를 이용한 것이다. 산을 먼저 사용한 후 효소를 첨가해 당화과정을 단축시킨 맥아물엿도 있다.
이 점을 알아두면 좋은 엿을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시판 중인 엿의 상당수가 조청 대신 맥아엿을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맥아엿을 사용한 엿은 산을 이용한 당화과정을 함께 거쳐 전통방식으로 만든 엿에 비해 딱딱하고 이에 붙는 등 품질이 떨어진다.
◆엿, 두뇌·위장의 친구=중국의 <중약대사전>에는 “엿은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하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 말로 풀면, 피로를 풀어주고 소화기능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엿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엿당(맥아당)으로, 포도당 두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엿당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빠르게 분해된다. 특히 두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엿을 먹으면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보강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엿기름의 효능도 뛰어나다. 보리를 3~4일간 싹틔워 얻은 엿기름에는 비타민B· 엽산 등의 비타민과 철분·칼슘·칼륨 등의 무기질, 각종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다.
◆엿과 당뇨=당뇨병 진단의 기준이 되는 혈당수치는 혈액 100㎖ 속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함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도당 함량이 높은 당일수록 혈당을 크게 높인다. 엿의 주성분인 엿당은 체내에서 100%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반면,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해 만들어진 설탕은 50%만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이렇듯 엿은 당뇨환자의 혈당을 빠르게 높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 유출이 심한 환자들은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 등을 막기 위해 엿이나 사탕, 초콜릿 등을 챙겨두고 필요할 때 먹기도 한다. 또 당뇨병은 당분 섭취가 아닌 술·담배·비만이 주된 원인이다.
◆이에 덜 붙는 엿은?=많은 이들이 엿을 먹다가 금니 등 보철이 빠지거나 임플란트에 금이 갔다는 경험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엿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선택방법이 있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엿을 먹으면 이에 달라붙는 일이 비교적 적다. 특히 오래도록 켜서 바삭바삭한 가락엿이 좋다. 끈끈한 엿을 먹을 경우는 서서히 녹여가며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자료=<식품과학기술대사전>(한국식품과학회 지음, 광일문화사), <낮은 한의학>(이상곤 지음, 사이언스북스), 도움말=대한예방치과학회, 대한당뇨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