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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아이》-‘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마지막 한 줄까지 다 읽기 전에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이 소설을 번역출판한 〈밝은 세상〉출판사가 책을 소개한 내용이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이기도 하고, 외국 소설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꿀벌》에 이어서 처음인 것도 같다. 그러니 저자 ‘기욤 뮈소’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그는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났고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몽펠리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첫 소설 《스키다마링크》에 이어, 2004년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를 출간하여, 프랑스 문단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에》로 부터 《인생은 소설이다》까지 츨간한 19권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 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를 뽑아 순위를 매기는데, 그는 8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하고, 세 번째 소설 《구해 줘》는 프랑스에서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도 한다. 《구해 줘》는 한국에서도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하고,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한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보진 못했다. 전 세계 독자들이 그의 소설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그의 소설은 단숨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스토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한 묘사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 《미로 속 아이》외에도 《안젤리크》,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인생은 소설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아가씨와 밤》, 《파리의 아파트》, 《브루클린의 소녀》, 《지금 이 순간》, 《센트럴파크》, 《내일》, 《7년 후》, 《천사의 부름》, 《종이 여자》, 《그 후에》, 《당신 없는 나는?》,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구해 줘》, 《사랑하기 때문에》등이 모두 인기 있는 장편소설 혹은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기업가 카를로 디 피에트로의 상속녀이자 종군기자로 명성을 떨친 적이 있고, 출판사를 설립해 경영인으로도 뛰어난 수완을 보여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가 코트다쥐르 인근 레렝 제도 해상에 떠 있는 〈루나 블루호〉에 탑승했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루나 블루호〉근처를 지나던 다른 배에 탑승해 있던 여학생 두 명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갑판에 쓰러져 있는 오리아나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 쥐스틴 팀장은 과학수사대와 수하 형사들을 데리고 요트로 출동해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생명이 위독한 오리아나를 병원으로 이송한다. 쥐스틴 팀장은 초동 수사를 펼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다. 과학수사대가 요트에서 몇 개의 희미한 지문을 찾아냈으나 경찰 지문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는 인물들이라 신원을 밝혀내기 어렵다. 병원에 실려 간 오리아나는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열흘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끝내 숨을 거둔다. 30억 유로를 상속받게 되어 있는 디 피에트로 가문의 상속녀가 레랭 제도 해상에 떠 있는 요트에서 괴한의 급습을 받고 사망하자 이탈리아와 프랑스 언론은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대대적 보도를 하기 시작한다.
경찰은 오리아나의 남편 아드리앙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범행을 증명할 단서를 찾아 나서지만 실패한다. 수사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아드리앙이 오리아나와 자녀들을 사랑한 모범적인 가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뿐이다. 게다가 오리아나는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에게 복수의 대상이 될 만큼 잘못을 저지른 적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오리아나를 살해했을까? 니스 경찰청의 쥐스틴 팀장과 베르고미 형사는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수사했으나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어떤 전화위복을 꿈꾸며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추적 수사에 집중한다. 오리아나의 지난날에 대해 알아갈수록 매우 흥미로운 비밀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는다.
현재까지 우발적인 강도 사건이 살인미수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니스 검찰청의 필리프 레클뤼즈 검사는 언론을 통해 잘못 보도되고 있는 몇 가지 정보들을 바로잡았다. 아직 고무보트를 타고 정박해둔 요트로 접근한 다음 몰래 승선한 괴한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고 증언한 사람은 없었다. 참혹한 폭행이 자행되던 날 저녁 시간에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고무보트가 요트를 향해 접근해가고 있었다는 증언은 있었으나, 그 어떤 영상 자료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 수사팀은 아직 우발적인 강도 사건이었는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피습사건이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고,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RAI》에서 기자로 재직 시절 중동의 위험 지역에서 돋보이는 취재 활동을 펼쳐 명성을 얻었고, 이후 출판사를 설립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오리아나에게 과연 누가 원한을 품고 그토록 참혹한 피습사건을 저질렀는지 전혀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경찰은 오리아나의 휴대폰 사용 기록과 그녀의 가족관계,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을 탐문 수사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20~21쪽
오리아나의 남편 아드리앙 들로네는 1982년 코트다쥐르의 빌프랑슈쉬르메르 출생이다. 아드리앙의 아버지 프랑수아 들로네는 해양 생물학자이자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고 바닷물 속에서 오랜 시간 버티는 무호흡 잠수사로 유명하다. 1990년대에는 무호흡 잠수 세계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아드리앙은 아버지의 나라 프랑스와 어머니의 나라 미국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아드리앙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버클리음대 교수였던 그의 엄마는 아들의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아드리앙은 클래식 음악을 배우다가 청소년기가 마무리되어갈 무렵에 재즈로 방향을 튼다.
1999년에 프랑수아 들로네가 부부 싸움을 하다가 총을 발사해 부인에게 치명상을 입힌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다. 큰 충격을 받고 가출한 아드리앙은 한동안 뉴욕으로 떠나 방황과 일탈의 시기를 보낸다. 4년 동안 이어진 일탈의 시간 동안 아드리앙은 도박장에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돈을 따기도 하고,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마약에 손을 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고,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위기를 벗어날 출구를 찾지 못한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그를 구해 준 사람이 바로 색소폰 연주자 세다 포맨이다. 세다 포맨은 크리스토퍼 가의 재즈바 앞에 쓰러져 있는 아드리앙을 발견한다. 관록의 재즈 연주자인 세다 포맨은 아드리앙을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주는 한편 마약중독 치료에 성공하면 그가 리더로 있는 재즈 사중주단에 넣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스위스의 마약 치료센터에 들어간 아드리앙은 마약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한 끝에 악마의 덫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를 만난 때가 마약중독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다. - 30~31쪽
샤푸이 원장은 매사 긍정적인 편으로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환자를 안심시키는 성향이었으나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뇌종양 교모세포종 4기야.”샤푸이 원장이 정확한 병명을 말해준다.
“몇 기까지 있는데요?”
“교모세포종은 4기가 가장 마지막 단계야.”
“전이될 확률이 높겠네요?”
“전이 속도도 무척이나 빨라.”
“종양 절제 수술이 가능할까요?”
“안타깝지만 불가능해.”샤푸이 원장이 한숨을 푹 내쉰다. “종양이 이미 오렌지 정도로 커진 데다 우측 두정엽에 뿌리를 내린 상태야.”
오리아나는 종양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공포감을 느끼는 동시에 지금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오렌지 크기로 자란 종양이 내 머릿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말인가?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완벽하게 제거하는 건 불가능해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
오리아나는 어떻게 해서든 긍정적인 답변을 들으려고 기를 쓴다.
“방사선 항암 치료는 어때요?”
“종양을 제거하지 않는 한 항암 치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환자를 지치게 할 뿐 소용없는 일이야.”
“단일 클론 항체를 체내에 주입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도 자네의 기대 수명이 연장되지는 않아.”
“그럼 희망이 전혀 없다는 뜻인가요?”
샤푸이 원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자네에게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자네와 나는 서로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지. 자네도 기억하지?”
“기억하다마다요.”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암담한 상황이야.” - 68~69쪽
“혹시 당신에게는 비밀리에 만나는 연인이 있었습니까?”
“당신들이 한동안 나를 미행하고 다녔으니 이미 답을 알고 있을 텐데요?”
“당신 생각을 말하지 말고,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혹시 부인을 속인 적이 있습니까?”
“그건 내 사생활이니까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사생활이라니요? 감치 상태인 용의자는 사생활을 내세워 답변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솔제니친의 작품을 읽어보세요. 우리의 자유란 타인이 우리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바탕 위에서 구축되는 겁니다.”
“나는 지금 용의자를 심문하고 있어요. 철학 강의 시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러 차례 물었으나,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경찰과 언론은 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취급하고 있고, 나는 일 년이 넘도록 내 아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죄인처럼 지내왔습니다. 내 아이의 학교 친구들이 ‘네 아빠가 엄마를 죽였대’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입니다. 내 아이들의 눈빛에 나를 향한 의혹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십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팀장님은 아이가 없죠?”
“그건 왜 묻죠?”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말하는 게 어렵습니까?”
“아이는 없습니다만 이 일과 무슨 상관이죠?”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있거든요. 이 세상은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03~104쪽
“예나 지금이나 돈은 나를 움직이는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최고의 자산가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재즈 피아니스트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당신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을 배우자로 선택했잖습니까?”
“오리아나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당시만 해도 나는 그녀의 부친이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자산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재산을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적이 없거든요.”
“당신은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왔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하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백만장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고가의 미술품도 많이 구입하고, 명품 시계도 수집하고, 늘 호사스러운 호텔을 이용하고 있더군요. 당신의 우아한 패션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하게 비싼 명품 옷들을 구입해 입어야 할 테고요.”
쥐스틴 팀장이 의자에서 일어나 아드리앙 뒤쪽에 가서 선다. 그런 다음 아드리앙이 입고 있는 폴로셔츠의 상표를 그 자리에 동석한 엘 암라니 형사에게 보여준다.
“아슈라프, 자네는 이 폴로셔츠 한 장이 우리가 꼬박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월급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야생 라마의 털을 원료로 짠 폴로셔츠거든.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털이라고 하더군.”
쥐스틴 팀장이 엘 암라니 형사에게 폴로셔츠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동안 아드리앙은 의자를 한 바퀴 돌려 그녀의 손길에서 벗어난다.
“아무리 로로피아나에서 만든 명품이라고는 해도 폴로셔츠 한 장에 3천9백 유로를 받는다는 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은 이런 명품 옷들을 가리켜 티 나지 않게 럭셔리한 제품이라고 떠들어대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고가의 폴로셔츠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라.”- 145~146쪽
아드리앙은 지적이고 배려심 많고 항상 재미있다. 그는 이번에 출시하는 앨범 전체를 우리의 사랑을 찬미하는 곡으로 채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그에게 영감을 준 덕분에 태어난 음악들이라고 한다. 그의 팬들과 비평가들은 이번 앨범을 그가 지금껏 선보인 음악 가운데 최고 걸작이라고 평한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러 계획을 세운다. 아이를 낳고,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서고, 몬태나에 농장을 구입하고, 호세 이그나치오에서는 어부의 집을 한 채 사기로 약속한다. 행복의 맛이란 위험하기 그지없다. 난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곳에는 절대로 어두운 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 160쪽
인터넷 교보문고 서평에서 발췌한 일부분이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성격, 태도 묘사는 물론, 지적이면서 우아한 말투로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단숨에 읽어치울 것 같다는 생각에 어제는 용두산 공원에 올라서 돌담장 모형 전시장이 있는 정자에 앉아서 읽기도 했다. 어쨌든 재미있다.
출판사 서평에 보면 저자인 기욤 뮈소는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매년 한 권씩 소설을 내고 있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이 높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근래 들어서 스릴러의 비중이 크다. 기욤 뮈소가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언제나 변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기욤 뮈소는 독자들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소설 내에 아이디어를 짜고, 독자들이 읽고 싶은 소설이 뭔지 깊이 탐구하는 작가다.
《미로 속 아이》는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기발한 발상과 흥미로운 전개, 예측 불가의 반전이 함께하는 심리스릴러다. 요트를 급습해 30억 유로 상속녀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왜 그녀를 살해했는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유명 기업가인 아버지로부터 30억 유로를 물려받은 상속녀이고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출판사를 설립해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성공 가도를 달리는 커리어 우먼이다.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드리앙 들로네와 결혼해 귀여운 두자녀를 둔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가 프랑스 칸의 레렝 제도 해상에 정박해둔 요트에서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오리아나는 쇠꼬챙이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요트 갑판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을 지나던 배에 탑승해 있던 여학생 두 명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병원으로 실려 간 오리아나는 사경을 헤매다 숨지고, 니스 경찰청 강력반이 수사를 맡게 된다.
오리아나는 사건 당일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항공기에 탑승해 니스 공항에서 곧장 요트를 타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수사인 만큼 니스 검찰청, 마르세유재판소, 마르세유 경찰청도 측면에서 수사를 지원하고, 이탈리아의 디 피에트로 가문도 사설탐정을 고용해 나름대로 수사에 착수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언론도 오리아나의 죽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하며 연일 대대적인 보도가 쏟아진다.
니스 경찰청 강력반은 오리아나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 수사하는 한편 남편인 아드리앙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를 펼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한다. 범행 장소인 요트에는 범인이 누군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요트에서 몇 개의 지문이 나오긴 했으나 경찰의 지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지문들이라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범인은 대단히 냉철하고 침착하며 치밀한 인물이다.
오리아나의 남편 아드리앙은 사건 발생 시각에 독감을 앓고 있었기에 코트다쥐르의 저택에 있었고, 구체적인 알리바이를 확보하고 있어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된다. 육아 도우미와 아이들은 칸의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갔었기 때문에 아드리앙 혼자 저택에 남아 있었다. 수영장 관리인과 아드리앙의 주치의도 그가 줄곧 저택에 있었다고 증언한다. 수사관인 쥐스틴 팀장과 용의자인 아드리앙은 각자의 위치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독자들은 아무도 그들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가운데 경찰 수사는 일 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언론의 관심도 점차 시들해진다.
수사 개시 일 년 만에 니스 경찰청 강력반은 범인이 사용한 쇠꼬챙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는다. 제보자는 끝내 신분을 밝히길 거부하지만, 그가 지목한 보트 창고를 수색한 결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인 쇠꼬챙이를 찾아낸다. 쇠꼬챙이에 오리아나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말라붙어 있어 범행을 증명할 중요한 단서로 인정받는다. 쇠꼬챙이가 발견된 곳이 아드리앙의 저택에 딸린 보트 창고이고, 그의 지문도 남아 있어 니스 검찰청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감치 명령을 내린다.
쥐스틴 팀장과 베르고미 형사는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펼쳐나가면서 비로소 모든 의혹을 풀어줄 놀라운 사실을 찾아낸다. 범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다. 유력한 용의자의 증언에는 단 한 번의 거짓도 없었고, 피해자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 수사에도 범인의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드러난다.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이 계속된다.
기욤 뮈소는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로 속 아이》출간 인터뷰를 통해 말한다.
“지난 20년 동안 저는 마지막 한 줄에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습니다.”기욤 뮈소가 서스펜스 마스터라고 한 《뉴욕타임스》의 수식어는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이 소설의 모든 의심을 해소하려면 작가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다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네 명의 등장인물이 화자로 이 소설은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이 어우러져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오리아나 살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 받는다. 따라서 네 명의 화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오리아나 살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바꾸었으면 하는 욕망, 자신을 재창조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환상을 갖고 있다. 네 명의 화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욕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이 바라는 욕망은 과연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독자들은 마지막 한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숨가쁜 긴장감 속에서 소설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상은 인터넷 교보문고를 참고한 서평에서 따온 것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에 서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서울, 1월
극지방 같은 혹한이 도시 전체를 마법과 신비 속에 꽁꽁 묶어버린다. 우리가 외투를 입고도 바들바들 떨 때 마침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꽃송이들이 우리 얼굴 주변에서 빙글빙글 맴돈다. 손에 손을 잡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는 왕들이 살던 궁궐과 사찰, 북촌의 전통 마을 사이를 누비며 다닌다. 우리의 입술은 뜨겁고 달콤한 욕망으로 달아오른다. 우리는 시간 밖에 산다.”
패기를 갖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든 형사팀장 쥐스틴이 마지막에 사고 현장을 찾아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뭔가를 던진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벼랑으로 굴러떨어진다. 전복되어 떨어지는 차, 바위에 부딪쳐 찌그러진 차체, 차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지옥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극적인 사건들은 지하나 바닷물 속을 흐르는 자연 발생 전류처럼 우리의 실존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사는 곳에는 항상 위험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어 아무리 조심해도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그저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바라는 수밖에 없다. 물 위에 떠다니는 한 줌의 지푸라기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