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창고방) 안 천장아래 중천장 난간에 새가 이끼로 집을 지어 새끼를 낳았고
방을 드나드는 부모새가 때로는 제대로 출구를 찾지 못해 부딪혀 죽거나 분비물을 벽에 흘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수연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어 있는 어른새와 새끼새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요?"
창문을 열어놓으면 온갖 벌레들이 드나들기에 중천장 난간에 있는 새집을 근처에 둘까 했지만 마땅하지 않아서
툇마루에 옮겨놓았습니다. " 살고 죽은 것은 운명이니까...일단 여기까지만 개입해보지."
"어미새가 새집에 있는 새끼새를 찾을 수 있을까?" 하면서. "안되면 제 운명이지..."라고.
수연이가 검색을 하더니 물과 밥알 불린 것 등을 준비해서 새끼 새에게 먹였습니다.
한마리는 입을 벌려 받아먹었고, 한마리는 공포와 불안으로 얼굴을 새둥지에 처박혀 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연이가 퇴근을 하고, 나는 새끼새 두 마리를 간간히 지켜보았습니다.
어느덧 어미새가 입에 벌레를 물고 툇마루 앞 장작 더미 근처에서 제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미새가 불안하게 하지 않으려고 방안으로 들어왔더니 즉시 어미새가 새끼새에게 다가와 먹이를 먹입니다.
전화를 건 오라버니 왈 "새와 고양이는 새끼를 기어코 찾는다" 라는 말을 전해들었던 참이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경험은 오래전에 있었기에 새까지 그렇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날. 수연이가 밥과 물을 먹였던 새끼새가 죽었고, 불안과 공포에 얼굴을 처박아 받아 먹지 않았던 다른 새끼새는
살아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어미새는 나머지 한마리 새끼새에게 부지런이 먹이를 나르고 있었습니다.
새끼새에게 먹이를 주면 새끼새는 즉시 물풍선 같은 똥을 싸고 어미새가 그걸 물고 날라갑니다.
새끼새는 먹고 싸기를 1초 간격으로 하고, 어미가 그걸 치웁니다.
수연이가 물과 밥을 주었던 새는 배설을 하지 못한 채 배설구가 빵빵한 채 죽었습니다.
물과 다른 것을 먹여서는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
한마리 새끼만이 남아서 이틀만에 털이 다 돋았습니다. 내가 곁에 가면 얼굴을 둥지에 처박고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나타나면 새부리를 새워 먹고 어미새가 즉시 물풍선 똥을 물고 날라갑니다.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토방 근처나 앞에 나무토막 위에 있으면 저는 툇마루에서 즉시 방안으로 들어가거나
자리를 피합니다. 공포와 불안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구요.
방금 새끼새가 둥지를 벗어나 바구니 가장자리에 눈을 감고 자고 있습니다.
아마도 솜을 밑에 깔고 둥지를 위에 놓았었는데 밑에 깔린 솜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이미 털도 몸을 다 덮었고, 발치기를 간혹 하는 걸 봐서는 며칠 내로 둥지를 떠날 것 같습니다.
남은 한마리 새끼새를 보면서 저는 그의 머리를 만지지 않습니다. 그가 불안해할까봐,
새끼새를 관찰하면서
새의 생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인간의 마음'으로 새끼새에게 먹이를 주었기에 새끼새는 죽었습니다.
섣부르게 관여를 한 것으로 한마리 새끼새가 죽었고, 경계심이 강해 받아먹지 않던 새끼새는 살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을 받아먹었던 새는 눈을 뜨지 않았던 새였고, 경계심이 많았던 새는 눈을 이미 뜬 새였습니다.
눈을 뜨지 않은 새는 인간의 마음인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제 어미인 줄 알았거나, 호기심이 많아 받아먹었거나
불안과 공포, 경계가 없었거나 아무튼 인간이 간섭해서 죽었습니다.
그 새 또한 제 운명이겠지만....
이끼풀로 둥지를 지은 이유도 습도를 잘 조율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살만해져서 솜둥지를 벗어난 걸 보니....솜도 인간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 인간이 개입되지 않는 것. 아니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측은지심조차도.
자연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움직여나가고, 관찰자인 나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늘 건강하세요.
우리들은 자연과 인간의 간섭에 관한 문제를 항상 고민해왔지요.
될수 있는한 자연스럽게 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