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알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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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숑!
내가 갯벌에 빠져 죽을 뻔했을 때 무슨 생각한 줄 알아?"
고양이 샘은 지난여름에 갯벌에 들어가 죽을 뻔한 이야기를 달팽이 쇼에게 해주었다.
"무슨 생각?"
숑이 물었다.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
"왜?"
"내가 갯벌에 빠진 뒤에
혼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았어."
샘은 혼자서도 잘 살았다.
하지만 위험이 찾아왔을 때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맞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야.
나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숑도 혼자 여행하면서 생각한 것을 샘에게 말해주었다.
"넌!
어떤 친구가 필요해?"
샘이 숑에게 물었다.
"친구야 다 좋지!
어떤 친구를 정하고
구분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
숑이 샘에게 말하자
"그렇지!
친구는 다 좋은 거지!"
샘은 숑에게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친구란!
좋고 나쁨을 구분하지 않고 사귀는 게 좋다고 생각해.
나는 고양이, 강아지, 사마귀, 개미도 친구로 사귀니까 언제나 행복해."
숑은 정말 행복했다.
숑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만나는 동물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친구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동물들도 모두 친구가 되어 주었다.
"숑!
우리 오래오래 친구 하자."
샘은 느린 숑이 좋았다.
"고마워!"
숑도 빠른 고양이가 느린 자신을 친구로 받아줘서 고마웠다.
..
"이봐!
너희 둘은 친구가 될 수 없어!"
숑과 샘이 친구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지렁이가 친구들 앞에서 말했다.
"왜?"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미가 물었다.
"척하면 알아야지!
숑은 느리고 샘은 빠르잖아.
그러니까
둘이 무엇을 함께 한다거나
또는
어디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지렁이는 느림과 빠름에 대해서 설명하며 숑과 샘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빠른 샘이 느린 숑을 도와주면 되잖아?"
하고 매미가 다시 묻자
"이런! 이런!
성질 급한 사람이 느린 사람 도와준 적 봤어?"
지렁이는 사람과 비교하며 매미에게 설명해줬다.
"사람들은
욕심이 많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동물들은 서로 도와주며 살 수 있잖아?"
"이런!
바보 멍청이 같으니.
동물의 세계에 먹이사슬이 있는 거 몰라?"
지렁이는 짜증내며 말했다.
"먹이사슬이 어때서?"
매미는 자꾸만 질문을 했다.
"이런!
바보 멍청이! 멍청이!
숑과 샘이 둘이서 들판에서 놀고 있는데 사자가 나타나면 어떨까?"
"도망가야지!"
"그렇지!
빠른 샘은 빨리 도망갈 수 있지만 느린 숑은 어떻게 될까?"
"그거야!
달팽이는
풀숲에 숨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매미가 말하자
"이런! 이런!
느린 숑은 도망 못 가고 사자에게 잡아먹힐 거야."
지렁이 목소리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설마!
사자가 달팽이를 잡아먹을까."
하고 매미가 말하자
"설마가 사람잡는 단 말 못 들어봤어?"
지렁이는 고개를 더 높이 올리며 말했다.
"응!"
매미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관심 없었다.
"넌!
그러니까 문제야!"
하고 지렁이가 말하자
"무슨 문제?"
매미가 또 물었다.
"배고픈 사자가 숑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생각!"
지렁이는 먹이사슬이 깨진 환경에서는 무엇이든 잡아먹는 사자라는 걸 말해주었다.
"먹이사슬이 깨진 건 나도 알아!
매미가 울면 시끄럽다고 잡아 죽이는 사람도 있고
새들이 쉽게 찾아서 잡아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매미가 할 일은 여름 내내 나뭇가지에 매달려 우는 게 할 일이야."
매미는
잡아먹힐 두려움 속에서 우는 매미들이 자랑스러웠다.
"그건 맞아!
매미가 새들의 밥이 되거나
지렁이가 땅속에서 나와 새들의 밥이 되는 것을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
지렁이도 비 온 뒤 땅속에서 기어 나오는 지렁이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
숑과 샘은 지렁이가 무슨 말을 하던 관심 없었다.
둘은 만나면 언제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숑!
내일은 내가 시장에 데려가 줄게!"
"정말?"
"응!"
샘은 숑을 등에 태우고 들판을 달려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 데리고 갔다.
"저기 가면 달팽이도 판다!"
"뭐라고!
달팽이를 판다고?"
"응!"
샘은 숑을 데리고 달팽이 파는 곳으로 갔다.
"달팽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 한 마리 오천 원!"
달팽이 파는 할머니가 장터에 나온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달팽이를 누가 살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말하자
"달팽이!
느린 달팽이를 키우면 행복해진다니까!
한 마리에 오천 원!
아니!
이제부터 한 마리에 만 원!"
할머니는 더 크게 외쳤다.
"할머니!
너무 비싸요?"
아저씨가 달팽이 파는 할머니 앞에 앉더니 물었다.
비싸긴!
달팽이 한 마리 키우면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면 만 원도 싼 거지!"
할머니 말이 맞았다.
"할머니!
조금 전까지 달팽이 한 마리에 오천 원이라고 했잖아요?"
"조금 전에는 그랬지!"
"그런데 만 원으로 올린 이유가 뭐예요?"
"그거야 쉽지!
저기 봐봐!
고양이가 달팽이를 등에 태우고 왔잖아."
"그게 어때서요?"
'이런!
멍청이 같은 사람.
딱 보면 몰라?
고양이는 빠른 동물이고 달팽이는 느린 동물이잖아.
그런데 둘이 친구가 되어 이렇게 찾아왔잖아."
할머니는 앞에 앉은 아저씨를 꾸짖듯 말했다.
"너희 둘이 친구야?"
아저씨가 샘과 숑을 쳐다보며 물었다.
"네!
우리 둘이는 친구예요."
숑이 대답하자
"맞아요!
우리 둘은 친구예요."
샘도 대답했다.
"들었지?
느림과 빠름을 배울 수 있는 달팽이와 고양이를 보라고!"
할머니는 말하더니
"달팽이!
몇 마리 없어요.
한 마리에 이만 원!"
할머니는 달팽이 가격을 더 올렸다.
"늦게 오면 달팽이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느린 삶을 통해 행복을 얻게 해주는 달팽이 한 마리에 오만 원!"
할머니는 장터를 향해 더 크게 외쳤다.
..
"숑!
달팽이 가격이 고양이 가격보다 더 비싸다."
"정말!"
샘과 숑은 모퉁이에서 고양이를 파는 곳으로 가 보고 놀랐다.
"아주머니!
고양이 한 마리에 얼마예요?"
장터에 나온 아주머니가 물었다.
"삼천 원!"
고양이 파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세상에!
고양이가 너무 싸다."
숑은 놀랐다.
장터에서 파는 고양이보다 달팽이가 비싸다는 걸 보도 놀랐다.
"숑!
장터에 오니까 좋지?"
샘이 등에 타고 있는 숑에게 물었다.
"응!
너무 좋아."
숑도 처음 온 장터에서 많은 걸 구경했다.
"느리거나 빠른 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게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샘이 말하자
"맞아!
많은 친구가 있으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을 거야."
숑도 더 많은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숑!
매미들이 함께 우는 건 왜일까?"
샘은 매미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그건!
혼자 울면 새들이 찾아내서 잡아먹을 거야!
그러니까 모든 매미가 한꺼번에 울면 새들도 어디서 매미가 우는지 몰라 잡아먹지 못할 거야."
숑의 생각처럼 매미들도 친구들과 함께 울고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울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매미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어."
샘은 시끄럽게 우는 매미들이 새들에게 잡아먹힐 걸 알면서도 우는 게 바보 같았다.
"아마!
혼자 울면 바로 잡아먹힐 거야.
하지만 모두가 함께 울면 새들도 어디서 우는지 찾기 어려울 거야."
숑의 말처럼 매미들은 서로 의지하며 함께 울었다.
그 울음은 곧 종족을 보존하고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숑!
지렁이들은 비 온 뒤 땅에서 나오는 이유가 뭘까?
나오면 말라죽거나 새들의 밥이 되잖아."
샘은 궁금한 게 있으면 숑에게 물었다.
"땅속에서만 살다 보면 세상 구경하고 싶지 않을까?"
숑도 포동포동 살이 찐 지렁이가 비 온 뒤 땅에서 나오는 이유는 잘 몰랐다.
"바보!
지렁이는 바보 같아!"
샘이 말하자
"그래도 새들은 포식하잖아.
개미들도 겨울에 먹을 식량을 얻을 수 있어서 좋잖아."
"맞아!
자연의 법칙이란 게 꼭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거야."
"그렇지!
달팽이가 고양이보다 더 비싸다는 걸 봐봐!"
"정말!
고양이가 너무 싸다니 믿을 수 없어.
앞으로 미래는 고양이 시대라고 하면서!"
"그렇지!
고양이처럼 살아간다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을 텐데!"
숑은 장터에서 달팽이 가격이 비싸도 미래는 고양이 시대가 올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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숑과 샘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들판에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가진 숑과 샘은 행복했다.
"숑!
내일은 그네 태워줄게!"
"고마워!"
샘은 숑이 타고 싶은 그네를 태워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처럼 등에 업고 그네를 탈 생각이었다.
"숑!
또 하고 싶은 거 없어?"
"많지!
무지개 위에 올라가 보고 싶고,
달빛 붙잡고 춤추고 싶고,
동물원에도 가고 싶어."
숑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알았어!
내가 데리고 갈게."
샘은 느린 숑을 등에 없고 매일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샘!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부탁할 게!
매일매일 날 데리고 갈 생각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샘도 숑의 의사를 존중했다.
샘과 숑은 오늘도 들판에서 신나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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