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차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
-이철성 지음/푸른역사 2022년판
BTS급 세계적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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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K-브랜드 시대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K-브랜드에는 K-Pop, 영화, 화장품, 드라마에 이어 요즘에는 음식분야에서 각종 라면과 김치, 김밥, 김 등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절정의 인기에 힘입어 수출 물량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며 매스컴에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경제 현실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개발도상국에서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이라는 중진국을 지나, 세계 무역교역량 기준 10대 강국으로의 위상은 어린 시절 미군 부대의 차량 뒷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먹으며 자란 우리 세대로서는 격세지감과 아울러 눈이 부실 지경이다.
K-브랜드는 그런 위상 뒤에 당연하다는 듯 찾아온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의 축복이자 자부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민족의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가 배여 있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미래의 커다란 자신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K-브랜드에는 이미 유구한 역사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 민족과 이 땅을 알린 독보적인 유명 상품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인삼(人蔘)이다. 흔히 고려 인삼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별 다른 교육이 없어도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면 누구나 어릴 때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익히 들어 익숙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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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은 그런 우리의 인삼의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집약, 소개하는 책이다. 인삼의 효능부터 시작해서 인삼(더 정확히는 산삼)을 산에서 캐는 전문가들인 심마니와 그들의 생활 습관, 인삼과 관련한 약재 가구와 기구, 인삼이 유통되었던 전래 시장인 약령시 등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인삼과 관련된 일반적 이야기를 필두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 치하, 근대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삼과 관련된 각 시대별로 소상한 역사를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친절하고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인삼은 이미 스타급 K 브랜드로서 역사상에서 오래 전부터 출현, 국내와 이웃한 동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에는 동남아와 아라비아까지 진출했으며, 조선시대 말엽에 이르면 그 활약상이 유럽과 북미 대륙까지 석권하기에 이르니 이는 요 근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가수 아이돌그룹인 BTS의 명성에 버금간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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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인삼의 고장하면 황해도에 소재하고, 고대 왕조인 고려의 수도이기도 했던 개성이지만, 육이오 전쟁이후 그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었을 고려 인삼은 이제(유감스럽게도 가장 효능이 탁월한, 산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산삼은 이미 대량으로 채취되어 멸절된 상태로, 1960년대 본격적으로 전국에서 시작된 조림사업의 결실이 맺어질 100년 후나 기대) 지정된 밭에서 재배되어 가공되는 홍삼으로 남한 각 지역에서 그 명맥과 명성을 살려가고 있어 참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요즘도 우리의 일상 언어 속에서 커다란 행운이 깃들 때 사용하는 ‘심봤다’라는 표현-산에서 산삼을 발견했을 때 내는 신호-은 인삼과 관련한 문화가 그만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음을 알려주는 친근함의 반증이다. 사람의 몸 형상과 닮은 인삼이어서 그런지 옛날 무속 신앙이나 인간의 수명장수를 바랄 때면 늘 한결같이 등장했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요즘 시대 트렌드를 볼 때, 세계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통문화의 수용과 계승이 아닐까 싶다. 역사를 돌아볼 때마다 늘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그 못지않게 빠르게 잊혀져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진한 그리움은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을 인삼이라는 개별적 영역에서 한 번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