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할매 1
딸이 서울살이가 시작되고 사돈이 함께 올라왔다.
대구 바깥사돈을 두고 올라와 있으니 금요일 오전에 내려가면 3일은 같이 지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수익 없는 일상보다 좋은 삶 같아서 내가 금요일 하루를 맡아주기로 하였다.
전 날부터 마음 준비가 된다. 혹여 새로워서 내가 아프게 되지나 않을까 조심하게 된다.
직장 맘의 명암을 송두리채 다 안을 수는 없지만 딸이 앞으로 힘이 들 것같아서 도와주고싶었다.
남편과 나는 여행을 가듯 딸네로 간다. 행복하다. 건강하고 이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마음이 달다.
집이 잘 정돈되어 있다. 돈 들이니까 정리가 빠르다. 그래서 좋긴 하다.
낱낱이 내 손이 가야 한다면 그다지 좋을 것같지는 않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해주도록 할 참이다.
서재를 훑어본다.
한데 서재에 엄마책이 절반도 안 꽂혀 있다. 순간 서운하다.
나는 저희 아이들 종이 쪽지까지 간직하는데....
그래도 그들의 선택은 그들 자유이니 두기로 한다.
독서분야가 보여서 좋다.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내 딸이라 좋다.
오늘은 기형도 산문을 읽고 왔다.
아이들과 독서를 함께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딸네집 거실은 도서관 같다.
손녀의 피아노 실력을 파악하고 칭찬해주다.
비닐주머니에 공기를 넣어 발로 차고 손으로 던지면서 실내운동을 대체했다. 땀이 난다.
점심으로 김밥과 손 칼국수를 먹이고 영어학원에 데려다 주고 오늘 일과를 마쳤다.
다음 번에는 과제 준비를 해 가서 충실하게 해주고 싶다.
젊은 아이 엄마들이 많은 그 동네가 우리 동네보다 역동이 있어서 좋다.
다음 주 금요 할매가 되려면 나는 어린이들의 관찰이 이어질 것이다.
무엇에 관심을 두는가에 따라 글세계도 달라질 것이기에 행복하다.
할머니가 오시면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메뉴얼 주기, 모두가 자기를 돕기 위해 오는 것같으면 아이들은 예절을 못배운다. 의전을 충실히 배우면 만사에 길이 넓다는 것을 일러주어야겠다.
<챙겨볼 사항>
1. 아이들의 일상 파악
2. 과제물 점검
3. 칭찬하는 할머니 되기
4. 재능발견하여 협조하기
5. 그림치료 집단으로 해볼까?
6. 독서지도
7. 운동 함께 하기
8. 토론문화 정착해주기
9. 요리해서 먹이기
10. 주변을 최대한 알려주기
아이들이 순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사는데 지장이 없어서 구김이 없다.
간섭보다 도움이 되도록 관심을 높인다.
책을 한 권 만들어주도록 해보자.
<오늘의 특기 사항>
1. 오미자 알려주기....5가지 맛을 가진 열매...다음번에 시음시켜 줄 것
2. 미더덕 ....해산물 ...국물이 개운하게 넣는 식재료
3. 칼국수의 재료가 밀가루..밀가루와 쌀가루의 음식 차이 알아보기
집에서 한번. 학원가면서 길에서 반복 질문 다음에 다시 한번 확인
티끌모아 태산되도록 어휘 늘리기
집안의 다양한 어휘 섭렵하기
첫댓글 선생님 저도 손주들을 어떻게 돌볼까 궁리 했는데 잘 배웠습니다.
목적이 없어도 되어요. 사랑만 있으면.....
박 선생님, 벌써 손주가 있으세요? 엄청 젊게 보였어요.
상반기 회비는 어제 보냈어요.
오 선생님, 정말 겁나요.
저는 만약 맏게 되면 책 읽어주고 씻기고 먹이는 일 밖에 못하거든요.
겁내지 말아요 어떤 아이도 어른이 이끄는 대로 크지는 않아요. 다만 강제화 하지 않고 대화의 상대나 놀이에 협조하기 등등을 맡기만 해도 훌륭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