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415 숲과문화반 비슬별장을 가다
숲과 문화반 4월 산행은 오랫동안 채비를 하여 오늘은 청도 비슬산 허리에 자리 잡은 R교수의 별장을 찾아 나섰다. 가창댐에서 헐띠재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벚나무들은 시내 보다 1주일 이상 늦게 피어 이제야 화사한 꽃들이 산천을 뒤덮어 꽃대궐을 만들었다. 자동차도 헐떡이면서 재를 넘어 용천사 앞에 도착하여 같이 온 동료들을 찾아본다. 각각 출발을 따로 하여 오늘 모임장소인 거송정식당 주차장으로 먼저 간 모양이다. 내리막길을 약간 내려오니 길가에 식당이 보이고 먼저 도착한 몇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동양 고전 연구소에서 출발한 3대의 차와 서구쪽에서 출발한 차가 도착을 하여 다 같이 별장을 향해 출발 한다. 오늘은 전체 16명의 산꾼들이 모였다. 영남차회에서 주경숙님과 김순애님이 같이 하였다.
큰길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가 별장으로 지어놓은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잘 지은 집 앞 대문 옆에 진한 붉은 색 꽃망울을 조롱조롱 달고 있는 홍매를 만났다. 만첩홍매 꽃잎이 겹으로 피어 그 색감이 더 짙어 보인다.
엊그제 비가 온 탓인가 깊은 계곡에서 하얀 물살이 바위에 부딪쳐 소리 내며 흐르니 신선한 계곡물 소리에 춘흥이 절로 인다. 이제 집을 짓거나 정원을 꾸미는 집들이 연이어 있고 蓮花농장이라 쓴 표지판이 붙은 집 앞쪽에는 찝질방 같은 집을 새로 꾸미는지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이제 이 계곡의 가장 위쪽에 있는 별장이 바로 우리가 오늘 가기로 한 곳인데 이곳에 와서 보니 한 눈에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바로 오른쪽에는 대구에서 한의사를 한다는 사람 집인데 지금은 그 부모님이 왔다갔다 하고있다. 이곳에 별장을 짓게 된 것도 바로 이 아랫집이 있어서 지을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350여평의 대지위에 나무데크를 달고 적색 고급 벽돌로 아담하게 꾸며놓은 집이 주인을 닮은 것처럼 다정다감해 보인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자연석을 놓아 만든 계단이 있고 그 계단위에는 다래덩굴을 올리도록 쇠파이프 틀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 어린 다래덩굴이 자라고 있으나 3, 4년 후에는 보기에 좋은 녹색 터널이 생길 것이다.
R 교수님 별장
집으로 올라서니 수 십 년은 넘을 것 같은 돌복숭아나무가 있고 가지마다 빨간 속살을 내어놓은 것 같은 수줍은 꽃봉오리가 꽃잎을 살짝 티우고 있다. 나무로 만든 데크 위에는 양쪽으로 앉을 수 있는 나무 밴취가 두 개나 놓여 있는 상당히 큰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밖에서 보는 집은 2층이 있는 것처럼 창문이 설치되어 있으나 그것은 다락을 만들어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30여평의 건평에 응접실 안에는 빼치카도 설치해놓았고 창문위에는 계단을 만들어 다락처럼 해놓아 이곳에 올라 밖을 내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다락방 창문에서 바라다본 비슬 스카이라인
다락에 앉자 밖을 내다보니 헐때재 쪽의 완만한 스카이라인이 천 메터가 넘는 비슬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새봄을 맞은 산들의 나무들은 그 색깔이 다양하여 점점이 흩어진 진달래의 붉은 색과 이제 막 새잎을 내고 있는 낙엽송의 연초록이 그리고 겨우내 추위를 견디어 온 늘름한 소나무의 침엽 빛깔이 함께 어울려져 색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산행 할 사람들이 다 모인다음 11시에 계곡을 넘어 비슬 정상으로 가는 산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앞으로 2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고 오면서 정해놓은 거목정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올라와 지천으로 널려있는 쑥을 캐내는 것이 오늘의 일과로 계획되어 있다.
주인이 없는 것 같아 아래쪽 집 뒷 켠을 돌아 계곡 물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어제 온 빗물이 아직도 젖어있는 낙엽이 쌓인 숲길은 발에 닿는 촉감은 처녀의 속살 같았다. 이제 새잎이 뾰쪽하게 나고 있는 때죽나무의 잎들이 새 생명의 외침으로 가득하다. 30여분 걸어 올라오니 용천사 아래쪽 있는 알프스산장으로 들어오는 길과 만나는 꽤 넓은 자동차길이 나오고 그 길섶에 환한 초록과 흰 색깔로 치장한 산속 별장이 자리잡고 있다.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마당에는 초록잔디 새싹이 이제 막 새촉을 내밀고, 울타리 곁에 하얀 꽃을 피워 통째로 덮혀 있는 키 큰 돌배나무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의 집 것처럼 보였다. 집 뒷 쪽 길로 올라서니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낙엽송림이 나왔다. 나무의 높이가 십오륙메터 쯤 되어 심은지 30년은 되어 보인다. 이제 새싹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낙엽송의 5월의 신록은 어찌 아름다운 것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실로 환성이 터져 나오게 할 것이다. 5월이 되면 이곳의 납엽송의 나뭇잎의 색깔을 꼭 챙겨 보라고 같이 오다가 먼저 별장으로 돌아간 R선생에게 전해 주려고 생각하였다.
산들의 나무들이 이제 막 생명의 나눔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산에 산책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걷기에 편했다. 군데군데 산의 역할과 녹색댐에 대한 설명 간판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여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숲과 나무 그리고 환경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낙엽송 조림지 30년 이상 된 임분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맞은편 산자락을 바라보니 군데군데 푸른색을 띤 소나무 숲이 보이고 그 사이에는 참나무림이 터를 넓혀가고 있다. 온대지방의 숲들이 치열한 자리경쟁을 벌이고 있어 힘이 빠진 소나무림이 참나무에게 밀려 자기 터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어떤 이는 앞으로 30년 이후면 소나무림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우리나라의 국목 이라고 하는 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누가 자연의 미래를 정확하게 점쳐낼수가 있겠는가마는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꽃들을 보면서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하지만 자연의 내면은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 좁은 한정된 공간에서 동물처럼 살기편하고 좋은 곳을 찾아나설수도 없는 식물 특히 나무들이야 말로 한번 뿌리를 내리면 긴 것은 수천년 짧아도 몇백년을 한곳에 오롯이 서서 참고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니 얼마나 수고스럽고 대단한 생명을 부지하고 있를 것인가? 어찌 경외감이 일어나지 않은가? 토탬은 이러한 크고 우람한 오래된 나이먹은 나무에서 생겨난 경외심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자연속의 산을 보고 나무를 보면 우리의 오감은 생동한다. 코로 눈으로 귀로 그리고 혀와 피부로 느낌을 전달 받아 자연의 오묘함을 한껏 받아들인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오감의 자연은 우리의 생명의 진동을 새롭게 고쳐주고 괘도를 정정하여 건강한 삶을 누리게 만들어 주는 것이니 어찌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자연속의 나, 바로 나야말로 자연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찌 내가 존재할 수가 있겠는가?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이기 때문인 것을. 독일말에 존재에 대해 두가지 단어가 있다. sein과 sollen 이다. sein은 그냥 있는 것을 말한다. 산이 있고 책상이 있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존재를 나타내는 말이고 sollen 이라는 말은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있는 당위성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인들은 모두 철학자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은 말하기를 우리의 인생이란 sein 상태에서 시작하여 죽을 때는 sollen의 상태로 되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의미 없는 인생에서 의미가 있는 인생으로 만들어 나가는 삶이 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는 무엇인지를 확실하고 알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 sollen 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얼마나 정통하게 이러한 물음에 답을 할 수 있는가? 묵묵부답이라면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아닌가? 오늘 이 비슬의 자연은 나에게 sein 에서 sollen 의 상태로 나아가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큰 물음을 묻고 있는 것 같다.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니 1시간이 조금 넣었다. 조금 더 산행을 하기 위해 왔던 길을 내려오다가 비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 올라간다. 약간 경사진 길을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니 이제야 산행을 하고 있는 같은 감이 잡힌다. 10여분 유산소운동을 한샘이 된다. 등에는 땀이 나는 것 같은 기분에 능선에 올라서서 긴 숨을 들고 내수어 본다. 혼탁한 사바세계의 사심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것 같은 시원함이 전심을 감싸준다. 앞에 가는 선두 주자가 옆으로 비스듬이 누워있는 늙은 노송을 발견한 고개마루 펑퍼짐한 곳에 앉아 쉬기로 하였다. 각자 가지고 온 간식거리를 내어놓고 맛을 본다. 도마도, 키위, 사과, 한라봉, 그리고 집에서 구은 빵 등 모두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쉬었다가 12시20분이 넘어서 다시 출발했던 별장으로 향해 내려간다. 같이 출발하여 중간쯤 동행하다가 R선생과 한분이 먼저 돌아가고 14명의 산행하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삼각대로 자동 샷다로 인증샷을 찍었다.
올라갈 때 건넜던 계곡을 지나 도착하니 1시 가 되어 오늘 산행은 2시간 계획대로 마치고 돌아왔다.
오늘 산행에서 우리들은 홍매, 리기테다소나무, 낙엽송, 돌배나무, 때쭉나무, 진달래, 신갈나무, 돌복숭아, 꼬리조팝나무 등을 만났다. 때쭉나무를 만나 때죽나무 꽃이 하얀 종처럼 생겼다고 silver bell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때쭉나무는 그 열매를 찧어 강물에 풀면 고기가 기절하여 물위에 둥둥 떠올라 고기를 잡는다고 했다. 역시 때죽나무라는 이름이 고기가 때로 죽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같이 간 J교수가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역시 그럴듯한 이름 풀이였다.
다같이 10여분 내려가 거송정에 점심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를 두어 잔 마시면서 말의 양념이 푸짐한 식탁은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3시가 다된 시간에 별장으로 다시 올라가 –오늘산행은 2시간이었으나 별장까지 4번을 왔다 갔다 하였으니 3시간 정도?- 본격적으로 쑥을 캐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의 아줌마는 세계적인 브랜드라고 한다. 인내심이 강하고 한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성공시키는 열성을 가지고 있으니 천하무적이라고 정평이 나있다. 앞마당에 지천으로 나있는 쑥들을 뜻기 시작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아직 완전히 키가 자라지 않았다 것 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도심 주변의 나물들에서 중금속이 오염이 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바 있으니 이곳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 아닌가? 이곳의 나물은 보물이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두들 밖에서 한참을 작업을 하였다. 한가한 아줌마들 몇 사람들과 남정네들은 응접실에 앉아 집안 구경과 R선생이 준비해놓은 딸기와 과자로 환담을 나누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산다. 그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또 어떤 꿈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꿈은 꿈대로 끝나고 만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서 시작하여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꿈 중에 하나가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항상 꿈을 가지고 언제쯤 탈출하여 전원에 자리를 잡을 가? 정년을 하기 전에 갈 곳을 정해놓기라도 하면 정년하면 집을 짓고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R교수처럼 꿈을 이루고 차분하게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그대로 끝나버리는 삶이야말로 너무 허전하고 맹랑하다고 생각되어 지기 때문이다.
1084m의 비슬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린 산 능선 위에 하늘아래 첫 터전을 잡아 예뿐 집을 지었다. 동쪽으로 훤하게 트인 계곡을 따라 청도 화원읍이 펼쳐지고 북동쪽 헐띠고개를 따라 비스듬히 뻗어 올라가는 산능선의 스카이라인은 다락에 올라 앉아 보고 또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나무테라스 아래에 넓은 마당에 아직 정원이 제대로 가꾸어지지 않았으나 이곳에 심어져 자랄 나무를 마음속으로 만 생각해 보아도 꽃과 녹음이 함께 짙어질 새로운 풍광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직 박태기나무 한그루, 모과나무 하나 그리고 돌복숭아나무 하그루가 전부이지만 습기가 많은 땅을 약간 손을 봐서 꽃이 큰 목단도 심어보고, 새봄에 일찍 크고 탐스럽게 피어 영춘화라고도 하는 백. 자목련도 심어보고 하얀 꽃송이가 정이 가는 귀룡나무도 심고 친숙하지는 않지만 이름 예쁜 다정큼나무도 산호수라고도 하는 아왜나무도 심어서 가꾸고 주변에 산속에 진달래, 철쭉, 때죽, 노린재나무도 잘 배치해 심고, 주변 울타리에는 북쪽에서 검정콩알나무라 불리는 쥐똥나무로 녹색담장을 만들어 주면 뒤편에 서있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잘 빚은 붉은 벽돌집과 천생 연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그림이 없는 빈 캔버스를 들어다 보면서 모나리자를 때로는 절규를 아니면 세잔느의 정물화를 생각해보면서 황홀감을 느낀다고 하면 바보스럽다고 놀려댈지도 모를 일이다. 빈 정원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꿈을 꾸는 것도 마찬가지로 대접받겠지요? 그러나 상상이란, 공상이란 즐겁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 않은가요? 힘 없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상상 만큼 큰 보물은 없지 않을 가요? 사랑도 마음대로 복수도 마음대로 때로는 왕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또 돈 많은 갑부가 되어 보면서... 정말 신이나겠지요? 이러한 상상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즐겼다고 비난 받지는 않겠지요.
오늘 R교수 별장을 보면서 즐겁고 생동감 넘치는 새봄의 환희를 온몸 가득히 받고 돌아왔다. 오늘 같이한 모든 이들이 즐겁고 재미있는 하루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이러한 좋은 기회를 주신 R교수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항상 건강하시고 아름답고 예쁜 별장에서 좋은 꿈 키워나가시길 기원하면서..
지산 드림
김순애, 이무상, 장세후, 윤채영, 조인숙, 윤영희, 박귀련
윤태주, 주경숙, 차한근, 이경혜, 김성희, 김주영
산에 오다가 중간에 먼저 내려간 류숙희, 김미옥? 님과 사진을 찍은 사람이 빠져있다.
첫댓글 sein 에서 sollen으로
감사합니다.
지산선생님
다음 산행에 동행할수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