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을 닮은 이종수 도자기를 만나는 미술관 나들이
추석 연휴 끝 무렵, 지금쯤은 조금 지루하고 몸이 근질근질할 때다. 바람 쐬러 야외로 나가고 싶지만 꽉 막히는 도로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도심 속 미술관 나들이를 해보면 어떨까
대전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이 있는 둔산대공원은 이런 날,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시립미술관 잔디광장이 넓어 아이들을 데려가도 좋고 주변에 수목원이 있어 산책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대표 도예가 고 이종수 선생의 도예작품을 5년만에 만날 수 있다. 비록 미술관 나들이가 처음이라 해도 품 넉넉한 그의 도자기는 보는 이들을 낯설지 않게 하고, 주눅 들지 않게 한다. 우리정서의 원형을 보는 듯,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다.
젊은 작가들의 열정과 패기도 만날 수 있다. 시립미술관 옆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고암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종수 작가의 5주기를 맞아 대전시립미술관은 마음의 鄕'전을 마련했다.
'이종수 5주기전 : 마음의 鄕'전 / 대전시립미술관 제1-3전시실
2008년 선생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전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한 후 5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한국전통 도예의 맥을 이으며 현대적 해석을 부여한 작품으로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생의 시대별 대표작이 전시되는 대규모 전시다.
'잔설의 여운','겨울열매','마음의 향','흐린날'등 60년대부터 2008년까지의 그의 대표작품 250점과 드로잉, 유품 등이 전시된다.
-이종수는 한국 근현대 도예 계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업은 전통을 체화하고 현대화하는 방식이 작업 전체를 관통하면서, 탈속의 경지에서 오는 명상적 자연을 느끼게 한다. 이종수는 도자를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라 했다.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그것이 있어야할 시간과 에너지를 다해 하나의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지극히 정직한 또한 지극히 엄격한 숙고를 거쳐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한 이다.
백자로 부드러움과 강함의 깊이를 보여주며, 자기로 토기의 거친 결을 만들어 내는 그의 독특함은 흔히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큰 멋의 세계이다. 한국의 도자는 예부터 과하지 않은 장식과 순박한 큰 멋을 이어왔는데 그러한 분위기가 그의 도자에도 넘친다. 그의 도자는 근, 현대의 시간을 관통하며 분명 현대적 정서를 갖고 있지만, 여기에 그 같은 전통이 면면이 어우러져 역사성과 시대성을 용융해낸 것이다.

이종수 작가는 대덕구 갑천변에 손수 오름새가마를 짓고 오로지 그릇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사진 전재홍>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 탈속의 경지 느끼게 해
이종수는 1935년 대전시 동구 신안동에서 태어났다. 대전공업중학교를 거쳐 대전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 응용미술과에 입학하여 1963년에 졸업하였다. 대학 졸업 후 1964년부터 10년간 대전실업초급대학 주임교수로 재직하여 후학들 양성에 온 힘을 기울이다 1976년 이화여자대학교 도예과 교수로 초빙됐다.
1979년에 교수직을 사임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낙향하여 대덕구 갑천변에 손수 오름새가마(登窯)를 짓고, 오로지 그릇 만드는 일에 전념하였다. 1997년 고속철도 공사로 17년간 정들었던 가마터를 떠나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에 두 번째 오름새가마를 짖고 2008년 세상과 이별하기 직전까지 50여 년간 오로지 그릇 만드는 일에 매진하여 수천 점의 작품을 남기셨다.
전시는 11월17일까지 계속되며 9월24일(화) 오후 5시30분에 개막행사를 갖는다.

2013 청년작가 넥스트 코드전
2013 청년작가 '넥스트코드'전 / 대전시립미술관 제4전시실
이종수 선생의 도자기 작품이 탈속과 명상적 분위기를 갖는다면 옆 전시실에서는 선생이 살아계셨으면 틀림없이 격려하고 어여삐 여겼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차세대 미술의 시각적 코드를 의미하는 '넥스트코드'전이다.
'넥스트코드'전은 대전·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시다. 올해로 12회를 맞는다. 그동안 총 106명의 신진작가가 참여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선정 작가는 박혜경, 이은정, 최주희, 홍주희 4명이다. 전시는 2부로 나누어 개최되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이 주로 해오던 평면 작업에서 벗어나 설치, 영상 및 입체작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1부 이은정, 최주희 / 09.17(화)-10.13(일)
이은정은 ‘흐릿한 초상’을 그린다. 종가의 상징이지만 족보에서는 분리되어 단지 집안의 삶으로 대체되는 종부들, 다수 문화 속에서 귀속을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이주 여성들처럼 부계중심의 역사에서 소외되어 희미해진 그녀들이 작품의 소재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녀들의 가계를 추적하고 그들의 삶이 담긴 얼굴들을 기록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보면 점차 또렷해지는 이 얼굴들은 시대이자 역사이다.
최주희는 역내의 안내소에서 근무하며 쉴 새 없이 유동하는 군중들을 바라본다. 잠시 머무를 뿐인 분주한 그들의 시선과 관심은 벽면의 화살표들과 표지판들에 닿아 축적된다. 떠들썩한 흔적들은 사라지고 사물만 남은 공간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녀의 작업은 회색의 도시 속 수 많은 표지판으로 확장된다. 협소한 공간 안의 필요이상의 많은 언어들이 지배하는 - 하지만 일방적이며 무능할 뿐인- 그녀의 그림은 현대인들의 기형적인 소통방식에 관한 담론을 던진다.
2부 박혜경, 홍주희 / 10.22(화)- 11.17(일)
박혜경은 과거 자신의 판화작업을 매개로 현재와 미래, 타자와 나의 소통을 시도한다. 예술적 삶 속에서 느끼는 철학적인 사유와 자기수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타인과의 소통을 꾀하고자 하는 길,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의 개인 이야기를 넘어서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자 현대인의 모습이 작품 주제이다. 해체와 조합을 통한 기억의 조각들은 박음질됨으로 과거의 물질성은 소멸하고 시간과 기억은 재편되어 감정의 치유과정을 기록한다.
홍주희는 이미지를 숨기고 동시에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그것을 보는 시선의 연관성과 거기서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심리적인 착시 현상을 표현한다. 화면 속 이미지는 존재를 숨기거나 드러내는 것을 반복하며 현대인이 대중 속에서 보여 지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 이응노미술관
시립미술관 옆의 건물이 아름다운 이응노미술관도 들러보자.‘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展이 전시중이다. 고암의 삶의 여정과 그가 거쳤던 공간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예술가 고암 이응노의 굴곡진‘삶의 여정’에 주목, 그가 거쳐 간 주요 도시, 서울-동경-파리-대전으로의 시간 여행을 테마로 삼았다.
전시장은 관람객들이 미술관 안에서 각 지역들의 특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으며 고암이 가장 오랜 시간 활동했던 파리의 작업실을 재현해 보여준다. 전시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4개의 주제로 나눠 전시, 파리 아틀리에 재현 눈길
1전시실 – 서울과 동경 / 꿈을 찾아 현실에 서다
일제강점기의 서울과 동경유학시기의 작품 및 미술전 수상작으로 보여준다. 광복 후 서울의 모습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2전시실 – 파리 / 타자의 공간에서 현실을 배우다
한국적이면서 동시대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대표작품들을 전시. 꼴라쥬, 구성 등 추상작품과 ‘군상’이 전시되어 있다.
3전시실 – 파리 아틀리에 /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보다
파리에서 고암이 작업을 했던 아틀리에를 재현했다. 이 시대의 작품을 비롯 개인전 포스터, 문자추상 문양을 넣은 구두본, 나무장 등이 선보인다.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 벽에 걸린 허름한 평상복, 바지와 셔츠는 노동자의 작업복을 연상케 한다. 농부가 묵묵히 밭을 갈듯, 노동자가 뜨거운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듯 화가로서의 성실함과 삶의 흔적이 배어나오는 화가의 작업복은 보는 이를 숙연케 한다.
4전시실 – 대전 / 시대에 서서 나를 그리다
동백림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대전을 소재로 하거나 대전에서 작업했던 작품들을 전시했다. 밥풀로 만든 조소작품 등이 눈에 띈다.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展은 10월27일까지 전시된다.
'이종수 5주기전''넥스트코드' 展 자료, 사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기사 출처 http://www.dtnews24.com/#1_View_201309211119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