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8장 출가 사문에게 보내는 글
2. 초발심 수행자의 생활규범 ② [野雲·自警文]
일곱째, 재물이나 여색은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몸을 해치는 것은 여색(女色)보다 더한 것이 없고
도를 잃게 하는 것은 재물에 미칠 것이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계율을 제정하여 재물과 여색을 엄금하신 것이다.
'여인을 보거든 독사와 호랑이처럼 여기고,
금이나 옥을 대하거든 나무나 돌같이 보라.'
비록 어두운 방에 홀로 있더라도 큰 손님을 대한 듯이 하고,
남이 볼 때나 안 볼 때나 한결같이 해서 안과 밖을 달리하지 마라.
마음이 깨끗하면 선신(善神)이 수호하고,
여색을 생각하면 천신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선신이 수호하면 험난한 곳에서도 편안하고,
천신들이 용서하지 않으면 편안한 곳이라도 불안이 따른다.
탐욕은 염라왕의 지옥문이고
청정은 아미타불의 연화대이다
고랑 차고 지옥 가면 고통이 천 가지
배로 가는 극락세계 기쁨이 만 가지.
여덟째, 세속 사람과 사귀어서 미움 받지 마라.
마음속에서 애정을 끊어 버린 이를 사문(沙門)이라 하고,
세상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出家)라 한다.
이미 애정을 끊고 세상을 떠났는데 무엇 하러 세상 사람과 다시 사귈 것인가.
세속을 그리워하고 못 잊어 하면 도철(饕餮)이라 한다.
도철은 본래부터 도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인정이 짙으면 도의 마음이 멀어지니 인정에 사로잡히지 마라.
출가한 뜻을 등지지 않으려면 명산을 찾아가 깊은 뜻을 연구하라.
가사와 바리로 인정을 끊고 주리고 배부른 데에 무심하면
저절로 도는 높아질 것이다.
나와 남 위하는 일 착하다 해도
그건 모두가 생사윤회의 씨가 된다.
솔바람 칡덩굴 달빛 아래서
그릇됨이 없는 조사선을 닦으라.
아홉째,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칭찬하고 헐뜯는 말을 듣더라도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잘한 일 없이 칭찬을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
허물이 있어 시비를 듣는 것은 기쁜 일이다.
기뻐하면 잘못을 고치게 되고, 부끄러워하면 도 닦는데 채찍질이 될 것이다.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마침내는 그 허물이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을 들으면 부모를 헐뜯는 말과 같이 여겨야 한다.
세상은 오늘 남의 허물을 말하지만 내일은 다시 내 허물을 말할 것이다.
모든 일이 다 허망한 것인데, 비방과 칭찬에 어찌 걱정하고 기뻐할 것인가.
종일토록 잘잘못을 시비하다가
밤이 되면 흐리멍덩 잠에 빠진다.
이 같은 출가는 빚만 늘어서
삼계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
열째, 대중과 함께 살 때에 마음을 평등하게 가지라.
애정을 끊고 부모를 하직한 것은 온 세상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다.
만일 가깝고 먼 것이 있다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한 것이니
그렇다면 출가하여 무슨 덕이 있겠는가.
마음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분별이 없다면
어찌 이 몸에 괴롭고 즐거운 성쇠(盛衰)가 있으랴.
평등한 성품에는 나와 남이 없고, 큰 거울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다.
삼악도에 드나드는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요,
육도(六道)에 오르내리는 것은 친하고 성긴 업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이 평등하면 가지고 버릴 것이 없으니,
가지고 버릴 것이 없다면 생사가 어디 있겠는가.
위없는 보리도를 성취하려면
언제나 평등심을 굳게 가지라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 있으면
도는 더욱 멀어지고 업만 깊으리.
그대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눈먼 거북이 나무 구멍을 만난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한 평생이 얼마나 된다고 닦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느냐.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어렵지만, 불법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금생에 놓쳐 버리면 만 겁을 지내도 다시 만나기는 힘들다.
이 열 가지 계법(戒法)을 지키고 부지런히 닦아 물러나지 말고
속히 정각(正覺)을 이루어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 혼자만 생사의 바다에서 뛰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건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가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도록 생사에 오락가락할 때
번번이 부모를 의지했을 것이니,
그 끝없는 세월에 부모 되었던 이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와 같이 생각하면 육도 중생이 그대의 부모 아닌 이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중생들이 모두 악도에 떨어져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밤낮으로 받고
있으니, 그들을 제도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 벗어날 것인가.
가슴을 오리는 듯 애달프고 슬픈 일이 아닌가!
천만 번 바라노니, 그대는 어서 큰 지혜를 밝히고 신통 변화를 갖추며,
자유자재한 방편으로 거친 파도에 지혜 배가 되어,
탐욕의 기슭에서 헤매는 미혹의 중생을 제도하라.
그대는 아는가! 삼세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이 우리와 같은 범부였다는 사실을.
그도 장부요 나도 장부이니,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옛 사람의 말에 '도가 사람을 멀리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도를 멀리 한다'고 하였으며,
또 '내가 착하려고 하면 착한 것이 스스로 따라 온다' 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씀이다. 만일 믿는 마음만 물러서지 않는다면
누가 자성(自性)을 깨쳐 부처를 이루지 못하겠는가.
이제 삼보를 모시고 낱낱이 그대에게 경계했으니,
만일 잘못인 줄 알면서 일부러 범한다면 산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옥토끼 뜨고 지니 늙음은 잠깐
*금까마귀 들락날락 세월만 가네.
명예와 재물은 아침의 이슬
영화롭고 괴로운 일 저녁연기라.
간절히 도 닦기를 권하노니
어서어서 부처되어 중생 건지라
이생에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오는 생에 반드시 한탄하리라.
*옥토끼 : 달을 비유한 말.
*금까마귀 : 해를 가리킴.
불교성전(동국역경원 편찬)
출처: 다음카페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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