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가 발표한 교통개편안은 내년부터 서울 외곽과 도심을 잇는 "신개념의 경전철형 버스를 도입하고 인천·분당·일산 등 수도권 도시∼서울을 논스톱으로 달리는 "통근요 광역급행버스"를 신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상습교통체증지역인 서울의 도봉로∼미아로∼도심까지의 구간에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도입된다. 또한 교통체증이 심한 도원·도봉·강북구등 서울 동북부지역을 버스교통 개편 시범지역으로 정해, 이 지역버스를 간선과 지선으로 이원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의 이번 대중교통대책 발표는 최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서울시의 교통체증과 승차난을 제대로 보고 적절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검에서 환영한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교통대책은 교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대중교통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대중교통중심의 정책이 탄탄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가지 이슈를 미리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는 버스가 시에서 운영하는 공영버스가 아닌 민영버스이기 때문에 시내버스조합의 적극적인 협조와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는 버스개편 후에 버스회사가 흑자가 날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버스회사 사장들은 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내버스회사가 내년 5월말까지 6개 대형 컨소시엄으로 통합하게 되는데 컨소시엄에 현물(버스)로 참여하지 못하면 지금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지선버스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많은 버스회사들이 충격을 우려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럼 요금을 버스조합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채산성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게 할 것인가 등 버스회사와 관련된 이
슈들을 먼저 꼼꼼하게 집고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되기 전에 도로의 교통특성, 버스운행실태,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일이 필요하다. 내년 4월부터 도봉로와 미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되면 6차선인 미아로에 중앙4차선이 중앙버스차로가 되므로 승용차를 위한 차로는 보도면 의 1차로의 여유밖에 남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버스중앙차로로 전환되지 않고 승용차이용자들이 도심으로 들어오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미아로의 중앙차로에는 22개 버스노선이 지나가므로 버스의 긴 행렬로 인해 버스가 도로 중간에 그대로 서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버스중앙차로가 교통개선이 아니라 교통개악으로 전개 될 수도 있다.
셋째는, 광역급행버스를 운행하려면 건설교통부, 경기도, 지자체별로 협의를 거쳐야하는데 기존의 광역버스 노선신설과 조정의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부서간 협의조정이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아울러 시계를 넘나드는 버스노선에 대해서는 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넷째는 경전철형 버스 300대 도입에 시 예산 3천여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민영버스회사에 이만큼의 보조를 해주어도 되는가하는 이슈가 제기 된다. 지난번 버스 노사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버스노조가 전면 버스파업투쟁에 들어간다고 으름장을 놓자 서울시는 인건비 인상분에 대한 보조로 250억을 지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울시내 버스는 준공영체제인가, 공영체제 인가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버스를 어느 체계로 이끌고 가겠다고 시민적 합의도 없이 갑자기 몇 백억을 노조에 지원해주는 방식을 두고두고 정책적 논란과 혼선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경전철형 버스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무슨 근거에서 보조해 주는지", "왜 보조해주는지", "앞으로도 계속 버스를 사 줄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원칙과 목표를 정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는, 서울시 교통정책의 지속성이다. 시 정부는 교통에 관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을 갖고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교통정책이 달라지며 정치권이나 여론에 지나치게 끌려 다닌다. 시 정부의 획기적인 대중교통개혁안이 파행을 면하려면 정책목표와 원칙, 운영주체의 형성, 의견수렴, 집행일정의 조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