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장 12절)
어려서부터 제법 발이 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어머니께서 큼지막한 어른용 털신을
사주셨습니다. 학교에 신고 가서 신발장에 넣었는데, 제 신을 보신 담임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큼지막해서 편하겠다고 하시면서 교무실에 오가실 때 제 신을 신곤 하셨습니다.
아마 여성이어서 선생님 발이 학생인 저보다 작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때보다 지금은 발이 더 많이 자라 20센티 이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밤이 둘이나 되니, 뛰고
걸으며 잘 살았습니다. 물론 늘 두 발은 아니지요.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에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아기일 때는 두 손과
두 발로 기어다니다가 이후부터 인생의 대부분을 두 발로 걷습니다.
이처럼 두 발로 서는데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언젠가 발바닥이 아팠습니다. 의사는
족저근막염이라고 했습니다. 장시간 서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밤이 아파서
서기도 걷기도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젊어서 산에
많이 다녀 발을 너무 혹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저를 세워주고 걷게 해준 발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발에 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발바닥 면적은 우리 몸 전체 표면적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그런데 그리 크지 않은 두 발바닥이 수십 년이나 온몸을 지탱하며 서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문제 되지 않지만, 나이 들면 지팡이를 찾게 됩니다.
영적으로 어두운 이 시대, 함께 사는 사랑 더욱 절실
소중한 이들 전도하고 서로 지탱해주는 발이 되길
만약 하나님께서 우리 몸에 한 발만 주셨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 있기도
이동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두 발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한 발보다 두 발이
낫습니다. 그리고 약해지면 두 발에 지팡이를 보태 세 발이 되어야 안점감이 있습니다.
인생을 세우는 데도 발이 여럿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는 마치 밤 하나로 서는
것처럼 인생을 혼자 서려고 애쓰는 일이 없도록 우리에게 함께 의지하여 세움 사람들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사람이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므로 아담에게 하와를 주셨습니다.
둘보다 셋이 셋보다 넷이 좋으므로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셨습니다.
요즘 1인 세대가 증가하고 혼자 사는 것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것은 실상은 외로움입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과는 정반대로 혼자 살기를 추구하는 것은 이 시대가
영적으로 어둡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둥이 하나인 집보다 둘인 집이 안전하고, 둘보다 셋이
안정감이 있습니다. '솥정(鼎)’ 자는 다리가 세 개인 손을 의미합니다. 안정감의 상징이지요.
우리 곁에 함께 의지하고 설 사람들, 우리 인생에 또 하나의 발이 되어 줄 사람들이 많길 원합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함께 살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게 하신 이유는
아버지는 깊은 사랑을 베푸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천국은 사랑의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계셔서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시고, 우리도
하나님을 영원히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이들은 이미 이 땅에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하나님 나라 역시 사랑하며 사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
니라》 하셨습니다. <너희 안〉은 두 가지로 이해됩니다. 하나는 하나님 나라가 외부의 조건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하나님을 모신 사람의 심령에 임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너희가 복수이므로
서로 사랑하는 관계 안에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1월은 감사의 달입니다. 최고로 감사할 조건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은혜를 주신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함께할 사람들을 주신 일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아들과 함께 기쁨의 삶으로 동행해야 하겠습니다.
11월에는 <말씀따라 전도행진> 주제로 전도 축제를 진행합니다. 전도는 우리와 함께 천국에까지
걸음을 옮길 이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고, 서로를 지탱해 주는
또 하나의 발이 되어 더 안정감 있게 살길 원합니다. 그리하여 두 겹줄이 되고, 세 겹줄이 되고
더 많은 다발이 되어 사단의 권세를 이기고 감사와 기쁨으로 춤추며 행복하게 살길 기원합니다.
- 김운성 목사님, 영락교회 발간, 월간 ‘만남’ 23년 1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