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안식년과 면제
[1-3절] 매 7년 끝에 면제하라.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무릇 그 이웃에게 꾸어준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 해는 여호와의 면제년이라 칭함이니라.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인[꾸어준]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
안식년과 면제에 대한 규례이다. 매 7년은 안식년이다. 안식년은 본래 땅의 안식에 관한 규례이지만(출 23:10-11; 레 25:3-5) 여기에 면제에 대한 규례가 첨가된다. 그들은 이방인에게 꾸어준 빚은 독촉하여 받을 수 있으나, 동족에게 꾸어준 것은 제7년에 면제해야 했다. 이것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배려이었다. 가난한 자는 경제적 곤란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과 열등감의 고통이 매우 클 것인데, 제7년 끝에 그로 하여금 그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주신 것이다.
[4-6절]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유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정녕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신 대로 네게 복을 주시리니 네가 여러 나라에 꾸어 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하겠고 네가 여러 나라를 치리할지라도 너는 치리함을 받지 아니하리라.
모세는 안식년 규례를 지키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복을 선언하였다. 이웃의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은 매우 선한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선행을 기뻐하시고 그런 자들에게 복을 주실 것이다. 또 온 백성이 이 규례를 지키면, 하나님께서는 그 나라를 복되게 하셔서 그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꾸어주는 나라가 될지언정 다른 나라에게 꾸는 나라가 되지 않게 하시고, 여러 나라를 다스리는 나라가 될지언정 다른 나라에게 다스림을 받는 나라가 되지 않게 하실 것이다.
[7-11절]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 어느 성읍에서든지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거하거든 그 가난한 형제에게 네 마음을 강퍅히 하지 말며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반드시 네 손을 그에게 펴서 그 요구하는 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 삼가 너는 마음에 악념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제7년 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에게 악한 눈을 들고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너는 반드시 그에게 구제할 것이요,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근심하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인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와 네 손으로 하는 바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모세는 몇 가지 요점을 말했다.
첫째, 반드시 구제하라. 본문에는 ‘반드시’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8, 10, 11절). 구제는 하나님의 백성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사항이다. 구제하지 않으면 죄가 된다(9절). 야고보서 4:17은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치 아니하면 죄니라”고 말하였다.
둘째, 너그러이 구제하라. 본문은 “네 손을 펴라”고 두 번이나 말한다(8, 11절). 손을 움키는 것은 아끼는 태도이며 손을 펴는 것은 너그러이 구제하는 태도이다. 또 본문은 “그 요구하는 대로[그의 필요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8절), “삼가 너는 마음에 악념을 품지 말라”(9절), “아끼는[근심하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10절)고 말한다.
로마서 12:8에,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하라”는 말씀이 있는데, 거기에 ‘성실함’이라는 원어(하플로테스 aJplovth")는 ‘단순함, 너그러움’이라는 뜻이다. 구제하는 자는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함을 보인다.
물론, 꾸는 자의 편에서는 평소에 낭비하는 습성이나 게으른 습성을 버리고 자기의 일에 충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야 하며 돈을 벌면 최소한의 생활비를 쓰는 것 외에는 먼저 꾼 돈을 성실히 갚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도의 바른 생활의 태도이다.
또, 율법은 성도가 다른 성도에게 돈을 꾸어줄 때는 이자를 받지 말라고 말하였다(출 22:25; 레 25:36-37; 신 23:19; 시 15:5 등). 출애굽기 22:25, “네가 만일 너와 함께한 나의 백성 중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이거든[꾸어주거든] 너는 그에게 채주같이 하지 말며 변리[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
하나님께서는 안식년의 면제와 구제의 명령을 실천하는 자들에게 복을 주실 것이다. 10절, “이로 인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와 네 손으로 하는 바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잠언은 구제하는 자가 복됨을 증거한다. 잠언 11:24-25,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지리라.” 잠언 19:17,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 주시리라.” 잠언 28:27,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궁핍하지 아니하려니와 못 본 체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많으리라.”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복을 주심으로 더욱 풍족해진다. 누가복음 6:38에 보면, 주 예수께서도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고 말씀하셨다.
[12-18절] 네 동족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팔렸다 하자. 만일 6년을 너를 섬겼거든 제7년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것이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공수(空手)로 가게 하지 말고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贖)하셨음을 기억하라. 그를 인하여 내가 오늘날 이같이 네게 명하노라. 종이 만일 너와 네 집을 사랑하므로 너와 동거하기를 좋게 여겨 네게 향하여 내가 주인을 떠나지 아니하겠노라 하거든 송곳을 취하여 그의 귀를 문에 대고 뚫으라. 그리하면 그가 영영히 네 종이 되리라. 네 여종에게도 일례로 할지니라. 그가 6년 동안에 품군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의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모세는 또 히브리 종에 대한 규례를 말한다. 이것은 출애굽기 21:2 이하에 이미 자세히 명령된 바이었다. 이것도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한 법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난한 동족을 종으로 삼았을 경우 6년간만 일을 시킬 수 있었고 제7년에는 그를 자유케 해야 하였다. 또 그를 자유케 할 때에는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곡식과 포도주 등을 후하게 주어야 하였다. 그러나 만일 그 종이 주인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송곳으로 그의 귀를 문에 대고 뚫어서 표를 삼았다. 그들은 제7년에 종을 자유하게 하는 것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을 동정하신다.
[19-23절] 너의 우양의 처음 난 수컷은 구별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 드릴 것이니 네 소의 첫 새끼는 부리지 말고 네 양의 첫 새끼의 털은 깎지 말고 너와 네 가족이 매년에 여호와의 택하신 곳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먹을지니라. 그러나 그 짐승이 흠이 있어서 절거나 눈이 멀었거나 무슨 흠이 있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께 잡아 드리지 못할지니 네 성중에서 먹되 부정한 자나 정한 자가 다같이 먹기를 노루와 사슴을 먹음같이 할 것이요 오직 피는 먹지 말고 물같이 땅에 쏟을지니라.
모세는 또 우양의 첫 새끼에 대한 규례도 말했다. 민수기 18:15-19에 보면, 우양의 첫 새끼는 하나님께 드리며 제사장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신명기 12장, 14장, 15장은 그것을 십일조와 함께 성소에 올라가서 먹는다고 말하였다(신 12:6-7, 17-18; 14:23; 15:19-20). 우양의 첫 새끼는 화목제물과 같이 간주되는 것 같다. 민수기 18:18에 보면, “오직 소의 처음 난 것이나 양의 처음 난 것이나 염소의 처음 난 것은 속(贖)하지 말지니 그것들은 거룩한즉 그 피는 단에 뿌리고 그 기름은 불살라 여호와께 향기로운[유화(속죄)의 향기를 위하여] 화제로 드릴 것이며 그 고기는 네게 돌릴지니 흔든 가슴과 우편 넓적다리같이 네게 돌릴 것이니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우양의 첫 새끼는, 비록 그 제물의 고기가 그 제사를 집례한 제사장의 몫이지만(민 18:18), 아마 제사장의 허락 속에, 다른 화목제물같이 제사 드린 자들도 나누어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헹스텐버그).
신명기 15장의 교훈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구제하라고 교훈하셨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동족 이스라엘 사람이 7년 동안 빚을 못 갚을 때 그 빚을 면제해 주라고 명령하셨다. 그것은 빚으로 인해 마음의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는 자들을 동정하시고 배려하심이다. 구제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그것은 우리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은 선택 사항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할 필수 사항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본받고 그의 명령을 순종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교우들을 돌아보고 구제하기를 힘쓰자. 우리는 구제할 때 악한 마음, 강퍅한 마음을 품지 말고, 손을 움켜쥐지 말고, 아끼는 마음, 근심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 넉넉한 마음으로 구제하자.
구제는 참으로 복된 일이다.
그것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며 하나님의 풍성한 복을 가져오는 일이다. 구제하는 자와 그의 자손들은 물질적 유여함을 누릴 것이다. 그것은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약속이다. 잠언 11:25,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우리는 실상 하나님께 큰 빚을 면제받은 자들이다. 우리의 죄의 빚은 지옥 갈 만한 빚이었다. 주께서는 그것을 1만 달란트의 빚이라고 비유하셨다(마 18:24). 그것은 우리가 도무지 갚기 어려운 액수의 빚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대속하셨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죄사함 받고 의롭다 하심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의 특권을 얻었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우리가 이런 큰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남의 허물을 용서하고 남의 빚도 면제할 수 있고 면제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