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25. 위대한 문화유산 088_한국의 美 | 서낭당_마을신앙의 중심 마을 신앙의 중심
마을 신앙의 중심이었던 서낭당은 민중들의 염원과 기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이자 소중한 우리의 전통 유산입니다.
20~30대 여러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40대 이상은 잘 아는 옛 가요 중에 ‘울고 넘는 박달재(1948년 발표, 박재홍 노래)’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로 시작해서 중간에 “돌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여기에 나오는 성황님은 서낭당에 모신 신을 말합니다. 이와 같이 옛 이야기나 노래, 혹은 시에는 서낭당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민중들과 가까웠던 게 서낭당이었습니다.
산업화나 새마을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시골에서 서낭당을 발견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마을의 어귀나 고갯마루를 보면 돌을 쌓아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서낭당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서낭당이 없는 마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것은 서낭당이 마을을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것이었죠.
이렇게 동네 어귀 같은 곳에 돌을 쌓고 섬기는 것은 몽골이나 티베트 같은 지역에서도 발견됩니다. 이것을 보통 ‘오보’ 혹은 ‘오부’라고 부르는데 몽골 것은 특히 우리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갈 때 돌을 한두 개 쌓거나 침을 뱉곤 했습니다. 이것은 복을 받으려는 아주 기본적인 주술적인 행위로 생각됩니다.
나중에는 이 동작이 더 간략하게 되어 그저 돌을 하나 던지는 것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서낭당에 돌무더기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 옆에는 신목이라 해서 마을굿을 할 때 제를 올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에는 백지나 빨갛고 파랗고 하얗고 노랗고 푸른(녹색)의 오색 헝겊을 치렁치렁 달아놓기도 합니다. 왜 다섯 가지 색깔의 헝겊을 달아놓았는가에 대해서는 민속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다만 우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색깔로 그 지역을 성스럽게 만들려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 아예 당집 같은 사당을 세워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집 안에는 이 마을에서 모시는 신의 위패를 모시거나 그 신을 그림으로 그려 봉안하기도 합니다. 이 신들에게는 마을굿을 할 때 가장 먼저 제사를 드렸습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목과 솟대 서낭당 영역에는 신목 외에도 솟대와 장승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장승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으로 이미 설명을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신목과 솟대에 대해서만 보기로 하겠습니다. 신목은 영어로 보통 ‘cosmic divine tree'로 번역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나무인 것입니다. 신과 통할 수 있는 일종의 안테나인 셈이죠. 이 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인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그 높은 곳에 있는 나무 가지가 하늘에 닿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일 겁니다. 이런 나무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성스러운 통로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신목의 원형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신단수(神檀樹)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된 웅녀가 이 신단수 밑에서 빌었고 그 바람에 부응해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이 신단수를 통해 땅으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기능은 솟대에서도 발견됩니다. 솟대는 순수 우리말로 ‘솟아오른 나무’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죠. 솟대는 여러분들도 익숙하실 겁니다. 긴 나무를 세워놓고 꼭대기에 나무로 만든 새를 붙여놓은 것 많이 보셨죠? 나무 자체도 하늘과 땅을 연결하지만 새는 하늘을 날 수 있으니 인간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높은 나무에 새까지 있으니 하늘에 있는 천신에게 소식을 전할 준비는 다 된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오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왜 오리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억측을 해보면, 오리는 공중이나 지상을 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물 밑으로도 잠수할 수 있으니 그 능력을 높이 산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전천후의 능력이라면 인간의 소원을 어떤 장애든 뚫고 천신에게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끔 이 오리의 입에 물고기를 끼워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 그 먼 하늘길을 가는 데 배고플 터이니 두고두고 먹으라는 민중들의 자상한 배려에서 나온 발상 같습니다.
사실 이 솟대는 그 역사가 매우 깁니다. 한국에 관한 가장 최초의 역사서라 할 수 있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마한 전(傳)을 보면 “마한에 있는 모든 나라에 소도(蘇塗)라 불리는 별읍이 있고 거기에는 나무를 세워 방울과 북을 달았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솟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방울과 북을 달았다는 것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또 이곳에 천군(天君)이라는 무당 혹은 사제가 살았다고 전합니다. 방울과 북은 무당이 신령과 통할 때 사용하는 신성한 기구입니다. 방울은 주로 신을 부를 때 사용하는데 지금도 무당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은 한국 무당들은 그리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만주나 시베리아 무당들에게는 아주 신성한 기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기도가 이 북소리를 타고 신령에게 전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솟아오른 땅, 소도 소도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蘇塗’라는 한자가 있지만 이 한자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지금 학자들의 추측에 따르면 이 소도는 ‘솟아오른 땅’을 뜻하는 신성한 곳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솟아오른 땅이 신성한 지역이 되는 것은 동서양 고금을 통해 많이 발견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가 전형적인 예에 속합니다. 아크로폴리스란 높은 언덕을 뜻하고 이곳에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많은 신전들을 세워놓았지요. 이 전통을 이어받아 서양에서는 교회를 이렇게 높은 지역에 세웠습니다. 서울에 있는 명동성당이 바로 그런 예이지요. 서울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면 즐비한 한옥 가운데에 유독 명동 성당만 높게 보이는 그런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에 성역으로 간주됩니다. 범죄자가 들어가도 잡아갈 수 없습니다. 마한의 소도에도 그런 기록이 있습니다. ‘죄인이 소도에 들어와도 인도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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