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tenuto 소스테누토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의자는 낡은 나무에 가죽이 올라가 있는 오래된 나무 의자였지만 단단히, 그리고 가볍게 엉덩이를 받쳐주었다. 단단하고도 포근하다. 편안하다. 단순한 구조의 피아노 의자일 뿐이지만 적당한 높이에 적당한 무게, 적당한 쿠션이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오래 전 장인이 만든 것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첫 음이 어떻게 울릴지 떠올려 보았다. 이 곡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음은 못 갖춘 마디여서 첫 음이 약박으로 시작한다. 그렇다고 너무 살살 치면 연주의 시작과 동시에 힘이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두 번째 음을 과도하게 강조하게 된다. 첫 음은 부드러우면서도 가볍게, 사랑하는 사람의 단잠을 깨우듯이 사랑스럽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음과 이어지기에 앞서 ‘자,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세요. 눈앞에 풍경을 그려볼 준비를 해보세요.’ 라고 제안하듯이 박자를 조금 늘려 여유를 준다. 첫 음과 두 번 째 음은 레가토로 잇는다. 레가토는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원활하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음과 음을 아주 살짝 겹치듯이 연주한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고 음은 자연스럽게 울린다. 오른손의 멜로디는 선명하고 왼손의 반주는 흐릿하지만 멜로디를 잘 받쳐준다. 이내 주제가 나타난다. 한 번 숨을 들이쉬듯이 잠시 느려지더니 단숨에 주제의 음들이 오르내린다. 음에 맞춰 그의 손목과 어깨가 들썩 거린다. 즐거운 음들이 듣기에 좋다. 춤을 추며 흔들리는 여인의 우아한 치맛자락 같다. 빙글빙글 돌면서 부풀었다가 다시 수그러든다.
주제가 끝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처음과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감정이 고조된다. 마치 여인과 마주한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눈빛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여인 혼자 추는 춤이 아니다. 둘이 함께 박자를 맞추는 춤이었다. 마주 잡은 손에 온기를 느끼고 어떤 종류의 확신이 든다.
다시 돌아오는 주제는 한 층 더 고조되며 음이 오르더니, 아름다운 절정의 종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부드럽게 웃으며 내려온다. 그것은 작은 절정의 순간이다. 절정의 음은 단단하게 울려야 하지만 너무 튀어서도 안된다. 사랑의 감정은 절정을 이후로 줄어들겠지만 그것이 사랑의 끝을 의미하진 않는다. 천천히 다음 절정을 예고하고 웃으며 사라진다. 상대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손은 단단하다. 책이 손 위로 떨어져도 연주를 방해하지 않을 것 같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우아하다.
2부는 한결 차분하게 이어진다. 오른손의 멜로디는 어느새 왼손으로 옮겨간다. 1부가 여인의 우아한 춤이었다면 2부는 그에 답하는 남자의 구두소리다. 마찬가지로 첫 음이 중요하다. 낮은 음이 갑자기 크게 울린다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다. ‘이제 바뀝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른손의 반주는 가벼운 허밍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내 2부의 주제로 접어든다. 조금은 장난스럽기도 한 꾸밈음은 이 주제의 핵심이다. 본래 꾸밈음은 튀지않게 슬쩍 지나가지만 이 곡에서 나타난 첫 꾸밈음은 충분히 들을 수 있게 박자를 늘리되 튀어보여서는 안된다. 이 주제는 사내의 진중함이다. 확신과 믿음을 준다.
곡의 끝은 담백하다. 깊은 여운을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털고 일어난다.
청중은 이따금씩 들리는 작은 박수 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남자는 첫 박수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피아노를 떠났다. 청중들도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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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누구 곡이었지?」
「어떤 거?」
「아까 그 남자가 연주했던 곡.」
「글쎄... 기억 나지 않지만 좋은 연주였어.」
「그랬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좋았던 거 같아.」
「그 남자가 좋았던 게 아니고?」
「글쎄,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