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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 동시집 《동물원에 간 마법사》(청개구리)
최성자 글 | 이채원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4년 09월 10일
책소개
최성자 시인의 첫 동시집.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물과 자연이 서로 어울리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요즘 아이들의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시를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힘이 나고 무한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동시집에 실린 62편의 동시에는 가족간에 느끼는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명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배려로 가득하다.
글 최성자
맛과 인심의 고장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동시, 동화, 그림책으로 학생들과 수업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서정문학>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동시집 『참 달콤한 고 녀석』(공저), 그림책 『방울방울 사랑이』를 냈습니다.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동시부문 발표지원에 선정되었고,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림 이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하느님의 선물인 아들 승준이와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 『두근두근 발표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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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일상의 동시들!
최성자 시인은 이해심과 배려심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화목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스하고 훈훈하게 동시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물에 사람과 같은 생명을 불어넣어 정감 있게 동시로 썼습니다.
그의 동시는 나팔꽃의 향기와 빛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팔꽃을 좋아하듯이 그의 동시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동시들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시이기 때문입니다. 나팔꽃 같은 최성자 시인의 첫 동시집 「동물원에 간 마법사」를 읽고 아이들이 밝고 맑은 마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전)한국동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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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동물원에 간 마법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자연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동시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주위에 흔한 이야기들이 멋진 시의 옷을 입고 새롭게 다가와 인사합니다. 할아버지는 까치밥으로 감나무에 홍시등을 넉넉하게 켜 놓고, 하굣길에는 수리수리 치치칙 주문을 외우는 야채 튀김이 친구들을 홀랑홀랑 다 꾀어내고, 바람 부는 날은 선생님 파마머리가 솜사탕처럼 부풀고, 개구쟁이 풍선들이 까불까불 신나게 날아다닙니다.
『동물원에 간 마법사』는 발밑에서 바람이 나오면 두 팔 벌리고 싫어도 계속 춤을 추어야 하는 바람 인형과 발표시간이 되면 심장이 콩알콩알 혀가 들락날락 도르륵 입술이 말리는 친구도 있어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키면 순대는 덤으로 주는 인정 많은 김떡순 할머니와 꼬물꼬물 두꺼비 이사 가는 날 깜깜한 도로에 환하게 마음 신호등을 켜고 기다리는 따뜻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 박예분 (아동문학가, 전북동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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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향기와 빛깔을 지닌 따스하고 착한 동심의 세계
ㅡ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
1. 글을 시작하며
좋은 시에서는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의 향기가 납니다. 향기뿐 아닙니다. 좋은 시에는 시인의 마음의 빛깔도 은은히 배여 있습니다. 나는 최성자 시인의 동시에는 어떤 향기가 날까, 그리고 어떤 빛깔이 은은히 배여 있을까를 생각하며 그의 동시를 읽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63편의 동시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그 향기와 빛깔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나팔꽃 향기와 빛깔입니다. 아침 일찍 피어 우리에게 눈부신 아침을 가져다주는 나팔꽃, 뚜우 뚜우 나팔을 불듯이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나팔꽃, 그런 나팔꽃의 향기와 빛깔을 지닌 시가 바로 최성자 시인의 동시입니다.
나팔꽃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꽃입니다. 아이들이 나팔꽃을 좋아하듯이 최성자 시인의 동시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동시들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 아이들의 가슴에 와 닿는 동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시이기 때문입니다.
나팔꽃 같은 동시를 쓴 최성자 시인은 2023년 <한국서정문학>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아 등단하여 시인이 되었습니다. 공동 시집 「참 달콤한 녀석」을 펴냈고, 그림책 「방울방울 사랑이」를 펴냈습니다. 2023년에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동시 부문 발표지원에 선정되었고, 2024년에는 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현재는 부안군 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시인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성자 시인은 머리말에서 “저를 시인이 되게 한 마법사가 곧 여러분에게도 찾아갈 거예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마법 가루를 반짝반짝 뿌려주려고요. 그러니 깜짝 놀랄 일들이 생기면 꼭 저에게 알려주실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어쩌면 마법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법사가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 우리를 놀라게 하듯이, 시인 또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서 새로운 사실을 꺼내어 보여주어 우리를 놀라게 하니까요. 최성자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마법 가루를 뿌려줄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깜짝 놀랄 일들이 생길까요. 나는 그것이 못내 궁금합니다. 내가 쓰는 이 글은 그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즐거운 여정입니다.
2. 따스하고 착한 동심의 세계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참 따뜻합니다. 그리고 참 착하고 순수합니다. 중국의 학자 ‘이지’는 「동심설」에서 “대저 동심이란 거짓을 끊어버린 순수함과 진실함으로 사람이 갖게 되는 최초의 본심이다. 만약 동심을 잃어버리면 진실한 마음을 잃게 되고, 진실한 마음을 잃어버리면 진실한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의 말대로 동심은 순수함과 진실함입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에는 그런 동심의 순수함과 진실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마음과 착하고 순수한 동심이 있습니다.
낡은 운동화
얼룩 묻은 티셔츠
헌 옷 수거함에 넣으며
인사하는 우리 엄마
―그동안 고마웠어
동생 미워한 마음
친구에게 함부로 한 말
꽁꽁 묶으면서
나도 말해야지
―그동안 미안했어
「마음 수거함」 전문
헌 옷 수거함에 운동화와 티셔츠를 넣으며 엄마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동안 썼던 물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엄마의 마음은 바로 동심의 마음과 통합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동생을 미워한 마음. 친구에게 함부로 했던 말들을 ‘그동안 미안했어’ 라고 말하면서 버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아이도 모두 착한 동심의 마음입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에는 이런 착하고 순수한 동심의 마음들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눈물을 쏙 빼야 가볍다
선생님께 꾸중 듣고
쪼그려 앉아 우는 친구
가벼워질 때까지
시원해질 때까지
텅 빈 운동장에서
기다려 주었다
「속상할 땐」 전문
친구에 대한 애틋한 우정이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동시입니다. 친구의 마음이 가벼워지고 시원해질 때까지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자에서 기다려주는 아이의 마음은 참으로 따스하고 착한 동심의 마음입니다.
아침 뉴스에서
동물원 우리에 갇힌 늙은 사자를 보았어요
푸석푸석한 갈기를 털며
반짝, 눈동자에 힘을 주었어요
헤어진 가족들이 텔레비전 보고
반가워 손을 흔들지도 모르잖아요
오늘은 사자한테 갈래요
양탄자 타고 갈래요
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치면
스르륵, 사자 우리 열리고
예쁜 나비와 초롱초롱 아기별 따라
멀고 먼 길을 떠나요
어릴 적 고향으로
「동물원에 간 마법사」 전문
아이는 아침 뉴스에서 동물원 우리에 갇힌 사자를 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우리에 갇혀 지내는 사자가 너무나 불쌍하고 가엾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마법사가 되어 양탄자를 타고 동물원 사자를 찾아가고 싶어 합니다. 주문을 외워 동물원 우리를 열고 사자를 양탄자에 태워 고향에 데려다주려고요. 동물에 대해서도 이런 따스한 눈길을 주는 동심의 마음이 감동을 줍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동시에서도 그런 착한 동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후두둑 후두둑
한바탕 비 내리다 그쳤다
꼬물꼬물
아기 두꺼비 이사 가는 날
멈췄다
앞차도
우리도
깜깜한 도로에 환하게 켜진
마음 신호등
「아기 두꺼비 이사 가라고」 전문
비가 내리다 그친 날 아기 두꺼비가 길을 건너서 이사 갑니다. 차가 그냥 지나가면 아기 두꺼비는 크게 다칠 것입니다. 그래서 차들은 두꺼비가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립니다. 깜깜한 도로에 환하게 불을 켜고 기다려주는 마음, 그것을 시인은 ‘마음 신호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바로 ‘마음 신호등!’입니다. 따스한 마음. 착하고 순수한 마음. 그런 동심으로 밝게 켜진 마음 신호등입니다.
3.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동시
6인 공동 동시집 「참 달콤한 녀석들」에 실린 최성자 시인의 동시를 읽고 나는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동시”라고 평했습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스한 손길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를 살펴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위로해 줍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은 무엇일까요. 많은 시인이 그러했듯이 최성자 시인도 공부와 학교 성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공부와 학원에 쫓기는 아이들의 현실을 “학원 가기 싫어/뒹굴뒹굴//딱! 붙었다/눈꺼풀// (「붙었다! 떨어졌다!」) 이라고 ‘딱! 붙은 눈꺼풀’로 아주 적절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공부와 성적에 짓눌려 지내는 아이들을 최성자 시인은 ‘바람인형’에 비유하였습니다.
너희들,
키다리 바람인형 본 적 있니?
발밑에서 바람이 나오면
두 팔 벌려 춤을 춰야 한대
싫어도 계속 춰야 한대
내가 코를 킁킁대고
자꾸 눈을 깜빡일 땐
머릿속 세포가 고장 나
바람인형이 되는 순간이야
얘들아,
딸깍, 바람 스위치 꺼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줄래?
「바람인형처럼」 전문
바람인형은 광고나 홍보를 하기 위해 속에 바람을 넣어 바람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게 만든 큰 인형을 말합니다. 공기 주입구에서 계속 바람을 넣으면 싫어도 억지 춤을 계속 추어야 합니다. 공부와 성적에 쫓기는 아이들의 처지도 바람인형과 똑같습니다. 어른들의 욕심과 자기 과시를 위해 아이들은 끊임없이 공부라는 춤을 주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최성자 시인은 이런 동시를 썼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독서하기!
선생님 큰 목소리로 말씀하실 때
창밖에 매미 한 마리
―맴맴, 늦잠 자도 괜찮아!
―맴맴맴, 만화책도 재밌어!
우리는 매미 바라보며
알았다고 스름스름
걱정 말라고 쓰름쓰름
「방학식 날」 전문
아이들의 속마음을 매미 소리를 통해 표현한 동시입니다. 방학식 날 창밖에서 맴맴 우는 매미 소리가 아이들의 귀에는 “늦잠 자도 괜찮아” “만화책 보아도 괜찮아” 소리로 들립니다. 아이들도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매미처럼 ‘스름스름’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방학을 맞아 자유롭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매미 소리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공부는 그냥저냥
운동도 설렁설렁
거짓말은 밥 먹듯
방 정리는 글쎄……
기다려 줘,
엄마 아빠 크게 웃도록
활짝 필 거야
늦지 않게
「늦게 피는 꽃」 전문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늦게 피는 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활짝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이처럼 늦게 피는 꽃 같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성원의 시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어루만져주는 따스한 손길입니다.
4. 화목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들입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형, 누나 등 가족 구성원들은 아이들의 인격 형성이나 가치관은 물론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최성자 시인은 가족을 소재로 여러 편의 동시를 썼습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에 나오는 가족들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웃을 배려할 줄 알고 이웃에게 친절하게 베풀며 나눌 줄 아는 따스한 심성의 사람들입니다.
작은 소리에도 자꾸 깨는
아랫집 아기
―누나, 뒤꿈치 들어. 아기 깨
―아빠, 안마기 안 돼요. 아기 깨요
―여보, 믹서기 그만 돌려. 아기 깰라
―아들, 텔레비전 소리 줄여. 아기 깬다
우리 가족, 얼굴도 모르는
아기 키우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까치발로 살금살금
「까치발로 살금살금」 전문
아랫집 아기가 깰까 봐서 조심조심 행동하는 가족들의 따스한 배려심을 보여주는 동시입니다. 요즘 층간 소음이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는데 이 시에 나오는 이해와 배려심 많은 가족만 있다면 그런 문제는 안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살랑살랑 꼬리 흔들며
제일 먼저 달려오던 재동이
숭덩숭덩 털 빠지고
배에 물이 차 풍선처럼 부풀었다
―곧 무지개다리 건너겠습니다
수의사 말에 우리 할아버지 울컥,
―나보다 네가 먼저 가겠구나
가거든 너 예뻐한 할미 만나 다시 행복해라
재동이는 눈만 끔뻑끔뻑,
할아버지, 밤새도록 주름진 손으로
재동이 배 쓸어주며 작별인사 한다
「할아버지와 재동이」 전문
가족들의 사랑을 받던 강아지가 병에 걸려 죽게 되었습니다. 수의사가 이제 강아지가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울컥하며 말합니다. “가거든 너 예뻐한 할미 만나 다시 행복하라”고요. 그러고는 밤새도록 주름진 손으로 강아지 배를 쓸어주며 작별 인사를 합니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동시입니다.
할머니 산소에서
풀 뽑고
돌멩이 집어냈다
―내 강아지 왔구나
바람 손으로 훅
땀 닦아 주시는 할머니께
―엄마 말 잘 들을게요
쨍쨍한 햇살 도장 꾹 찍었다
「햇살 도장」 전문
할머니 산소를 찾아가 풀도 뽑고 돌멩이도 집어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의 손이 땀을 닦아주십니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할머니의 손으로 느낀 것이지요. 아이는 할머니께 “엄마 잘 들을게요” 하고 약속을 합니다.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표시로 햇살을 도장처럼 꾹 찍었습니다.
최성자 시인은 따스한 심성을 지닌 가족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깊은 가족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따뜻하게 그려냈습니다. 화목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합니다.
5. 자연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
자연과 사물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생명이 없는 것들을 생명이 있는 것처럼 표현합니다. 의인법이라고 말하는 수사법이 그것입니다. 의인법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이 행동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변의 사물들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속성과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에 소개하는 나무 의자가 그렇습니다.
분리수거장에 나무 의자
다리 하나 없다
경비 아저씨
뚝딱뚝딱 다리 만든다
아담한 항아리
의자 위에 앉아
예쁜 꽃 피운다
재잘재잘
웃음꽃 피운다
「나무 의자」 전문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다리 하나가 없어 쓸모없게 된 나무 의자에게 경비 아저씨가 다리 하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나무의자는 다시 쓸모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자에 꽃항아리가 앉아 활짝 꽃을 피웁니다. 의자를 의인화해서 의자와 경비아저씨의 착한 마음을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고구마 퐁당!
당근 퐁당!
튀김가루 껴입고
뜨거운 기름 속에서
수리수리 치치치 치이치이
수리수리 치치칙 치이칙칙
주문 외우는
야채튀김
홀랑홀랑
하굣길 내 친구들
다 꾀어낸다
「수리수리 치치치」 전문
참 재미있고 기발한 동시입니다. 그것은 뜨거운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를 주문 외우는 소리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름에 ‘치치치 치이치이’ 튀겨지는 소리를 ‘수리수리 치치치 치이치이’라고 주문 외운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새롭고 독창적입니다. 시인은 항상 사물이나 현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기름에 튀기는 야채튀김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썼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동시입니다.
캠핑 가서 처음 만난 유기견
소시지 구울 때 졸랑졸랑 다가와
자석처럼 딱, 붙었다
내 마음에
생일 몰라서 미안
어릴 적 사진 없어서 미안
아픈 기억 잊으라고
신나게 뒹굴뒹굴
겨울이 와도 우리 집엔
일년 내내 봄이다
「우리 집 봄이」 전문
유기견에 대한 사랑을 담은 동시입니다. 모든 것을 사람처럼 생각하기에 이런 따뜻한 동시가 나왔습니다. 사랑의 마음을 지니면 ‘겨울이 와도 우리 집은 일년 내내 봄’일 것입니다.
최성자 시인은 자연과 동물과 사물에 사람과 같은 생명을 불어넣어 정감 있게 표현하였습니다. 자연과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속성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무 의자」 「수리수리 치치치」 「우리 집 봄이」 「민들레 씨 이사 가는 날」 「제트기 지난 자리」 등이 그런 동시입니다.
6. 글을 마치며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참 따뜻합니다. 그리고 참 착하고 순수합니다. 그의 동시는 중국의 학자 ‘이지’가 「동심설」에서 말한 순수하고 진실한 동심이 담겨 있습니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따스하고 착한 마음으로 불을 켠 ‘마음의 신호등’입니다. 늦게 피는 꽃인 아이들이 꽃 피기를 기다려주는 마음, 아기 두꺼비가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의 신호등입니다. 그의 동시는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줍니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어루만져주고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줍니다.
최성자 시인은 이해심과 배려심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화목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스하고 훈훈하게 동시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물에 사람과 같은 생명을 불어넣어 정감 있게 동시로 썼습니다.
그의 동시는 나팔꽃의 향기와 빛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팔꽃을 좋아하듯이 그의 동시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동시들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동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동시이기 때문입니다. 나팔꽃 같은 최성자 시인의 첫 동시집 「동물원에 간 마법사」를 읽고 아이들이 밝고 맑은 마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