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날개와 구름과 자판에 관한 기록
창틀에 햇살이 앉았다
비층구름에 울음 성단을 그리던
후조 개개비들이 상한 날개 죽지를 살피고 있었다
모항성을 비껴선 새떼가 흩어졌다 층층이 창공 테두리만 골라 다시 날아올랐다
전봇대의 애자碍子가 구름을 타고 울었다
때마다 난 애면글면 눈부신 햇살을 자판에 받아쓰곤 했다
손잡이를 돌리면 철커덩 쇳소리 창을 열어
젖은 날개를 고민했다
불온한 시간들이 죽지의 흔적마저 거두어 창은 찍소리 한 채 녹 설어갔다
구름은 울음 웃는 자세로 앓기 시작했다
관리비 독촉장처럼 집요하게 무거운 것들이 쌓이면
물걸레로 곰팡이를 덧칠하듯
훌 훌 새를 부르며 난 자꾸만 안으로 창을 닫아걸었다
날개가 돋으리라 기도하는 사이 자판을 두어 번 갈아치웠다
골방 알전구는 매지구름처럼 낮고 어두워서
창틀에 앉아 간절한 눈으로 남은 햇살을 가닥가닥 말아 올려도
자판에선 후드득 후드득 슬픔 돋는 소리만 들렸다
눈물은 숨은 날개를 달고 말라가는 것인가
비 그친 하늘 쪽으로 폭죽 같은 새떼는 피어오르는데
욱신거리는 통증을 견디느라 옴팡지던 내 자판엔
나도 모르는 주문들만 쌓여갔다
창과 날개와 구름과 자판은 흔적조차 없는 봄을 견디는 중이다
이령_경북 경주에서 출생. 동국대 법정대학원 석사, 2013년 시사사 신인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이사, 동리목월기념사업회이사. 웹진시인광장 편집장. 문학동인 Volume.
《웹진 시인광장 2018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