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운동회 얘기를 하자면 문제의 그 친구 놈이 등장 안 할 수가 없다. 내게 첫 부르스 파트너로 베개를 소개해 주고, 문둥이 취급을 받아 내게 꽁트의 소재를 제공 했던 글마. 언젠가는 이 놈이 어디서 술 먹고는 그 다음 날 시험 보는 내 방에 쳐들어와 자면서 밤새 온 동네가 떠나가게 ‘오바이트’를 외치는 그 놈 머리에 쓰레기통 받치다가 머리가 아프다는 그 놈 말에 ‘맞아 플라시보 이펙트’ 하며 서랍에 굴러다니는 소화제를 주었더니 그 때부터 새벽까지 ‘아이고 배야’ ‘아이고 머리야’ 하면서 밤을 새우는 걸 보고는 그래 책에 쓰인 것 하고 실제 인생은 역시 같지 않다는 진리를 내게 일깨워준 그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것은 고3 때였다.
한번도 같은 반이 아니었고 뭐 서로 둘 다 그리 뛰어난(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학생이 아니었던 그놈과 내가 친구가 된 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한 놈 고3 때 반친구가 필요해 진다. 그 반친구는 두가지 에피소드로 기억되는데 둘다 술과 관련이 되어진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시골 출신답게 제법 뚝심도 있었고 마음 씀씀이도 괜찮았던 그 놈이 내게 우리 고3 도 되고 공부도 좀 해야 되는데 스트레스도 풀 겸-공부도 하기 전에 풀 생각부터 먼저 한다-가끔 만나서 공부 얘기도 하고 밥이나 먹는 모임이 하나 있는데 나 보고 거기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간 곳에서 문제의 그 부르스 사부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주제하고는 한 참 벗어나는 것이지만 그 반친구하고 있었던 일화도 집고 넘어가자. 한번 연기된 고3 소풍을 기어코 간 날이었다. 앞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여하튼 장위동 쯤 있는 어느 야산을 일마와 내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익히 이 놈의 술버릇을 아는 놈들은 이미 사라지고 역시 우유부단한 내가 남아 이 놈을 달래서 자취방에 데려다 주려는데 시골출신 답게 힘이 장사인데다가 술기운 까지 가세한 글마한테 오히려 끌려 다니던 형상이 기억난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버스 안이다. 그 놈은 교복 나는 삼년 내내 입고 다니던 교련복, 이렇게 입고 있는 두 학생이 버스에 서 있는데 한 놈 입에서는 연신 육두문자가 나온다. 옆에서 조금 순진해 보이는 또 다른 학생 하나가 뭐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 친구는 들은 체도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럴 때 승객들의 반응은 그 당시에도 역시 ‘뭐 내 자식 아니니까5A1? 로 우리 두
사람은 버스 속에서 철학적 의미 그대로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길음시장 안에 있는 그 놈의 외할머니인가 친할머니인가 하시는 할머니한테서 몇 천원을 받아 시장안 골목 어느 약국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래도 좀 나이 들어 보이지만 그 당시 그 새파란-다시 생각해 보니 술 때문에 얼굴이 빨갰었던 거 같다- 얼굴로 교련복을 입고 들어가 그 약사 분 한테 ‘저 아저씨 술 깨는 약 좀 주세요’ 했을 때 그 분이 날 보며 짓던 그 한심해 하던 표정도 기억난다. 그로부터 약 일년 뒤 또 다시 실연을 하여- 소풍 날의 폭음도 실연 때문이었다, 뭐 무슨 연례행사 쯤 되는 것 같다-입영을 하던 말 그대로 입영전야에 또 쇼쇼쇼 가 한 판 더 있었었지만 그 얘기는 그만 줄이자.
여하튼
그 한얼회-이 이름 내가 지었다-에서 고3들이 모여 처음에는 그래도 학원이 어디가 좋네 머 이러면서 떡볶이 먹고 잘 나갔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디립다 공5BA罐? 하겠다고 해도 딴 마음이 생기게 마련인데 우리 모임의 원래 취지가 ‘공부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도 좀 풀고’가 아니었던가! 만남이 거듭되면서 어디서 배웠는지 담배를 피워 무는 놈도 하나씩 늘어났고 중국집 그 누런 사기 컵에 가방에 몰래 숨겨 가지고 들어 온 소주를 따라 마시는 놈들도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왜 해보셔서들 알겠지만 나쁜 짓이라는 건 참 배우기도 쉽고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꼬리가 개를 흔든다더니 어느새 모임에서 공부 애기는 뒷전이 되고 짬뽕 국물에 소주 마시는 모임으로 변질이 되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니었고 기냥 담배 좀 피고 술 좀 마시고 까부는 -그게 불량스러운 것의 척도인가?-고등학생 들이었다고 기억된다.
이들 하고 멀어지게 된 것도 참 철없는 얘5B1? 중에 하나다.
2학기 들어 무슨 시험에서 나하고 그 부르스 사부가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자 그 한얼회에서 나온 의견이 ‘야 우리 이제 시험도 얼마 안 남았으니 마음도 잡을 겸 그 돈 가지고 교외선 타고 어디 가서 야영하고 오자. “ 지금 생각하면 아니 기차타고 가서 텐트치고 노는 거 하고 시험 앞두고 마음잡는 거 하고 무슨 관계인가 라고 하겠지만 그 당시 우리는 아무도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기타를 빌리고 텐트를 빌리고 하여 들뜬 마음으로 일영(아마도) 어딘가의 계곡으로 놀러를 갔었다. 기억나는 건 별로 고체연료에 얇은 돌을 올리고 고기 굽는데 익지 않았던 기억 그리고 밤에 추워서 불피우고 그 주위에서 자고 일어 났더니 얼굴이 전부 검댕이 투성이었던 것 정도가 생각난다.
여하튼
그 여행의 목적대로 공부에 일로매진? 하고 있던 어느 날 학생부에서 나를 찾았다. 아니 나 같은 범생이를 왜 학생부에서 찾아 하는 마음으로 갔더니 나보고 어느 어느 날 어디로 놀러 갔었느냐는 확인이었다. 속으로 이야 별걸 다 아네 하며 확인을 해 주었더니 교련담당이신 그 선생님 왈 ‘이 새끼가 제일 나쁜 놈이네’하시며 신체부위를 무작위로 때리시더라구. 사연인즉 야영한 날 조리를 위해 칼을 가져갔는데 낚시가 취미시지만 도구 관리를 안 하시는 아버님 덕분에 우리 집에 있는 녹이 좀 슨 나이프-재크나이프라고 까지 하기는 뭣하고 그래도 접었다 폈다는 되는 -중 하나를 들고 갔는데 이걸 내 친구 중 한 놈이 가져갔는데 이 게 그 놈 반에서 돌고 돌다가 어느 그 반 친구가 가지고 있다가 그 놈-의정부 깡패였다고 기억한다. 우리 반에도 한 친구 있었는데 결국 그쪽으로 풀렸다가 요즘은 술 도매상으로 엄청 잘나간다고 저번 반창회 때 2차를 몽땅 쏘았다는(치과의사는 죽었다 깨어도 못하는) 전설이 들리기도 한다.- 이 지네 동네에서 싸우는 도중에 그 칼을 사용하게 되었고 문제의 범행도구의 행적을 찾다가 내가 학생부로 끌려가게 된 것이었다. 예비고사를 한달인가 앞두고 매일 학생부에 나가 반성문-그런데 뭘 잘 못했는지 알아야 쓰지-쓰기를 삼일인가 사일, 얘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이라는 담임선생님의 비호로 영 못마땅해 하는 학생부 선생님의 시선을 뒤로 하고 학생부실을 나올 수 있었다.
이 사실은 당연히 집으로 통보 되었고 공부한다고 집을 비운 그 나날들이 사실은 친구 놈 자취방에서 뒹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는 걸 안 우리 엄니 당근 친구들과의 만남을 블록 하셨고 뭐 그리 잘한 것도 없는 나로서도 머 글마들이 줄리엤도 5BE틈祁? 반대를 무릅쓰고 만날 필요는 없었고 대학 들어가서 만나도 되었었고. 그런데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그걸 계기로 모임이 끊어지게 되니까 다시 모임이 이어지지도 않게 되고 그렇게 고삐리로서의 학창시절은 끝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