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미 변호사 라파엘 최(최응환)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혼동하는게 많이 있어서 설명을 좀 하겠다"며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의 시각에서 쉽게 정리한 글을 게재했다. 최 씨는 "참고로 나는 양의사도 한의사도 약사도 아니다"며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할 의학 상식을 말해주는 것뿐"이라고 적었다. 어려운 전문 용어 없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잘 정리한 글로 전문가의 견해와 부합한다고 판단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확대 그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1. 바이러스는 세균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RNA만 있고 DNA가 없거나, DNA는 있고 RNA는 없으므로 온전한 생물체라고도 할 수 없다.
2. 세균·박테리아는 생물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죽일 수 없다.
3. 바이러스는 숙주 밖에서 활동할 수 없다. 숙주에 침투해서 활동한다.
4. 숙주 밖에 있을 때는 외부상황 즉 기온이나 햇볕 등에 의해 비활성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에 따라 일정 기온 이상이 되거나 햇빛이 강하면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을 오해해 27도 이상 되면 죽으니까 뜨거운 물을 마시라거나 감염자가 햇빛을 쬐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등의 엉터리 권고도 유행한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특정온도에 따라 비활되거나 햇빛 때문에 비활되는 건 바이러스가 숙주 밖에 있을 때 얘기지 몸안에 침투한 이후에는 전혀 해당이 없는 말이다.)
5. 숙주 밖에서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활성화 돼 있거나 비활성화 돼 있는 상황에서는 알코올이나 소독제로 바이러스를 '파괴' 시킬 수 있다. (죽인다는 말은 좀 부정확한 표현. 원래 살아있는 게 아니니까.)
6. 바이러스가 숙주 안으로 들어와서 숙주의 세포에 침투하면 이때부터는 바이러스를 파괴시키는 것이 엄청 힘들어진다. 즉 세포를 죽이지 않고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그런 독한 약품을 인간 몸 안에 들이부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몸 안에 들어온 이후에는 이런 약품들로는 당연히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면서 할 수는 있겠지만.
7. 다행하게도 인체에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메커니즘이 내재한다. 첫째, 신체 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인터페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여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둘째, 세포에 자체적으로 바이러스의 RNA를 파괴하는 효소(enzyme)가 있어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이를 RNA 간섭(RNA Interference)라고 한다. 셋째, 일부 혈구(blood cell)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8. 불행하게도 이런 신체의 내재적 방어체계 말고 일단 신체에 파고들어 자리잡은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즉 anti-virus라고 하는 항바이러스제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9. 신체 안에 자리잡은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건 어렵지만 몸이 자체적으로 이런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과 파괴력을 기르게 하는 항바이러스 백신은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백신 자체가 몸 안에 자리잡은 바이러스를 파괴하지는 못한다.
10. 그러므로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몸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속된 말로 일단 몸 안에 들어오면 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 안에 들어와도 무슨 약으로 바이러스를 죽이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우 리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켜놓는 것이 중요하다.
11. 마스크를 쓰고 손을 닦으라는 말이 한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세균에 대비할 때는 '소독' 또는 '멸균'을 생각하는데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비누나 가글 등으로 소독되거나 멸균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균감염을 막는 것과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세균은 몸에 들어오기 전에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죽이는 게 아니라 그냥 몸에 안 들어오도록 물과 마스크 등으로 최대한 막는 거다.
바이러스를 인체를 손상하는 화학약품처럼 생각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유독성 화학물질은 비누로 죽이거나 소독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다. 몸에 침투하지 않도록 해서 즉 입을 가리고 손을 닦아서 유독성 물질이 신체 내로 침투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처 UPI뉴스 / 정리=이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