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패배한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이 이긴 것도 아니다. 비록 우리의 설계는 승인되지 못했지만 저들은 애초에 설계같은게 없었다. 단지 우리의 안이 부결되었을 뿐, 저들의 안은 원래 없는 거다.
필자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데 희망은 절대 나이와 함께 가는 것이다. 50을 넘으면 계획을 거두고, 씨뿌리기를 멈추고 수확을 챙기고 휴식을 취하는게 맞다. 희망없는 사람의 선택은 뻔한 거다.
필자의 설계는 대한민국호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일본은 정확히 80년대까지만 진도를 나가주었다. 잃어버린 10년은 20년이 되고, 30년이 되고, 40년이 되고 계속된다. 왜? 새로 태어날 아기가 없으니까.
오바마도 히스패닉 인구로 이긴 것이다. 2002년 우리의 승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비중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인구가 줄고 있다. 새 집을 살 사람이 없다. 아파트값만 폭락하고 있는게 아니다.
미래도 함께 폭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처럼 된다. 일본은 경제로 잠시 세계를 놀래켰으나 거기까지였다. 경제동물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 역시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역시 일본처럼.
강론게시판에 올린 포크 트릭 동영상과 같다. 축이 날개를 제한하는 현상이다. 딱 그거다. 왕을 만들어서 축으로 삼아 날개의 전개를 방해한다. 계속 사건을 원위치로 되돌린다. 판은 안정된다. 죽는다.
패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리적인 고립에 의한 왕조신앙, 곧 박근혜 신앙이다. 격리된 나라들은 원래 그 나라를 하나의 독립된 생태계로 만들려고 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어떻게든 왕을 만들어낸다.
왕은 없고 대신 왕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이는 물욕에 찌든 기성세대의 심리적 공허감에 따른 격리불안, 존재불안 때문이다. 그것이 북한에서는 김씨왕조를 낳고 남한에서는 박씨왕조를 낳은 것이다.
또 하나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의 종결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국가를 총 보수화 시킨 것이다. 이건 둘 다 답이 없는 문제다. 지리적인 격리와 인구감소의 극복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은 희망없다.
세계를 발견하는 수 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사랑을 거두면 마음은 편해진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나의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된다. 이방인의 마음이면 된다. 남들을 남보듯이 하면 된다.
어쩌면 수구들은 먼저 그런 경지에 도달한 자들일지도. 그들은 동포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으로, 죽어가는 이를 기억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둥피둥 살찌고 건강해졌다.
다른 것은 그들은 그게 다라는 것, 우리는 그래도 희망은 있고 계속 간다는 것이다. 단지 한국모델을 버릴 뿐이다. 하늘도 그대로 땅도 그대로 진리도 그대로 세계도 그대로다. 그 세계를 발견하면 된다.
우리는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의 세상을 건설하면 되고, 그것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면 된다. 한반도 안에서 정치적 성공은 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지금 좌절할 이유가 없다.
5년후 혹은 10년 후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과 확실히 달라질 일은 없을 듯 하다. 일본 역시 잠시 희망의 고개를 들다가 다시 파묻어 버렸다. 두더지처럼 숨어버렸다. 원래 버릇이다.
구조론은 그렇다. 계속 뻗어가든가 아니면 죽는다. 대한민국 모델로 세계로 뻗어갈 일은 없게 되었다. 보여줄 것은 여기까지. 그렇다면? 국가모델은 잊어버리고 다른 쪽에서 또다른 활로를 열어갈 밖에.
나는 한국을 덜 사랑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줄일 것이다. 대신 세계를 발견할 것이다. 조직은 어떻든 생장점을 살려 계속 뻗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하나를 버리고 다른 것을 취할 밖에.
배가 가지 않으면 배를 버릴 밖에. 그래도 진리는 남아있고 삶은 계속되고 희망은 계속 간다. 단지 한국모델이라는 카드 하나를 꺾을 뿐. 인간에 대한 신뢰는 계속간다. 돛이 망가진 한국호를 버릴 뿐.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면 우리만 세계최고로 옮겨타면 된다. 몸이 못가면 마음을 옮겨가면 된다. 옛사람들은 현실도피를 선택했다. 우리는 진리로 도피하면 된다. 마음이라도 편하게 말이다.
투표율 75퍼센트 넘겼으면 할만큼 한 것이다. 목표는 초과달성이다. 그래도 졌다면 구조의 문제다. 이건 답이 없는 거다. 구조론은 언제라도 밖에서 답을 찾는다. 한국을 잊고 밖으로 눈을 돌릴 밖에.
애초에 나는 한국 안에서 한국사람이 아니었다. PC통신이 생기고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을 보고 다시 한국 안으로 진입한 거다. 그리고 한참은 행복했다. 한국과 한국인을 믿었다. 거기까지다.
그새 PC통신은 인터넷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모바일로 발전하고 있다. 나는 한국과 가까워졌다. 긴밀해졌다. 그동안 세상은 세계와 더 가까워졌다. 한국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 병을 부른다는 생각이다.
한국을 잊고 세계시민으로 살면 된다. 이건 일본 지식인들의 정신승리법이다. 우리가 일본을 비난하면 그들은 세계시민론으로 맞받아친다. 세계시민인 자신에게 왜 지엽말단의 일본을 거론하느냐다.
'일본 문제는 일본한테 따지지 왜 나한테 따져? 난 일본인이 아닌 세계인이라구.' 그런데 지켜보면 뭐 일본이 그다지 세계시민이 된 거 같지는 않다. 어쨌든 이 비극 앞에서 나의 새로운 설계는 이와 같다.
한국을 덜 사랑하고 대신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김기덕 감독이 그랬듯이. 언제라도 내가 갑이 될 뿐 을은 되지 않는다. 한국 안에서는 저들이 갑이나 세계 안에서는 아니다. 나의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의 단점은 지리적인 격리다. 한국의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 속도다. 유연한 적응력이다.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격리되어 있기에 작은 나라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거다. 그런데 그게 다다.
이번 선거는 본질의 단점 앞에서 장점이 한계를 보인 것이다. 정치로는 더 이상의 길이 없다. 이제는 탈정치 할 밖에. 정치를 투쟁의 대상에서 풍자의 대상으로 바꿀 밖에. 희망은 살려가야 하니까.
젊은 분들은 다를 것이다. 5년 후를 기약하면 된다. 필자는 탈정치, 탈한국하고자 한다. 그래도 진리는 계속 가야 하고 그래도 희망은 계속 가야 하니까. 정치 이야기 줄이고 구조론 이야기에 집중한다.
첫댓글 문제는 20~30대에도 꼴통들이 많다는 점... 현재와 같은 인구 구조에서는 미래는 없어요.
김동렬이라... 이분 생각을 종잡을 수 없네요. 20-30대 박정희키드세대 자식들이라고 버린다고 할적은 언제고..386세대 자식들인 10대들에게 기대한다나...이젠 한국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시다니. 이분 말에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매끄러운 글솜씨로 결국 하려는 말은.. 버리겠다, 도망가겠다는 거군요
한국을 버리고 세계인으로 산다.. 가족도 버리고 이웃도 버리고.
길에서 누가 봉변을 당해도 모른척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할까요? 그럴까봐요.
전 딱 4년6개월을 그렇게 살겁니다. 제심정입니다. 뭐 굳이 한국에 애정을 갖을 필욘 없지요 내 가족과 내 주위를 사랑하면서 소시민으로서 그렇게 살겁니다 ^^
정치로는 길이 없다니..우리아이들 어쩔... . 배를 버리려면 .. 숙제구나..우리아이들..이런 구조속에 노예로 살게 하고 싶지 않은데..
저는 20대에 세계로 나가보고 지금은 호주에 살고있어요 제 경험상 자기가 나고 자란 조국은 설사 버리고 싶어도 맘속에서 절대 버려지지가 않아요 마치 태아가 엄마랑 탯줄로 이어진거랑 같아요. 이글 쓰신분은 실제 외국에서 많이 살아보지 않으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