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을 듣고, 연꽃을 감상한다' 는 의미의 '청금상련'은
연꽃이 피는 초여름 어느날~
높은 담장으로 은폐되고 연꽃이 핀 아름다운 연못가, 고위직 양반의 호화 저택 뒤뜰에서 세명의 양반이 기생을 불러 그들만의 은밀한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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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관찰사가 영월로 가는 행차는 요란하다.
오색 깃발이 청명한 초가을 하늘에 펄럭이고 나팔소리는 산골짝에 울려 퍼졌다.
말을 탄 관찰사는 늠름하다.
우람한 체구에 이목구비는 뚜렷하고 검은 수염은 소슬바람에 휘날린다.
그 관찰사가 영월에 당도했다.
마을 십리밖에서 기다리던 현감이 관찰사를 모셔 왔는데, 영월 공관이 지난여름 수해 때 지붕이 무너져 크게 수리를 하고 있는 터라 할 수 없이 큰 기와집인 오진사집에 거처를 정했다.
오진사집 사랑방에서 한참 쉬고 나자 저녁나절 현감이 와서 관찰사를 모셔 나갔다.
오진사 내외는 관찰사가 주연을 마치고 나면 으레 수청기생을 데리고 올 거라고 여기고 넓은 금침을 펴 놓았는데, 밤늦게 돌아온 관찰사 일행에 수청기생은 없었다.
그런데 현감이 오진사에게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진사~
따님은 왜 관찰사에게 얼굴을 보였소?”
현감과 일행들이 돌아가고 관찰사는 홀로 사랑방에 누웠다.
안방에서 오진사가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
할 수 없소.
딸애를 살리는 길은 그 길뿐이오.”
열여덟 딸은 안방으로 들어가고 오진사 부인이 몸단장을 하고 딸이 거처하는 별당에 누웠다.
밤은 깊어 삼경일제 관찰사가 몰래 별당으로 들어갔다.
옷고름을 풀면서 관찰사는 딸이 아니고 그 어미라는 걸 알았지만 어쩔 것인가?
어미를 내보내고 딸애를 들여보내라고 소란을 피울 수는 없는 일아닌가?
어미는 관찰사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아직 삼십대 후반이라 몸은 농익었다.
관찰사는 천하의 오입쟁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오진사 부인은 딸을 살리는 길이라 자위하며 언제 또 딴 남자에 빠져 보랴 싶어서 등줄기에 땀이 흐르도록 요분질을 해댔다.
관찰사는 감주를 마시고 또 한번 오진사 부인과 합환을 한 후 흡족한 마음으로 사랑방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관찰사는 오진사를 불러 임금님의 친필족자를 건네주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오진사 가슴속의 응어리를 말끔하게 풀어 줬다.
몇달 후~
오진사는 동네 가운데서 논의 경계 문제로 박초시와 삿대질을 해대며 싸움이 붙었다.
양대 부자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싸우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박초시가 금도를 깼다.
“네놈이 마누라를 발가벗겨 관찰사 침소에 들여보내고 족자 하나를 받아 희희낙락한다지.”
동네 사람들이 침을 삼키며 오진사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의외로 오진사는 껄껄 웃었다.
“관찰사가 네놈 집에서 잤다면 네 딸년에게 눈독을 들였겠느냐?”
사람들이 와~ 웃었다.
박초시 딸은 박박 얽은 곰보로 나이 스물이 넘었는데 혼담조차 없다.
오진사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네 딸년을 살리겠다고 들창코 돼지 마누라를 들여보냈다면 관찰사가 네놈 집에서 객사했을거다.”
동네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자 붉으락푸르락 박초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첫댓글
다툼이 있더라도 가족을 건드리는 건 아닌디요 ~ ㅎㅎㅎㅎ 웃고 갑니다
그러게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