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김건희 박사논문 지도교수, 3개월 전엔
전승규 국민대 조형대 교수 4월달 인터뷰 공개.. 문제의 'Yuji' 학술논문 교신저자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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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입장한 모습. 부인 김건희씨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쓴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등에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대가 조사 절차에 들어가면서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김건희 대표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2008년 2월 발표)을 지도한 교수는 전승규 국민대 조형대학 영상디자인학과 교수다. 전 교수는 김 대표가 박사학위를 받기 직전인 지난 2007년 <한국디자인포럼>이라는 학술지에 김 대표와 함께 다른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006년에 출간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의 공동번역자로 참여했는데 당시 번역을 감수한 이가 전 교수다.
최근 김 대표의 논문들이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언론들이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지도교수였던 전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도 전 교수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표절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를 두 차례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전 교수는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논문의 표절 의혹이 불거지기 약 3개월 전인 지난 4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4월 19일 "그런 논문 실은 적 없다" → 20일 직접 전화해 "착오...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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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박사학위 취득 전에 <한국디자인포럼>에 쓴 학술논문. 논문의 제목 가운데 '유지'를 'Yuji'라고 번역한 점이 눈에 띈다. |
ⓒ 한국디자인포럼 |
당시 김 대표의 학력(대학·석사·박사)을 검증하고 있던 기자는 지난 4월 19일 김 대표의 학술지 논문 공동저자이자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던 전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디자인포럼>에 실린 논문('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관한 연구')을 언급하며 '김 대표와 함께 작성한 게 맞나?'라고 묻자 "제가 (그런 논문을) 실은 적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렇다면 김 대표가 교수님 이름을 도용한 거냐?'고 캐묻자 전 교수는 "그럴 리 없다"라고 답변한 뒤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로 인해 박사학위 논문에 관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4월 20일) 전 교수는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와 "어제 <오마이뉴스> 기자의 전화를 받고 (얘기)한 내용을 바로잡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같은 날 오후 전 교수와의 전화인터뷰에 나섰다.
전날 "그런 논문을 실은 적이 없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전 교수는 "기자님이 언급한 이름(김명신 - 개명하기 전 김 대표의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그런 학생과 논문을 썼을 리 없다'고 했다"라며 "14년 전 일이라 전혀 감이 안와서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라고 해명했다. 전 교수는 "전화를 끊고 그때 자료를 확인해보니까 (김 대표의) 지도교수로서 (학술지 논문의)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더라"라며 "(제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 학술논문은 그런 관행(지도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명신 학생이 정상적인 지도절차를 꺼쳐 (학술지에) 논문을 썼는데 순간적인 제 착오 때문에 우리 학생에게 불이익이 가면 안되기 때문에 정정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린 것"이라며 "어제 통화한 내용을 바로잡아주길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운세·아바타 등 젊은이들 관심사 잘 포착... 발표 때 가장 많은 박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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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논문주제가 '운세 콘텐츠'라는 점이 눈에 띈다. |
ⓒ 국회도서관 |
기자는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는 운세 콘텐츠도 다루나?'라는 질문에 "콘텐츠학과에서는 영역이 (넓어)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영역이 넓은데 어떻게 운세 콘텐츠로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잡았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학생들이 석·박사 할 것 없이 웹사이트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다뤘기 때문에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학술지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와 내용이 거의 같다'는 지적에는 "문제가 안되는 걸로 판단해서 진행했다"라고 답변했다.
전 교수는 "디자인쪽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져 그런 부분(논문 주제)에서 자유롭게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 뒤 "기억 나는 게 하나 있다"라며 김 대표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박사논문을 다 쓰고 나서 논문을 발표하는데 김명신 학생이 교수들이 모인 데서 발표했다. 그 당시 김명신 학생이 박사논문을 프리젠테이션해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교수들도 (김명신 학생에게) 덕담을 했다."
기자가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이 독창적인 논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그렇게 생각했다"라며 "운세 콘텐츠나 아바타라는 개념 등 박사논문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잘 포착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끝으로 김 대표가 공동번역자로 참여한 <디지털 미디어 스토리텔링> 번역 감수와 관련해 "일부 번역을 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렇게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답변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하고,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과 관련된 일화를 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던 전 교수는 현재 일체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인 김 대표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발표했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논문 세 편이 모두 표절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국민대는 지난주부터 김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윤리위원회를 가동했다.
최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김 대표가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라는 회사 대표의 사업계획서를 자신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탈바꿈한 걸로 보인다"라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H.CO,.Ltd)의 디지털콘텐츠 기획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8일 "아마 어떤 단체와 개인들이 이의제기해서 대학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문제다"라며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술적인 판단을 해서 진행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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