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 외출해서 달랑 순대국 한 그릇 먹려고 나간 꼴이다.
오늘은 주말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동창회 뫼패(산악동호회)가 금년도 산행을 개시하는 날이다.
집행부로부터 참석하라는 통지 받고서 일단 참석한다고 통보.
그런데 날씨라는 변수가 있을 줄이야 미쳐 예상못했다.
어제 오늘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밖에 나가기가 그렇네.
나의 몸 상태를 잘 관리해야 처지이고 보니 아무래도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오늘 아침에 길라잡이(산행대장)칭구에 콜하여 날씨떄문에 안산 둘레길 걷기는 못하고
같이 점심이나 하겠다.
안산길을 돌고 나면 그 아래에 있는 영천시장 내의 유명한 순대국 식당에 가 뒤풀이하곤 했다.
나도 그 식당에 간 적이 있어서 점심때에 간다고 하고는 끊었다.
10시에 모여 둘레길 돌기 시작하면 대충 2시간 반에서 3시간 사이에 일주 걷기할 수 있기에
나름 시간에 맞추어 갈 요량으로 집에서 나올 시간대를 은근히 계산하고 있었다.
그래서 11시경에 문자를 넣었다. 아뿔사,회신이 오지 않는다.
난 내 생각만으로 안산걷기를 3시간 가량으로 짐작하고 집에서 11시 45분경 나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대로 역으로 가는 마을 버스도 오지 않아 기다리게 되고 버스
타고서 역에 도착하여 전철 탑승구 앞서 또 시간 대기하네. 이러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늦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 수밖에.
전철 타고서 영천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영등포역를 지날 무렵에 콜이 왔다. 받아 보니 신임 총무하는 칭구한테서 온 전화이다. 내용인즉,걷기 마치고 일행들이 음식 먹고 있다는 것이다.
알았다 하고는 폰을 넣고는 좌석에 앉아 달리는 전철에 속으로 바란다. 어서 갔으면 좋겠다고.
거기 가는데는 신길역서 5호선으로 T/S해야 한다. 여기서 또 시간이 걸린다. 5호선 타고는
서대문역에 하차하여 지상으로 올라오려는데,이게 뭬야? 응아가 날 부른다. 해우소(화장실)에 가 생리 작용 해결하고는 지도 확인하고서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나왔다. 독립문으로 향하는 대로
차량들이 분주히 달린다.난 어차피 늦은 탓에 걸음걸이 속도를 내지 않고 평소의 속도대로
걷는다. 간간이 부는 찬바람이 얼굴 전면에 때린다.바람이 장난이 아니다.이렇다고 해서 뛰어서
갈 수는 없잖아!
요새 걸음걸이 속도가 좀 더딘 탓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거듭 표현하지만 나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걷고 또 걷다가 보니 영천시장 입구가 보인다.
시장안으로 가지 않고 대로변으로 간다. 대로변에 그 식당의 문이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늘 걷기 참석한 일행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일이 인사 할
수가 없다. 대충 왔다는 신호만 하고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미 칭구들은 거의 음식 섭취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총무인 칭구가 나 보고 점심으로 순대국 하나 먹으라고 한다. 별 수가 없지. 식당 안
보니 오늘 행사에 참석한 동기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이 없다.
서둘어 다 먹은 칭구들이 빠져 나간다. 이렇다 보니 칭구들을 삼삼오오씩 문을 열고 나간다.
나 홀로 남겨져 음식 오기 기다린다. 잠시후에 총무하는 칭구가 들어와 마주 보는 자석에 있다.
마치 순대국이 내 앞에 놓인다. 역시 궁물이 맛있다. 찬 공기를 접한 탓에 몸에서 따뜨한 궁물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내 먹는 사이에 칭구들이 떠난 빈 테이블에 다른 손님들로 채워진다.
이 집이 유명한 탓에 벽에는 이 집을 찾았던 여러 유명 인사들의 친필 싸인들이 거대한 숲을 조성
하는 듯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앞에 기다리고 있는 칭구 보니 빨리 음식을 삼킨다. 다들 가고 그 칭구만 의리 지킨다고 있는데,밥을 느리게 먹을 수 없잖아! 나름 빠른 숟가락 동작으로 위에 들어가도록 했다.
순대국 한 그릇 대충 비우고서 자리에 일어나 대로로 나간다. 그 칭구하고 인사하고는 다시
귀가한다.
오늘 나의 외출기를 보니 딱히 삶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순대국 하나 먹겠다는 꼴로 전철 이용해서 갔다가 왔다가 하는 정도이다마 사람 사는 경우가
어디 이런 것만 있겠는가? 식당 안에서 본 여러 칭구들의 얼굴색이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똑같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듬뿍 안아 가는 격이라고 말하고 싶다.설도 지나고 보니 억지라도 한 살 더 먹게 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는 그게 더 중한 거 아니여?
어찌보면 순대국 하나 정도 사는 동네에서 맛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외부로 나가 시간 투자하면서
동기들의 안면을 대하니 말할 수 없는 동기적인 에너지를 무한대로 흡입한다고 느낀다.
사람 산다는 거 별 대수인가? 이렇게라도 해서 친근함을 가까이 체득한다는 것이야말로 돈 주고도
못사는 사람과의 관계이자 동기애의 축적이 아닌가 싶다.
첫댓글 순대국 한 그릇에 우정이 듬뿍 묻어 납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셨네유.
건강하셔서 산행 가시는 것이 부럽습니다.
나도 빨리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어제 산행은 못하고 점식만 한 그릇 했습니다.
@에나가 잘하셨어유.
화이팅.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서민 음식인 순대국에도 애환이 있겠지요.
안산자락길 걷고 영천시장 순대국으로,,
저의 아파트 뒤가 안산입니다..!!
좋은 곳에 사시네요.
살아가는 얘기.....
너무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ㅎ 마실삼아 나갔다가 온걸로 생각하시죠
삼십대 초반에 가끔가서 시장통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소주 마시곤 했죠
회사직원이 그쪽에 사셔서 갔었습니다
시장통에 사람사는 얘기들이 훈훈하지요.
걷기위해서 라도 그렇게 참석을 하시는것이 좋구요
더구나 산행은 더할나위도 없지요 늘 즐산,안산 하시길요
고마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뫼우들과의 만남서 늘 삶의 기운을 얻어 가는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