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인 처서(處暑)도, 제9호 태풍 ‘종다리’도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서쪽으로부터 유입되면서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찜통더위는 이달 말까지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31일까지의 중기예보에서 낮 기온이 30~34도로 평년(최저기온 19~23도, 최고기온 27~30도)보다 조금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처서인 22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가끔 비가 내리겠다. 비는 이날 밤에 대부분 그치겠지만 경기 동부,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내륙, 전라 동부, 경상권, 제주도는 23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겠다. 처서인 22일 전국 주요 도시의 최저/최고 기온은 서울 27∼30도, 춘천 26∼30도, 대전 26∼33도, 광주 27∼33도, 대구 27∼35도, 부산 28∼33도, 제주 29∼34도 등이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31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발생하면서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는 같은달 15일 이후 37일째 열대야가 지속 중이다. 역대 두번째로 긴 열대야 기록인 2016년의 39일에 이틀 차로 다가선 기록이다. 부산은 이날 최저기온이 24.7도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이 26일에서 멈췄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더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9~24도, 최고 27~31도)보다 높겠으며, 폭염특보가 발효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35도 정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9호 태풍 종다리는 21일 오전 9시쯤 강화도 북북동쪽 약 30㎞ 부근 육상에서 소멸되었지만 이 열대저압부가 수도권 부근까지 올라오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아침 경기 김포 대곶면에는 1시간 동안 72.5㎜의 ‘극한호우’가 쏟아졌으며, 충남 서산과 태안 등 열대저압부가 가까이 지난 서해안에 100㎜ 넘는 비가 쏟아졌고, 한라산과 지리산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처서날 비가 오면 처녀가 울고 간다는 말이 있다. 대추가 익어가기 시작하는 처서 앞뒤로 비가 내리면 대추가 익지 못해 혼사를 앞둔 처녀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요즘 혼수 문제로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도 하는 것에 견주면 대추 팔아 혼수 장만하던 때만 해도 순박했다. 처서비가 그쳐 대추 풍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