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명량, 한산, 노량) 中 두 번째 작품,
< 한산 : 용의 출현 > 속 정보름의 이야기
정보름(김향기)은 조선시대 화포장의 딸이었다.
* 화포장: 총, 포, 화약 따위를 만드는 일을 맡아하던 사람.
그러나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쟁으로
하나뿐인 부모를 잃고
조국을 되찾기를 꿈꾸며, 세작(첩자)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조선의 기녀가 된다.
보름은 부산포를 점령한 왜군 수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의 최측근이 되어
군사회의에서 보고 들은 중요한 정보들을
임준영(옥택연)을 통해 조선군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조선과 일본의 전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보름은 왜군의 연회장에 준영을 몰래 잠입시켰으나
이 사실은 곧 와키자카 야스하루에게 들통나고 만다.
"아와지까지 데려가고 싶었는데"
* 아와지=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영토. 고향.
보름은 와키자카의 말에 분노하며 그의 가슴에 비녀를 꽂아 넣었다.
위기에 처한 준영에게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나라 소리치고,
분노하며 추궁하는 와키자카를 꼿꼿이 쳐다보며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자결하고자 했다.
와키자카는 보름의 입에 손을 넣어 이를 막고자 했지만
결국 보름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세작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처단하고, 보름을 살려두라 명하는 와키자카.
보름은 혀가 잘려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막사에서 상처를 회복하던 보름은
항왜였던 준사(김성규)의 도움으로 부산포에서 탈출하고,
이순신 장군에게 서신을 전하며 세작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한다.
여기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왜 정보름을 살려두었을까?
세작질을 추궁하기 위해? 아니. 정보름을 총애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이성적인 전략가의 면모를 가진 장수로 표현하고 있다.
극 초반 와키자카의 첫 등장을 보면,
조선과의 전투에서 거북선을 보고 겁을 먹은 왜군들의 이야기를 듣고,
두려움은 전염병이다라고 말하며 무참히 죽여버린다.
와키자카는 같은 편이더라도 용맹하지 못한 나약한 인간은
쓸모없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토 요시아키(김성균)에 의해 목에 칼이 겨누어졌을 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초기 거북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전술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통해
냉철하고 전략적인 인물임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성적인 와키자카가
영화 속에서 이성을 잃고 무너지는 순간이 딱 두 번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으로 대열이 무너지고, 패배하였을 때와
정보름에게 공격당했을 때.
이성적이고 냉철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정보름이 세작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왜 필요 이상으로 분노했을까?
기녀 이상으로 정보름을 총애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와키자카가 보름을 총애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영화 내내 와키자카는 보름을 희롱하지도, 말을 섞거나 눈을 맞추지도 않는다.
그러나 와키자카의 곁에는 항상 보름이 있다.
자신의 오른쪽에 기녀를 둔 다른 장수들과 달리
왼쪽 구석에 보름을 앉혀둔 채 연회를 즐기고,
연회 중 전보를 전하고자 기녀들에게 자리를 비키라 협박하는 부하를 보고,
와키자카는 보름에게 따로 눈짓한다.
신호를 읽은 보름은 그제야 연회장을 나간다.
이 장면은 보름이 다른 기녀들과는 다른 위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보를 들고 온 부하)
(기녀를 물려라 부하에게 신호를 보내는 와키자카)
(기녀들을 협박하는 부하)
(보름에게 눈빛을 보내는 와키자카)
(신호를 읽고 연회장을 나가는 보름)
보름의 신분은 침략을 당한 나라의 기녀이다.
인질이나 마찬가지인 그녀가
다른 왜군의 말에는 움직이지 않았고,
수장 와키자카의 허락을 받은 뒤 움직였다.
정보름은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명령하에 움직일 수 있는,
달리말하면 다른 장수들의 명령에는 움직이지 않는,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사람인 것이다.
보름이 세작인 것을 들키게 된 상황을 다시 보면,
자막과 직역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 직역: 정확한 원문의 의미를 번역하는 행위
淡路までの道わ共にできぬか
(자막) 아와지까지 데려가고 싶었는데
(직역) 아와지까지의 길은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だが,
(자막) 또한,
(직역) 하지만,
女は生かせ
(자막) 저 계집도 살려놔라.
(직역) 여자는 살려라.
또한 보름이 와키자카를 공격한 장면을 보면,
(와키자카가 준영을 바라봄)
(보름이 와키자카의 부하를 바라 봄)
(와키자카가 부하에게 눈짓함)
(부하가 칼을 꺼내 공격할 준비를 함)
(보름이 와키자카를 공격함)
즉, 보름은 와키자카가 준영을 바라보았을 때부터
이미 와키자카의 마음을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름이 "죽어!!"를 외치며 와키자카를 공격할 때도
일본군 중 누구도, 옆에 있던 준영 조차도 보름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했으나
오직 와키자카만 보름을 돌아보며 반응한다.
그렇다면 정보름에 대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총애는 일방적이었을까?
아니었다.
부산포에서 탈출하여 세작 임무를 완수한 보름은
절벽 위에서 조선군의 승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벼랑 끝으로 걸어가
와키자카를 찔렀던 비녀를 손에 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왜군 진영에 잠입하여 균열을 만들고,
조선군에게 정보를 전함으로써 전투 진영을 무너뜨리고
결국 조선이 승리하였는데
왜 정보름은 자결하려 했을까?
보름의 자결은 와키자카의 총애가 일방적이 아님을,
서로를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감독은 왜 이순신 영화에
왜군과 조선 기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가?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정보름에게 왜 이러한 설정을 만들었는가?
사실 이것은 불쾌한 설정이 아니라 역사 속 실제 사례였다.
명량해전 뒤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역사, ‘어란 여인’을 말한다
http://www.hnsori.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3
* 한산의 정보름 = 명량의 정 씨 여인 (동일 인물)
정보름은 '어란 여인'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인물이다.
정보름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모든 임무를 끝마친 뒤 스스로를 죽여 마음을 끊어내려 했던 것이다.
영화의 주된 테마는 의와 불의이다.
의는 푸른색,
불의는 붉은색으로 표현한다.
보름이 입고 있는 한복 치마는 푸른색으로 의(세작)를 나타내지만,
치마의 안쪽은 붉은색으로 불의(또 다른 마음)를 나타낸다.
그러나 정보름은 의와 불의의 경계에서 의를 택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 배우들은 로맨스를 최대한 배제하고 인물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함
정씨 여인이 실존인물이라는 것이 흥미로웠고
자신의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정보름이라는 캐릭터가
논개의 인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쉬워서 길게 글 써보았음!!
춤추는 와키와 보름이 😄
문제시 수정
첫댓글 우와 신기하다 실화였구나
미친 관계성.......... .
와..
흥미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