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비공개로공개
출처 : 여성시대 비공개로공개
폰으로 한 자 한 자 적다가 도저히 열받아서 멤장에 저장했다가
결국 이 신성한 크리스마스 새벽에 이런 글이나 쓰고 있넹...항항..
일단 홍콩방은 첫 글인데 문제 있음 두,,둥글게 둥글게 알려줭ㅠㅠ
... 그냥 닉은 다른 걸로 바꿔타고 쓸게. 절반까지 썼다가 홀라당 날려먹고 다시 씀ㅠㅠㅠㅠㅠㅠㅠ
글은 매우매우 길고 사족도 종종 자주 나와. 긴 글 싫으면 그냥 납치 당할 뻔 했다가
신이 도우셔서 가까스로 살아서 또 한번의 삶을 부여 받고 그 날부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가 있는데 ... 이게 이 지역 생김새?나 특징을 아는 사람들이면
사족없이 얘기가 가능한데 그게 안되면 분위기가 와닿지가 않아서 보충설명이 좀 있다 ... ㅠㅠ
내가 15살 때 일이야.
난 가끔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때론 너무 슬퍼서 울다가도 이때 생각을 하면
내 현실이 아무리 아무리 길 없고 더럽고 어두워도 내가 있어야할 곳에서 '잘 살아있다'는 게 감사해.
그때 나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우연이 겹쳤었고 그게 결과적으로 나를 살렸어.
나는 무교지만 그래도 신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날 나는 정말로 신이 날 구해주셨다고 밖에 볼 수가 없어서.
중2때 우리 둘째이모부가 갑자기 대장암 말기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셨어.
엄마랑 이모들 통화도 잦아졌고 늘 이모부 병세 얘기였어.
그 이모부가 어릴 때부터 넘 가난하게 살다가 정말 성실성 하나로
일하고 모으고 일하고 모아서 자수성가 스타일이셨는데
벌써 많이 흐릿하지만 이모부들 중 제일 인자하고 순하셨는데 갑자기 그런일이 생기니까
엄마가 엄청 예민해지고 이모들도 걱정걱정뿐.
그러던 어느날 수업 다 끝나고 청소하는데 갑자기 담임이 나 부르더니
집에서 이모부 돌아가셔서 청소 빼고 나 하교 좀 빨리시켜달라고 전화왔다고 청소하지말고 지금 빨리 가랬어.
선생 말이 엄마가 버스타지말고 무조건 택시 빨리 잡아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오라고 그랬다고.
꼭꼭꼭 택시타고 빨리 오라고.
그래서 빗자루 들고있다가 가방챙겨서 왜 가냐고 묻는 친구들한테 대답해주면서 현관에서 신발신자마자 교문으로 막 뛰어나갔어.
그 와중에도 '와. 애들 다 학교에 있는데 나만 집에간다 'ㅇ' 날라리 같애' 막 이딴 생각하면서 나감. (순수해썽)
우리학교가 따악 주택가 사이에 꽉 끼어있었어. 정말 학교 사방이 가정집이었어.
정말 주택밀집 지역인데 학교가 그리로 이사옴.
그래서 길이 다 1차선(주택가 골목길)이라 차가 잘 안 들어오고 2대가 마주치면 싸움도 자주 나고.
근데 교문을 딱 나섰는데 교문 앞 사거리에 택시가 한 대 서 있는거야.
솔직히 난 태어나서 그때까지 택시를 혼자 타 본적이 한번도 없었어.
주로 집에서 노는 스타일이라 친구들이랑 시내 나가서 노는 타입도 아니었고...
한마디로 버스도 등하교길만, 택시는 혼자 타 본 적도 탈 일도 없이 15년간 살다가 처음 타는 날이었어.
엄마가 택시타고 오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댔으니까 그냥 빈 차길래 무작정 뒷좌석에 탔어.
" 아저씨,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주세요 "
라고 얘기하고는 바로 창문밖을 쳐다보는데
.
.
.
.
.
택시가 출발하지 않는거야.
이상해서 운전석을 보니까 룸미러로 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어
" ㅇㅅㅇ? 아저씨. 이 택시...타면 안 되는 거예요?..... "
그러자 말없이 아저씨가 택시를 출발시켰어.
순간, 쉬는 택시 올라타서 아저씨가 난감해져서 나한테 안 간단 얘기를 못 하게 된건가해서 좀 걱정하기도 했어.
내가 택시는 잘 모르지만 택시 기사 분이 밥 먹으러 집 근처에 잠깐 온 걸 수도 있고...
실제로도 집 근처에 다 와서 정차해있는 차에 엄마랑 탔다가 내린 적도 있었거든.
근데
좀 이상했어...
아저씨가 길을 잘 모르는 거야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어.
그 지역에서 택시를 타면 정말 100번이면 100번 다 골목을 뚫고 큰 길로. 그 큰 길에서도
신호등 없고 빨리가는 도랑을 매립한 길로 가서 대로로 나가거든.
가는 방향이나 길이야 기사 아저씨 맘이지 그런 걸로 너무 예민하게 오해한 거 아니야?
라고 말한다면 단호박 절대 아님. 100대면 100대, 1000대면 1000대 무조건 그 길로 가.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면 모를까. 사실 그 길로 안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
발로 그려봤는데 .... 정상적인 루트는 노란색이야. 그리고 아저씨는 빨간색으로 감...
이 아저씨가 차를 뒤로 빼서 직진만하면 되는 상황인데도 ... 골목을 헤매기 시작.
좌회전했다 우회전했다가 ....가다가도 멈춰서서 왼쪽 오른쪽 한번씩 보고 또 허튼 길로 가고...
거기서 큰길까지 딱 30초면 나갈 수 있는 길이었는데 몇 분 동안 골목을 헤맸어.
난 그때도 택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아저씨가 길을 못 찾아서 헤맨다고 생각했지.
근데 그냥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조수석 쪽 기사님 정보랑 사진이 있는 걸 슬쩍 봤어.
근데 다른 거야...
사진 속 아저씨는 아빠 뻘은 돼보이는 얼굴이 너부대대하신 50대 아저씨였고
지금 운전하고 있는 남자는 갸름하고 키가 큰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였어.
그 순간. 다시 이상하단 생각을 했지만 그때 한창 택시강도니 택시납치사건이 많아져서
티비에서 자주 다뤘는데 개인택시인 경우는 몰라도 회사택시일 때는 기사정보...그걸 기사가 탈 때 자기걸로 바꿔야되는데
대부분 귀찮기도하고 깜빡하기도 해서 안 바꿔 끼운다, 즉 기사님이랑 기사님 사진이 다른경우가 꽤 있다고 하면서
택시를 타서 꼭 확인하는 게 좋은데 저런 경우가 많아서 그걸로 이 택시가 진짜 택시인지 가짜택시인지,
이 택시기사가 택시회사에 등록된 사람인건지 아닌건지 정확하게 확인해줄 수 있는 지표 같은 건 못 된다고...
갑자기 여자손님이 잘 타고가다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당장 세워달라고 난리를 쳤다고.
택시비도 대충 던지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서 도망갔단 얘기하면서 자기가 잘못한것도 있지만 기분이 좋진않더란
인터뷰까지 봐버렸지...그게 그 일 있기 이틀 전 정도라 .....
급히 타느라 개인인지 회사인지 확인도 못 했지만 의외로 나 좀 많이 어리버리하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 타입이라 그것도 그런가보다 했어.
왜냐면 택시가 택시기사답지않게 느리게 가기도 했고 길을 진짜 무지하게 헤매면서 갔지만
어쨌거나 시외버스 터미널 방향으로 가고 있었거든.
이 아저씨는 택시기사 된 지도 얼마 안됐고 이 조그만 소도시 길도 제대로 모르는거 봐선 여기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어.
좀 이상해도 여기는 서울도 아닌데 그런 일은 있을수가 없어^^ 는 없기는 뭐가 없어.
사진 다를 때라도 존나 뛰어내렸어야지 어휴...
그래서 택시를 탔음에도 시간이 엄청 지체됐음...
진짜 버스로 갔으면 옛날 옛날에 도착했을 정도가 됨.
난 당장 택시타고 오랬는데 왜 이렇게 늦게왔냐고 욕 처먹을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시계만 쳐다보고
소심해서 아저씨 빨리 좀 가달란 말도 못 하고 궁디만 들썩들썩 속이 타들어갔지.
택시비도 6천원 가까이 찍혀있었지...
4천원 내외로 나오는 거리였는데...
미터기 보면서 요금걱정 하고 있는 그 순간에.
갑자기 택시가 방향을 틀었어.
난 눈이 휘둥그레졌어.
ㅇ_ㅇ
분명 터미널 근처까지 천천히 가고있었고
이제 200m남짓 남겨놓은 마지막 좌회전 지점에서 택시가 우회전을 한 거야.
ㅇㅂㅇ?
그것도 아까까지는 초보운전 뺨치게 천천히 갔는데 속도까지 빨라졌고....
뭐지? 뭐지? 어디가는거지? 정신없이 눈 껌뻑거리면서 입만 벌리고 있는 상황에도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어...
" 아,아저씨 이 길 아닌데요...아저씨~ "
묵묵부답.
" 아저씨.. 저 시외버스 터미널 가는데요... 이 길 아닌데.... "
그 와중에도 택시는 계속 달렸고 그제서야 뭐가 잘못됐다!!!! 이 사람은 택시기사가 아니다!!!! 란 걸 깨달았어.
근데 달리는 택시 안에서 교복에 가방 하나 맨 내가 할 수 있는 건 .....
참고로 내가 중딩 때는 핸드폰이란 건 사업하는 사람이나 아빠들 만이 갖고다니는 고가의 물건이었어.
우리아빠가 100만원 짜리 핸드폰을 사서 가족들이 집 전화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고,
핸드폰으로 집 전화로 걸어보고 받아보고 끊어보고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가 지난지 얼마 안됐을 때.
난 진짜 그 택시에 내 몸뚱아리랑 책가방. 도시락가방만 싣고 탑승 중이었어.
근데 그 때 내가 진짜 기겁을 하면서 울기 시작했던 게
여기가 침식분지 지형이라 산으로 둘러싸여있거든....
시내에서 조금만 꺾어도 어디에서든지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어.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긴해도 산에 집이나 아파트는 전혀 없어.
산을 깎아서 건물을 지은 건 시립도서관이나 전망대 정도고 그냥 다 야산이었어..
심지어 중간부터는 도로포장도 뚝 끊기고 가로등도 없고..... (그 만큼 인적이 없어서 필요가 없는 곳)
귀신 나온단 얘기가 있어서 세상에 이런일이에도 나온적 있는 곳이었고....
주거는 다 분지지역이라 산으로 오르는 길은 일단 차가 거의 없어.
여기 사람들도 그 길이 산을 가로지르는 길인데도, 신호등 없이 다이렉트로 갈 수 있는데도
안 가는 그런 길이었어. 가끔 택시기사들 중 신호 받는 거 엄청 싫어하는 아저씨들이
말도 없이 그 길로 가려고 하면 엄마가 막 화내서 아저씨랑 싸운 적도 몇 번 있었어.
차를 타고 가도 그 길이 워낙 어둡고 ... 인적도 없는 데다가 일단 무서워.
나는 그 산길로 오르는 길에 택시가 접어든 순간부터
' 나는 오늘 죽게 된다 ' 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
오늘 내가 저 사람한테 죽을 것 같아
턱이 덜덜덜 떨리고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는데 몸도 미친듯이 떨리는거야.
표현 중에 그런 표현이 있어. '사시나무 떨리 듯 떨린다' ....
정말로 미친듯이 온 몸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서 아저씨한테 정말 애걸복걸 울면서 빌었어.
펑펑 울면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두 눈이 눈물로 뿌옇게 흐려졌는데
룸미러로 그 남자 입밖에 안 보였는데 내가 막 울면서 내려달라고 계속 비니까..
입꼬리를 올리면서 씨익 웃었어...
.......직감적으로 곧, 1시간 내로 내가 죽는단 느낌이 들었어...
그 공포감이란 건 정말 말로 표현이 안돼...
" 아저씨 살려주세요...아저씨..
아저씨 저 내릴래요... 저 내려주세요.. "
그 남자는 내가 울며불며 애원할수록 좋아하더니 ...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라...
.... 오히려 그 순간에 ... 사람이 뭔가 기가 빠진다고 해야하나 ....
도망 갈 곳도 없는 택시 안에 나를 어떻게 할지 모르는 남자와 내가 타고 있고
운전대는 이 남자가 잡고 있고 ... 정말 그 때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엄마 생각 .... 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았던 생각,
서운하게 했던 친구들 생각, 싸워서 사이 안 좋게 멀어진 친구, 엄마 생각, 엄마 생각, 또 엄마 생각...
내가 하교 하고 나서 행방불명이 되면 ... 아무도 나를 본 사람이 없는데...
난 이렇게 실종이 되는 건가. 가방 매고 나가는 것만 친구들이 봤지 다들 청소한다고
내가 택시 탄 것도 못 봤고 ... 택시를 교문 앞에서 탔는지 큰길까지 나가서 탔는지도 모를 거고 ...
이대로 난 이 택시에 실려서 어디로 가는 걸까 ... 난 어떻게 죽는 걸까...
성폭행 당하고 찔려 죽게 될까 ... 아플까 ... 엄청 아프겠지.. 나 아직 중학생인데 나 벌써 이렇게 죽는건가...
몸도 마음도 이 사람에게 죽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포자기 하고 있었어...
근데 콧노래를 흥얼 거리던 남자가 작게 짜증을 내길래 벌벌 떨면서 고갤 드니까
앞에 차가 몇 대 보였어... 점점 앞차랑 간격이 가까워지더니 ....
절대 절대 멈출 것 같지 않던 택시가 섰어!!
........????
혹시나 해서 막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봤는데 문은 안 열렸어...
(이건 정확하진 않은데 예전에는 택시 운전석에서만 뒷좌석 잠금잠치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고 하던데 정확지가 않아... 돈 떼먹고 도망가는 손님이 많아서 그랬다고 들었을 뿐...)
보니까 앞앞앞차가 접촉 사고가 나서 길을 막고 서있어서 신호등도 하나 없고 뻥뻥 뚫려있는
산 오르막 길에서 차들이 앞에서부터 밀려서 서게 된거야.
그 산길에서 차가 정지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어!!!!!!!!!
근데 그래봤자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도, 나갈 방법도 없으니 ..... 했는데 내 오른쪽으로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더니 갑자기 앞 조수석 문을 열고 타서는
" ㅇㅇ동으로 좀 가입시다~ "
???
정말 찰나였어; 진짜 누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갑자기 조수석 문 열고 (조수석은 열려있고 뒤만 잠겨있었음ㅠㅠ)
타서 저러니까 나도 놀라서 휘둥그레지고 그 남자도 놀라서 휘둥그레...
그러더니 갑자기 그 남자가 막 욕을 했어.
" ㅆㅂ... 내려!!! "
" 아따~ 좀~ 같이 타고 좀 가입시다~ 학생, 좀 같이 타고 가자이? "
" ㅆㅂ 내리라니까!!!!! "
" 아이고~ 고마 좀 같이 타고 갑시다~ 학생아 합승 괘안채? "
난 그 당시에 유행(?)하던 2인조 남자 택시 납치라고 생각했었다가 (중간에 일행이 합승한다는 유형...)
이 아저씨가 진짜 교복 입고 학생 하나가 타고 있으니까 합승해도 되냐 안 되냐
묻지도 않고 그냥 탄 거라는 걸 알았고 그 때부터 필사적으로 소리 쳤어.
" 네네! 아저씨 타고 가세요!!! 저 여기서 내려요 내릴 거예요!! "
" ㅆㅂ 이 ㅅㄲ야 내리라고!! "
" 아니예요 아저씨 저 여기서 내릴 거예요 저 여기서 내려요 아저씨 타세요!! "
" 안 내려??!!!!!!! ㅆㅂ 내리라고!!! "
둘 다 필사적으로 소리쳤고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뒤통수만 보였던 아저씨가
빼꼼 고개를 뒤로 빼서 나를 쳐다봤어 .... 안 봐도 뻔하지만 나는 허옇게 질려서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으니 ....... 누가 봐도 이상한 이 분위기...
아저씨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그 남자를 빤히 쳐다보더라.
그 남자는 계속 쌍욕을 하고 ...
" 학생 여~서 내린다는구만은? "
" 네네네!! 저 여기서 내릴 거예요!! 아저씨 타고 가세요!! "
" ..... 아 ㅆㅂ !!!!!...하..ㅆㅂ. "
여시들 ... 여시들은 천국을 본 적이 있어? 천국으로 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그 때, 뒷좌석 잠금장치가 철컥- 하고 풀리는 소리가 나는 아직도 귀에 생생해.
혹시나 그 새 잠길까봐 얼른 문고리를 잡고 여니까 아스팔트 땅이 보이는데
그게 얼마나 아름다워보였는지 몰라 ....
진짜 그 아스팔트 도로가 그렇게 천국 같이 보일 수가 없었어...
참 바보 같게도 나는 그 와중에도 택시비를 내고 있었다.................순진하다 못해 맹했다....
만원 짜리를 냈는데 잔돈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문 밖에 내려서 잔돈 받으려고 서 있었음...
그 만큼 맹하고 순진했어 ........................ 이해가 안 가겠지만 나는 그랬다고 한다......
잔돈 세면서도 계속 욕을 했는데 잔돈 주려고 몸을 뒤로 틀길래 눈은 내리깔고
손만 받치는 식으로 내밀었는데 손에 돈이 안 떨어지길래 눈만 스윽 올려서 쳐다봤는데
그 남자가 날 보고 씨익 - 웃었어 ......
운 좋은 줄 알아 넌 이 새끼 아니면 오늘 죽었어
그런 느낌 ... 눈매가 너무 서늘하고 살기가 서려있어서 아직도 그 느낌이 ...
웃기게도 얼굴은 굉장히 범죄와는 거리가 멀게 생겼었고 오히려 잘 생긴 편이었어...
택시문을 닫고 ... 택시가 조금씩 멀어지는데 .... 나는 어느덧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둑해진
산 오르막길 중턱에서 아까 택시비 잔돈 받던 그 자세에서 허리만 편 상태로 멍하게 서 있었어.
도시락 가방도 끈만 잡고 서 있어서 도시락통은 바닥에 엎어져있고 ..........
진짜 숨이 안 쉬어지고 몸도 안 움직이고 손도 안 펴지고 ...............
1,2분 정도 굳은 채로 서 있다가 택시가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서 뒤로 돌아서 막 뛰어내려갔어
진짜 미친듯이 뛰어서 울면서 내려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빨리 엄마한테 가야겠단 생각으로
그 때부터 안 쉬고 터미널로 갔는데...... 엄마가 왜 이제왔냐고 보자마자 화를 내더라고...
택시 타고 오랬는데 버스 타고 온 거 모를 줄 아냐고... 니 때문에 늦게 생겼다고 ...
엄마가 진짜 무섭거든 ... 그게 아니라 - 라고 말을 떼려고만 해도 아니긴 뭐가 아니냐고
잔소리를 더 들어야 해서 ... 나 택시 탔는데 탔다가 납치될 뻔 했다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대들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더 혼났어... 장례식장에서는 더 말할 새가 없었고 ...
터미널 도착해서부터 .... 장례식 끝날때까지도 ..... 아무말도 못 했어...
결국 집에 오니까 주말이 다 끝나있더라 .....
내가 말을 안 하려고 안 한 게 아니라 ... 엄마가 들어주질 않았어..
내가 왜 늦었는지, 무슨 일이 있어서 늦은 건지, 들으려고 하지를 않았어 ...
그 일이 있고 한 2,3일이 지나니까 그 일을 입 밖으로 먼저 꺼내고 싶지가 않더라...
누가 물어봐주면 할 용의가 있는데 .... 내가 누구를 붙잡고 그 일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내 입으로 토해내기가 너무 싫었어.
생각을 할 수록 선명해질 것 같고 다시 그 남자 웃음, 콧노래, 눈빛 같은 게 생각나서 ...
나중에 20살 넘어서 얘기했는데 엄마 반응은 니가 착각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그게 어떻게 착각이 가능한 길이냐, 내가 울면서 살려달라는데 그 남자가 콧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어떻게 납치가 아니냐, 미친놈이 아니냐는데도 별로 믿지를 않네... 하....
그리고 지금도 나 그거 엄청나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어.
여시들은 남친이 차 있었으면 좋겠지? 아는 사람이 집 근처까지 차 태워주면 편하고 좋을 때도 있잖아.
근데 나는, 남자가 운전하는 차 자체를 무서워하는 트라우마가 있어.
우리 아빠가 운전하는 차 아니고는 남자가 운전하는 차를 싫어하고 불신해.
택시도 그 이후에 엄마랑 대낮에 타는 일이 생겨도 택시만 타면 덜덜덜 떨었어.
발끝부터 종아리까지 덜덜덜 떨면서 타고 있고 .... 근데 아직도 택시는 혼자 타는 게 너무 힘들다...
근데 그게 택시뿐만이 아니라 일반 자동차도 내 각도에서 남자 뒤통수가 보이는 그 각도만 보면
저절로 겁이 나... 반사적으로 온몸이 긴장하고 앉아있고 무서워서 덜덜 떨려.
그래서 선배들이나 친구 아는 사람이 집 근처까지,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겠다 그러면
다 거절해.. 모르는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내가 너 어떻게 할까봐 그러냐고 기분 나빠하고,
아는 사람은 알아도 유난 떤다고 기분 나빠하고.
근데 그런 거 다 상관없이 나는 남자가 운전하는 차는 안 타.
나는 그래서 버스가 제일 좋고, 그 다음으로는 무조건 내 발로 걸어서 가는 걸 좋아해.
차도 싫고 택시도 싫고 남자도 싫어.
사람들이 몰라도 때론 알아도 이해해주지 않는 내 트라우마에 대한 길고 지루한 이야기였어.
여시들아. 택시 정말 조심하고, 되도록이면 개인택시를 타.
호출택시도 아무거나 번호 쉬운 거 타지말고 개인택시들만 등록돼있는 호출택시를 이용하고,
호출 하는 순간에 위성 gps랑 연결돼있어서 위치추적, 호출택시 기사 이름이나 차량 넘버가
제공되는 호출 택시를 이용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택시 타면 꼭 택시 기사분 사진이랑 실물
꼭 확인하고, 티 나지 않게 사람이 다른 것 같으면 지갑을 놓고 온 것 같다고 다시 자연스럽게
빨리 내리고 다른 택시를 타도록 하고... 아, 그리고 전화 한통만 써도 되겠냐고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주지 말고 제가 대신 걸어드리겠다던지 폰요금 미납이라 전화가 수신 밖에 안 된다고 뻥카라고 날려.
택시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정말 범죄에 이용되면 피해자 쪽에서 어떻게 할 마땅한 대처가 없는 것 같아.공간은 너무 밀폐돼있고 ... 달리는 차 안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더라... 다들 조심하자 ..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 그 산길에서 그 시간에, 그 길에서 접촉사고가 나서
택시가 멈춰섰다는 것도 기적 같고 ... 그 와중에 그 인적 드문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타나서
중학생이라고 얕보고 무례하게 지 맘대로 합승한 것도 너무 감사하고 ....
또 한 편으로는 그 택시를 타고 간 아저씨가 무사히 내리셨을까 ...
해코지 당하신 건 아닌가 .... 어디계시는 누구신진 몰라도 너무 감사하다는 얘길 하고 싶다 ...
만약에 그 때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서 귀찮은 일 피하자 싶어서 내렸다면....
또 그 남자가 엄청나게 욕을 해댔거든... 그거 때문에라도 짜증나서 내렸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 아님 범죄 피해자로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
집으로 돌아갈 수는 있었을지 ...... 그런 생각을 한다.
또 아직은 너무 어렸던 나를 신이 구해주신 게 아닌가 .... 정말 신은 존재하는 게 아닌가 ... 그런 생각을 한다.
다들 나한테는 그런 일 안 일어날 것 같잖아.
그건 다 개개인이 신경써서 안전하게 스스로를 지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테고
여전히 나도 그 부분에 동감하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
내 목숨, 내 인생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여시들아.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자.
그리고 메리꾸이슈마슈 ..................★
+) 폰으로 사족 좀 더할라니까 컴으로 써서 그런지 수정할 수도 없고 하아 ;ㅁ; ..
사실 올리고 나서 오늘에서야 다시 제대로 읽어보고 수정하러 왔어.
그냥 내가 썼지만 글 읽고 다시 그 때 상황 생각나는 게 싫어서 좀 피해있다가 ;;;
갑툭튀 아저씨의 정체
나도 아직도 이게 궁금해... 그리고 사실 이분이 어떻게 되셨을까봐 걱정 되고...
그 길은 인도도 없이 그냥 양방향 2차선 도로라서 사람이 잘 걸어다니질 않는 길이었는데..
사고는 앞쪽에서 났는데 아저씨는 차 뒷방향에서 척척척 걸어와서 조수석에 탔거든.
근데 차가 서고 진짜 몇 초 안 지나서 바로 탔어. 합승을 할래도 이렇게 빨리 합승할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 그 남자는 뒷좌석 문만 잠그고 앞쪽으로는 아예 방심하고 열어놓은 것 같아.
일단 일행 같지는 않았어. 그 남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걸 봤었거든.
첨에는 일행인 줄 알고 그 남자쪽을 쳐다봤는데 자기도 놀라서 동공확장...
그러고나서 쌍욕해대면서 내리라고 난리가 났는데 그 아저씨 진짜 덤덤했어...
진짜 덤덤함. 그 아저씨가 분명 아저씨뻘이었고 최소 40대 중반은 돼 보이는 진짜 아저씨였는데
젊은 놈이 쌍욕하는데도 아무말도 없이 합승한다고 쫓아내려고 한다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너는 씨부려라 나는 타고 간다 배째라 스타일로 덤덤하게 있었거든...
근데 나도 생각할수록 이게 참 다행이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
나 같음 그렇게 젊은 놈이 쌍욕을 해대면 욱 해서 같이 싸우던가 짜증나서 내렸을 듯 ... 솔직히 ......
여시 댓글보니까 진짜 신이 보고 있다가 천사 하나를 사람으로 변장시켜서 내려주셨나!!!!!!!!!
그 아저씨랑 같이 내리지 못해서 미안해ㅠㅠ
이건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드는 부분이야... 그 때는 아마 내가 살기 위해 내 육신 보존하자는
이기심이 컸던걸수도 있고 아무 생각없이 여기서 나가야 된단 생각 때문일 수도 있고
나 내릴 거라고 나 내려달라는 얘기만 했어. 여기서 내려야된다는 생존본능으로
다른 생각은 진짜 하나도 안 났던 듯 .... 근데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마음 한켠이 불편한 거야...
이 얘기를 딱 친구 2명한테 했는데 얘기 마지막에는 항상 그 아저씨는 어떻게 됐을까 걱정뿐...
댓글 여시말처럼 남자니까 , 또 이길 수 없는 상대라서 그냥 내려줬을 수도 있지만
왜 사람 상상이란 게 항상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건지 ..... 잘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빌고 있어.
택시 기사 정보가 쓰여있는 게 택시마다 구조가 달라서 어떤 건 조수석에 있고
어떤 건 위에 어떤 건 아래 쪽에 어떤건 미터기 근처에 있고 ... 위치도 되게 달라.
그리고 솔직히 뒷좌석에 타면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조수석 말고 뒷좌석에 타고..
택시 안에서 좀더 액션을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
이건 진짜 내가 생각해왔던 시뮬레이션이랑 실제상황은 너무 다르더라고...
뒤에서 막 소리라도 지르고 운전 방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남자가 너무 무섭고 내가 당장 죽을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반항했다가 더 큰일 날 것 같고 더 빨리 죽을 것 같고 ... 달리 방도가 없더라고..
지금도 같은 상황이 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 아직도 답이 없다고 한다 ....
그리고 길 가다가 도로를 달리는 택시를 보면서 저 안에 타고 있는 게 손님일까
나 같은 피해자일까 그런 생각도 하고 ... 새벽 1시가 되서 알바가 끝나도
인적없는 길이라 사장님이 택시 타고 가라고 그냥 가까이 보이는 택시 아무거나
잡아주려고 하면 근처에 사는 친구 잠깐 보고 간다는 둥 피씨방 갔다 간다는 둥 하면서
집으로 걸어감... 밀폐된 택시보다는 몸이 자유로운 도보가 더 안전하다는 게 내 생각.
전반적으로 그 일 이후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짐..
여시 말처럼 그 일 덕분에(?) 무슨일을 할 때건 어디를 갈 때건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고 경계하고 지내게 된 것 같아. 장점이라면 그게 장점.
너무 일상적인 부분에서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에 차 좀 태워준다는데 왜 저렇게
사람 무안하게 거절하냐? 싶은 게 당연하단 걸 나도 알아. 그치만 그냥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으니까 ... 너무 많이 욕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사족으로 망글이 되어가는군요 ^_T
ps : 홍콩방에는 귀신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뎅 .... 하 .....
사람 얘기도 된다니 나 또 글 쓰러 올 듯 .........
맞아... 사람이 제일 무섭지...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
@밀당은똥이랑 "학생!" 이렇게 씨발 그래서 온몸에 소름이 와다다다닥돋았다??
그래서 아좆됐다 이걸 어쩌지......도망갈까...?....그냥 착한아저씨가 학생 걱정해주는걸까..대답을 해야하나? 밤인데어떡해진짜ㅠㅠㅠㅠㅠ좆된건가
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그아저씨가 내쪽으로 오는거야ㅋ시발롬이
그때 진짜 감이오더라
이게 날 걱정해주거나 그런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범죄저지를거라는게
그래서 진짜 정신이 아득했거든 그아저씨랑 나랑 거리가 3미터? 그아저씨가 다가오는 그 몇초동안 주마등처럼 내가 살아온장면들이 지나가더라
보통 죽기전에 그런다고하지 나도 진짜 체념하고 도망갈 생각도 안한거같아
근데
근데
@밀당은똥이랑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다가오는거야
그리곤 내앞에서 멈췄어
근데 누가내린지알아?? 우리옆집 가족이 우르르 다 내렸어!!! 옆집아줌마랑 엄마랑 친해서 가족이 친했거든
새벽2시에 옆집 가족이 내려서 나한테 "ㅇㅇ아 이제야 집에오는거야? 아이구 열심히공부하네~ 우리는 가족여행갔다가 이제야 돌아왔어~" 이러는거야
그러니까 그아저씨 그냥 돌아가더라
그 새벽2시에 딱 그날에 옆집가족을 보낸건 신이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생명하나 더 주신거라 생각하면서 착하게 살고있어... ㅠㅠ 우리정말 다행이다
언니 ..정말 다행이야! 정말 하늘이 도왔다 !! 언니 정말 다행이야!!토닥토닥
읽으면서 눈물이 났어.. 천국의 소리를 느낀것같다는 말에서 정말 눈물이 났어 사람마다 천국의 소리는 다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아 갑자기 딴소리 ㅠㅠ 정말 다시한번 말하지만 진짜 언니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와 나 최고봉 연어다! 너무 다행이라서 그 아저씨가 등장하셨을때 눈물고임.... 진짜 정말 다행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다행이다... 왜 저걸 안믿어주지???? 정말 큰일날뻔 한건데?
그 아저씨 어떻게 되셨을까 하고 겁난다 슬프다 무서워 여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