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하철 전도를 못 할 줄 알았는데
예약한 손님이 못 온다는 소식에
늘 그래왔듯이 주저 없이
전도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사역지였다
평소 저 시간은
일 때문에 전도를 못 하던 시간대라
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대를 달리해
새로운 사람들에게 전한 들
교회에서 전하는 메시지에 진절머리가 난
요즘 사람들에게는 광신도의 소란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한 모녀가 기억에 남는다
전도지를 건네자 거칠게 내치며 전도지 받기를 거부했다
옆에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따님이 있었는데
엄마의 그런 무례한 행동에 오히려 자신이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심성이 착해 보이는 따님을 생각해서
그분에게 예수 믿고 천국 가시라는 말을 건넸더니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기겁하며 말 건네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리고는 곧장 자기 딸을 붙잡고 서둘러 열차에서 내리려 했다
마침 나도 그곳에서 내려야 해서 내리려 하는데
자기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는지
나와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분과 동선이 겹치면서
본의 아니게 자꾸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은
"...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당신께 구하노니 나를 괴롭게 하지 마옵소서 하니"(눅 8"28)
마치 이러한 몸부림으로 나를 보는 것을 괴로워했다
더는 그분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기 민망해
내가 반대편 승강장으로 갔다
그제야 그분은 딸의 손을 붙잡고 자기의 갈 길을 갔는데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가 열차를 기다렸다가 타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보기 싫어 열차에서 내린 것이었고
나와 마주치기 싫어 도망 다니다가
내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제야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행 26:14)
복음이 듣기 싫어 피해 다니다가
결국 열차도 제대로 못 타고 다니며
시간 허비하고.. 몸고생하고..
그토록 복음 듣기 싫어하는 그분의 영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다엘이가 방학해서 집에 와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한 달 정도
아이를 서울역까지 데려다주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주일 지하철 전도를 안 해도 된다
그동안 주일까지 전도를 한다는 것에 내심 부담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주간 내내 일하고
틈나는 대로 전도하다 보니 좀처럼 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일 예배를 마치고 무엇할까 생각하는데
얼마 전 다녀간 손님에게서 관리가 되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주일은 쉬기로 했지만
아이를 서울역까지 데려다주는 시간에 하게 되는 일거리는
또 올린 매장 임대료에
아이들이 커 감에 따라 늘어난 생계비를 감당할 피할 길이었다
주일까지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일을 하는 시간조차도
기도의 시간이요 간증의 시간이 되는 나에게는
예배라 생각하고 오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드렸다
그랬더니 믿지 않는 분이었는데 이곳이 마치 천국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시 43:2)
주어진 일 또한 주님의 이름으로 행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