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코로나는
구월 초순 목요일이다. 지난 유월 하순에 60대 연령대 코로나 예방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그새 대부분 동료와 고3들은 방학 중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다. 내가 맞는 백신은 1차 접종 이후 2차 접종까지 간격이 두 달이 넘어 이제야 2차 접종을 받게 되었다. 지난번은 일과 후 고현 내과로 나가 맞았는데 이번에는 그럴 사정이 되지 않아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일찍 맞게 되었다.
목요일 새벽녘 이른 아침밥을 해결하고 평소와 달리 좁은 와실에서 우두커니 있었다. 평소는 다섯 시가 지나면 와실을 나서 연사 들녘을 둘러 학교로 향했다. 백신을 맞으러 가려니 고현의 병원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연사에서 고현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로는 십 분이면 된다만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걸어가기로 했다. 여섯 시가 조금 지나 와실 문을 나섰다.
삼 년째 연사 와실에 머물면서 고현까지 걸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연사 들녘에서 연초교를 건너 연초천 하류 천변을 따라가면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산책 삼아 걸어가서 주사를 맞고 나선 시내버스로 학교로 돌아갈 셈이었다. 연초천 하류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언제 걸어도 좋았다. 내가 연사 와실에 머물면서 고현 나들이를 하는 경우 바쁘지 않았다면 늘 걸었던 길이었다.
고현만과 맞닿은 하구는 기수역이라 하천 수위가 물때에 따라 달랐다. 간조의 썰물이면 하천이 바닥까지 드러나기에 왜가리나 백로들이 날아와 먹이활동을 하기도 했다. 물이 채워지는 만조에는 숭어가 떼지어 몰려오고 흰뺨검둥오리들이 헤엄쳐 놀았다. 그 밖에도 기수역에만 자라는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기수갈고둥은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특별히 보호받았다.
연초천 하류 천변은 이른 아침이라 중곡지구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을 나왔다. 하천 하류는 썰물로 바닥을 드러냈다가 밀물이 밀려오는 즈음이었다. 우레탄이 깔린 산책로를 따라 걸어 배수장을 지나 중곡동 아파트단지 곁을 지났다. 오비와 연결되는 오비교를 지나 고현만 매립지가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부산과 안골포에서 카페리 여객선이 드나들던 고현만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백신 접종을 예약한 내과는 내가 주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처방전을 받는 곳이다. 다른 병원과 달리 이르게 시작하는 진료 시각에 맞추려 했다. 그래도 워낙 일찍 와실을 나서 연초천 하류 산책로를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걸었다. 냇물에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흰뺨오리들과 우두커니 선 왜가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천변 풍광을 사진에 담아 몇몇 지기에게 보내주었다.
앞으로 몇 개월 남은 거제 생활에서 연초천 하류 천변을 걸어볼 기회가 두세 번 더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고현 시내로 들어서니 삼성중공업으로 출근하는 이들의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다. 고현 시가지 뒤를 에워싼 계룡산은 흐린 날씨에 운무가 끼어 볼 수 없었다. 시외터미널 앞을 지나니 어떤 사회단체에서 방역 캠페인을 나와 사진을 남겼다.
백신 접종이 예약된 내과에 이르니 문이 열리지 않았더랬다. 이십 분가량 기다리니 직원과 간호사가 나타나 업무를 시작했다. 주치의는 조금 더 늦게 등장해 진료를 개시했다. 지난번 채혈 후 검사 결과는 혈당이 안정되고 당화 혈색소를 염려하지 않을 정도인데도 두 달 치 처방전을 끊었다. 간호사로부터 백신 접종은 받고 소파에 앉아 안정을 취한 후 가라고 했는데 그냥 나왔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언제일지 모를 백신 개발이 간절한 바람이었는데, 이제 백신을 맞고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돌파 감염자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양상이 달라진 변이도 수시로 생겨난다. 마스크를 벗고 이동이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다. 2차 접종 이후 부스터 샷이 또 기다리고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연사로 향하면서 포스터 코로나를 그려보았다. 2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