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3. 20. 토요일.
아침인데도 하늘이 우중중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 봄비 내리기 시작한다.
햇볕이 없으면 내 마음은 울울하고...
사흘 전에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시골집에 있었다.
화요일에는 웅천읍 농협에서 국세 반환금을 서류를 정리했다.
12,610원. 고작 이것만 퇴해 주니? 쇼하는 행정이다.
귀가한 뒤에는 서낭당 앞산에 있는 선산에 들러서 선조들의 무덤 앞에서 절을 올렸고, 어머니 아버지의 합장 묘소에는 가장 늦게 절을 올렸다. 나중에 다시 산에 갈 때에는 갈퀴를 가져가서 무덤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내야겠다. 엄청나게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귀가하다가 아내는 서낭당 밭 가생이의 빈터에서 호미로 냉이뿌리를 캤다. 크기는 잘아도 뿌리는 억셌다.
아내는 이런 자연산이 훨씬 맛이 있다고 덧붙였다.
606지방도로 확장공사로 도로변의 토지가 수용될 예정이다.
아내가 쑥을 캐는 동안에 나는 토지수용 예정지에 깃대가 세워진 텃밭과 산 일부를 에둘러보았다.
종산(3인 공동명의)도 일부 포함된다.
606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죽청리 <진등식당>에도 가보았다. 식당 여주인은 '우리는 해당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식당 앞 주차장 터가 수용될까 봐 무척이나 속상해 하던 과수댁이었다.
해마다 최씨네 시향 음식물을 차리던 여주인이었다.
최씨네 공동소유인 진등식당 마당(주차장)은 포함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수십 년 전에 도로로 확장되었고, 당시에 조금 편입되었는데도 보상하지 않았다가는 이번에서야 조금 보상한단다.
국가 공권력이 불신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유지를 무단으로 빼앗는 행위이기도 하고...
식당 건너편 도로의 북쪽으로 확장된다는 듯이 깃대가 드문 드문 꽃혀 있었다.
수요일에는 읍내에 나가서 토지수용 관련서류에 인감도장을 찍었고, 내 주민등록부도 발급받아서 제출했다.
종산, 종전이기에 사촌동생과 함께 일을 보았다.
현지 읍내에서 사업하는 사촌동생이 안내하는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생선탕을 먹었다. 전남 광양의 갯마을 출신인 아내는 맛이 있다고 좋아했으나 나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유난히도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나와는 달리 사촌동생과 내 아내가 좋아하기에 나는 그저 꾹 참았다.
화망마을 회관 곁에 있는 내 텃밭(윗밭, 아랫밭)에서 삽을 들고는 자생하는 찔레줄기의 뿌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내가 고향 떠난 지도 여러 해가 되니 이제는 잡목과 잡초들의 세상이 되었다. 특히나 찔레줄기가 여기저기에서 번진다.
십 년 전에 심은 매실나무. 제법 굵어졌으며, 잔 가지 끝에는 봉오리가 많이도 매달려서 꽃 피우기 시작했다. 흰매화가 대부분이고, 이따금 홍매화도 눈에 띄었다.
매실나무는 전정시기를 놓쳤기에 이제는 제멋대로 웃자랐다. 매실밭에 있는 키 작은 관목들은 키 큰 나무의 그늘 속에서 많이도 상했다.
내 텃밭 가생이로 낸 마을안길에는 수선화가 많이도 번졌다.
외줄기 꽃대를 쑤욱 내밀었다. 겹수선화인 '립반윙클'은 샛노랗게 꽃을 먼저 피우고 있었다.
텃밭 속의 산수유들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아쉽게도 재이식할 시기를 놓쳐서 나무들의 간격이 아주 밀집되어 있었다.
무창포해수욕장이 있는 바다가 가까운 산골마을이라서 그럴까?
갯바람이 넘어오는 탓으로 추위가 더 심한 탓으로 아직은 봄꽃들이 별로 피지 않았다.
매실이 안 열리는 옥매화는 이제서야 꽃몽오리를 올리려고 하고, 백목련, 자목련도 이제서야 몽오리를 길게 내밀고 있었다.
명자나무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 명자나무는 뿌리를 쪼개서 포기 나눠서 심기에 번식이 아주 싶기에 제법 많이 증식되었다.
옥매화는 포기나누기가 다소 어렵다. 성장세가 아주 불량하다는 뜻.
내 텃밭(아랫밭)으로 낸 마을 안길에서 가생이에 난 풀을 깎고 뽑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꽃을 많이 피웠겠지만 꽃대가 말라죽은 뒤로는 잡초더미(코스모스와 비슷한 꽃인데도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나가던 김 씨네 아주머니(예전에는 최씨네 산지기)가 허리가 아픈 지 고개가 땅으로 향했다.
'꾸지뽕나무를 캐 갈 게요. 달여서 약으로 마실려고요.'
나한테 말했다.
'그래요? 내가 캐 드리지요.'
내가 삽, 낫, 대나무 빗자루 등을 들고는 도로변을 청소하던 참이었기에 삽으로 꾸지뽕 묘목 여러 개를 캐서 드렸다. 그거 캐려면 무척이나 힘이 든다. 나뭇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무릎이 아픈데도 삽을 밟아서 흙을 파내려면... ...
꾸지뽕 열매가 떨어진 주변에는 어린 묘목이 자꾸만 번지면서 크고, 원목은 너무나 뿌리가 긁어져서 삽으로는 캘 재간이 없다. 캐려고 하면 포클레인을 동원해야만 가능할 터.
* 텃밭 안에는 꾸지뽕나무, 산뽕나무, 오가피, 가시오가피, 아카시나무 등도 있기에 이들의 뿌리를 캐서 가마솥에 넣고는 불 때서, 달여서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나한테는 그거 아니더라도 마실 것은 있기에...
지난해 가을에 떨어졌던 은행알이기에 겉껍질을 말랐다.
지난해 11월 중순경 시향 때 바깥마당에 떨어진 은행알을 주워서 서울로 가져온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시골에 내려가니 마당과 아랫밭에 떨어져서 있었다. 바깥마당에 떨어진 은행알... 들락거리는 자동차 바퀴에 으깨어지기 전에 얼른 주워서 물로 씻고는 햇볕에 말렸다.
뺀찌로 나무껍질을 깨뜨려 속 알맹이를 꺼내서 아내한테 넘겨주었다. 밥 지을 때 은행알을 넣으면 그런대로 맛있는 밥이 될 터. 아내가 좋아라 한다.
바깥마당 북쪽 어덕받이에 있는 춘란 한 포기가 꽃을 피웠다. 무척이나 많았는데도.. 이제는 눈에 안 띈다.
남들이 캐 갔을까? 시골집을 비운 지가 만7년을 넘어 8년째이니 오죽이나...
서울 올라오면서 겹수선화, 일반 수선화를 삽으로 떠서 신문지로 조심스럽게 감싼 뒤에 차에 실었다.
겹수선화(립반윙클)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은은한 냄새가 아파트 거실에 번지고, 베란다에 올려놓은 일반수선화도 꽃몽오리가 자꾸만 커진다. 조만간 샛노란 꽃을 피울 게다.
* 시골 바깥보다는 서울 아파트 안이 훨씬 따뜻한 탓일 게다. 식물이 웃자라고, 꽃이 금세 피우고는 이내 시든다.
시골에서는 추위 탓으로 더디 자라고, 늦게 꽃 피우는 것이 더 오래 간다. 도시는 시골보다 온도가 훨씬 높다. 지리위도 상에는 충남 보령지방보다도 서울이 훨씬 북쪽에 있는데도 온도는 서울이 훨씬 더 따뜻하다. 도시지역이 온도가 더 높다는 뜻이다.
시골에서는 개나리, 산수유 등의 꽃이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도 서울에서는 벌써 피었다.
립반윙클 겹수선화. 노랗게...
1구에 4,000원. 내음새는 위 겹수선화가 더 향끗하다.
수선화
위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퍼왔음.
어떤 꽃인지를 보여주려고...
내 시골집 주변 마을안길 가생이에 몇 종류의 수선화가 150m쯤 길게 심어졌고..
텃밭 안에는 잔뜩...
마을안길이기에 지나가는... 남들이 많이도 캐 갔을 터.. 아무려면 어떠랴 싶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욱 많았으면 싶다.
2021.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