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충격은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기대하다가 43분 정도 되서 포기했구요.
역시 인터넷이 난리가 났군요.
예전 기억이 나는군요.
2002 월드컵 때였습니다.
저의 스무살 때였구요.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이 난리가 났었죠.
모두들 국민영웅으로 대접하고 사모하고.
하루 하루를 자기 자신의 성취처럼 기뻐하고 행복해 하더군요.
그렇게 그들은 평가전부터 시작해서 거의 한달여간 온 한국인들에게 기쁨을 줬습니다.
제가 대회전부터 우리나라 경기 예매 실패해서 사둔 4강전 티켓이 한국 경기가 되었고, 첫 패배를 겪었죠.
그리고 3,4위전을 친구들과 소주방에서 봤습니다.
와... 굉장하더군요.
옆자리에서 어떤 아저씨가,
경기 내내 터키에게 밀리자 연신 선수들 놓고 쌍욕을 해대는데
진짜 짜증이 나더군요.
얼마전에 탤런트 강부자씨가 상상더하기에서 했던 말이 저도 그 때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니가 나가서 해보라고'
제가 좀 유별난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100% 지키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잘 지키고 있는 삶의 원칙이 있습니다.
남이 나에게 했을 때 싫을 만한 행동을 나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그러려면,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런거 좋아하겠지 싫어하겠지 판단할 수도 있지만
더 잘 하려면 남들을 이해해봐야 합니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 아 이렇겠구나. 저 사람이 싫어할만한 것은 저 사람한테 하지 말자.
여기에 더불어
저는 좀 철딱서니 없는 면이 있어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냥 100% 서포트를 하는 편입니다.
못했을 때 격려하고 싶고 잘 할 때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뛰고 있고, 나는 이 나라 국민이므로 그냥 응원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집 위해서 나가서 일 해 오시면
왜 이것밖에 못 벌어 오냐 하기 보다는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돈 적게 벌어오고 싶은 사람 없고, 경기에서 지고 싶은 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직업은 축구선수... 직장은 거진 K리그...
그러나 자기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 열명에 한,두명....
이런 선수들이 노병준, 이승렬 등입니다. 김정우나 김두현은 그래도 양반이죠.
황선홍이 누군지는 다 알지만 황선홍이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국민중에 몇%일까요?
국대에 가면........
잘 하면 본전. 못 하면 욕 처먹기.
제가 너무 이상적이고 응원 일변도인가요?
저 위에 쓴 것처럼 그냥 내가 그 사람이 됐다 이해해 보자면
저라면 진짜 짜증날 것 같습니다.
팀 스포츠란게 혼자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 해도 남 땜에 질수도 있고,
남이 잘 했는데 나 땜에 지면 너무 괴롭고 미안하고,
작년겨울에 훈련해서 일년동안 리그 뛰고, 어떤 팀들은 AFC까지 나가서 거의 일년 내내 뛰고
그러고 나서 좀 쉬어야 하는데 대표팀 소집되서, 체력은 고갈되었는데 어떻게 좀 대표팀 뽑혀서
평생 꿈인 월드컵 한번 뛰어볼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축구지만 이것도 나의 일이고 직장인데...
그냥 '축구선수입니다' 라고 말하고 다니기엔 너무 리그 인기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하는 사람들이 몇백명 모인 리그 한시즌보다도
그냥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한명씩 뛰는 외국인들 리그가 더 인기있고...
박주영이랑 뛰는 네네는 아는 사람들이 나는 모르고...
좀 알려지고 돈 좀 대박 쳐 보려면 어떻게든 국대 좀 뽑히고 스타 좀 되어야 하는데
잘 할 때는 '그래, 그래야지'
못 할 때는 '아 너땜에 쪽팔려 이제 안 봐'
강팀한테 지면 '한국축구가 뭐 그렇지'
약팀한테 이기면 '당연하지'
강팀한테 이기면 '대박'
약팀한테 지면 '병신들'
저도 아직도 축구를 농구보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족합니다.
허나
저들은 왜 욕먹어야 할까요?
왜 저들이 이겨야 그들의 '이긴 아이덴티티'를 자기것으로 가져와 기뻐하고
지면 '나는 아니고 남의 진 아이덴티티'가 되어 공공의 적 취급할까요?
야구든, 축구든, 농구든,
강팀이, 이기던 팀이 늘 이기는 게임이었으면
KCC는 레더마저 오는 순간 우승으로 시즌이 중간에 끝났을 것이고,
월드컵은 1시드 8팀만 모여서 경기해도 아무 상관 없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강팀, 약팀, 우리팀, 쟤네팀 어디가 언제라도 이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의해 재미가 주어집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예선탈락만 하는 월드컵을 보다가
4강 가니깐 그 설움들의 반대급부로 너무 기쁘고 그저 감사하기만 했는데
왜 기준이 거기에 맞춰져 있어야 할까요?
브라질도 2002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많이 털려서 월드컵도 못 나올 뻔 했고
아르헨티나도 죽음의 조에서 물 먹어서 눈물 흘렸는데
왜 한국이라는 아시아 팀은, 월드컵 7,8회 나가는 동안 토너먼트 한번 올라간 그 팀은
중국한테 졌다고 욕을 쳐먹어야 할까요?
물론 잉글랜드도, 독일도 그들 대표팀이 패퇴하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근데
그저 독재자의 지시로 기업들이 만들어서 마케팅도 필요가 없었고
강등되면 기업의 망신이기에 승강제도 없는 나라에서
왜 눈높이는 7,8부 리그까지 있고 3,4부 경기에도 관중들이 들어차는 나라들에 맞춰져 있을까요.
왜 문화는 같지 않으면서 외양만 갖추려 할까요.
박동희 기자가 올린 야구,야큐 글이 떠오르네요.
축구 대표팀이 지면,
대표팀에 더 많은 돈을 붓고, 대표팀 합숙기간을 늘리기 보다
유소년들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일반 동호회용 인조잔디 구장을 늘려야 하는 건 아닐까요.
부디 적어도 어느 한 종목 정도는 꾸준하고 탄탄한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WBC 성적 좋고 프로야구 인기 많으면 그게 대세니까 나는 야구인
월드컵 성적 좋고 박지성이 골 넣으면 그게 대세니까 나는 축구인
NBA가 유행하고 농구대잔치가 성행하면 그게 대세니까 나는 농구인
이런거 말구요.
국가대표...굳이 하는 것 보다...
그냥 리그 최고 선수 되서 적당히 몇억씩 벌면 그게 마음 편할 것 같네요.
대표팀 되야 명예가 있죠. 월드컵 나가야 명예가 있죠.
하지만.
내가 아무리 준비를 잘 하고 최선을 다 해서 뛰었어도
국민의 영웅도, 국민의 적도 될 수 있거든요. 리스크 관리가 영 빵점인 투자네요. 로또는 손해라도 안 보죠.
전세까지 다 빼서 배팅하는 기분.
K리그는 고사하고, 대표팀이든 외국리그든 축구 자체를 별로 보지 않던 사람까지
내일이 되면 '한국' 축구 최악 이러겠죠.
그것보다는 제가 보기엔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들이 빠진 국내선수 시험용 대표팀이 동아시아 대회에서
처음으로 중국에게 완패했을 뿐입니다.
'한국축구'는 최악이 아니구요.
허정무도....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는 줘야 하고...
개인기량이 더 낮은 선수들 시험하기엔 부담이 있는 경기이고...
왜 얘를 안 넣고 쟤를 갖다 쓰냐...기엔 생각이 있을거고...
얘를 쓰고 싶은데 다들 쟤를 쓰라니깐
쟤를 써서 잘 하면 쓰고, 못하면 버리고 드디어 얘를 쓸 수 있을 수도 있고....
제가 직장을 다니면
내 상사가
내가 일 잘 할 땐 칭찬하고
늘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못 한 날은 미친듯이 욕하고 버리면
그 사람을 위해 일 잘 하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월드컵에서 대박 성적내면 또 한국은 뻘겋게 물들 것이고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성원으로' 하겠죠
월드컵에서 개쪽박나면 또 욕 쳐먹고, 예전 기성용처럼 너무 솔직하고 가식 떨 줄 모르는 선수가 '니들이 해보든가' 하거나....
그러고보면 2002 대표팀 선수들은 정말 행복한 선수들입니다.
자신들은 영광의 이름으로 기억에 평생 남았고
그 뒤의 모든 축구인 후배들은 그 부담을 안고 선수생활을 해 나갈테니까요.
그 기적과도 같은 성적 비스무레하게라도 한번정도 나오기 전엔...
첫댓글 뭐 글쓴님의 의견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냄비인지뭔지 저도 그런거 싫고 항상 응원해왔는대 중국과같은 국가적인라이벌경기에서 그것도 32년의 기록이있는경기에서 그렇게 참패하니까 너무 분하고 그렇더라구요 .. 뭐랄까 진것도 진거지만 우리나라의 경기력에 너무 실망을해서요 근대 어쩔수없는거같아요 지면 싫고 이기면좋고 우리나라사람들보고 냄비라고 까는대 다른나라는 어떤지 궁금하내요 전 어떤나라든 거의 비슷할꺼같거든요 아 막 할말은 많이있는대 이걸 어떻게 정리를 못하겠내요 ..
내 자식이나 내 친구가 잘못만 하고 다니면 애비라고, 친구라고 하기 부끄러울 수도 있고... 그런면도 없다고 생각진 않기에 그래서 저도 냄비란 말은 안 썼습니다... 다만....그저 응원할 뿐인 내가 이렇게 분하면 저들은 기분이 어떨까...잠이나 잘까... 싶거든요.. 또 한편.... 저들은 저 경기에서 진 것 자체가 분할까... 아니면 인터넷 포화가 더 두려울까 불쌍합니다.....
허정무무승부승부사에서 허정무사대영승부사대영사 로 바뀌나요?
우리나라는 상당히 얌전한 편 아닌가요? 중국, 중동, 남미,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이런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얌전한거 같은데...그리고 비난 없는 스포츠인, 연예인, 정치인은 없을겁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욕하는거나 축구선수 욕하는거나 마찬가지일뿐이죠.
2006 월드컵 브라질 8강 탈락했을 때 자국 분위기 ㄷㄷ
하기 싫겠죠.. 하지만 저들은 국대라는 자부심도 없을거 같은데요.. ㅡㅡ;;
2006월드컵 때 브라질,2002월드컵 때 이탈리아는 더했죠;;;;; ㅋ 영국은 월드컵 하기도 전부터 감독 욕하기 바빠요 ㅋㅋ
우리는 얌전한데...... 솔직히 말만 이러지. 누가 공항가서 살인협박 이러지는 않잖아요~~ 우리는 착해요.ㅋ
나라를 위해서 국대나가는 선수 거의 없습니다. 운동선수 가까이서 조금만 지켜보면 충격받을만큼 만화나 영화와는 다릅니다.
동감입니다..비판애기하시는데 우리카페야 그나마 나은곳이죠..다른곳에서 그 보기민망한 댓글들 보면 수준이... 먼짓을 해도 선거때만 보면 당만보고 뽑아주는 국민들이 가만 보면 그들보다 국대선수들에게 더 엄한 잣대를 들이미는것 같아서 참 그렇더군요.. 만약 국대를 투표로 운영했다면 히딩크고 월드컵의 영광이고 머고 이루어지지 않았을겁니다....
글의 일부분이지만 "니가 나가서 해봐" 같은 말은 정말 백해 무익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니가 나가면 저정도도 못할테니 아무 말 말고 가만 있어라는 건데, 이 말대로라면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비판하는데 자격이 필요하다니 얼마나 위험한 발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