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점심에 김치 넣고 떡국을 끓여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문득 나데.
나 자랄 때 구정 쇠고 나면 가래떡이 많이 남았었잖아요.
주로 점심 끼니로 멸치 좀 넣고 김치 숭숭 썰어 넣고 찬밥하고 떡 좀 넣고 끓여서 먹었잖아요.
갱시기요. 참 그런데 왜 그 음식 이름이 갱시기인지 아직도 몰라요. 하기는 궁금해 하지도 않았지만요.
그런데 오늘은 좀 궁금하네요. 왜 하필 갱시기라고 했을까요?
엄마가 계시면 물어 볼텐데.......
어쨋든 그 갱시기가 참 맛있었어요.지금도 겨울이면 가끔 먹고 싶어서 그렇게 해 먹어요.
오늘도 수지하고, 참 수지가 누군지 아세요? 엄마 증손녀에요.
엄마 첫 손녀인 미나 딸이에요. 지금 초딩 6학년인데 아직 어린 것같으면서도 가끔은 제 친구가 되 줄만큼
성숙한 데도 있어요.
잔소리 하는 지 엄마 아빠 싫다고 자주 우리 집에서 지내요.
어제도 지 엄마가 가지 말라는데도 저를 따라 와서 여기서 둘이 잤어요.
오늘 점심에 그 김치 떡국을 끓여 줬더니 "함미, 참 애매모호한 맛이야. 김치맛도 나고
라면 맛도 나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하네요.
"함미 자랄 때 많이 먹던 거야. 함미는 참 맛있는데 너는 맛 없어?"
했더니 대답이 시원찮네요.
요즘 아이들 입맛에는 별로인가봐요.
김치 떡국 얘기 하니까 생각나는 분이 있네요.
우리가 금리 살 때 옆집에 엄마친구가 사셨잖아요.
아들만 둘 데리고 혼사 살던 과부 아줌마 말예요.
약간 주책은 없는데 배운 게 많은 지 읍사무소에 다니시던 황간 아줌마요.
우리집에 자주 놀러 오셨잖아요.
구정 쇠고 얼마 안됐을 때였나봐요.
아줌마가 놀러 오셨고, 점심 때가 돼서 엄마가 그러셨어요.
"오늘 점심에 떡좀 넣고 갱시기 끓여 먹자"라고,
그랬더니 그 아줌마가 "우리집에 떡 많은데 좀 가져올까?" 하고 일어서 나가셨어요.
그런데 그 아줌마가 가져 온 떡이 겨우 한주먹 밖에 안 됐어요.
어쨋거나 그 날 갱시기를 끓여서 모두 맛있게 먹기는 했어요.
그리고 아줌마 가시고 난 뒤 엄마가 흉을 봤어요.
"에이 푼수단지, 그럼 그렇지, 저러니까 욕을 먹지....."
어린 저도 엄마 말을 이해할 만큼 좀 염치없는 사람이기는 했어요.
과부 몸으로 애 둘 데리고 객지에 와서 사는 것이 딱하다고 엄마가 잘 챙겨주었는데
그렇게 가난한 살림도 아니면서 뭐 나눠 먹을 줄도 모르고 얻어 먹을 줄만 아는 아줌마였지요.
엄마, 그 시절에 갱시기를 자주 끓여 먹었던 것은 양식을 늘려 먹으려고 했던 거잖아요.
엄마가 아줌마 흉을 본 것도 다 없이 살기 때문이었다는 것 이제는 알겠어요.
오늘은 갱시기 때문에 엄마 생각을 했네요.
지금 엄마가 살아계시다면 소고기 넣고 제대로 된 떡국을 끓여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크게 잘 살지는 않아도 맛으로 갱시기 끓여먹을 정도의 살림은 살거든요.
나 결혼하고 엄마 속 많이 끓이셨지요.
애 셋 낳도록 엄마가 출산비를 주실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으니까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그런데 이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보시다시피 잘 살잖아요.
외국 여행도 가끔 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가장 가슴 아파하셨던 공부, 저 지금 하고 있어요.
물론 정규 교육은 아니지만 생활속에서 하고 있어요.
영어 동화책도 읽고 혼자 비행기 타고 외국도 다닐 수 있어요.
몇 년전에는 혼자 비행기 타고 뉴욕을 거쳐 필라델피아에도 갔었어요.
또 그곳에서 혼자 버스 타고 시내는 물론 뉴욕에도 다녀오고
한국 사람 하나 없는 국내 비행기 타고 엘레이까지 다녀왔었고요.
올 여름에도 혼자 일본에도 다녀왔어요. 기특하지요? 엄마!
엄마, 이제 못난 큰딸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아주 편히요.
그리고 미안해 하지도 마세요. 이제는........ 정말이에요..........
첫댓글 갱시기 참 이름이 톡특해요,,,충청도 사투리인가~~!ㅎㅎㅎ
회갑을 넘긴 할머니가 엄마를 그리며 쓰신글인데 마치 젊은 댁네가
친정엄마를 그리며 쓴 편지 같어요,,,글과 함께 저도 잠시 엄마 생각에 잠겨보네요,,,ㅎㅎㅎ
처음 들어 보는 말입니다
갑자기 김치 넣은 물국수 생각이 뜬금 없이 나네요 갱시기 하니까???
딸아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나이가 많단 느낌을 받았네요
고민이 많은 나이죠 이나이가 ...
갱시기...
그렇지요...충청도 사투리 맞아요..
저 어릴적에 울엄마가 그렇게 불렀지요....그러면 저는 먹지도 않으면서
엄마...개죽~~~이렇게 말하곤했는데
울엄마 팔순을 넘긴 연세에도
딸이 걱정되어서
쌀이랑
떡꾹떡을 잔뜩 보내주셨네요...저는 용돈 쬐금...
충청도 사람은 갱시기 알다마다유...
언니의 글 읽으니 저도 엄마 생각나 마음이 찡해유...
언니! 잘 지내고 계시지유?...보고파유...ㅎㅎ
아, 충청도 사람들은 다 아는구나,ㅎㅎㅎ
갱시기는 요즘 잘 해먹는 음식이지,
아네스, 달새, 희망, 현자, 갱시기 먹고싶거든 와
멸치에다 굴도 넣고 끓여 줄게
잠시 하늘에 계신 친정엄마 생각을 합니다...
저도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어요
오랄 때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
오신다면 대환영입니다.^^
초대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오년 됐는데도 가까운 누군가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가슴이 콱막혀서 숨이 쉬어지지 않네요...
이글 앞 편에 "지인의 죽음 앞에서"를 읽고 한동안 아프데요...
그러니 호스피스는 사명이라는 마음과 달리 아마도 힘들것 같지요?~~~
1월 24일 부터 2월 5일 까지 스페인, 포루투갈 성지 순례 나갑니다.
저도 아직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 집니다.
잠깐 호스피스 봉사 할 때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요.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몸도 건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기는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둘 중 하나가 약하면 따라서 약해지는 것같기도 하고요.
외국으로 성지 순례 가시는군요. 부럽습니다.ㅎㅎㅎ.
농담이고요. 은혜롭게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사진 찍어 오시면 사랑방에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