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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39275410
안녕하세요!
저는 1금융권 은행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입니다.
방탈은 죄송하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아 하소연에 글을 씁니다..
저는 온라인계에서 일하던 출납직원(텔러)이었습니다.
근무는 4년 정도 했고 그만둔지 이제 한 달 남짓..
다른 회사 생활도 그렇겠지만 엿같아서 그만뒀어요.
지금부터 제가 하소연하는 말은
은행에 업무 보러 오시는 직장인분들이 보기에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은행원이 뭐가 힘드냐 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제가 은행에 근무하면서 힘들었던 것들을 적어볼게요ㅜㅜ
1. 전화 응대
제가 근무한 곳은 지점 번호로 전화를 걸면
바로 은행 영업점 창구로 전화가 바로 연결이 됩니다.
그 중에는 보이스피싱을 하려고 고객인 척 사칭해 정보를 묻는 사기꾼들도 있고,
은행에 가려면 신분증이 꼭 필요하냐
갑자기 스마트폰 뱅킹이 안된다
다짜고짜 내 통장에 돈 들어왔는지 확인을 해라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하지만.. 앞에 고객님 업무 처리 중일 때는
잠시만 기다려달라 확인 후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영업점에서는 본인확인이 어려우니 고객센터로 연결해드려도 되냐
말씀드리면 알겠다 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지만
그 순간...^^
소리지르고 욕하고
나를 무시하냐 내가 한가해보이냐
정말 여러번 겪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ㅠㅠ 일단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앞에 앉아계시는 고객님께도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실제로 저는
"네가 그러고도 은행원이냐. ㅅㅂ년아. 그런 것도 모르면서 거기 앉아있냐. ㅂㅅ같은 년아"
다른 은행 업무를 여쭤보시는 할아버지께 해당 은행에 전화 걸어달라고 말했다가 들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 쌍욕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지는 건 확실합니다..ㅠ
2. 고객 응대, 상사 눈치, 업무량, 실적 압박
모든 서비스직이 그렇겠지만 고객 응대가 참 어렵죠.
CS를 하면서 업무처리하면서 상품 권유까지... 실적 압박에 하기는 하지만ㅠㅠ
저는 CS가 가장 어려웠어요. 저는 어른들께 정말 공손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은행 다니면서 성격 다 망가졌어요. 정말ㅎㅎ
저는 고객님들께 직접 들었던 말들 중에 제일 상처됐던 말은 (전화 응대 제외)
" 은행원이 무슨 점심시간이야! 바빠죽겠는데 빨리 안 해! "
밥 먹으러가려다 들은 말^^! 이 때 아마 점심시간 한참 지나서 옆에 언니가 먹으러가라고 해서
가려던 찰나에 아주머니께서 하신 말씀.. 이때도 당연하게 다시 앉아서 일했어요 ㅎㅎ
" 텔러 주제에 ㅁㅊㄴ이 뭘 안다고 된다 안된다 ㅈㄹ이야 "
이거는 세세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통장 신규가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안됐는지는 기억 안남ㅜㅜ)
저렇게 욕하고 지점장 불러서 실제로 지점장님까지 나와서 지점장님실에서 얘기하고..
그리고 나갈 때는 아가씨 미안해요 이러고 나갔었어요ㅠㅠㅠㅠㅠ
저 때는 너무 서러워서 4시에 문내리고 다시 생각나서 울었었어요
그리고.. 이런 말은 나쁘지만 40~50대 아주머니 분들은
10만원 적금 가입하시고도 사은품으로 냄비, 올리브유세트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지점마다 사은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비가 정해져있어서 비싼 게 많지도 않아요.
금리(이자).. 이거는 정말 아랫 직원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데
무조건 적금예금금리 높게 해줘라! 대출 금리가 왜 이렇게 비싸냐!! 깎아라!!
죄송하다고 하고 안된다고 하면
"지점장 불러와!!!!!!" 라고 소리 치시고.. 마법의 주문임.
그러면 그 소리에 뒤에 계시던 팀장님 화들짝 놀라서 뛰쳐 나오시고
그 후로는 뭐가 하나라도 잘못되면 뒤로 불려 들어가고..
고객님께 죄송하다고 고개도 숙여댔지만 고객응대 잘 하라고 엄청 혼나고..^^
4시 문내리면 그때 부터는 진짜 업무! 미친 듯이 마감업무를 합니다.
금고(시재) 관리 직원은 4시 되자마자 ATM실로 들어가 ATM기계에 돈 보충하고 정산하는데
기계 정산한다고 잠깐 멈추면 가끔 가다가
"너 그 안에 들어있는 거 다 알아!!!! 당장 기계 다시 돌려놔!!!!!!!!!!!"
실제 가끔 가다 소리 칩니다. 저도 들어봤고 다른 직원들도 들어봤답니다 ^^
그러면 또 무서워서 기계 다시 복구 시킵니다. 그러면 기계 마감만 30~40분 훌쩍..
다른 직원은
본인이 관리한 개인 시재(돈)를 맞춥니다. 10원 단위까지요.
그러고나서 날 입금 받은 수표, 납부한 세금 등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업무 처리했던 종이 문서를 업무 별로 정리해서 은행 본점으로 보내게 포장을 합니다.
그리고 백지수표(발급하지않은 수표), 통장, 카드, 상품권 등도 갯수를 다 맞추죠.
4시 갓 넘어서 고객님들이 오시는 건 괜찮지만
4시가 한~참 넘어서 고객님들께서 오시면 직원들이 곤란해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ㅎ
4시가 넘어서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하거나
세금을 납부를 하시거나
수표를 입금하시거나
통장 및 카드를 재발급이나 신규 개설 하시거나
이 중 하나라도 발생하게 되면 마감했던 걸 다 해제하고 처음부터 해야합니다.
4시 10분이나 20분 이렇게 오시는 분들은 웬만하면 해드려요.
안에 있던 고객님들 업무 다 하시고 나가시면 그 시간이니까요.
그런데 4시 40분, 50분에 오시면 저희도 업무에 지장이 생겨서 양해를 구해도
그 자리에서 기분나쁘다는 식으로 나오면 또 해드립니다 ㅠ 민원때문에요..
그러면 또 그런 분들 처리하면 5시가 넘어요. 그러면 그 때 마감을 다시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점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요.
다른 점포보다 빨리 해야하는 곳이 있고, 조금 늦게 해도 되는 점포가 있고.
수표나 세금, 서류는 직원이 정리하면 거둬가서 본점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요.
이 때, 빨리 해야하는 점포가 이런 상황때문에 늦게 마감을 하게 되면
뒷 순서 지점은 수표 세금 서류를 거둬가는 시간이 늦어져 퇴근도 늦어집니다.
그러면 뒷지점에서 출발했냐, 왜 빨리 안보내냐
팀장님이 전화와서 뭐라합니다. 물론 지역 본부에서도 전화오구요 ㅠㅠ
6시쯤 다 끝나면 개인고객보는 팀원, 기업고객보는 팀원 따로따로 실적 회의 시간
실적이 안되면 지점장님 화나셔서 팀장님을 혼내요.
팀장님 화나셔서 차장님, 과장님을 혼내요.
차장님 과장님 화나셔서 대리, 계장을 혼냅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 실적 계획표를 작성하고
마케팅 및 적금 만기 연락합니다. 마케팅 전화는 하다가 고객님께 욕먹으면 우울하고 ㅠㅠ
결국 그 달 목표 실적이 안되면 6월 12월 분기 막달에는
본인 돈으로 가족, 친구, 친척 명의로 상품을 가입합니다.
3. 민원
은행에는 민원이 무지막지합니다.
정당하게 들어온 민원도 많고 억지부리듯이 들어오는 민원도 많아요.
몇 가지를 말하자면
* 부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는데 왜 은행에서는 전업 주부로 보이는 여자가 통장을 만들면서 인터넷뱅킹 이체한도를 5천만원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왜 그대로 해줬냐. 보상해줘라.
* ATM 기계 위에 지갑을 놔뒀다가 잃어버렸다. 왜 확인을 안했냐. 너희 때매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보상해라. (업무 중이면 cs매니저가 확인합니다. 하지만 해당 민원은 저녁 시간에 지갑을 잃어버렸었어요.)
* 자녀 통장을 해지하는데 왜 부모 두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가. 통장 및 도장을 내가 다 가지고 있는데도 해지를 안해준다.
이 세가지는 제가 있던 지점에서 발생한 민원이구요.
고객 센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민원들도 많아요 ㅠ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가 너무 길다,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한데 은행 스마트폰 어플 용량이 너무 크다, 5천만원 현금으로 찾는데 다 5만원권으로 안줬다 (저희도 드리고 싶은데 한 분께만 많이 드리면 다른 분들께 못드려요 ㅜㅜ), ㅇㅇ지점이 너무 덥다, ㅇㅇ지점이 너무 춥다 등등
이런 민원도 고객센터를 통해 왔다해도 해당 지점이름이 거론 되면 그 지점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처리를 해야합니다.
정말 못되신분들은 금전적으로 요구를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돈이 안되면 상품권으로 달라고.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안 읽으신 분들도 계시겠죠?
보면 은행원 관련한 기사에는 악플이 많더라구요.
4시에 문내리면 직장인들은 언제 업무보냐.
네 맞아요. 일반 직장인들 퇴근시간 감안하면 4시는 너무너무 짧은 시간이죠.
그런데.. 저는 관두긴 했지만 저희 은행원들도 한낱 직장인입니다.
만약 6시, 7시에 문을 내리면 바쁜 지점(시내에 한복판에 있는 곳)은 9시 10시에 퇴근하고
야근까지 겹치면 12시가 훌쩍 넘을겁니다.
물론 일반 직장인분들도 9시 10시 퇴근하시고 야근 새벽까지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ㅠㅠ
저희 다 같은 월급쟁이잖아요...
저도 4시가 짧다고 생각하지만.. 기사보면 은행 기사는 무조건 악플이길래 ㅠㅠ
그리고 연봉이 너무 높다 하시는 분들.
팀장(부지점장), 지점장, 본부장, 센터장 등등 제외하면 업무에 비해 많다고 생각 안됩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요. (다른 곳과 비교해 월등이 많은 시중은행이 있긴해요)
출근 당번은 7시에 출근해서 문열고 대출보는 직원은 7시 반 전에 무조건 출근하고
텔러들도 8시 전에 무조건 앉아있어요. 9시 전까지 업무 준비하고 간단하게 회의도 하구요
감사받는 날은 6시 40분부터 출근해서 감사받고
본점 감사받는 날은(1년에 한 번 정도) 3일 정도는 새벽 2시에 퇴근합니다. (야근과 별개)
그리고 퇴근은 보통 7시. 대출계는 8시. 수요일 가정의 날은 6시....... 이지만
6시에 마칠 수가 없어 6시 넘어서 마치고 목요일은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하죠.
수요일에 다 못한 업무를 아침에 해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만 보면 제가 너무 징징거린 것 같긴하네요.
하지만.. 그냥 은행원들도 월급쟁이라서 힘들다. 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ㅠㅠ
고객 응대, 업무 처리, 상품 권유, 실적 관리, 상사 스트레스, 수많은 연수, 학습시간 관리..
은행원들을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
저희도 그냥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같은 직장인이랍니다.
너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글 처음에 엿같아서 그만뒀다는 건 고객님들 응대하는게 엿같았다는 건 아니궁....
그냥 직장 생활이 그렇듯이 너무 힘들다는 걸 엿같다고 한거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ㅠ)
5년전 글인데 지금은 어떨지..
별별사람다있지 점심먹고와서 양치도못햇는데 양치하러가는사람붙들고 문의! 이닦고와서해드린다햇다가 개지랄! 하루는 밥도못먹고 크래커나 음료로 떼우려는데 그거 하나만달라던데? 고객주려던거아니냐고? 내돈내산이야 이거 뭐 되게 약과
진짜 매일 울고싶으무저 정말로
연말에는 달력언제나오냐고 계속전화오고, 사람들 진짜 사은품 이런거 환장함
이제 걍 내려놨음ㅋ 인간들에게 뭘 기대하지않아 ㅎ 인류애 상실한지오래고 시발 말좀그만하고싶음
존나 .. 상상이상으로 멍청한 사람들 많다는걸 매일 실감하는 중.. 인류애 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