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별이 아빠는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
날마다 문을 여는 목욕탕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매주 화, 목요일은 영업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요일에 상관없이 주인 맘대로 문을 여닫기도 하는 배짱 좋은 목욕탕 주인이다.
손님도 각양 각색이다. 팔다리가 오그라든 사람, 중풍병자, 시각장애인, 언어장애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는 사람, 그리고 특별한 손님은 대소변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주요고객은 장애인들과 노인들이다.
그 목욕탕은 혼자만 할 수 있는 욕조로 만들어진 외탕인데 예전에 어느 마을에 갔더니 노인 두 분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몸을 씻으면서 둥둥 떠다니는 때를 보고 서로가 자기의 것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목욕탕은 때론 남탕이 되기도 하고 여탕이 되기도 한다,
5년 전에 개업을 했는데 요즘은 손님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어쩜 행복(?)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
예전에 어느 할아버지를 손님으로 맞았다.
집으로 찾아가 자동차에서 욕조를 내려 온수로 채웠다. 노인이 살고 있는 방은 한 평 반쯤 되어 보이는 작은 방이었다.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하여 바지를 벗기자 속옷을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왠지 살펴보니 할아버지의 팬티엔 비밀 주머니가 달려 있었고 혹 돈이 빠져 나갈까봐 입구는 옷핀으로 단단하게 채워져 있었다. 노인은 그 옷핀을 쉽게 풀수 없어서 바둥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양해를 구하고 옷핀을 풀고 보니 만원짜리 지폐가 적어도 1-20장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 주머니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 주머니였다.
어제 다시 그 노인을 찾아갔더니 환경이 말이 아니다. 방안엔 온통 악취로 가득했고 이불은 온통 변으로 얼룩져 있었다. 요강엔 오줌이 가득했고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노인의 목욕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었다. 여름인데도 노인은 겨울용 털바지를 입고 계셨다. 이번에도 할아버지의 속옷엔 비밀 주머니가 있나 살펴보았더니 보이질 않는다. 다만 그 옷은 변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수 개월 입은 모양이다.
분명 윗채에는 가족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인에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커피포트를 이용해 주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모양인데 할아버지의 손이 닿은 곳마다 찌든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방안이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네 명의 봉사자는 할아버지 이발과 목욕을 했고 또 한 사람은 방안을 깨끗이 청소했다.
"막내가 종종 찾아옵니까?" 라고 물어보았더니
"걔가 아니면 난 굶어 죽어요 라면도 대어 줍니다."
방안엔 라면의 일종인 대접면 그릇들이 여 닐곱 쌓여 있었다.
목욕을 마치자 할아버지는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잔뜩 머금고 계셨다.
나를 부른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지갑을 뒤적거리고 계셨다.
한 동안 팬티에 숨겨졌던 돈을 이젠 지갑에 보관하는 모양이다.
난 그 노인의 지갑의 형편을 보기 위하여 슬그머니 다가가 보았다. 주민등록증을 비롯하여 몇몇 쪽지 종류가 들어 있었고 돈은 지난번 보다 훨씬 적었다.
노인은 고마움의 표시로 만원짜리 지폐 하나를 꺼내더니
"이거 맛있는 것 사 먹어요."라고 말한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안녕히 계셔요" 하구선 그 집을 빠져 나왔다.
벼룩이 간을 빼먹지 우리가 그 돈으로 무엇을 먹으면 목구멍으로 넘어간단 말인가???
오늘도 목욕탕업으로 돈을 번 게 아니라 적자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씨를 뿌린 셈이다. 이 씨앗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복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을 나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거두지 못한다고 해도 앞으로 자녀들이 복을 받은 것이다.
어젠 목욕 소모품을 사러 다녔다. 근데 희안한 속옷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밀주머니가 붙어있었고 지퍼가 달려 있었다.
내 머리에 번개같은 생각이 스쳤다. 그 노인에게 갖다드리면 안성맞춤이리라. 하구선 꽤나 많은 숫자를 구입했다.
근데 고민이 있다. 그 할아버지에게 드려야 하는데 주머니 달린 속옷은 여성용이었으니 이를 어쩌나??
첫댓글 목사님~~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