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선수권서 이란 측 강요로 일부러 패했다고 폭로 뒤 망명
이란을 떠나 몽골로 망명한 사에이드 몰라에이
[EPA=연합뉴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몽골로 망명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란 출신 유도선수가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이스라엘에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에 따르면 몽골 대표 사에이드 몰라에이는 전날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81㎏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소감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준 이스라엘에 감사한다. 메달을 이스라엘에 바치며, 이스라엘인들이 오늘의 성취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건 그는 히브리어로 감사하다는 의미의 "토다"(Todah)라는 인사말도 전했다.
몰라에이는 2019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이란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당시 그는 4강전에서 의도적으로 패했다. 결승전에서 같은 체급의 이스라엘 선수 사기 무키와 만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몰라에이는 이후 이란 올림픽위원회가 의도적인 패배를 강요했다고 폭로하고 몽골로 망명했다.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아랍권 선수들은 종종 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맞붙게 될 경우 경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남자 유도 73㎏급에 출전한 알제리 선수 페티 누린(30)이 출전을 포기했다. 그는 대진 추첨에 따라 1라운드에서 수단 선수와 맞붙고, 이길 경우 이스라엘 선수와 상대할 가능성이 생기자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누린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중동의 앙숙 이스라엘과 이란 출신인 무키와 몰라에이는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대회 때마다 서로를 격려했다.
지난 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국제 유도 그랜드슬램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던 몰라에이는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측에서 아주 잘 대해줬다. 이스라엘 유도팀 선수들은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친절하다"고 말했다.
무키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패해 입상권에 들지 못했지만 몰라에이의 은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무키는 "몰라에이가 은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 그가 걸어온 길을 알고 있고 그가 메달을 얼마나 원했는지 안다"며 "아주 친한 친구인 그가 꿈을 이뤄 기쁘다. 그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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