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기질일까? 스키장을 남들 다 가는 겨울이 아니라 늦봄이나 여름에 꼭 찾는다. 새하얗던 슬로프가 푸릇푸릇한 초록의 동산으로 바뀌고 북적대던 인파도 사라진 이맘때의 스키장은 세상 평화롭다. 여름날 스키장에서 할 게 뭐가 있냐고? 모르시는 말씀. 스키와 스노보드가 물러난 자리를 이색 하계 레포츠가 알차게 채워준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 자리한 용평리조트에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짜릿한 레포츠를 즐기고 왔다.
나도 MTB 한번 타봐?
여름날의 스키장은 온통 '초록초록'하다.
고백컨대, 스키를 배우겠다고 겨울날 스키장을 찾아다니며 깝죽거리던 때가 있었다. 근데 어느 날 깨달았다. 모든 사람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걸. 특히나 나처럼 추위에 지독히도 약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스키장에 발길을 뚝 끊었다가 다시 찾아다니게 된 건 공교롭게도 어느 여름부터였다. 지독히도 덥던 어느 여름, 대관령 용평리조트에서 그 시원하고도 푸릇한 풍경과 바람을 마주하고 말았다.
[왼쪽/오른쪽]용평리조트에서 MTB를 즐기는 사람들<사진제공·강선구> / 라이더들이 점프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사진제공·강선구>
올해도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자 가족들을 이끌고 대관령으로 향했다. 대관령은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기온이 낮은 데다, 이국적인 목장과 대규모 리조트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그러니 시원하고도 신나는 여름날을 보내기에 딱이다.
산책도 하고 레포츠도 즐길 겸 용평리조트로 간다. 여름날의 스키장은 겨울과는 그 빛깔과 분위기가 다르다. 새하얗던 풍경은 자취를 감추고 주변이 온통 '초록초록'하다. 용평리조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록빛 속을 질주하는 MTB(산악자전거) 라이더들. 한 무리의 라이더가 자전거를 타고 산자락 내리막길을 질주하더니 살짝 돌출된 턱에서 점프한다. 순간 자전거가 붕 떴다가 내려온다. 짧은 찰나지만 마치 슬로우 모션 효과를 처리한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라이더들의 점프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설원을 누비던 스키어들 대신 초원을 질주하는 MTB 라이더들이 눈길을 끈다.
문득, 수년 전 캐나다 위슬러에서 봤던 풍광이 떠올랐다. 여름의 길목에 서 있던 위슬러 스키장에서 많은 라이더들이 MTB를 타고 질주해 내려오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던 그들의 모습은 시원했고 짜릿했다. 레포츠 문외한인 내게 'MTB 한번 배워봐?' 하는 도전 정신까지 일게 했다. 물론, 그 뒤로 흐지부지됐지만.
그러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용평리조트에서 MTB 라이딩 장면을 마주하게 된 것. 그 사이 우리나라에도 자전거 붐이 일고 MTB 이용자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코스로 구성된 MTB파크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용평리조트 MTB파크가 문을 연 건 2015년. 동호회, 가족, 친구 등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성인 남성과 여성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MTB파크를 이용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용평리조트 MTB파크를 즐긴다.<사진제공·강선구>
MTB센터에 가보니 라이더들이 데크에 모여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동호회에서 왔다는 40~50대 남성들도 있고 이날 처음 MTB파크에 왔다는 중학생, 친구들끼리 왔다는 고등학생도 보인다. 용평리조트 MTB파크를 체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는 외국인들도 눈길을 끈다. 아일랜드와 태국에서 온 그들은 사흘 동안 이곳에서 MTB를 탔는데 코스가 상당히 매력적이란다.
MTB 출발 준비중인 사람들<사진제공·강선구>
'MTB 한번 타보고 싶네'라는 마음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장비 준비 없이 온 초보자도 용평리조트 MTB파크 이용이 가능할까? 물론이다. MTB파크 내 초보자를 위한 코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자전거와 보호 장비도 대여해준다. 또한 MTB파크 직원이 체험자와 몇 차례 동행하며 코스를 안내한다. 체험자가 코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는 혼자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리프트탑승장<사진제공·강선구>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어떻게 올라가느냐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주로 내리막길을 즐기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원래 코스는 5개인데 각 코스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15개 정도의 다른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입장권은 리프트 이용료 포함 반일 2만 5000원, 주간 3만 5000원이며, 올해부터 시즌권도 생겼다.
리프트 아래에서 MTB를 타고있다.<사진제공·강선구>
더위를 잊게 하는 짜릿한 레포츠
[왼쪽/오른쪽]마운틴코스터 탑승장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 마운틴코스터를 타고 숲속을 질주한다.
MTB를 타는 저들이 너무 부러우나 지금 당장 탈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마운틴코스터를 즐기면 된다. 자전거 대신 마운틴코스터를 타고 초원을 질주할 수 있다. MTB 라이더들과 같은 리프트를 타고 탑승장까지 올라간다. 마운틴코스터는 썰매처럼 생긴 기구를 타고 레일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놀이기구다. 용평리조트 마운틴코스터는 총 길이가 1300m이며 최고 시속은 40km에 이른다. 맨몸으로 느끼는 속도감이 꽤나 빠르다. 조작 방법은 쉽다. 레버 하나로 속도를 내고 줄인다. 어린 아이들도 보호자와 함께 이용 가능하다. 푸르른 산자락을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기분이란 '짜릿' 그 자체!
버기카 타고 오프로드 달려볼까~
신나게 마운틴코스터를 타고 내려오면 옆으로 버기카와 사륜 오토바이가 보인다. 버기카나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푸르른 슬로프를 배경으로 오프로드 기분을 내보자. 잘 닦인 도로가 아니라 용평리조트 자연에서 즐기는 드라이빙 체험이 신난다. 버기카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내달리는 기분이 시원하다.
어린이를 위한 전기자동차와 초원을 달리는 승마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버기카와 사륜 오토바이 체험장 옆으로도 레저 시설이 이어진다.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각 연령층을 만족시킬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있다. 어린이 전기자동차, 에어범퍼카, 트라이웨이, 승마 등등. 스티브 잡스가 'PC 이후 최고의 발명'이라고 극찬했던(물론 안타깝게도 그만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세그웨이도 있다. 세그웨이는 2001년 딘 카멘이라는 미국의 발명가가 개발했다. 한 명이 서서 타는 기구로 신체의 균형 감각에 맞춰 움직인다. 센서가 탑승자의 무게 중심 이동을 1/100초 단위로 측정해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맞춰준단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몸무게 20kg 이상부터 이용 가능하다.
[왼쪽/오른쪽]기본기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세그웨이 / 세그웨이 조작이 익숙해지면 안내자와 함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안내자로부터 기본 설명을 듣고 몸으로 익힌다. 브레이크 같은 장치가 전혀 없다. 오로지 몸의 균형만으로 움직인다. 전진, 멈춤, 회전 같은 기본 동작만 몸에 익히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기본기를 익힌 후 안내자와 함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로 구성된다. 일반 체험은 총 20분 정도 진행되며 비용은 1인당 2만 원이다. 산악용 세그웨이를 이용하는 산악 체험은 30분이 소요되며 2만 5000원.
동행한 40대 남편과 열 살짜리 딸은 세그웨이를 탄 후 엄지를 척 치켜 올린다. 아주 재미있단다. 음…. 세그웨이의 단점을 꼽으라면, 후유증이다. 세그웨이를 사고 싶다며 연신 인터넷을 검색하는 남편과 세그웨이 타러 용평리조트에 또 가자고 졸라대는 딸아이. 이런 후유증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시원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을 찾는다면 용평리조트를 리스트에 올려두자. 스키장이 여름에도 즐거운 곳이라는 '청개구리' 여행자의 주장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