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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은퇴 Who
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카드 발행 일시2024.11.28
에디터
장원석
은퇴 Who
관심
〈이종환의 디스크쇼〉〈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음악 방송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조정선(64) 전 PD에게도 4년 전 은퇴는 다가왔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다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 보자’고 다짐한 그가 찾아낸 통로는 해외 한 달 살기. 아내와 함께 이미 두 곳을 다녀온 그는, 또 다른 이색 여행을 준비 중입니다. 은퇴자의 한 달 살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며 미리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은퇴 Who〉가 쉽게 알려드립니다.
지난 10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은 조정선 전 PD. 한 작품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조정선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가방 같은 거 말고 인생을 담은 선물을. 그만큼 미안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은 내 몸을 가족보다 일터에 가깝게 했다. 37년. 아내는 많은 걸 참아줬다. 2020년 말 은퇴하고 드디어 아내 곁으로 돌아갔지만 일터를 떠난 공허함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뭐라도 채울까 싶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려 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동해안 해파랑길을 27일 동안 걸었다. 무작정 나선 길에서 탈출구가 보였다. 남은 생애 동안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두근거리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여행이 그중 하나였다.
아내와 1년에 두 번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다녔는데, 뭔가 부족했다. 관광지만 대충 둘러보는 게 아닌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느긋하게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하고, 올 3월 체코로 떠났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소도시 데친에 숙소를 잡고 우리는 27일간 라이프치히∙드레스덴∙프라하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처음으로 여행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0월 떠난 두 번째 한 달 살기는 8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포르투갈과 스페인.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을 다시 접하고 싶었다. 체코 때와 달라진 건 계획이 더 없어졌다는 점. 첫 도착지 리스본에서 머물 곳을 제외하곤 갈 곳도,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 리스본∙포르투∙빌바오∙마드리드 등을 돌며 짧게는 사흘, 길면 일주일씩 머물렀다. 어디를 가나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온화한 날씨와 저렴한 물가 덕에 한 달 살기 성지로 꼽히는 포르투갈 리스본. 사진 조정선
10년 정도 미친 듯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매일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돈이 엄청 많아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또래 직장인이 다 그렇지만 재테크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빚 안 지고, 퇴직금 중간정산 안 하고, 예∙적금 꾸준히 하니까 웬만큼 지낼 정도가 됐다. 연금에다 배당주에서 조금씩 나온 돈이면 1년에 한두 번 여행 경비는 충분하다. 어차피 호화 여행은 아니니까.
아이 둘은 장성해 자기들 앞가림을 한다. 딱히 물려줄 것도 없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실컷 쓰다가 혹시 남으면 나눠 가지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은퇴Who 2화 목차
📌스타 PD의 경험담 “하루에 한 가지만”
📌꾼들이 뽑은 해외 한 달 살기 BEST 10
📌“난 이건 싫어” 단점으로 거르는 여행지
📌호텔만 고집? 에어비앤비 100%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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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스페인에서 돌아온 지 고작 일주일, 벌써 다음 짐 쌀 궁리에 바쁘다. 내년 계획은 이미 세웠다. 이번엔 ‘각자 여행’에 도전한다. 선호하는 나라를 따로 갔다가 태국에서 만나 겨울을 나기로 했다. 난 친구들과 스위스 트레킹코스 ‘투르 드 몽블랑’을 가려 한다. 아내는 예쁘기로 소문난 남프랑스 일대를 돌 계획이다.
은퇴자의 해외 한 달 살기. 어디를 갈지 정하려면 몇 가지 체크 포인트에 스스로 답해 보자. 혼자 갈 건지 부부가 함께 갈 건지, 도시가 좋은지 자연이 좋은지, 볼거리가 먼저인지 맛집이 우선인지 등이 질문이다. 걷는 걸 싫어하는데 유럽으로 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어지간한 볼거리는 걸어 다니는 코스인 데다 길이 좁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많아서다.
인생 여행지 찾기 열 가지 자문해 보세요
김주원 기자
돈·건강·결단력 삼박자 맞아야
해외여행이 본격화한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자유여행 붐이 일었다. 배낭 하나 메고 계산 없이 떠나는 게 유행이었다. 이후 한 달 살기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다. 유행이라고 해도 주로 젊은 층의 취미였고, 영어 공부할 겸 방학 때 하와이나 필리핀 등으로 떠나는 가족이 많았다. 50~60대가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는 동남아 골프 여행 정도였다.
한 달 살기 열풍을 되살린 주역은 은퇴족이다. 은퇴 후 해외로 떠나는 게 요즘 필수 코스가 됐다. 지난 7월 미얀마에서 한 달을 살다 온 권모(58)씨의 설명.
70~80세가 된 은퇴 선배들과 최근 은퇴한 세대는 또 달라요. 선배들이 해외에서 살아볼 생각을 못 해 본 세대라면, 요즘 60세 정도면 해외여행 경험도 많고 생각도 젊거든요. 어차피 은퇴하면 시간이 많은데 다녀온 사람들이 ‘너무 좋더라’고 하니 마음이 동하는 거죠.
하지만 60대의 장기 여행은 간단치 않다. 돈∙건강∙결단력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세 가지가 준비됐더라도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예전부터 일부 여행사가 한 달 살기 상품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고객별로 원하는 일정이나 숙소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묶음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건 싫어” 단점으로 걸러보는 여행지
김주원 기자
여행 상품이 없다는 건 여행자가 스스로 모든 걸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은퇴자의 상당수는 해외여행을 직접 설계해 보지 않았다. 여행 일정은커녕 비행기 티켓조차 예약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많다. 세세하게 알아봐 줄 자녀가 있으면 좋겠지만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걱정만 할까 봐 말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곳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실전 노하우① 여행이냐 휴식이냐
은퇴 후 한 달 살기의 핵심은 여유.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지를 돌다 유명한 맛집에서 밥 먹고 돌아와 잔다면 관광이지 살기가 아니다. 아무런 목표 없이 숙소에만 머무르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조 전 PD는 해외 한 달 살기를 할 때 “하루에 딱 한 가지만 하자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한 달 살기란 말에 힌트가 있어요. 5일 여행이라면 조급한 게 당연하죠.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해야 충족이 될 테고 하루가 아까우니까요. 그런데 한 달 치 일정을 여행사보다 더 섬세하게 짜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만 틀어져도 답답해하거나 짜증을 낸다면 그 여행이 즐거울 수 없잖아요. 한 달 살기를 할 때는 하루에 딱 한 가지만 목표로 둡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여행과 휴식 중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정해야 한다. 예컨대 필리핀 클락에서 한 달 내내 골프만 치다 오는 경우도 있고, 호주 케언스까지 가서 낚시만 하는 은퇴자도 있다. 반면에 이런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돌아다니는 여행을 중시하는 경우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여행과 휴식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사진은 현지 야시장. 사진 말레이시아관광청
둘 다 할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가 대표적이다. 한 달 80만원 수준인 저렴한 숙박비가 최대 장점인데, 음식∙골프 같은 생활물가도 다른 동남아 지역보다 싼 편이다. 이런 생활이 지루해질 때쯤 가볍게 국경을 건너 싱가포르 관광을 하면 된다.
실전 노하우② 항공권부터 싸게 사라
여행지를 정했으면 다음 관문은 항공권. 한 달 살기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항공료와 숙박이다. 특히 항공료는 예약 기술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 가장 큰 차이는 성수기와 비성수기인데 노선에 따라 요금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명절, 여름∙겨울방학, 연휴 등이 성수기이니 피하는 게 좋다. 주말보다 평일에 출발하는 게 싸다.
포털사이트에서 행선지를 입력하고, 항공사별 티켓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게 필수. 매일 요금이 바뀌니 수시로 체크한다. 비행시간이 대략 다섯 시간 전후인 동남아의 경우 항공사 브랜드나 편의보다 가격에 포인트를 두자.
통상 6개월 전에 예약하면 10~20% 정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다만 예약할 때는 일정을 바꾸지 않을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단, 하루 차이라도 바꾸려면 대략 10만원 전후 수수료를 낸다. 출발 91일 전까지 취소할 수 있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일반석으로 장거리를 갈 땐 대략 10만원 정도를 내고 구매하면 좀 더 편한 좌석을 사전에 잡아둘 수 있다.
마터호른을 올려다보는 스위스 체르마트. 비싼값을 하는 대표적인 한 달 살기 성지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실전 노하우③ ‘싸고 좋은 숙소 없다’ 둘 중 하나
포르투갈∙스페인 여행에서 조 PD의 25박 숙박비는 328만원으로 하루 평균 13만원꼴이었다. 대도시가 많았던 일정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해결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현지에서 숙소를 예약했다. 숙박 공유 서비스로, 호텔 말고 자신이 소유한 방이나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플랫폼이다.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본인이 갈 여행지를 입력하면 지도에 그 일대 숙소와 가격이 뜬다. 이것저것 눌러보다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된다. 물론 간단치 않다. 가격도, 숙소 컨디션도 제각각이기 때문.
싸고 좋은 숙소는 거의 없다. 가볍게 잠만 잘 것인지, 비싸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침대 개수, 주방 유무, 화장실 청결 등도 따져본다. 사진엔 엄청 커 보였는데 실제 가 보니 너무 작아 당황하는 경우도 흔하다. 홍보용 사진은 광각으로 찍기 때문인데, 사진만 보지 말고 사전 정보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의 평화로운 풍경. 사짖 인도네시아관광청
에어비앤비 숙소 비용엔 서비스 수수료와 청소비가 포함돼 있다. 간혹 청소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집이 있으니 총액을 계산할 때 꼼꼼히 살피자. 실제 결제 단계에선 해외 원화결제 수수료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결제는 현지 통화로 하는 게 좋다. 결제를 우리 돈으로 하면 카드 수수료 외에 현지 통화를 원화로 바꾸는 추가 수수료가 붙기 때문. 에어비앤비 애플리케이션 설정 화면에서 나라별로 결제 화폐를 바꿀 수 있다.
고민하기 싫으면 무난하게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호텔스닷컴 같은 숙박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게 쉽다. 여러 숙박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한다.
가격이나 컨디션만큼 중요한 게 숙소의 위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하고 마트 같은 시설이 가까이 있는 게 좋다. 싸다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예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도를 확인하라는 의미다. 정류장이 멀거나 아예 없어서 택시비가 더 들기도 하고, 여행용 가방을 끌고 1㎞씩 걸어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외진 곳은 위험하다. 특히 유럽은 낮과 밤이 분명히 다르다. 5~6일 단위로 숙소를 옮기는 것도 좋다. 조 전 PD의 경우도 5곳 정도로 숙소를 나눠 잡았다.
리스본 지하철 플랫폼에 붙어 있는 벽화가 인상적이다. 사진 조정선
실전 노하우④ 트래블 카드∙여행자보험 필수
[이젠 없으면 손해, 트래블카드]
해외여행 때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환전. 좋은 환율로 바꾸는 것도 관건이지만 남은 외화를 처리하는 것도 고역이다. 어디를 가나 카드가 ‘보통’이어서 이런 수요를 고려해 만든 게 트래블 카드다. 현지 화폐를 내 계좌에 충전해 쓰는 체크카드라고 보면 된다. 환전은 물론 결제수수료가 없고, 현지 ATM에서 인출하는 것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충전했다가 남은 외화는 귀국해 원화로 바꾸면 된다. 시중은행 지점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여행자보험에 돈 아끼면 바보]
해외에 나가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여행 중 발생하는 상해나 질병, 물건 분실 등을 보장해 주는 게 여행자보험이다. 출발할 때 시작해 귀국하면 끝나는데 패키지여행 땐 자동으로 가입되지만, 자유여행이면 직접 해야 한다. 60대부터는 보험료가 큰 폭으로 뛰니 덮어놓고 싼 걸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보장액이 적어 실망할 수도 있다. 대략 3만~4만원 차이라 아끼지 않는 게 좋다.
[동남아에선 클래스 들어보라]
여행에서 볼거리만큼 중요한 게 할 거리다. 여행 좀 해 본 사람도 해외에서 뭔가를 배워 본 경험은 드물다. 특히 동남아는 가보면 지루하다는 평이 많다. 현지 쿠킹·요가 클래스 등을 잘 찾아보면 의외로 흥미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다.
태국 끄라비의 한 쿠킹클래스. 사진 클룩
[도착하면 교통카드부터 구입]
돌아다니는 일정을 짰다면 도착과 함께 교통카드부터 사자. 대중교통 요금도 대부분 한국보다 비싼 편. 나라마다 형태가 다를 뿐 여행자를 위한 충전식 교통카드가 대부분 있다. 일부 도시에선 한국에서 만든 트래블 카드를 교통카드로 바로 쓸 수 있어 더 편리하다. 한국의 카카오택시처럼 현지에서 가장 많이 쓰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알아두는 것도 필수. 우버∙그랩∙볼트 등이 흔하다.
[예상보다 비싼 입장권 할인받기]
여행 예산을 짤 때 놓치기 쉬운 게 입장료다. 궁이든, 성이든, 박물관이든 입장료를 내는데 체감상 한국보다 훨씬 비싸 놀라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사면 할인을 못 받는다. 전날쯤 클룩 같은 티켓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현장보다 많게는 3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에디터
장원석
관심
중앙일보 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