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劉備)의 원술(袁術) 토벌군(討伐軍) 합류(合流) -
조조(曹操)의 대군(大軍)이 예주(豫州) 접경에 진을 치고 원술(袁術)을 공격(攻擊)할 준비(準備)를 하고 있을 때, 영문(營門) 밖에는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등의 삼형제(三兄弟)가 도착(到着)하였다.
그리하여 조조(曹操)에게 자신들이 원술(袁術) 토벌대(討伐隊)를 이끌고 왔음을 알리고 하명(下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소식은 즉각(卽刻) 조조(曹操)에게 보고(報告) 되었고. 조조는 침통한 얼굴로 이 문제 처리에 대해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때, 참모(參謀) 순욱(荀彧)이 들어온다.
"주공(主公), 찾으셨습니까?"
순욱(荀彧)은 양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 조조(曹操)에게 예(禮)를 표하였다.
그러자 말없이 양손을 오므려 들고 앉아있던 조조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순욱(荀彧)?... 지금 이곳이 바로 역적(逆賊) 토벌(討伐) 가담 군(加擔 軍)의 집결(集結) 장소(場所) 아니오?"
"그렇습니다."
"닷새가 됐는데, 조서(詔書)를 받든 제후들이 한 놈도 안 왔소."
"네, 예상했던 일 아닙니까?"
애초에 각지 제후들의 토벌군 가담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실제의 상황으로 닥치자 침통한 조조(曹操)였다.
그러자 순욱(荀彧)은 주공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애초부터 기대조차 되지 않았다는 당연한 대답을 담담하게 한 것이었다.
"그렇지, 허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은 단 한 사람 제후도 뭣도 아닌 놈이 고작 수천 군사를 이끌고 도우러 왔다는 거요."
"누굽니까?"
"유비(劉備)!"
"하~.. 제가 잊을뻔했군요. 유비(劉備)는 한실(漢室)의 후예이고, 한실 부흥을 꾀하는 자이니 역적의 황위(皇位) 찬탈(簒奪)을 못 참겠지요."
"솔직히 말해 유비(劉備)가 오리라곤 생각지 못했소. 어찌해야 할지 참 난감하오. 해서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데 놈을 이용해야 하겠소, 아니면 죽여버려야 하겠소?"
그러자 순욱(荀彧)이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바로,
"죽이십시오." 하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조조(曹操)의 반문이 즉각 나왔다.
"왜지?"
"유비(劉備)는 영웅의 포부를 지닌 자이니 지금이라도 죽여 후환을 없애십시오."
순욱(荀彧)은 조조(曹操)의 결심을 유도하는 듯이 똑바로 쳐다보면서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순욱과 눈도 한번 마주치지 않고 독백하듯이 묻고 대답하던 조조가 순욱을 한번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음! 알았소. 나가서 곽가(郭嘉)를 들라 하시오." 하고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자 순욱(荀彧)은,
"예." 하고 대답하며 물러갔다.
이렇게 조조(曹操)가 원술(袁術) 토벌대로 참여한 유비(劉備)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과 숙의를 하고 있는 터에 영문(營門) 밖에선 기다리다 지친 장비(張飛)가 투덜 거리며 한 소리를 해댔다.
"형님! 우리가 역적 원술을 토벌한다고 오백 리를 달려왔는데 조조(曹操) 저 자식이 뭐가 대단하다고 저놈이 우리를 이렇게 계속 밖에다 세워 두는 겁니까? 이제 그만 갑시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셋째, 그만하게 조조(曹操),는 호국 대장의 몸으로 출정한 데다가 우리는 한때 적이었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네."
그러자 관우(關羽)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유비(劉備)의 말에 긍정을 표시했다.
어쨌거나 유비 삼 형제는 조조의 결정이 있기 까지는 영문밖에 계속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순욱(荀彧)의 전달을 받고 곽가(郭嘉)가 조조(曹操)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후
"부르셨습니까. 주공(主公)?" 하고 허리를 펴며 말했다.
그러자 조조는 아직도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는 자세로,
"방금 순욱(荀彧)이 유비(劉備)를 죽여 후환을 없애자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곽가(郭嘉)는,
"신이 볼 때는 아닙니다. 역적을 토벌(討伐)하기 위해 온 것이니 신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유비(劉備)는 의리가 있는 데 다가 자원해서 군사를 이끌고 도와주러 왔으니 주공(主公)께서 죽이신다면 아마 그 이후부터 천하의 현자와 선비들이 발을 끊고 주공을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을 죽여 민심을 잃는 것은 신이 볼 때 절대 주공께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조조(曹操)는 답답한 어조로 말한다.
"알겠네, 나가보게. 정욱(程昱),을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곽가(郭嘉)는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혀 절을 한 뒤에 물러간다.
소신, 주공(主公)을 뵈옵니다."
인사와 함께 정욱(程昱)이 들어왔다.
조조(曹操)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리에 앉은 채 정욱과 눈도 마주치지 아니하고,
"정욱(程昱)... 방금 곽가(郭嘉)는 나한테 유비를 죽이지 말라하고 순욱(荀彧)은 죽이라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정욱(程昱)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즉각 대답한다.
"유비(劉備)는 당대의 영웅이면서 주공(主公)의 후환이기도 합니다.
신이 볼 때는 일단 이용하시고 이용 가치가 없으면 그때 죽여서 후환을 없애십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두 사람과의 면담에서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던 조조(曹操)가 입가에 웃음을 띠며,
"후후훗, 좋소! 알았소. 가보시오." 하며 무언가 결심이 선듯한 대답을 한다.
"예" 정욱(程昱)이 읍하고 물러간다.
잠시 후, 조조의 군막 밖에선 순욱(荀彧)이 물러 나오는 곽가(郭嘉)를 보며 묻는다.
"주공(主公)께는 뭐라 하셨나?"
그러자 곽가가 순욱에게 되물었다.
"주공께서는 뭘 물으셨지요?" 하고 곽가가 딴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순욱(荀彧)이,
"먼저 말해보게." 하고 역질문을 폈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로 다가온 정욱(程昱)이 대화에 끼어들며 물었다.
"두 분께서는 주공의 물음에 뭐라 답하셨습니까?"
그러자 빙그레 웃음을 머금은 순욱(荀彧)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한다.
"난 유비(劉備)를 죽이라 했소."
그러자 곽가(郭嘉)는,
"그렇습니까? 저는 유비(劉備)를 이용하라 했습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다녀온 정욱(程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는 유비(劉備)를 먼저 이용하고 이용 가치가 다 하면 죽이라고 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순욱(荀彧)이 결론을 내리듯 말한다.
"주공께선 의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오. 우리가 이미 세가지 선택권을 드렸으니 어찌할지는 주공의 결단에 달려 있겠지요."
그러자 나머지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조조의 군영 밖에서는 조조가 친히 유비(劉備)를 영접하러 나왔다. 조조를 발견한 유비가 황급히 말에서 내리자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도 따라서 말에서 내렸다.
이윽고 유비의 앞으로 다가온 조조가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며 웃는 얼굴로,
"현덕 아우 내가 아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도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며 대답한다.
"조 공께 인사 올립니다." 하며 깊숙이 허리 숙여 인사하였다.
그러자 맞절로 대한 조조(曹操)가,
"원술(袁術)이 반역을 도모해 천자께서 천하의 제후들에게 토벌(討伐)을 명했지만 다들 앉아서 구경만 하고 누구 하나 나서는 이 없는데 오직 유현덕 그대만 달려와 주었으니 역시 한 황실의 후예요, 대 한의 충신답소!" 하고 말했다.
그러자 유비는 다시 한번 머리 숙이며,
"군사는 비록 적지만 조공의 선봉에 서서 원술(袁術)을 멸하는 데 힘을 보탤까 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패전 소식으로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원술(袁術)이 황망한 어조로 말한다.
"어서 어서 장훈과 양봉은 호부군을 이끌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회남으로 달려가 각 진지의 장군들을 속히 수춘으로 불러 우리를 구원하라 하시오!" 하고 서둘러 명하였다.
그러자 개국(開國) 한 뒤에 국사(國師)로 옹립된 도저(陶貯)가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폐하! 조조군이 기세를 몰아 속전속결하려 할 것이니 그들의 간계에 놀아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고 단정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황급한 일중에 의외의 의견이라고 생각된 원술이 눈을 크게 뜨며 도저(陶貯)에게 물었다.
"국사(國師)께서는 무슨 좋은 계략이라도 있소?"
그러자 도저(陶貯)는 곧바로 이어서 말한다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수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처방안이 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어떤 묘안을 기대했던 원술(袁術)은 눈을 내리깔며 깊은 시름에 잠긴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그렇군! 조조(曹操)가 먼 곳에서 왔으니 군량이 부족해 수춘성(壽春城) 함락을 서두르는 거요!"
그러자 의견을 아뢴 도저(陶貯)는 원술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였다.
원술(袁術)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한 달만 버틴다면 조조(曹操)는 군량이 떨어져... 그때 가서 우리가 전군을 동원해서 전력으로 공격한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소!" 하고 말하면서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자 도저(陶貯)가 잡은 두 손을 흔들며 말한다.
"현명하신 말씀이옵니다!"
도저(陶貯)로부터 흥분된 칭찬을 듣자 원술(袁術)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기쁜 얼굴이 되었고 만조백관들은 저마다,
"맞아!..."
"정말 묘안이야!..."
"그러면되겠네!..." 하고 기뻐하면서 한마디씩 떠들었다.
그리하여 원술(袁術)은 전군에, 조조군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수성(守城) 작전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명령하였다.
삼국지 - 92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