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 로타리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요?
그 로타리 부근에 있는 성동 경찰서 담을 따라 대로변에
조그마한 냉면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길은 뻥 뚫린 큰길인데 그 길에 어울리지 않게
넓고 넓은 바닷가의 오막살이 같은 냉면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이...이름이....
음!
생각이 안 납니다.
좁고 어두 침침한 식당 안에 들어가니
손님들은 <을지 면옥> 집처럼 호호백발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셨고
그 집 냉면에도 <우래옥>처럼 꿩고기 완자가 들어있었지요.
꿩고기를 뼈 채로 다졌다고 하는데
뼛가루가 씹히는 맛이 특이했습니다.
그 때 기억으로 메밀도 제대로 갈아서 넣은 것 같았고
구수한 맛도 느낄 수 있었는데
슴슴한 육수의 맛은 그때만 해도 제대로 모를 땝니다.
냉면의 쌩 촛짜 시절이었고
그것도 같이 간 사람 없이 혼자서 조금 쪽팔려 하며 찾아 간 집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온 사람들 틈 속에 비집고 앉아서
기가 폭 죽어서 한 그릇 비우고 나오기가 바빴지요.
하긴
그때는 천하의 우래옥 냉면 육수도 구정물 맛 같았으니....
그런데 그 집이 문득 생각납니다.
지금 가보면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지요.
요즘
웬만큼만 관록 있거나 이름이 조금이라도 나는 냉면 집들도
한번쯤은 정보의 바다에 둥둥 떠다니던데
그 집은 노란 잠수함이라도 탔는지 통 본 적이 없습니다.
오∼랫 동안 잊고 있다가
작년인가?
상주가 된 친구를 위문하기 위해 다녀올 일이 생겨서
얄팍한 돈 봉투 달랑 들고 한양대 부속 병원에 갔었지요.
일을 보고 나오는데 생각이 나서
일부러 그 냉면 집 앞을 지나갔었던 거지요.
<잘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그런데 이사를 갔는지 아니면
엉뚱한 길에서 못 찾겠다 꾀꼬리 했는지
그 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냉면 촛짜 시절의 어설픈 기억이긴 하지만
정통 피양 냉면을 제대로 하는 집 같았는데
지금도 장사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딴 곳으로 이사를 갔는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냉면 장사를 접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혹시 그 냉면 집의 이름이라도 알고 계시는 분은
쫌
가르쳐 주십시오.
저녁에 잉글랜드와 1대1로 비겼던 축구를 봤는데
미련이 남아
밤늦게 헤드폰 끼고 또 재방송을 보면서
풀무원 생 녹차 냉면을 살금살금 만들어 먹는데
문득 그 냉면 집이 생각났던 겁니다.
아시는 분이 있으면
쫌
가르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