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건 바늘구멍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막대한 재력을 이용하여 바늘을 거대하게 만들거나 연성이 좋은 재질로 만들어 바늘귀를 크게 확장하면 모를까 보통 사람의 인식 속에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낙타와 바늘구멍을 설정했을까요? 물론 낙타는 사막에서 쉬 볼 수 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바늘구멍과의 연관을 짓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 예루살렘엔 바늘구멍이라는 별명의 좁은 성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문으로 낙타가 통과하려면 짐을 다 내리고 무릎을 꿇어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낙타와 바늘구멍이 등장했다는 설도 있고요.
다른 말로는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랍어로 밧줄을 감타(gamta), 낙타를 가믈라(gamla)라고 하는데 이를 그리스어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낙타를 바늘귀에 넣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밧줄은 굵기가 천차만별이니 어렵지만 해볼 만한 일이 되니까요.
바늘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빙하기에 네안데르탈인은 바늘을 발명하지 못하여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옷을 만들어 입지 못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멸종하고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바늘로 제대로 된 옷을 만들어 입어 추위를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죠.
바늘구멍은 바늘로 뚫어 놓은 구멍이 아닙니다. 바늘에 실을 꿰기 위한 구멍으로, 한자로는 침공(針孔)이라 하지요. 바늘은 옷을 짓거나 꿰매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주삿바늘, 낚싯바늘, 시계나 저울에서 눈금을 가리키는 뾰족한 물건을 다 바늘이라고 부르니까요.
낙타와 바늘구멍은 더불어 삶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재물은 욕망의 산물이니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부유함은 편안함이지만 풍족한 속에서 믿음을 지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함께하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낙타와 바늘구멍은 과장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동양에서도 뻥쟁이 장자가 득세하고 있는데 서양의 속담도 만만치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메뚜기가 코끼리를 낳는 게 더 쉬울 것이란 로마 속담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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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이 분의 광범위한 지식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낙타-바늘구멍> 에 <메뚜기-코끼리> 를 말하다니.....
이 글의 제목 <바늘구멍>을 보았을 때,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국민학교 다닐때,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알센 루팡의 <바늘 구멍>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은 왜곡된 기억이 많은 것을 새삼 느낀 것이 루팡의 소설 중에 <바늘 구멍>은 없고, <기암성L'Aigillecreuse>이 있었네요. 바늘처럼 뾰족한 바위에 가운데 높은 동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암성이 내 기억에는 바늘 구멍으로 기억되고 있었으니.....
내일은 공치러 갑니다. 문제는 눈이 영 말썽이라 공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생질녀가 강대 안과에 있어 갔더니 양쪽 다 백내장에 망막이 부었다고 서울대 박규형교수에게 연결해 주어서 지난달에 예약검사를 갔었네요. 역시 양쪽 다 백내장에 망막전증이라 합니다. 6월 27일에 정밀검사를 예약했는데, 18일부터 전면 휴진이라니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갑갑합니다.
이젠 컴퓨터 화면도 잘 안 보여 아 글도 눈을 부릅뜨고 겨우겨우 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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