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상황일 것이다. 특히 자기 전 물이나 술을 많이 마셨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소변을 참지 못해 자주 깬다면,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야간뇨는 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성인에서 흔한 ‘야간뇨’…생활습관 개선이 우선
야간뇨는 밤에 2회 이상 배뇨를 하기 위해 깨는 증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이는 노화로 인해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거나 방광 기능이 약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다. 방우진 한림대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9만 2,626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1.8%가 한 번 이상, 17.8%는 두 번 이상 야간뇨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령층일수록 야간뇨 위험이 높았다.
야간뇨가 잦으면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낮 동안 피로감이 지속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면 부족이 비만, 치매, 심혈관계 질환, 제2형 당뇨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야간뇨 증상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지속되면 질환 의심해야…특히 주의할 사람은?
야간뇨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하이닥 비뇨의학과 상담의사 김규현 원장(하이맨비뇨기과의원 원주점)은 “야간뇨는 과도한 수분 섭취, 카페인, 음주 등의 생활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며 “저녁 시간 과도한 수분 섭취를 줄이고, 자기 전에 배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활 습관을 조정해도 야간뇨가 지속된다면,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야간뇨는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규현 원장은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등의 전립선 질환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60대 이상의 남성이 야간뇨와 함께 배뇨 장애를 경험한다면 전립선비대증 가능성이 높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이 커지는 질환으로, 60대 남성의 60~70%, 70대 이상 남성의 대부분이 겪을 정도로 흔하다. 커진 전립선은 요도를 눌러 소변 배출을 방해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김규현 원장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은 야간뇨를 비롯하여 빈뇨, 잔뇨감, 세뇨, 급박뇨 등 다양한 배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요로 감염, 방광 결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경우 폐경이 야간뇨의 원인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장유수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폐경 이행기의 여성은 폐경 전 여성보다 야간뇨 발생 위험이 1.92배 높았으며, 폐경 후 여성에서는 2.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부 요로계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방광 용량이 줄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갱년기 증상과 수면 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야간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질환, 폐경 외에 남녀 공통적으로 신장 기능 이상, 과민성 방광, 방광결석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야간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원인이 없더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만약 원인 질환이 없더라도 야간뇨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약물치료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