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조(曹操)의 기지(奇智)로 이룬 수춘성(壽春城) 함락(陷落) -
한편, 조조(曹操)의 진영(陣營)에서는 나날이 궁량(軍糧)이 줄어들자 관량관(管糧官) 임준(任峻)이 조조에게 품한다.
"주공, 오늘이 출정한지 스물 사흘째인데 군량이 떨어져 갑니다."
그러자 조조가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일으키며 담담한 어조로 묻는다.
"이제 며칠 분이나 남았나?"
그러자 임준은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허리를 굽히며,
"길어야 닷새 분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럼 안 되지 아무리 빨라도 열 흘이 지나야 군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임준이 되물었다.
"하!, 주공, 닷새 분으로 어찌 열 흘을 버틸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다시 한숨을 내쉰 조조가 말한다.
"그럼 배급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라."
그 말을 듣고, 난처한 임준이 다시 아뢴다.
"병사들이 충분히 먹지 못해 문제라도 일으키면..."
그러자 조조가 그 자리에서 임준의 말을 끊으며,
"방법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임준이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날부터 관량관 임준은 각 부대에 나눠주는 쌀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자 군사들로부터 대번에 불평이 터져 나왔다.
"이걸 먹고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에잇 18 !"
"주공이 말(斗)을 속여 우리들 배를 곯리고 있다."
군사들은 폭동이라도 일으킬 듯이 있는 대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조조는 병사들의 불평을 엿듣고 관량관 임준과 장군 조인을 가만히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공?"
조조가 자리에 정좌세로 앉아, 임준을 향해 냉철한 어조로 물었다.
"지금 쌀이 부족해서 병사들의 불평이 큰 사실을 알고 있느냐?"
임준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한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임준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병사들의 안정을 위해 네게 빌릴 것이 있는데 빌려주겠냐?"
"주공의 명이시라면 무엇을 아끼겠습니까 한데 무엇을 빌리시려고요?"
조조는 임준의 대답을 듣자 자세를 그대로 한 채,
"자네 머리를 빌려야겠다. 하나 일단 빌리게 되면 돌려주지는 못한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조조가 임준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병사들의 안정을 위해 네게 빌릴 것이 있는데 빌려주겠냐?"
"주공의 명이시라면 무엇을 아끼겠습니까 헌데 무엇을 빌리시려구요?"
조조는 임준의 대답을 듣자 자세를 그대로 한 채,
"자네 머리를 빌려야겠다. 허나, 일단 빌리게 되면 돌려주지는 못 한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말을 들은 임준이 그 자리에 털썩 엎드리며,
"주공, 주공! 살려주십시오. 전 죄가 없습니다. 주공! ..."
그러나 조조의 냉철한 말이 이어진다.
"자네가 죄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자네가 살아 있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야. 걱정 말게 죽은 뒤에 자네 부모는 내 친부모처럼 자네가 한 것보다 더 극진히 모시도록 하겠네 그리고 자네 아들은 내 아들처럼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 줄 것이네 솔직히 자네 아들이 자네 밑에서 크는 것보다 내 곁에 있는 것이 훨씬 더 장래성이 있지 않겠나 안 그런가?"
"주공, 살려주십시오 제발!"
임준은 꿇어 엎드린 채 벌벌 떨면서 애끓는 호소를 하였다.
"주공, 주공! 으흐흑!...."
"조인!" 조조가 옆에 있는 조인을 불렀다.
"예!"
"이 자를 군법에 회부하라."
"옛!"
"살려주십시오. 주공! 살려주십시오!...." 임준이 울며 끌려나갔다.
잠시 후, 장군 조인이 임준의 수급을 창끝에 꿰어 가지고 나와서 기름진 음식을 잔뜩 차려 놓은 앞으로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이 요 며칠 동안 배가 고팠던 것은 여기 창 끝에 있는 관량관 임준이 군량을 횡령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임준이 군령에 의해 참수되었다. 이제 정상적인 군량 보급이 이뤄질 것이니 배를 주릴 이유가 없다!"
병사들은 조인의 말을 듣고,
"우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러자 조인의 말이 이어진다.
"주공의 명으로 모든 양식과 고기 술을 마음껏 풀 테니 오늘은 실컷 먹고 마시고, 내일부터 힘을 내서 원술의 수춘성을 함락시키자.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앞으로 사흘 이내에 수춘성(壽春城)을 함락하지 못하면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하고 굶어죽을 판이다. 그런 점을 분명히 알고 앞으로 사흘 이내에 수춘성(壽春城)을 함락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고향으로 살아서 돌아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자, 앞에 있는 술과 고기를 맘껏 먹어라!"
"우~ 와~!..."
요 며칠 잔뜩 굶주렸던 병사들은 기름진 고기와 술을 보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마음껏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다음 날, 조조군의 수춘성(壽春城) 공격은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공성 장비인 전투 마차(戰鬪 馬車)와 성문을 깨부술 방아 치기가 수춘 성 남문과 성벽으로 접근해갔다.
병사들이 성벽을 타고 오를 긴 사다리와 밧줄을 엮은 갈고리 등을 지닌 채 성벽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투석기(投石機)에서는 화약을 가득 넣은 투환(投丸)이 성안으로 연속하여 발사되었다.
검차(劒車)는 한 번에 십여 발의 창과 화살을 성안으로 쏘아 대었다.
그리하여 성안은 순식간에 화염과 비명이 난무하고 집과 창고는 무차별로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성벽에는 사다리가 걸쳐지고 조조(曹操)의 군사들은 필사적으로 성벽을 기어올라 접근전을 펼쳤다.
성 위에 원술(袁術)의 군사들도 필사적으로 저항하였다.
그러나 수춘성(壽春城) 남문을 대형 방아 치기가 원술군의 공격을 뚫고 수십 번 집중 공격을 가하니 드디어 남문이 깨뜨려졌다. 깨진 남문으로 조조군이 밀려들어가기 시작하자 성안은 일시에 불바다가 되고 아우성과 비명으로 난무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술군은 일시에 괴멸하였다. 그 바람에 원술의 대장 이풍, 진기, 악취, 양강 등이 모두 죽거나 사로잡혔고 부하 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거의 다 항복을 해왔다.
남문이 깨지고 적들이 일시에 들이닥쳤다는 급보를 받은 원술은 만조백관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북문으로 빠져나가 회남으로 피신하였다.
장군 조인이 도망치는 원술(袁術)의 뒤를 쫓으려 하자 조조가 제지한다.
"우리도 전투를 치르며 2만에 이르는 병사를 잃었다. 도망치는 원술의 군대는 대략 얼마나 되는가?"
"원술(袁術)의 30만 대군 중 남은 병력은 3만 정도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원술은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니 쫓지 마라.
수춘성(壽春城) 내에 있는 식량 창고를 확보하고 군사들을 정비하도록 하라."
"옛!"
삼국지 - 93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