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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숨 막히는 뒷모습만으로도 확실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기함만이 내뿜을 수 있는 포스다. 거기다 계기판은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화려한 비주얼을 갖고 있다. 눈부터 즐거운 차다. 초기 가속은 정신이 번쩍 들만큼 강렬하고 변속은 번개처럼 빠르다. 700마력이라는 힘과 성능을 생각하면 운전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아벤타도르의 면면은 비현실적이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김상영(탑라이더닷컴 기자), 한상기, 김한용(탑라이더닷컴 기자)
람보르기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수퍼카이다. 람보르기니의 수퍼카는 항상 화제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스타일링과 성능이 주는 강렬함이 대단했다. 미우라와 쿤타치로 대변되는 람보르기니의 수퍼카는 시대를 초월하는 아우라가 있다.
가야르도가 나오기 전까지 람보르기니는 사실상 하나의 차종만을 생산해 왔고 모델 체인지 주기도 매우 길었다.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의 모델 체인지가 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에서는 새 모델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그렇지 못했다. 부침이 심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1972년 회사에서 손을 뗐다. 아이러니하게도 2년 후에 최고의 람보르기니로 불리는 쿤타치가 나왔다. 이후 1987년에는 크라이슬러, 1994년에는 인도네시아의 메가테크,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말레이시아 회사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람보르기니의 재정이 안정을 찾은 것은 1998년 아우디 소속이 되면서다.
아우디 소속이 되고 몇 년 후에 새 수퍼카 무치엘라고가 나온다. 무치엘라고가 나온 2001년만 해도 람보르기니의 연간 판매는 300대가 채 되지 못했다. 당시 297대였는데 무치엘라고 출시 첫 해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디아블로였다. 2003년에 가야르도가 나오면서 연 판매가 처음으로 1천대를 넘겼고 2006년에는 2천대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2,430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2009년과 2010년에는 다시 1,500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작년에는 1,602대로 반등하고 있다. 새 수퍼카 아벤타도르가 나왔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은 더 높은 판매가 기대되고 있다.
작년의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아벤타도르는 무르치엘라고 이후 10년 만에 나왔다. 람보르기니로서는 비교적 빠른 모델 체인지이다. 참고로 카운타크는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생산됐고 디아블로는 2001년까지 생산됐다. 그동안은 경영 문제로 인해 새 모델을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 디아블로의 경우 전체 생산 대수가 2,884대, 카운타크가 2,042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 람보르기니의 볼륨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치엘라고의 경우 4,099대로 앞선 두 모델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아벤타도르는 4천대만 생산될 계획이며 첫 1천 대가 15개월 안에 생산된다.
최신 모델인 아벤타도르는 전통과 최신 기술이 조합돼 있다. 베이스는 분명 람보르기니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단 차명이 그렇다. 다른 람보르기니처럼 아벤타도르 역시 용맹한 황소의 이름이고 'LP700-4'에서 LP는 엔진과 변속기의 세로배치, 700은 엔진의 출력, 4는 4WD를 의미한다.
반면 섀시는 풀 모델 체인지 됐다. 수퍼카의 정석으로 일컬어지는 카본-파이버 섀시가 채용된 게 아벤타도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를 개발하면서 산타아가타 본사에 카본-파이버 센터까지 설립했다. 엔진은 V12 자연흡기를 고수하고 있다. 한때 람보르기니도 터보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고회전 대배기량 엔진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아벤타도르는 구형보다 차체가 조금 커지고 편의 장비는 늘어났지만 무게는 90kg이 감소했다. 주된 이유는 카본 파이버 덕분이다. 모노코크 섀시의 총 중량은 147.5kg, 앞뒤 알루미늄 프레임 등을 포함해도 229.5kg에 불과하지만 비틀림 강성은 2만 Nm/degree에서 3만 5천Nm/degree로 크게 높아졌다. 디아블로의 경우 비틀림 강성은 1만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각 모노코크의 오차가 0.1mm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품질까지 갖추고 있다. 아벤타도르의 카본 파이버 모노코크는 람보르기니와 보잉, 워싱턴 대학이 공동 개발했다.
EXTERIOR
쿤타치 이후 최고의 디자인이 여기 있다. 전작인 무치엘라고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벤타도르의 스타일링은 화끈하면서도 세밀하다. 멀리서 보면 그 육중한 기운에 눌리고, 가까이서는 디테일을 살피느라 정신이 팔린다. 사실 아벤타도르를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볼만큼 봤고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이보다 더 스페셜한 아벤타도르 J를 눈앞에서 봤다. 확실히 모터쇼 밖에서 보는 차는 감흥이 완전히 달라진다. 거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차는 시승이 가능하다.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무치엘라고가 밋밋할 정도라고 했지만 아벤타도르의 디자인이 완전히 변한 건 아니다. 여전히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유달리 전폭을 강조하는 프로포션은 람보르기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거기다 차가 낮기 때문에 넓은 전폭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780×2,030×1,136mm, 휠베이스는 2,700mm이다. 2m가 넘는 전폭은 이정도의 수퍼카나 일부 SUV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다. 쐐기형 실루엣도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아우디로 소유주가 바뀐 후 첫 수석 디자이너는 룩 돈커볼케였다. 돈커볼케는 무치엘라고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리고 2004년부터는 이름이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필리포 페리니가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2004년 이후의 람보르기니 디자인은 분명히 괜찮아졌다. 페리니는 가야르도 부분 변경과 무치엘라고 LP640, 레벤톤 등을 맡았고 아벤타도르로 정점을 찍고 있다.
외관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는 인테이크다. 얼마만큼이나 냉각 성능을 고려했는지 인테이크가 유달리 크다. 전면의 인테이크 크기는 헤드램프보다도 크고 좌우 폭도 넓다. 그리고 옆구리의 인테이크 폭이 한 뼘을 넘는다. 유리 뒤에도 2개로 분리된 인테이크가 배치돼 있다. 헤드램프의 Y형 LED 주간등도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보통 프런트는 자동차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아벤타도르는 뒤가 또 하나의 앞이다. 아니 오히려 앞보다 더 멋지다. 뒤에 비해 앞이 약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리어의 디자인은 투명한 엔진 커버와 한 쌍의 대형 인테이크, 테일램프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운데 위치한 헥사고날 배기구 안에는 4개의 머플러가 모여 있다.
스포일러는 평소엔 보이지 않는다. 숨어 있다가 상황에 맞춰 튀어 나오는 타입이다. 아벤타도르의 스포일러는 중간 속도 대역에서 11도 일어서면서 더 많은 다운포스를 생산케 한다. 그리고 고속에서는 각도가 4도로 낮아지면서 저항을 줄인다.
아벤타도르를 보면서 비로써 알아챈 사실인데, 차 외부에 아벤타도르라는 배지가 없다. 찾아보니 람보르기니는 쿤타치까지 차명 배지를 붙였고 이후 디아블로, 무치엘라고, 아벤타도르에는 붙이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아벤타도르에는 앞에는 엠블렘, 뒤에는 람보르기니, 옆에는 LP700-4 로고만 붙어 있다. 하긴 이 정도면 생긴 게 곧 명함이다.
광폭 휠은 디자인이나 색상이 아주 강인해 보인다.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가 조합되고 사이즈는 255/35ZR/19, 335/30ZR/20이다. 스포크 사이로는 브렘보의 CCM 브레이크를 확인할 수 있다. 앞이 398mm 사이즈의 디스크에 6피스톤 캘리퍼의 조합이다.
INTERIOR
도어도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위로 열리는 시저스 타입이다. 도어는 약간 무겁지만 열 때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내릴 때는 앉은 상태에서 위로 밀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힘은 들어간다. 도어 록 레버는 시트 옆에 붙어 있다. 도어 스텝은 생각만큼 두껍지 않다. 이전보다 얇아져서 겉에서 보는 것보다 승하차가 수월하다.
아우디와의 공유 흔적이 여실했던 가야르도의 실내를 생각하면 아벤타도르는 많이 람보르기니스럽다. 그래도 곳곳에서는 아우디와 공유한 흔적이 보인다. 일단 키가 아우디스럽고, 센터페시아의 여러 버튼들은 척 봐도 아우디이다. 그리고 실내에서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송풍구이다. 아우디스럽고 아니고를 떠나 실내의 다른 부분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평범하다. 물론 워낙 멋진 디자인이 많아 묻히기는 한다.
실내의 디자인 테마도 외관과 같다. 센터페시아만 봐도 외관처럼 각이 살아 있는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모니터의 위치는 약간 낮은 편인데, 아벤타도르에서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모니터를 둘러싼 금속과 디자인에 더 정신이 팔린다. 모니터 바로 아래에는 창문과 ESC 오프, 차고 조절, 비상등, 파킹 센서 등의 버튼이 마련돼 있다.
차고 조절은 아벤타도르처럼 낮은 차에 필요한 장비이다. 이 차고 조절은 전체가 들리는 게 아니라 프런트 액슬만 4cm 올라간다. 프런트 액슬에 유압식 리프트 시스템이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둔덕이 있는 곳을 들어갈 때 차고 조절 덕을 봤다.
모니터나 공조장치는 아우디와 비슷해 금방 적응이 되고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위치한 시동 버튼은 덮개가 있다. 빨간색 덮개를 젖히면 시동 버튼이 나타난다. 시동 버튼은 흔하지만 덮개가 별도로 있는 차는 처음 본다.
실내의 하이라이트는 다른 아닌 계기판이다. 이렇게 눈부신 비주얼의 계기판은 처음 본다. 계기판을 보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차의 성격대로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타코미터가 위치해 있고 그 안에 작은 디지털 속도계가 있다. 타코미터와 속도계의 디스플레이를 바꿀 수도 있다.
보통 디지털 타코미터의 바늘은 움직임이 둔하기 쉬운데 아벤타도르는 가속 페달의 입력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움직인다. 커다란 타코미터 주위에는 연료와 유온, 수온, 오일 압력 게이지가 있고 좌측에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표시된다.
고성능 자동차들이 그렇게 스티어링 휠은 거의 90도로 곧추서 있다. 펀칭된 가죽은 아주 확실한 그립을 제공하고 림 가운데 굴곡은 엄지손가락에 단단히 끼워진다. 스포크에도 몇 개의 버튼이 있는 것을 보면 람보르기니도 확실히 현대화 됐다. 스티어링 휠은 높이와 거리 조절 모두 가능하다.
가죽 시트도 전동이다. 앉았을 때의 느낌은 굴곡이 거의 없다. 고성능 차의 시트와는 약간 다른데, 운전 자세는 제대로 나오고 꽤나 편하다. 아벤타도르도 원하는 운전 자세를 잡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지만 예상외로 전방 시야가 좋다. 그리고 사이드미러의 시야도 기대 이상이다. 시승 중 확인한 바로는 사각지대가 최소화 돼 있다. 후방 시야는 사실상 포기해야 하지만 후방 카메라가 있어 다행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아벤타도르는 섀시에 이어 엔진과 변속기까지 새 것이다. L539로 불리는 V12 엔진은 전통적인 뱅크각 60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우라의 3.5리터 이후 첫 올 뉴 엔진이다. 그리고 람보르기니가 개발한 4번째 엔진이자 2번째 V12이기도 하다. 출력은 700마력, 최대 토크는 70.4kg.m이다. 최고 출력과 토크가 8,250 rpm, 5,500 rpm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이다.
50년 전의 3.5리터 V12는 고회전에 유리한 오버스퀘어 엔진이었고 이후 배기량이 늘어나면서 스트로크도 늘어났다. LP640에 탑재된 6.5리터의 경우 보어×스트로크가 88×89mm였다. 하지만 L539는 95×76.4mm로 다시 오버스퀘어 방식으로 돌아간 게 특징이다. 듀얼 VVT를 비롯한 최신 기술이 적용됐지만 직분사는 없는 게 눈에 띈다. 직분사가 추가되는 다음 업데이트 버전은 출력과 연비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엔진은 이전보다 75mm나 낮게 배치돼 무게 중심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엔진의 무게도 253kg에서 235kg으로 감소했다.
람보르기니 V12 모델의 시작은 1963년에 나온 350 GT가 시작이다. 지오토 비짜리니가 개발한 뱅크각 60도의 V12 엔진은 지금도 람보르기니의 전통이 되고 있다. 이후 미우라가 나오면서 람보르기니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높아졌으며 마르첼로 간디니 디자인의 쿤타치로 정점을 찍게 된다. 1985년의 콰트로발볼레에서는 처음으로 배기량이 5리터를 넘게 됐고 출력도 455마력까지 높아졌다.
빨간색 덮개를 열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12기통 엔진의 실린더가 1-12-4-9-2-11-6-7-3-10-5-8의 순서대로 불이 붙는다. 실린더 점화 순서는 엔진 커버에 써있고 이것도 전통이다. 참고로 디아블로 SV의 엔진 점화 순서는 1-7-4-10-2-8-6-12-3-9-5-11이었고 무치엘라고도 같았다. 현재의 점화 순서는 2006 LP640과 같다. 폭스바겐의 W12는 1-12-5-8-3-10-6-7-2-11-4-9로 메이커에 따라 순서는 제각각이다.
일반적인 엔진은 시동을 걸면 한 방에 팡 하고 걸리지만 12기통은 오래 걸린다. 승용차에 올라가는 12기통도 마찬가지다. 단지 아벤타도르는 소리에서 차원을 달리할 뿐이다. 그런데 공회전 사운드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스포츠카는 물론 수퍼카들까지도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 규제 또는 최근의 트렌드를 따라서일 것이다.
디아블로의 경우 서 있기만 해도 소리로 표현되는 존재감이 대단했다. 시끄러운 프랑크푸르트의 시내에서도 건너편의 디아블로 공회전 소리에 뒤를 돌아볼 정도였다. 쿤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아벤타도르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아벤타도르의 V12 엔진 역시 자극적인 소리를 낸다. 소리만 듣고 있으면 멈춰 있어도 달리는 것 같고 달려야만 할 것 같다. 특히 람보르기니 특유의 배기음을 듣고 있으면 속된 말로 지린다. 서행할 때는 움직임이 굼뜨고 가속 페달도 무겁다. 다른 고출력 자동차와 비슷한 특성이다. 그러나 굼뜬 것은 정말 찰나, 그 다음부터는 발 냄새만 맡아도 돌진한다. 앞으로 달려 나갈 때의 감성은 정말 성난 황소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차 이름과 이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시승 코스의 초반은 중앙선도 변변히 없는 왕복 2차선 도로이다. 아벤타도르처럼 전폭이 넓은 차가 다른 차와 교차할 때는 속도를 낮추고 조심히 지나가야 할 정도다. 따라서 속도감이 더 배가 된다.
속도감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다르다. 직접 운전하면 고출력 자동차도 의외로 속도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저속으로 서행하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는 순간, 이마 위의 피가 살짝 뒤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여러 번이 있지만 직접 운전하면서는 처음인 것 같다. 급가속 시에는 전방의 풍경이 앞유리 창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비교 대상 차종은 아니지만 아우디 RS6의 경우 네바퀴굴림임에도 급가속 시 보닛이 살짝 들리는 게 보일 정도다. 급발진 할 때는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서다. 아벤타도르는 그런 것도 없다. 밟으면 차 전체가 낮게 포복하면서 돌진해 나간다. 출력과 하체의 단단함, 타이어의 폭, 그리고 노면의 상태를 감안하면 가속 시 자세는 정말 안정적이다. 이정도면 노면을 거의 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4WD 시스템은 비스커스 커플링에서 할덱스의 4세대 시스템로 업그레이드 됐다. 전자석 다판 클러치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토크 배분을 한다. 앞뒤 토크 배분은 0:100으로 뒷바퀴굴림의 느낌을 살리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프런트 액슬에 60%의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잡소리가 전혀 없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차의 성격과 노면 상태를 감안할 때 잡소리가 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카본 파이버 섀시와 조립 완성도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지 않나 싶다. 디아블로까지는 섀시의 헐렁함도 감성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제된 수퍼카로 변신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리를 포함한 감성적인 면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성능은 역대 최고이다. 동승자가 “아 이게 뭐야” 할 때 100km/h까지 가속해 있다. 아벤타도르의 0→100km/h 가속 시간은 불과 2.9초. 한때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수퍼카들의 0→100km/h 가속 시간이 3.7~3.9초인 때가 있었다. 지금은 3초 초반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 같다.
가속할 때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기어가 몇 단인지, 어느 정도 회전수에서 변속되는지 파악할 겨를이 없다.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속도가 높지 않아도 오직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차다. 시승차는 주행 거리가 1만 3천 km를 넘은 차다. 혹시 이게 차 상태가 나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주행 모드는 스트라다와 스포트, 코르사 3가지가 있다. 스트라다와 스포트는 오토 모드가 지원되고 코르사는 수동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스트라다 오토가 아벤타도르의 가장 약한 모드이다. 위의 동영상은 스트라다 오토의 1, 2단 가속이다. 아주 낮은 회전수에서는 상대적으로 토크가 모자라다는 감이 있고 5천 rpm부터는 더욱 강력한 힘이 나온다.
스트라다 오토에서는 1단으로 8천 rpm 조금 못 미쳐 변속되고 2단에서는 8천 rpm 정도이다. 이때 각 단의 최고 속도는 대략 75, 125km/h 정도이고 스포트나 코르사 모드를 사용하면 각 단 최고 속도도 더 올라간다. 3단에서는 170km/h, 4단으로 넘어가자마자 디지털 속도계에 ‘204’가 찍힌다. 그 짧은 거리에서 200km/h를 넘기는 가속력이 대단할 뿐이다. 공회전과 마찬가지로 고회전에서의 엔진 사운드도 확실히 조용해졌다. 일반적인 수준보다야 월등히 높은 볼륨이지만 이전 모델을 생각하면 조용해진 게 사실이다.
7단 ISR(Independent Shifting Rods)의 변속 시간은 0.05초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다. 근데 0.05초는 코르사 모드 기준인 것 같고, 스트라다 오토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스포트, 코르사에 비교하면 스트라다 오토 모드는 맘이 편하다. 스트라다 오토로 고회전에서 연속으로 변속 시 간헐적으로 지체 현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연비까지 고려해서인지 70km/h도 되기 전에 7단이 들어간다.
7단 ISR은 람보르기니와 이탈리아의 변속기 전문 업체 그라치아노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요즘 유행하는 듀얼 클러치 대신 싱글 클러치 방식을 택했다. 전체 무게는 70kg으로 이정도의 고출력에 대응할 수 있는 듀얼 클러치보다 가벼운 게 장점이다. 그리고 E-기어보다 140%나 빠른 변속 능력을 자랑한다. 코르사 모드에서는 런칭 컨트롤 기능도 가능하다. 아벤타도르에는 7단 ISR만 제공된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스티어링 감각이다. 시승 코스는 판다처럼 작은 차에게 어울리는 길인데, 전폭이 2m가 넘는 아벤타도르로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그것도 차선을 침범하지 않고 꽉 채워서. 스트라다 모드에서도 스티어링 감각은 그야말로 민감하고 내가 딱 조향하는 만큼 정확하게 움직인다. 스포트, 코르사 모드에서는 스티어링과 함께 4WD와 ESC의 세팅도 달라진다. 브레이크는 고성능 자동차들이 그렇듯 페달 감각이 딱딱하다. 힘을 줘서 밟아야 하고 마치 버튼처럼 딸깍하고 멈춰 선다. 코너링은 할 장소나 시간도 없었고 할 마음도 없었다.
수퍼카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타일링이다. 수퍼카의 스타일링은 운전자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벤타도르가 이 기준에 딱 부합된다. 거기다 더욱 강력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이전보다 운전하기도 쉬워졌다. 아벤타도르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무관한 비현실적 존재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주요제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크기
전장×전폭×전고 : 4,780×2,030×1,136mm
휠베이스 : 2,700mm
트레드 앞/뒤 : 1,720/1,700mm
공차중량 : 1,575kg
트렁크 용량 : --
연료 탱크 용량 : 90리터
엔진
형식 : 6,498cc V12 MPI
보어×스트로크 : 95×76.4mm
압축비 : 11.8:1
최고출력 : 700마력/8,250rpm
최대 토크 : 70.4kg,m/5,500rpm
변속기
형식 : 7단 ISR
기어비 : 3.91/2.44/1.81/1.46/1.19/0.97/0.84
최종감속비 : 3.27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모노 튜브 푸시 로드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55/35ZR/19, 335/30ZR/20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가속 : 2.9초
최고속도 : 350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5.81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398g/km
시판가격 : 5억 7,5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