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사동엘 갔다.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도 보고,
적잖은 가격에 놀랐는데 거의 팔렸다는 빨간딱지가 붙어있었다.
북촌길 걷다가 선재아트에서 영화 한편도 봤다.
꼬마 신동이 음악가로 성공하는 다큐영화였다.
한 사람이 어떤 높은 경지의 자리에 앉으려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걸 여지없이 보여주는 영화였다.
모짜르트 음악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괜찮은 영화다.
종각에서 전철을 타려면 다시 인사동을 거쳐야 한다.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공연이 벌어졌다.
아싸 신난다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목잘린 기타 노동자들' 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콜트 콜택'이란 악기 만드는 공장에 다녔던 해고자들이
전국을 돌며 통기타를 콘서트를 열고 있었다.
노래로 시위를...노래하는 이들은 홍대 주위에서 노래하는 인디밴드들이었는데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기타'에 그런 아픔이 담겨 있다는 걸 알고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있었다.
콜트콜택, 박영호 사장 그는 1000억대의 자산을 보유한 한국재벌순위120위
밖을 내다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창문 하나 없는 공장
힘든 노동으로 40% 이상의 사람들이 근골격게 질환에 시달리던 공장
밀폐된 도장실에서 유기용재에 노출되어 직업병을 앓는 사람들이 59%
기관지 천식 만성기관지염....
법적 최저임금을 받으며 수 십 년 일 해왔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위장폐업이라는 불법으로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무단 해고,
임금이 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겨 지금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문화재단을 만들어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살리려
요즘 잘 나가는 쎄시봉 가수들을 모아놓고
수급자들을 불러 성금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 해고자들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시위 하고 있었다.
자신들과 같은 이들이 이 땅에 없기를 바라며
"다시 공장이 재가동 되어 수 십년 닦은 기술로 일도 하고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법원에선 이들의 손을 들어줘 승소했지만,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단다.
이긴다 해도 사장이 공장을 다시 가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단다.
이들은 매실고추장과 된장을 팔아 생활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 받고 살 날이 왔으면 좋겠다.
첫댓글 아직도 이런 공장이 있다니....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착취의 현장...씁쓸한 현실입니다.
맞아요. 아직까지 그들이 짓던 표정이 잊혀지질 않네요. 마음이 짠합니다.
종로악기점을 드나드는 길목에서 인디밴들이 여기에 합세해서 펼치는
통기타 공연을 보고 있으니 뭐랄까, 가슴 찡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네요.
눈 감으면 인사동 골목 골목 눈에 선하다.
북촌 골목 참새 방앗간도 그립고...
가끔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에 나도 서 있고 싶다.
그러게 샘이랑 누볐던 곳이라 생각 많이 나던데, 서울 있으면 당장 나오라고 했겠지. 아까 샘이랑 통화 마치고 후딱 나가서 "써니" 영화 봤어. 아주아주 재밌다 해서 보았는데, 아주아주는 아니고 그냥 재밌어. 친구들과의 우정이 가슴 찡했고.
이런 소식 접할 때마다 제 무력함에 기운이 빠지곤 해요. 부당한 일에 대해 도무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남의 일 같지 않은 남의 일. 언제나 사라질까요?
그 날 혹시 정독 도서관에 샘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문자 넣어볼까 하다가 북촌 마을 샅샅이 뒤지느라, 시간 놓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