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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든다는 건 노가다 중 상노가다 일이라는 걸 알고 계시는지? 원고를 던지면 출판사에서 다 알아서 뚝딱 책을 만들어 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초고를 출판사에 던지고 나면 하루이틀쯤 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쉬는 게 쉬는 게 아냐~~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원고가 머릿속에서 계속 날아다닌다. 이거 틀렸네, 저거 안 써야 할 얘기를 썼네, 그거 완전히 방향 잘못 잡았네.... 며칠 밤 꼬박 새우다시피 쓴 원고를 가차없이 버려야 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었던 원고를 원점부터 다시 써야 한다. 버리고 깎고 다시 버리고 다시 채우고 다시 뒤집고. 뭐 그런 난리 부르스를 몇 번 땡기고 나면 탈진상태가 찾아오는데, 거기서 쓰러지면 큰일난다.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거덩. 초교, 재교, 삼교, 사교. 오자와 탈자를 잡아내기 위한 교정 작업을 말한다. 귀신같은 오자와 탈자는 5교, 6교, 7교를 거듭해도 튀어나온다. 세 사람이 달라붙어도 그렇다. 3 X 7 = 21 번 교정을 봐도 튀어나온다. 귀신이 곡을 하다 못해 기절할 지경이 된다. 눈은 침침한 수준을 넘어 아지랑이 오리무중이 된다. 그 와중에 또 왜 그리 엉성한 문장은 계속 눈에 확확 들어오는지 귀신도 무섭다고 도망갈 지경이다. 거기다 사진까지 백 몇 십 장이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라. 귀신이 울며 아리랑 고개 넘어간다. 이 고생을 필자만 하는 것도 아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도 거의 피골상접이 된다. 심지어 디지털 시대의 유령이 있다. 마지막 교정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책이 나왔는데 한 페이지가 뭉터기로 행방불명되는 경우도 있다. 한 줄이 아니고, 한 문단이 아니고, 아예 한 페이지가 말이다. 상상도 하기 무서운 컴퓨터의 참을 수 없는 무책임함.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디지털 데이터의 흐름은 혼돈이다. 긴장 푸는 순간, 바로 대형사고 터진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사람의 숫자가 몇이나 될까? 필자, 편집자, 디자이너, 기획자, 인쇄소, 제본소, 배송업체, 서점, 제지업체, 창고업체.... 거기에 고생한다고 밥 사주고 술 사주는 친구들까지. 어떻게든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 기록하면 책 한 권이 꽉 찰 것이다. 책은 정말 참을 수 없이 노동집약적이고, 이문은 박한 사양산업이다. 그 짓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허허허 웃고 말지요. 배워먹은 게 그것뿐인 걸요,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걸요. 누가 등 떠밀어 하는 거 아니거든요.
<기쁨의 정원>. 책 제목은 샬랄라 룰루랄라인데 노동의 과정은 흑흑흑 흑흑흑흑이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초판 2천부도 팔기 힘들다는 이 시대에 이 난리 지루박 도롯도 4분의 4박자 춤을 밤이고 낮이고 추는가? 그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이니까. 고생고생 생고생 지나고 책이 나오면 그 책이 또 한번의 출생증명서가 되니까. 쉰다섯 먹은 사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 거의 9부능선까지 올라온 듯 하다. 긴장을 늦추면 큰일난다. 8년만의 새 책인데 끝까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오늘은 표지 사진을 결정해야 하고,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문장도 만들어야 한다. 비는 왜 또 추적추적 내리누. 가뜩이나 어깨 아프고 목덜미도 아픈데. 오늘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함께 생고생 거의 한 달째인 내 착한 제자랑 찜질방에라도 가야 쓰것다. 내일부턴 사진전 출력작업을 해야 하니 몸보신도 시켜줘야 쓰것다. 비가 오니 괜히 또 맘이 축축해진다. 이 고마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다 갚으려면 우주의 끝날까지 계속 다시 태어나야 한다. 7월2일, 토요일 6시, 성수동 [사진창고]. 조병준 새 책 <기쁨의 정원> 출간 기념 북콘서트 & 네번째 사진전, 일명 조병준 컴백 리사이틀! 꼴랑 보름 남았다. 가자! 오늘은 9.1부 능선까지는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