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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티나 라바*
09 곽영진
내가 만든 조각상은 기울어진 초승달이었다
달빛 조각을 품었던 시절
달을 닮았던 꽃줄기로 돌아가고 싶다
무색의 꿈을 달빛이 색칠한 날
등은 까맣게 물들었고
시린 등의 통증을 참을 수 없는 날이면 비가 내렸다
고지에선 더 위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지만
반짝이는 지표는 젖은 깃털의 추락 지점이다
불 꺼진 조각상은 그 위를 지켜보았고
파편은 공중에 비산하게 흩날린다
천적을 물리치던 얇은 막은
한 가닥 길게 뽑아내며 조각조각을 이어 붙인다
허공엔 빛을 품었던 과거의 체취가 가득했고
번갈아가며 흔들리는 좌우 날개가 신음을 토한다
침대에 누울 수 없는 밤
몽유병을 앓으며 꽃줄기를 찾지 못해 배회한다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늙은 깃털을 머리카락처럼 잘라
너에게 보낼 편지를 적는다
시린 등은 빛의 파편을 부여잡고 기어오른다
어린 라바는 더 높은 곳에 올라 눈물을 흘리고
배달된 편지에 등을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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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금애벌레, 지상으로부터 높은 곳에 도달하면 허공을 비행하는 나비를 보며 자신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해 눈물을 흘린다. 스스로 실을 뿜어내며 꽃줄기에 고치를 만들지만 나비가 되진 않고 추운 겨울 동면을 한다. 스스로 강한 빛을 내어 적을 놀라게 하고 발광하지 않을 때엔 몸 주위에 투명한 막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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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는 계절
09 곽영진
집에 가려한다
새는 죽기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 죽는다면 내일의 날갯짓은 존재할 수 없고
귀향은 미래가 될 과거로 활공하는 것이다
출생이란 몸 한 구석에 무덤을 만들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는 약동
새는 태어난 순간부터 목관을 만든다
한 가지 종족 비율의
한 가지 통계 수치의 보편적 죽음들 속
나만을 위한 한 줄기 바람이
지극히 개별적인 무덤을 제공한다
숲을 떠도는 당신의 얼굴
소멸을 위해 飛翔하는 자들과 시선을 마주친 적이 없다
바람이 강요하는 과거로 우리는 모두 浮游하지만
이 슬픈 체류를 멈출 수 없다
부유의 냄새는 계절의 체류를 바꾸고
나무 밑에 낙엽의 무덤을 만들며
비행의 의미를 망각하게 한다
나무를 떠나 새들이 날아간 곳은 결국 나무에 대한 기억 속이었다
바람 불지 않는 계절에 새를 만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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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나무와 넝쿨
12 이영록
현관문,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고 문을 연다. 거실의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고3이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이제 와?"
"독서실이요."
“7 시쯤에 가보니까 없던데? 너 혹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7 시에 밥 먹으러 나갔다 왔어요. 피곤해요. 씻고 잘게요.."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그러면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던 아버지는 전원을 끄고 '열심히 해! 독서실 그거 니 딴 짓하라고 꼴아박은 돈 아니야!'와 같은 말을 외치고는 화장실 옆,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의 ‘당신도 빨리 자요. 내일도 5시에 일어나셔야 하잖아요.’라는 말소리가 들리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서야 나는 따가운 눈초리를 씻어낸다.
옛날 옛적 깊은 숲 속에 마법의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마법의 나무는 아주 아주 커다란 몸에 수백 개의 가지를 뻗고 있었어요. 그리고 매일 아침이면 빨주노초파남보의 맛있는 열매들을 맺었고 무지개빛깔의 잎들을 가졌었지요. 마법의 나무의 주변에는 훤한 잔디밭과 씨앗 한 개가 함께 있었답니다. 마법의 나무에게 씨앗은 너무 소중했어요.
"내 열매들을 먹는 새들아 씨앗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겠니?"
나무는 새들에게 부탁해 씨앗에게 노래를 불러주게 했고요
"나의 그늘에 쉬는 동물들아 씨앗을 누르지 말고 잘 지켜주면 고맙겠구나"하고 씨앗을 보호해주었답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나갔어요.
씨앗이 싹을 틔우자 나무는 걱정이 되었어요. 아직 씨앗은 뜨거운 태양을 정면으로 내리 쬐여 본적이 없었거든요.
' 새싹이 받아내기에 햇볕은 너무 뜨거울 거야, 정면으로 태양을 받고 자라면 말라버리겠지?'
나무는 고민을 하다가 가시를 열심히 뻗어서 싹을 그늘로 덮어주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늘 속에서 씨앗은 점점 넝쿨나무로 자라났어요.
마법의 나무는 오늘도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열매를 맺어요. 사과, 배, 감등 여러 과일들과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양한 열매들을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지요. 그리고 넝쿨나무를 위해 꼼꼼히 그늘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늘은 선선하게 넝쿨나무를 감싸줘요.
이제는 습관처럼 자기 전에 조금씩 읽는 동화책이다. 출판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첫 출판 작품이라고 인쇄기계만지는 사람이 '출판 작품'을 입에 달고 다니게 했던 책. 정확하게 기억이 않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것을 주었고 나는 심심풀이로 읽었다. 벌써 몇 번째 읽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넝쿨나무의 되어버린 새싹, 당연하다. 그늘에서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넝쿨 따위뿐일 테니까. 초등학생은 6시, 중학생은 8시, 고2는 학원이 늦게 끝나니 10시, 고3은 독서실가야하니 12시. 아버지의 티브이 시청시간은 통금시간에 맞추어 늘어났고 그늘 속에서 나는 언제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배제되어왔다. 고3이 되어 12시라는 시간이 허락되어서도 종종 독서실로 감시를 와서는 없으면 '왜 없었냐?', '자꾸 딴 짓만 하고 다니라고 독서실 끊어준 건지 아냐?'등의 말뿐들을 뱉어내니 결국 그늘은 그대로고 나는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한정된 공간에 성장할 수 있는 나무, 흐믈흐믈한 넝쿨 따위나 가득 들어가겠지 라면사리처럼 몸을 굽히고 말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괜스레 머리만 복잡해진다. 그러면 나는 책을 덮고 잠을 청한다. 잡생각이 꿈으로 덥혀버린다.
어느 삭막한 도시에 100살 먹은 나쁜 마녀가 살고 있었어요. 나쁜 마녀는 사람들에게 서로 미워하게하고 상처 받게 하는 저주를 걸어서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헐뜯는 것을 구경하곤 했어요. 마녀는 그것이 너무나 즐거웠으니까요. 여느 날과 같이 마녀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걸어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싸우게 만드는 일을 하기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길거리는 돌아다니던 마녀는 구석에서 대화를 하는 두 청년을 발견했어요. 마녀는 둘에게 다가가 저주를 걸어서 싸우게 만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녀는 두 청년에게 다가갔지요. 그러다가 솔깃한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어요.
"자네가 나무꾼이라서 하는 이야기인데 말이야, 내가 엄청난 나무를 발견했다네!"
"엄청난 나무? 아니 이 친구 또 농담하는구먼, 내가 자네의 농담에 하루 이틀 속나?"
"아니야 이번엔 진짜라고! 내가 사냥을 하려고 저쪽에 있는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말이야 거기에 무지개색의 나무가 있었다네!"
"아니 또 거짓말이군 또 거짓말이야!"
‘무지개 색의 나무?’
마녀는 언젠가 무지개색의 나무에 대한 것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 나무의 이름은 바로 마법의 나무였지요. 전설 속에서만 들려오던 나무인데 나무의 속에 있는 마법의 구슬만 있으면 어떤 무서운 저주든지 마음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마법을 강하게 해주는 나무였어요.
'마법의 구슬만 있으면 나는 사람들을 더 싸우고 헐뜯는 저주를 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못된 짓을 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늘어나겠지?'
마녀는 이야기를 하던 청년들에게 다가갔어요.
"거기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봐라!"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놀라며 대답했지요.
"다..당신은 마녀?"
"그래 마녀다! 아까 그 무지개 나무가 있었던 장소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아라,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하지 않으면 저주를 걸어 버릴 테다!"
이야기를 하던 청년은 겁을 먹고 마법의 나무를 발견 했던 곳을 알려주고 지도에 표시해 주었답니다.
마녀는 지도와 도끼를 챙기고 마법의 나무에게로 향했어요.
책을 닫는다. 머리가 복잡해서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오늘은 친구들에게 술자리 권유를 받았다. 토요일 비는 집이 있으니까 한잔 하면서 놀자고.... 일이 있어서 일단은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해주었지만..
‘통금’, 잠이나 자야겠다.
숲을 향해 가던 마녀는 푸른 숲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 결국 마법의 나무를 발견하였어요. 어른 5명이 감싸 안아도 다 감싸 안지 못 할 큰 나무. 잎은 발주노초파남보의 색깔로 되어있고 가지마다 열매를 주렁주렁 맺고 있는 열매. 정말 책에서 보았던 마법의 나무였어요.
' 저것만 있으면 나는 아주 강한 저주를 걸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못된 짓을 하겠지?'
마녀는 가져온 도끼로 마법의 나무를 배어버리기 위해 나무로 다가갔어요. 도끼를 한 손에 들고 나무에게 다가간 마녀는 도끼로 마법의 나무를 찍어버렸어요. 도끼가 몸에 박혀들자 마법의 나무는 깜짝 놀라서 말했지요.
"할머니 지금 뭘 하시는 거예요. 왜 갑자기 저를 배려하시는 겁니까?"
"뭘 하는 거냐고? 너는 마법의 나무지? 너의 몸 깊은 곳에 있는 마법구슬을 가지러왔다!"
마법의 나무는 깜짝 놀랐어요. 마법의 구슬은 마법의 나무의 원동력이었거든요.
마녀가 다시 도끼를 위로 들었어요. 마법의 나무는 자신의 몸에 마법을 걸어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버렸지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마녀의 도끼는 나무에 박히지 않았어요. 도끼질을 한 느낌은 마치 쇠를 때리는 것만 같았지요. 마녀는 갑자기 딱딱해진 나무의 껍질을 보고 놀랐어요. 그리고 실망했어요.
'이렇게 껍질이 단단해지면 속에 있는 구슬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마녀는 도끼로는 껍질을 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도끼를 집어 던져 버렸어요.
"악, 도끼.."
마녀가 던진 도끼가 우연치 않게 나무 반대편에 있던 넝쿨나무에게 박혀 버렸어요. 다행이 살짝 스치는 정도 이었지만 그래도 넝쿨은 너무나 아파서 계속 비명을 질렀어요.
"아악! 누가 이것 좀 뽑아 주세요 너무 아파요."
비명소리를 들은 마녀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넝쿨나무의 몸에 박힌 도끼를 빼주었지요.
"어이쿠 많이 아프겠구나.."
"네 너무 아파요.. 몸에서 자꾸만 수액이 나와요"
마녀는 넝쿨나무에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요.
"안 돼!"
그것을 본 마법의 나무는 마녀가 못된 저주를 걸까봐 걱정되어 소리쳤어요.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마녀는 마법을 이용해 넝쿨나무를 치료해 주었어요. 그리고 넝쿨나무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이제 좀 괜찮지?"
"아직 조금 아프긴 하지만 이제 별로 안 아파요 고마워요 할머니, 그런대 마법의 나무님 왜 안 된다고 하신 거죠? 저를 이렇게 치료해 주시는데요."
“저 마녀는 못된 마녀란다. 믿으면 안 돼!"
"에이 마법사님이 얼마나 착하신데요. 저를 치료해 주셨다고요"
넝쿨나무는 자랑스럽게 낳은 상처부위를 보여주고는 마녀를 바라보았어요. 마녀는 넝쿨나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어요.
"마법의 나무님도 너무하시는구나, 그런데 너는 이런 곳에 있으면 햇볕을 쬐지 못하니 힘들겠구나."
마녀의 말을 들은 넝쿨나무도 마녀처럼 소곤소곤 답했지요.
"햇빛이요? 마법의 나무님이 그건 아직 너무 뜨거워서 저는 아직 마주치면 안 되는 거라 하셨어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니? 햇빛을 마주치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지 모르는구나... 하긴 너무 기분 좋은 것이니까 마법의 나무님이 혼자 다 받으시려고 그러실 만도 하다만.."
"그렇게 좋은 건가요?"
"그럼! 아주아주 행복해진단다. 싫은 것들 나쁜 생각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지."
“우와, 정말 대단하네요.”
넝쿨나무는 갑자기 햇빛을 받아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마법의 나무님에게 막혀서 햇볕을 쬘 수 없었지요. 그래서 넝쿨나무는 마녀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마법사님 제가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마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어요.
"내가 아무리 마법사라도 햇빛을 이곳으로 가져오는 것은 힘들단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니.."
마녀는 넝쿨과 귓속말을 하고는 넝쿨에게 가시가 돋는 저주를 걸어주었어요.
"자 그럼 나는 이만 가볼 테니 열심히 하렴"
마녀는 넝쿨에게 아주 뾰족한 가시를 돋게 하고는 사라졌답니다.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친구와의 대화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왜 안 오는 건데? 맨날 일이 있다, 일이 있다 하면서 한번도 온 적 없잖아!”
“그게 말이야....”
진식이는 코가 빨개지면서 내게 물어봤다. 진식이의 조금은 흥분한 모습에 나는 마땅히 둘러댈 변명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사실 나 통금 있어....”
진식이는 왼쪽 입꼬리를 살짝 말며 내게 말했다.
“통금? 그럼 너 아버지한테 때찌 맞을까봐 물어볼 때마다 안 된다고 하는 거였어? 하하하하 너 은근히 겁 많다 소심하고, 앞으로는 그냥 착한 어린이라고 불러줄까?”
20년을 살면서 통금에 갇혀 왔었다. 쌓여 있었던 것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거지, 결국 나는 가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정말 가기로 마음을 굳히려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머리가 복잡하다. 나는 결국 수도 없이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넝쿨에게 가시가 돋고 난 후, 넝쿨은 마법의 나무쪽으로 점점 다가갔어요. 그리고 나무에게 가시를 박았지요. 마법의 나무는 또 누가 도끼질을 하는지 싶어서 얼른 고개를 숙여 밑을 보았죠.
"넝쿨나무야 뭣하고 있는 거니? 그 가시들은 뭐고 말이야."
넝쿨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마녀가 말해주기를 가시 때문에 달라진 몸에 익숙해지려면 한달정도 걸린대요. 그리고 그동안에는 말을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고요. 그래서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가시를 박고 올라가는 일에 힘쓰라고 했어요. 넝쿨은 묵묵히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마법의 나무의 나뭇결에 박아 넣었어요. 아무 말 없이 가시를 박고 칭칭 감아 올라가는 넝쿨나무. 그것에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주고 곰곰이 지켜봐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마법의 나무는 그저 올라가다 떨어지지 않을까 가시가 잘 박히도록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는 걱정을 해주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한달이 이제 넝쿨은 익숙하게 마법의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마법의 나무는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버렸어요. 그래도 몸은 부드럽게 한 상태에서 기다려주지요. 오늘도 마법의 나무는 넝쿨에게 질문을 합니다.
"왜 나를 감고 올라가는 거니?"
가시덩쿨나무가 된 덩쿨나무는 이제 좀 행동에 익숙해 졌답니다. 이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시가 달려진 몸에 익숙해졌으니까요.
"햇빛을 보려고요."
"햇빛? 그건 지금의 너에게는 좀 힘들 것 같구나"
"왜죠?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따뜻해지고 싫은 것들은 사라지게 하는 행복해지는 행동이잖아요. 마법의 나무님도 쬐고 있고요."
넝쿨나무는 조금은 흥분한 듯 나뭇잎들을 진한 녹색으로 물들이며 말했어요. 그것을 본 마법의 나무는 한 달 전에 마녀가 넝쿨과 한 귓속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마녀가 넝쿨나무를 햇빛에 쬐이게 해서 시들어버리게 하려고 함정을 만들어놨구나!’
마법의 나무는 넝쿨나무에게 혼내듯이 말했어요.
"네가 마녀에게 들은 말은 틀린 말이다. 햇빛은.."
"흥 싫어요. 좋든지 싫든지 제가 격어보고 결정할래요."
"넝쿨나무야, 내 말을 들어보아라 햇빛은...."
넝쿨나무는 더 이상 마법의 나무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저 묵묵히 계속 위로 올라갔지요. 가시는 위로 올라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고 넝쿨은 가시를 의지해 올라갔어요.
그것을 본 마법의 나무는 화가 났어요. 넝쿨나무를 위해 그늘을 쳐주고 보호해준 것인데 그것을 몰라주니까요. 나무는 넝쿨이 한번쯤은 뜨거운 맛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답을 하지 않는 넝쿨을 보며 마법의 나무도 입을 닫고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마구 몸을 떨기 시작한거에요. 사시나무처럼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거대한 나무의 몸통, 가시넝쿨은 점점 위로 올라가기 힘들어 져갔어요. 거기에 나무는 껍질은 단단 하게해서 더 이상 올라가기도 어렵게 해버렸답니다. '스스스스스스' 떨어지는 나뭇잎이 잔디에 떨어져서 소리가 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서로를 때리며 땅으로 떨어집니다. 넝쿨은 박아져있던 가시를 굳세게 붙잡고 버티고 있어요. 가시를 더 날카롭게 하며 버티고 서 있는 거예요. '스스스스스스' 잔디에게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 듯 합니다.
술을 마셨다. 술에 기분 좋아지는 맛이 있다는 것에 대해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금은 깨지 않았다. 그렇지만 점점 더 그늘이 희미해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는 이것저것 질문이 많으셨지만 나는 그냥 잣다. 그렇게 한달을 무거운 몸으로 돌아와서 그냥 잣다.
그리고 지금, 무슨 깡이였는지 들어오자마자 하시는 질문에 나는 '술마시고 왔어요.'라고 해버렸다.
"야 이 세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저 술 마시고 노는 비행청소년이요."
"뭐...? 이 새끼가 지금까지 술 냄새 풍기고 들어와도 가만히 있었더니.."
아버지의 목에 핏줄이 썼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것이 조금만 더 피가 쏠리면 터질 것만 같다.
"내일부터 통금 지워주세요 전 비행청소년이니까요"
터져버린 아버지는 손에 잡고 계시던 리모컨을 집어 던지시고 손에 잡히는 데로 내게 집어 던지셨다. 바닥에 떨어지는 어느 물건의 소리에서 나는 건지. 안방 쪽에서 '흐흐흐흐흐흐'하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이 밝았어요. 마법의 나무는 넝쿨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흔들다가 떨어진 나뭇잎을 다시 채워요. 혹시 나뭇잎이 모자라져서 그늘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그 후에 몸을 단단히 하고 빨강,주황,노랑, 초록의 열매를 맺어요. 그리고 다시 몸을 흔들지요.
덩쿨은 가시를 더욱 깊에 집어 넣기 위해 나무를 조여서 눌러요. 그러나 이미 많이 밀려왔기 때문에 가시가 박힌 채로 내려온 선들이 여기저기 보여요. 그래도 요즘 들어 다시 가시가 잘 박혀드니까 다시 올라가면 되요. 조금이라도 덜 밀리기 위해 가시의 날을 세워요.
오늘도 나무는 흔들리고 넝쿨은 가시를 세우지만 미끄러져요. 나무의 몸체에는 여기저기 그어진 선들이 가득해요. 나무에 열매들은 점점 색이 하나, 둘씩 줄어가고 요즘에는 가지에 앉아서 쉬어가던 새들이 보이지 않아요. 그늘에 걸터앉아 쉬고 가던 짐승들도 보이지 않죠. 그런 곳을 한 사람이 몰래 보고 있었답니다. 바로 마녀였어요. 마녀는 넝쿨에게 가시를 주어 마법의 나무를 계속 찌르게 해서 나무의 껍질을 약하게 하려던 생각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나무의 껍질이 약해지면 도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껍질을 벗겨 버리는 거죠. 나무는 자신의 생각보다 일이 잘 되가는 상황에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도끼날이 나무에 박힐 정도로 약해 질 거예요.
며칠이 더 지났어요. 나무의 몸 이곳저곳에는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렸어요. 이제는 나무를 흔드는 힘도 약해졌는지 넝쿨나무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지요. 마녀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있는 나무의 몸을 보며 지금이라면 마법의 구슬을 뽑아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녀는 나무에게로 걸어갔지요. 사박사박 잔디를 밟는 소리와 함께 말이죠.
마법의 나무는 깜짝 놀랐어요. 가시넝쿨이 이제 몸을 거의 다 올라가 태양을 보려했으니까요. 기운이 없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몸을 딱딱하게 해 오면서 열매를 맺고 몸을 흔들었으니까요. 그때 도끼를 들고 온 마녀를 발견했어요. 마녀는 도끼로 나무를 찍어버렸지요.
“깔깔깔깔 이제는 도끼를 막을 기운도 없는 모양이로구나.”
마법의 나무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어요. 정말 이제는 마녀의 도끼를 막을 수도 넝쿨나무가 올라가는 것도 막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첫 번째 인쇄판이라고 하며 소장했지만 사실 이 인쇄판은 불량품이었다. 마지막부분이 뭉텅이 인쇄가 되지 못한 상태의 책이었으니까. 그리고 두어 장을 넘기면 맨 마지막 쪽에 ‘사각사각 나무를 긁는 가시의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라고 끝나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결말은 모르지만 나는 결국 마법의 나무가 죽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올라가는 넝쿨나무의 장면이 결말이지 않나싶다.
‘나 처럼..’
현실에서 마법의 나무는 지금 응급실에 들어가 있다. 대기실의 의자는 푹신하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너무 싸늘했다. 나의 온기에도 따스해지지 않았기에 나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우리병원 주변의 산책로로 말이다.
“우울증....”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사박사박 아무리 안주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깍두기에 소주냐? 궁상맞게..”
그날도 나는 술자리에 참가해있었다. 친구 진식이네 집이 비었다는 소리에 말이다.
“야 치킨 시켰잖아 곧 오겠지 일단 마시자”
“그래 짠, 원샷!”
술이 넘어간다. 나는 술을 마실 때면 무언가 풀려버리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하였다. 아니 무언가를 놓아버리는 느낌에 가깝달 까. 너무 조여 버린 나사를 반쯤은 풀어주고는 그 동안의 붙잡고 있던 것을 덮어버리는 기분.
“우리 술 게임하자”
무언가를 덮어버렸다면 빨리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
“그럼 준호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신난다 재미난다 더게임 오브 데스, 다섯!”
놓아버린 것을 묻어버리려는 몸부림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나도 다 놓아버리고 같이 달아올라갔다.
점점 들어가는 술, 그날따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시고 싶었다. 그날따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시고 싶었다. 나사를 풀어버리고 싶었다. 너무 많은 것을 고정시켜왔던 것만 같았다. 무엇을 고정해왔든 신경 쓰지 않아야지, 고정해 놓았던 것들을 다 떨어트려버릴 거야
나는 일부로 게임에 걸리기도 하고 혼자 자작을 하기도 하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엔 술이 나를 먹었다.
“야, 너 안들어가냐? 너 아무리 늦어도 잠은 집에 가서 잣었잖아.”
진식이녀석이네..
“음냐 음냐.. 나 멀쩡햐 시바 하루쯔믄 밖에서 자면 좆 떨어지기라도 하냐?”
“이 세끼 꼴았네.. 걍 재우자 다 술 때문인데 어떻게 하냐.”
꼴긴 누가 꼴았다고 저 지랄이야?
“안 꼬라서 시바.. 그렇게 보내고 시프면 집? 그래 거기 갈게, 사라져주께”
“이 새끼 한번도 이렇게 미신적 없는데 오늘 왜이래?”
“지랄 마, 간다고 바이바이 내일 봐요 여러분~ 아, 내일은 이료일이지 크크크크”
어어어어 가지말라고 다리 붙잡지 말라니까 잡고 늘어지면 넘어지잖아.
“철푸덕”
“아 저 세끼 어떡하지?”
“아 졸리면 걍 방들어가서 잘것이지 현관에서 엎어져 자냐..”
“야 걍 무시해 술마시면 어쩔 수 없지”
머리가 깨질것만 같았다. 아파.. 몸을 뒤집는데 불이 들어왔다.
“불 꺼! 더 잘거야”
“야 일어나 한시간뒤면 부모님 오신단 말이야.”
누구야 계속 날 차다니.. 음?
처음으로 외박을 했다. 일요일이라 학교는 문제가 없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아 미치겠네 몇시냐?”
“4시야 빨리 가라”
허둥지둥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 어떻게 들어가지.... 나는 그 길로 PC방을 향했다. 머리 아픈것만 괜찮아질 때까지, 그 때까지만 가있자..
“rock, rock is dead~ Sock! Over to dead~”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게임을 틀어놓고 그냥 잠들어버렸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니?”
어머니다 지금 집에서 난리가 났나보다. 전화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버지가 나를 집에서 나가라고 쫒아내기라도 하려하시는 건가..
“나 동네 PC방인데 왜?”
“지금 빨리 우리병원으로 오렴, 빨리 빨리!”
분명한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 듯 했다. 숨 넘어 갈 것만 같고 곧 울어버릴 듯 한 목소리
“알았어 택시타고 갈게 끊어”
싸늘한 산책로 길, 우울증이란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아 버렸다고 한다. 한 달 전에 인쇄공장에서 명예퇴직까지 당해 버렸다고 한다. 처음은 그저 신경과민이었다고 하는데 그게 우울증까지 가버렸다고 한다. 밤 열시에 걷는 산책로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그저 어둠 속에서 가로등의 노란 불빛만 비춘다. 빛은 생각보다 따스하지도, 기분 좋지도 않다. 그렇게 추구해왔던 빛인데 몸이 바짝 말라가는 기분이다. 기껏 가시를 박아 넣고 올라온 자리인데....
소주, 술을 마실 때마다 느꼈던 무언가를 놓아버린다는 느낌, 말라버리는 내 몸을 잊고 싶어서 산 소주가 왼손에 쥐어져 있다. 또 놓아버리는 거야. 취해버리면 술이 나쁘지 사람이 나쁜 건 아니라고 해줄 거야. 나쁜 것은 마녀였다고 말해줄거야.
산책로는 일자로 뻗은 길만 보인다. 양옆의 가로수, 나무다. 나무.... 술 속에서 놓아버렸던 것이 뭐였더라? 마실 때마다 허전했던 것이 뭐였지.... 소주를 나무에 집어던져 버렸다. ‘챙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이 깨져버리고 몇몇 유리조각이 나무에 박혀버렸다. 가시들이 박혀버렸다. 내가 놓아버린것.... 미친 사람처럼 나무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가시를 뽑았다. 나무껍질을 긁어버린 유리조각을 뽑아버렸다. 나무에 난 껍질에 박힌 조각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나무에 뿌려진 소주로 흠뻑 젖어버렸다.
“내가 박아 넣은 가시 하나.. 둘.. 셋... 별로 없네..”
그리고 그냥 얼굴을 감싸고 울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되지?”
마녀의 도끼에 찍히며 손을 놓아버린 나무처럼..
그날 나는 꿈을 꾸었다. 어딘지 모를 전시관에 나는 있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사였다. 쇠로된 나사, 나는 그림으로 보이는 작품을 지탱하는 나사였다. 나는 머리부분만 빼고 전무 생매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매장되어버린 나의 몸뚱어리를 콘크리트 속에서 뽑아낼 방법을 몰랐기에, 그냥 그렇게 있었다. 무엇을 내가 지탱하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지탱하게하려 하는지 모르는 채로 그냥 버텨왔다. 그 때 십자드라이버가 나를 찾아왔다.
“숨이 막히면 조금은 뽑아내줄까?”
나는 당장에 부탁을 했고 그는 반 바퀴만큼 나를 뽑아내 주었다.
“언제든 더 뽑고 싶을 때 연락해”
“고맙습니다.”
몸이 조금 빠지고 난 후, 나는 조금씩 이제 흔들거리며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을 느꼈다. 그 전까지는 꼼짝도 못했었는데... 조금 뽑아낸 것으로 나는 정말 큰 자유가 느껴졌다. 나를 잡고 있던 것들을 벗어 던진 기분이었다. 그 이 후로 나는 작품을 잡고 있는 역할에 소홀해져서인지 점점 작품을 들고 있기 힘들어졌지만 드라이버에게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꽉 잡혀버린 것, 묶여서 나의 자유를 막는 것 그것들을 잊게 만들어주는 부탁을 말이다. 나는 나의 몸통이 아직은 더 길게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많은 부분이 생매장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점점 더 자유로워 지기위해 나사를 풀었다.
“아직 좀 더 풀어도 괜찮아 아직 많이 남아있어!”
나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십자드라이버를 두어 바퀴 돌렸던 그 날. 나는 벽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이게 자유로운 건가? 그리고 그 때 떨어지고 있는 바닥에 박살난 그림이 보였다.
‘외동아들이자 첫째아들로서의 책임감, 학교에서의 규칙들, 아버지의 통금’ 나를 얽매는 사회성이 조그마한 한 조각 한 조각에 나뉘어 표현되어 있는데 그 조각들이 모며 만들어진 사진은 아버지의 얼굴이다. 박살난 아버지의 초상화. 나의 사회적 얽매임들....
‘내가... 박살내버린거야?’
나도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잠에서 깨자마자 달려간 병실, 누워계시는 아버지는 꽤나 야위어있었다. 두 눈에는 다크서클이 짖게 나있었고 두 다리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해장은 잘 하고 왔냐?’라고 시큰둥하게 한마디 하셨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말씀을 하시면서 내 눈을 피하셨다. 그리고 처음 보는 표정을 지으시며 ‘적당히 마셔라 속 버린다.’라고 하셨고 나는 ‘저 금주 중이에요.’라고 답했다.
우리는 그냥 실없이 웃었다. 서로 처음 보여주는 얼굴을 보인 채
일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이제 걷지 못하신다. ‘두 다리의 근육이 완전히 고장 나버렸다.’라고 의사는 말했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여전히 마루에서 티브이를 보신다. 나도 여전히 집에 있을 때는 방에 처박혀있다. 나는 이제 스무 살이 되었고 통금은 사라졌다. 통금이 사라졌어도 나는 밖으로 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재수를 준비하면서 공부할 것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방에서 공부를 하고는 열시쯤에 나왔다. 그리고 목욕물을 받고서 아버지를 업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럼 오늘도 시원하게 밀어 드릴게요.”
나는 목욕당의 때밀이처럼 때타월을 두어 번 때리고는 아버지의 등을 비볐다.
“사각사각”
그리고 난 후 아버지가 내 등을 비벼주셨다.
“사각사각”
서로의 등을 비비는 소리가 뽀얀 수증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