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과 상품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아 주택 구매 심리가 형성되지 않고 있고 금리 인상·정부 정책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근 부동산 전문가 5명에게 내년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본격 회복세 기대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값이 일부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현재의 회복세는 일시적 반등"이라며 "내년 3월 이후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여전히 소득대비 집값이 높은 수준이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적다"며 "미분양만 10만 가구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지방 분양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까지 온기가 올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호조는 2007년 이후 신규 공급이 중단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세로 봐야지 근본적인 시장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부산과 대전은 분위기가 좋지만, 대구나 광주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등 지방도 전반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하지만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거시경제 상황이 좋아지는 만큼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수도권 입주 물량도 적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시중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사상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 여건이 좋다"며 "전반적으로 내년 부동산 가격은 3~5%쯤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분기가 부동산 시장 변곡점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가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시기로 내다봤다. '8·29 부동산대책'에서 발표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금리 추가 인상 여부도 부동산 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간 시장 회복 가능성이 낮은 만큼 소비자들의 내 집 마련 시기는 내년 1분기 이후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 실수요자인 경우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등 공공 분양주택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 초에 강남 세곡, 서초 우면지구 본청약이 예정돼 있고 6월에는 위례신도시 본청약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중소형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오른 기존 매매시장보다는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이 유리하고 중대형아파트는 시세보다 20~30%가량 낮은 저가 매물 위주로 사는 것이 좋다.
◆아파트는 곳에 따라 맑음, 토지는 흐림
전문가들은 내년도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지점장은 "서울 강남권 등 여전히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의 주택공급은 부족하다"며 "소형아파트와 학군 우수지역, 역세권 주변 등은 올해와 같은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중대형은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 시행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올해보다는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성이 있는 한강변, 서울 도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 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실물경기 회복에 따라 일부 상권은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오피스텔·도심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은 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관건이긴 하지만 여전히 도심 내 1~2인 가구 수요가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이 적은 만큼 내년에도 투자성은 밝다는 전망이다.
토지시장은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신도시·택지지구 등 대형 개발사업을 도맡아 진행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구조조정의 방편으로 일부 사업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점이 토지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하지만 4대강살리기 사업이나 세종시 등 일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의 토지시장에는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