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하는 날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불금이라고도 한다.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머리가 띵하다. 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났다. 혼자 가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시선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코로나가 혼술, 혼밥을 자연스럽게 만들었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유교사상에 사로잡혀 헤어날 줄 모르는 꼰데라 어쩔 수 없다. 주당들의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 전문점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 중에 입맛을 사로잡는 해장국을 소개한다.
그녀는 자고 있다. "해장국 먹으러 갑시다" 그녀의 안색을 살펴야 한다. 매번 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 "봄도 되었는데 옷 한 벌 사야 하는 거 아닌가" 움직인다. "뭐라고, 뭘 사준다고" 사준다는데 마다 할 사람 있겠는가. 부스스 눈을 뜬 아내는 손을 들고 기지개를 켰다.
지친 속을 풀어주는 것 중에 단연 으뜸은 선지 해장국이다. 내용물이 풍성하다. 천엽, 소양을 비롯하여 시래기도 들어 있다. 시원함을 더하기 위해 콩나물도 넣었다. 국물을 한 수저 떠 넣는 순간 매운맛과 시원함이 어우러진 개운한 맛은 타격감이 상당하다. 단 한 모금 들이켰을 뿐인데, 바로 해장되는 기분이다. 해장하러 와서 소주 한 병 시키는 것은 관습으로 고착되었다. 그녀가 인정하기까지 핀잔을 바가지로 들은 끝에 쟁취 한 생명수다. 선지 해장 국중에 으뜸으로 양평해장국을 최고로 친다.
순댓국도 괜찮다. 뼈 해장국도 즐겨 먹는다. 집과 가까워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주 들른다. 역시 소주 한 병은 자동으로 식탁에 놓여 있다. 집 근처 순댓국집은 없어졌다. 가격이 저렴해서 자주 이용했는데 아쉽다. 커피전문점으로 바뀐 이후 그녀와 그녀의 딸이 자주 이용한다. 가끔 집으로 가져오기도 하지만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나는 냉장고 속에서 며칠 밤을 주무신다. 빨대로 조금씩 마시다 보면 일주일을 마실 수 있다. 입안을 가그린 하는 정도의 커피면 그만이다.
국물이 너무 시원해서 이곳도 자주 간다. 한약재를 넣어 만든 육수에 삶은 닭 한 마리 풍덩하면 재료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가성비도 괜찮다. 반찬은 배추 물김치, 풋고추가 다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속을 푸는 데 있어서 양평해장국과 쌍두마차를 이룬다. 선지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추천하는 맛 집이기도 하다. 난 썩은 고기도 먹는 하이에나라 그녀가 원한다면 어느 곳이든 찾아 모신다. 국물은 필수, 고기를 먹을 때 역시 된장국, 동치미, 열무김치 등 국물은 있어야 한다. 단백질이 녹아 있는 미네랄워터라 할 수 있는 국물은 빠르게 흡수되어 속을 푸는 데 일등공신이다. 닭 한 마리라고 한다.
모든 것이 귀찮아 나가기가 싫다. 어떻게 속을 풀어야 할까. 매운탕도 괜찮은 속풀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횟감과 함께 매운탕 거리가 양푼에 담가져 날아온다. 꼬들꼬들한 횟감과 소주는 환상궁합이다. 연기가 나지 않아 그녀도 좋아한다. 생선회를 먹는 중에 올려놓은 매운탕은 매서운 김을 뿜어내며 구수한 맛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원함과 개운함이 주는 만족도는 해장국 못지않다.
돈벌이가 시원찮아 육류는 집에서 구워 먹는다. 주물판을 샀다. 열 보존력이 뛰어나서 고기를 구워 먹기에 아주 좋다. 육류는 숯불에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만 허락하지 않는다. 기름이 튄다고 불판에 구워 먹는 것도 싫어하는 그녀는 모든 것을 내가 하는 조건으로 허락한다. 집에서 구워 먹는 육류는 가성비 짱이다. 마지막 피날레는 역시 볶음밥이다. 찬 기름보다 더 맛을 내는 돼지기름에 찬밥과 김장김치 넣고 볶아 내놓으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함께 마신 칡술은 우울했던 마음을 기분 좋게 한다.
첫댓글 해장국 좋치...
해장국에 다시 들이키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몽롱할텐디 ㅋ
한 병만 마신다. 16.5도라 음료수 마시는 정도에 불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