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들] 13
S#1. 데스크
주희는 궁금 불안 걱정에 휩싸여 앉아 있다가, 문소리에 고개를 들면,
이령의 방에서 나오는 이령.
이령 : (정호방 가리키며) 들어왔어?
주희 : 네…좀 전에…
이령 : (웃으며 알았다 표시하고 정호 방으로)
주희 : (본다…)
S#2. 정호 방.
정호 : (여전히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빠져 있는)
이령 : 민사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대응이 없고, 형사 껀에 대해서는 계속 오리발 작전.
장기순이 좋아서 그랬다로 일관하구 있음. (하다가 의아하게 살피는)
정호 : (그것조차 눈치 못채는)
이령 : 왜 그래?
정호 : (그것조차 눈치 못채는)
이령 : 왜 그래?
정호 : (비로소 본다) 어,
이령 : 얼이 쑥 빠져나간 거 같은데.
정호 : 어…
이령 : ???
정호 : (거두절미) 이혼하재는데?
이령 : 뭘 해?
정호 : 이, (하다가 갑자기 생소해진다. 이혼이란 단어) 이, 혼….
이령 : (내심 많이 놀라는) 혜수가?
정호 : 어…
이령 : 언제 통화 했는데,
정호 : 통화가 아니구, 왔어, 만났어, 좀 전에.
이령 : 무슨 소리야, 혜수가 왔다구?
정호 : 응….
이령 : (침착해야지. 살피듯 본다) 그거 첨하는 말 아니짆아. 양치기 소녀 차혜수.
정호 : 그렇지…
이령 : 근데, 왜, 이번엔 진짜 같애?
정호 : 응…
이령 : (정말이구나…) 결정적인 동기가 뭐래? 테러 사건이야?
정호 : 그런 얘긴 안하는데, 그냥 나 안보니까 잠이 잘 오더래…
이령 : (침착하게 본다…엄청 당황했군…) 김주희 얘긴 안했어?…
정호 : 쪼금…
이령 : (자기도 모르게 곤두서는)
정호 : (본다) 혜수 한번 만나볼래?
이령 : 왜?
정호 : 김주희 때문에 결심을 한 거라면, 내가 혜수랑 주희 둘 다한테 무지 잘못한 거잖아. 물론 그 이전에 원초적으루 잘못했지만.
이령 : (착잡함 감추며 본다…) 너, 딱 그때랑 똑같애. 김주희 얘기만 빼면.
정호 : 뭐가?
이령 : 8년 전에, 혜수 니 하숙방에 가서 양주 병나발 불구 널부러진 거 기어이 걔네 집에 업어다 놓구 나왔을때랑.
정호 : (언뜻 외면)
이령 : 정서적 혼란부터 대사 순서까지 똑같단 말이지…결혼하재는데?, 어떡하지?, 혜수 한번 만나볼래?
정호 : (씁쓸)
이령 : 그때 나랑 호식이랑 엄청 말렸어. 결혼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아무리 미안해두 하지 마라…그랬는데
넌, ‘나까지게 뭐라구 남의 집 귀한 딸한테 상처주냐’ 그러면서 그냥 하더라?
정호 : (그랬지)
이령 : 이번엔 일체 언급 안할래. 니가 그냥 다 알아서 해. 뭐 이미 혜수 마음은 정해진 거 같구,
너로서는 어떤 방식으루 받아 들이냐, 그거 뿐이겠지만.
정호 : 저기 말야,
이령 : 됐어,
정호 : (뭐?)
이령 : 인제 내 앞에서 개인사 풀어놓지 마.
정호 : (벌컥) 그럼 누구한테 해!
이령 : (단호히) 현안에 대해서 얘기하자. 신지나 상대 소송 껀,
정호 : 일단 관망해. 윤석기 나타나면 얘기 좀 해보구.
이령 : (안봐준다) 고소하자, 단순 무식하게 나가기루 결정한 건 바로 너야.
나 그거, 인제부턴 윤석기 김주희 털구 정공법으루 가잔뜻으루 받아 들였어.
정호 : (폭발) 누가 뭐래?!
이령 : (같이 폭발) 근데 뭐하러 윤석기를 기다려?!
S#3. 동 복도.
주희, 놀라서 일어서고, 하영도 계단에서 올라서다가 멈칫.
S#4. 정호 방.
이령, 정호 서로 언성을 높이며
이령 : 홍인기는 신지나를 이용한 게 아니라 장기순, 아니 서정호를 이용한 거야.
신지나가 여기 와서 무슨 여우짓을 하든 내버려 두게 만든 거 보면.
정호 : 그런 상황에선 윤석기 아니라 누가 그랬대두 믿어 볼 수 밖에! 홍인기는 신지나를 통해서 뭔가를 알아 낼려는 거다,
신지나의 동선이 윤곽이다…너라면 그거 무시하겠어?!
이령 : (선다) 홍인기, 애초에 신지나 통해서 알아내려는건 없었어! 정우석이한테서 떼내면 그뿐이지! 마치 신지나가 장기순이라는
순진한 총각을 이용해서 정우석이 겁 줄려는 거, 그걸 잘 써먹은 거야! 넌 윤석기 믿은 값으루 거기 적극 협조했구!
정호 : (선다) 알아!
이령 : 장기순이 그나마 건지지 않았으면 너, 후배들 앞에서 접시에 코박는 시늉이라두 했어야 했어!
정호 : 어쨌거나 소득이 없지는 않았잖아!
이령 : 윤석기랑 정면으루 맞서지 않는 이유가 뭐야? 왜 자꾸 여지를 둘려구 해? 어른 노릇이 그렇게 하구 싶어?
나 이렇게 다 굽어 살핀다는 거 보여주겠다는 거야, 김주희한테? 그렇게 멋있구 싶어? 똘아이야!
정호 : 뭐야?!!!
S#5. 동 복도.
이령이 나와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주희, 하영, 세상에…
S#6. 이령 방.
이령, 들어서자마자, 이마를 치며 뼈아픈 외마디 탄식.
이령 : 너 완전히 돌았어 송이령!
S#7. 정호 방.
정호, 스스로 어이없어 망연자실…
S#8. 데스크.
하영 : (작게) 어머, 저 정도는 처음인거 같다. 지진, 해일, 완전 쓰나미.
주희 : (아무 말 못한다. 쿵쾅쿵쾅 마구 뛰는 심장. 떨리는 손)
하영 : 신참들 없길 다행이지.
정호가 축 쳐져서 나와 문 닫는다. 주희는 시선을 떨구고 하영, 조심스레 본다.
터덜터덜 다가와 서는 정호.
정호 : 윤석기 연락 없어요?
주희 : (얼어붙어 있고)
하영 : (주희를 한번 보고는) 아니요, 아까 나가신 동안, 전화 왔어요. 내일 출근 하신다구.
정호 : (주희를 언뜻 보고 돌아선다)
주희 : (간신히 눈을 들어 본다)
정호의 축 처진 등.
주희, 뭔지 모를수록 가슴 아프고 불안하다.
S#9. 홍인기 별장 산책로.
석기와 홍인기.
홍 : 뭐, 잘했어…그렇게 어수선할 때는 슬쩍 피하구 봐야지…그래 머리 좀 식혔나?
석기 : 네.. 잘 쉬었습니다…
홍 : 서정호가 신지나 소동을 잡구 늘어진다는 게, 우리로선 나쁠게 없어. 관심두 돌리구, 시간두 끌구 말이지.
석기 : 저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잘 될까? 하는…)
홍 : (표 안나게 힐끗)
석기 : (느낀다)
S#10. 그날 밤. 안가 외경.
S#11. 안가.
석기가 서서 술잔 두개에 술 따르고 하영이 곁에 기대 서서 손가락 뱅글뱅글 돌리며 눈치 살피는.
관능 본다는 짝사랑 오빠친구를 만나러 온듯한.
석기 : 왜 조용하니.
하영 : 눈치 보는 거야. 달콤한 인생을 살라구 하더니 왜 불러냈을까, 하구.
석기 : 씁쓸한 맛을 좀 즐기라구.
하영 : 어디 갔었어? 쭉 혼자 지냈어?
석기 : 궁금해?
하영 : 쪼끔.
석기 : (술잔 하나 하영에게)
하영 : (받으며) 서변하구는 남몰래 깜보 맺은 거야?
석기 : (건배하자는 시늉) 아니,
하영 : (잔을 부딪친다) 그럼 뭐야? 둘 사이는?
석기 : 내가 물귀신이야.
하영 : 에?
석기 : (웃으며 하영의 뺨을 고집는다)
하영 : (빤히 본다)
석기 : 김주희, 별 일 없지?
하영 : 어, 어, 뭐, 불안한가봐…서변이 뭔가 후련하게 말을 안해주는 거 같더라..
석기 : 서정호는.
하영 : 송변이랑 한바탕 하더라. 그렇게 붙는 거 첨 봤어. 둘 다 하두 버럭거려서 자세히는 못들었는데,
당신, 김주희, 다 등장하던데?
석기 : (한쪽 팔로 하영을 애기 안 듯 감는) 양하영…너 그거 모르지…
하영 : ???
석기 : 내가 너한테 고마운 게 있다는 거…
하영 : 뭐가?…정보원 노릇 해줘서?
석기 : 가만 있어…
하영 : (언뜻 불안)
석기 : 넌 내가 어떤 놈이든 상관 안하잖아…
하영 : (엄?)
석기 : 그거 무지 고마운 거야…아무 상관없이, 판단두 시비두 없이 그냥 봐주는 거…
하영 : 어째, 뭐가 좀 이상하네?
석기 : (술잔을 놓고 두 팔로 안는다)
하영 : 왜 그래, 사람 슬퍼지게,
석기 : 그것두 고마워…
하영 : (정말 이상…)
석기 : (안은 채) 나 여행 가기 전에 편지 부치라구 준 거, 부쳤지?
하영 : 바루 나가서 부쳤지…근데 그거 뭐야?…
석기 : (낮은 웃음) 연애편지.
하영 : (점점 더 모르겠는…)
S#12. 어느 까페. 밤.
주희가 끈기있게 앉아 있는 모습.
마주 앉아 뚫어지게 지켜보는 정호. 앞에는 마실 것 한잔씩. 그렇게 있은 지 한참 됐다…
주희 표나지 않게 무릎 위에 모아쥔 손으로 시선 떨구어 시계를 본다. 아홉시 쯤.
주희 : (미안한 듯 웃음) 한 시간쯤 됐어요. 암말 안하신지.
정호 : (손목 시계를 보고는 퉁명) 돌았구만. 널 굶기다니…너 순 그 힘으루 살잖아…(하면서도 몸은 꼼짝 않는)
주희 : (핸드백 고쳐쥐며 머뭇)
정호 : 저기 말이야,
주희 : 네…
정호 : 아니다. (옆자리에 놓은 윗도리 집어 든다) 들어가 밥먹구 자기 전에 전화 해. 전화루 얘기하지.
주희 : (새삼 불안하게 보는데)
정호 : 아냐, 그냥 자. 생각 좀 더 한 다음에 얘기할게.
주희 : (더 불안)
정호 : 일어나자. (서는)
주희 : (불안한 채로 일어서는데)
정호 : (여전히 퉁명) 정신 차리께.
주희 : (본다)
정호 : (돌아선다)
둘, 말없이 나간다.
S#13. 주희 동네 어귀. 밤.
정호의 차가 다가와 선다. 밖은 정호의 마음처럼 무거운 비가 내리고 있다.
정호 : 얼른 들어가 먹어.
주희 : (무릎 위 종이가방과 핸드백 고쳐 쥐며) 네.
정호 : 주방장이 퇴근할래다가 바쁘게 만들어서 맛이 어떨지 모르겠대.
주희 : 저기,
정호 : (본다)
주희 : 어떤 사람이 사막을 건너 가는데요, 혼자인 게 무서워서 뒤돌아 걸어 갔대요.
정호 : 뒤루 걸었다구?
주희 : 네…자기 발자국이라두 보면서 갈려구요.
정호 : (앞창을 보며) 미친 놈이구만. 난 그런 짓 안해. 사막이믄 별을 보면서 가야지, 무슨.
주희 : 그래야 하는데…
정호 : (여전히 앞만 물끄럼 보는)
주희 : 실은 저, 좀 반성 했어요.
정호 : 뭘.
주희 : 제가, 제 상처만 들여다봤어요…
정호 : (언뜻 보는)
주희 : 그러구 있으면 아무것두 안보이잖아요…변호사님 걱정하면서두, 저밖에 안보였어요…
나는 혼자다, 내가 젤 아프다, 그런 생각에 빠져서요…저두 모르게, 참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 온 것 같아요…
정호 :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주희 : (본다) 손, 잡아 드리구 싶은데, 기운 내시게…
정호 : (본다) 맹추가 아니구만…(손을 내민다)
주희 : (잡는다)
정호 : (잡은 채) 내가 너한테 뭐지?…
주희 : …(시선 떨구는…꿀꺽 삼킨다)
정호 : (보는…)
주희 : (손 빼내며) 내일 뵐께요.
정호 : (피식 웃음) 나는 내일 보는 사람이야?
주희 : (웃지 않고 종이가방과 핸드백 챙겨 쥐는데)
정호 : 김주희.
주희 : (본다)
정호 : 이거, 그냥 질문인데, 집사람하구 너희 부모님, 어떻게 아는 사이였니?
주희 : (본다…정말 뜻밖의 질문)
정호 : 살아계실 때, 집사람 본 적 없어?
주희 : (간신히) 네…
정호 : 얘길 들은 적두 없어, 부모님한테서?
주희 : 네…
정호 : 그럼 너, 그냥 집사람이 두구 간 명함만 가지구 나 찾아왔던 거야?
주희 : …네…뭐라두 잡아야했으니까요…
정호 : (후우…)
주희 : 근데, 왜요?…
정호 : 궁금해…넌 나한테 누구구, 난 너한테 뭐구, 집사람은 왜 나한테 널 부탁했는지…
주희 : (본다…???)
정호 : 들어 가…
주희 : …네…
주희, 내리고,
정호, 주희가 가는 것 보는…한참동안.
S#14. 주희 현관. 밤.
주희, 굳은 표정으로 들어선다. 음식 봉다리 들고.
주희 : 세희야, 언니 왔어…
세희 소리 : 응, 언니, 나 찜질 해.
주희, 핸드백 내려놓고 주방으로 가면서,
주희 : 어…별일 없었니?…
S#15. 안방.
세희, 누워서 다리에 찜질 팩을 덮고 있는.
세희 : 컴퓨터 옆에 봐…뭔지 몰라서 안뜯었어.
S#16. 거실.
주희,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집어든다.
‘내용증명’ 찍힌 행정봉투.
얼른 집어 보면, 보내는 사람 ‘강남경찰서 사고계’ 받는 사람 칸에 주희네 주소와 ‘김주희’
내용물 빼내 펼치는 주희. 미간은 좁혀지고 눈은 커지는…
‘출두 요구서. 이유; 2000년 0월 00일 00시 서초구 서초동 00아파트 앞 승용차와 트럭의 충돌사고에 대한 재조사 관련.
가해자 김세희 대리인 김주희씨는…
S#17. 안방.
세희 : 뭐야?…
S#18. 거실.
주희 : (당황) 어, 나 뭐 좀 먹구…나 저녁 전이거든?
S#19. 정호 집 거실. 밤.
깊숙이 기대 앉아 전화기 귀에 대고 듣기만.
혜수 소리 : (전화. 웃음) 이봐요, 서정호씨…이거 느닷없지 않어…어떻게 생각하면 첨부터 예견된 거라구요…
내가 당신 하숙방에 드러누워가지구 결혼 안해주면 죽어버리겠다구 할 때부터…
S#20. 혜수 호텔 방.
혜수 : 나 가끔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이랑 표정이랑, 생각 나…'내가 뭔데 이렇게 좋아하니?’ 당신 그랬어. 정말 난처한 얼굴루…
사실 그땐 당신두 어렸지…결혼 안해줘두 내가 절대 안죽는다는 걸 몰랐던거야…
S#21. 정호 거실.
정호, 기댄 채 들으며 한손으로 미간을 누른다.
혜수 소리 : 편하게 받아들여…그게 나 편하게 해주는 거야…듣고 있나요, 서정호씨?…
정호 : 무지 미안한데, 얘기 좀 더 해줄래?…나에 대해서?…
S#22. 혜수 호텔 방.
혜수 : 그 점은 나 더 이상 할 얘기 없는데?…(좀 생각하는) 그럼 내일 아침을 여기 와서 같이 하든지…
S#23. 정호 거실. 밤.
정호, 술 한잔 들고 뭔가를 생각한다…
S#24. 주희 거실. 밤.
주희와 세희, 불안한.
세희 : 재조사는 우리가 바라는 거잖아…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주희 : 그러게 말이다…
세희 : 어떡해서 경찰서 쪽이 먼저 우릴 부르게 됐을까?
주희 : ….
세희 : 그리구 또 이상한 게, 가해자는 난데 왜 굳이 언니를 불러?
주희 : …그거야 니가 많이 다쳐있으니까,
세희 : 경찰서에는 기록두 없다며.
주희 : …(불안하게 끄덕이는)
세희 : 서변호사님께 알려야 하지 않어?
주희 : (어두워지는)
세희 : 왜?
주희 : 짐이 좀 무거워…우리 땜에두 그렇구…
세희 : 그럼 어떡해?
주희 : (작게 한숨)
S#25. 정호 거실. 밤.
정호, 깊숙이 앉아 있다. 굳은 표정. 주희에 관한 얘기 할 때의 혜수 모습들.
-1부 #41 중에서.
혜수 : (더듬더듬 둘러댄다) 어어, 누가 취직 부탁을 하는데, 거절을 못했어…당신 정도면 도울 수 있을 거라구 생각했나봐…
-1부 #91 중에서.
정호 : (본다…) 그렇게 신경 쓰이며 주희 걔 당신이 알아서 다른 데 취직 시켜…
혜수 : 다른 데 다니면서 따루 만다는 건 더 못봐주지.
-6부 #14 중에서.
혜수 : (흠칫) 잡혀 갔어?…(짐짓 웃음) 마, 말해 봐, 나 어리광 접었다구 하잖아.
다 말해두 돼. 주희가 그렇게 간단히 잡혀갈 일이었어?
-8부 #14 중에서.
혜수 : 나랑 얘기 중에 오분의 사 이상이 김주희 얘기야. 너무 하다구 생각하지 않어?
지금두 그래. 누가 김주희네 차사고 얘기 하랬어? 우리 아파트 앞에서 났던 거, 그거 왜 묻냐 그랬지.
S#26. 주희 거실. 밤.
주희, 전화기 든 채 망설이다가 내려놓는…곁에는 출두 요구서.
S#27. 송현 일층. 다음 날 아침.
알렉스가 출근.
재서가 방에서 나오다가 석기가 들어오는 것을 본다.
은애, 민지 : 안녕하세요
재서 : (친한 척) 오, 알렉스, 오랜만이예요.
석기 : (무시하고 지나간다)
재서, 저런 건방진.
S#28. 비서실 데스크.
하영, 자리에 앉아서 석기가 오는 것 본다.
하영 : (작게) 괜찮어?…
석기 : (고개 잠깐 끄덕여 답하고는 주희 빈자리를 보면)
하영 : 어 좀전에 나갔어, 무슨일인지는 잘 모르겠구.
석기 : (얼핏 미소)
하영 : 대표가 기다려.
석기 : (돌아서는)
하영 : (본다…)
하영 소리 : 남자 때문에 가슴 아프기는 싫은데…
S#29. 영중의 방.
석기가 들어오면, 영중, 과장되게 반색하며 일어선다.
석기 : 별 일 없으셨죠?
영중 : 그러엄…어떻게, 푹 좀 쉬었어?
석기 : 덕분에요.
영중 : 앉지.
석기, 앉고, 영중, 인터폰.
영중 : 어, 양군, 우리 차 좀 줘요.
S#30. 비서실 데스크.
하영 : (전화) 네, 대표님…(끊고 일어서는)
S#31. 영중의 방
하영, 대표와 석기 앞에 차를 놓아준다.
영중 : 이왕 쉬러 갈 거면 우리 양군하구 동행하지 그랬어.
하영 : (뭐?)
석기 : (하영을 언뜻 보고는)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듣기 거북합니다.
영중 : 아 그래 그래 이거 내가, 실례를했구만.
하영 : (웃어 보인다)
S#32. 영중 방 앞.
하영 : (문 닫은 후 문에 대고 작게) 저질 영감탱이.
S#33. 비서실 앞 데스크.
하영이 빈 쟁반 탕비실에 올려놓는데, 재서가 온다.
재서 : 양하영씨,
하영 : 어, 네…
재서 : (기순이 흉내) 어제 뭐 했노 전화해도 없데?
하영 : 어, 친구들 좀 만났어요,
재서 : (미심쩍지만 웃음) 그럼 부르지 그랬어요. 나가서 재롱 좀 떨게.
하영 : 다음에 기회 드릴게요.
재서 : (다가선다)
하영 : 웬 밀착 대형?
재서 : 알렉스, 알구 있나?
하영 : 뭘요?
재서 : 자기 입장 안좋다는 거…도청 장비 설치 혐의를 받구 있다는 거,
또 자기 클라이언트 정우석의 애인 신지나가 여기다 사제 폭탄 던진 거.
하영 : 저는 그냥 비서일 뿐이예요.
재서 : 보통 비서가 아니잖아요.
하영 : (웃음) 용도폐기 됐다구 했죠? 보통 비서루 강등 됐다구.
재서 : 그럼, 더 이상 알렉스에 관한 정보는 없다?
하영 : 그럼요.
재서 : (흐흥 웃음) 실은 그게 정상이죠…사람이 평범하게 살아야지…
하영 : 그럼요…
재서 : 나두 그게 좋아요.
하영 : 나한테 계속 작업 중?
재서 : (끄덕) 쭈욱.
하영 : 오오…열심히 해봐요…
재서 : 그럼, 수고
S#34. 영중의 방.
석기 : 검찰이 시간 끄는 거, 나쁘지 않습니다.
영중 : 무슨 소린가…뭐가 됐든 결과를 얘기를 해야 우리 쪽 소송이 진행이 되지…난 걱정이 많어, 신지나 문제두 그렇구…
게다가 그게 왜 하필 여기 변호사랑 얽히게 됐냐 말이지…모바일 핀업 상대 명예훼손 소송을 취하했으면 그걸루 끝이지,
뭐땜에 또,
석기 : (웃음) 뭔가 판단에 착오가 있었나보죠…
영중 : 그럼 그때는 내가 정우석 관련 소송 국내 대리인인 걸 모르구 찾아왔단 말이야?
석기 : 그랬을 거 같은데요?
영중 : 허, 참.
석기 :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영중 : 어떻게 신경을 안쓰지? 장기순이가 소송 제기 했단 얘기를 들었잖아?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구?
대표는 정우석 대리인인데, 그 밑에 변호사가 그 애인을 상대루 소송을 제기하다니,
석기 : 대외적으루 그건 정우석 관련 소송과는 무관하니까요. 저 역시 정우석씨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영중 : (그래?)
석기 : 신지나 문제, 그냥 흘러가게 두세요. 별개의 문젭니다.
영중 : 그래두 되는 거야?
석기 : 네.
S#35. 이령 방.
이령은 듣기만 하고, 재서들 설왕설래.
기순 : 상관이 없지…신지나가 정우석이 애인이라는 거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이 아니거든? 대표가 정우석 비자금 관련
소송 대리인인 것과 내가 신지나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거, 대외적으로 모양새 안 좋을 기 없다는 얘기요. 내 말은.
유리 : 내부 갈등이 문제죠.
기순 : 그런 점은 있지만, 글타꼬 내가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서정호선배도 자신 있게 이거 문제 삼자 했고 말이지.
재서 : 대표가 애초에 정우석 사건을 받은 게 문제야…알렉스의 등장이 문제라구.
유리 : 이상 영양가 없는 이재서씨의 논평이었습니다.
재서 : 뭐가…생각을 해봐. 알렉스 출현 이후 발생한 여러가지 사건들을 짚어 보자구.
이령 : 원론적인 얘기는 할 거 없어.
다들 : (본다)
이령 : 안 그래? 역사에 가정이 있니? 그렇게 따지면 더 거슬러 올라가야지.
재서 : (목을 움츠리며) 그렇죠…
기순 : (눈치) 어제, 서선배하고 한 판,
유리 : 대단하셨다구들 하던데,
이령 : 어, 애정 표현을 좀 과하게 했어.
재서 : 서선배가 그래서 늦으시나?
기순 : 아침 약속 있다꼬 하시던데,
이령 : 일 얘기 하자.
다들 : (눈치) 네, (파일 펼치는)
S#36. 혜수 호텔 카페테리아.
정호와 혜수, 방금 아침 식사를 마쳤다. 둘, 커피를 마시고 종업원이 빈 접시를 걷어 간다…
정호는 오늘 혜수로부터 주희에 대한 얘길 듣고 싶다.
혜수 : (짐짓 웃으며) 그렇게 혼란스러워?…당신 정말 나랑 사는 동안 이혼에 대해서 단 한번두 생각 안해봤어?
정호 : (짧게) 응.
혜수 : 내가 그렇게 걸핏하면 노랠 불렀는데두?
정호 : (보는 채로 끄덕인다)
혜수 : (웃음 머금은 채) 당신을 이제까진 당신 원칙대루만 살면 됐어…심지어 나에 대해서두, 늘 자기 방침이 확실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해두 다 봐 넘길 수가 있었던 거야…근데, 이렇게 원칙이 무너지구나니까
그 밑에 숨어있던 것들이 빠져나와서, 당신이 정신이 없는거야…
정호 : (시선 떼지 않는) 그런가봐.
혜수 : 너무 착하게 들어주네?
정호 : (웃지 않는)
혜수 : (웃음) 서정호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지?
정호 : 그런 거 같애.
혜수 :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얼마든지 좋게 받아들일 수 있잖아? 인제 김주희한테두 맘놓구 잘해주구?
정호 : (기다렸다) 어, 그거 말인데,
혜수 : (흠칫, 실언을 깨닫는)
정호 : (간과하지 않는다)
혜수 : (억지 웃음) 반쯤은 농담이었어. 이건 걔랑 상관없이 우리 둘 문제야.
정호 : 한번쯤 분명히 집구 넘어가야지…나 당신한테 몇 번 물어봤어. 나한테 왜 그 애 취직을 부탁했는지…
대답은 물론 한번두 못들었지…심지어 당신 화를 내기두 했어…
혜수 : 화를 낸 건 전적으루 내탓이야. 걔가 어째서가 아니라, 그리구 당신이 어째서가 아니라 순전히 내가 과민한 탓이야.
정호 : 그거 말구.
혜수 : (비아냥) 왜 또 피의자 심문하듯 해? 겸손하게 반성하는 거 같더니?
정호 : (정색) 내가 당신하구 헤어질 생각을 했든 안했든, 당신이 원하면 난 헤어져…듣기 싫겠지만, 그게 내 원칙이야…
근데 이건 뭐가 되게 걸려…물론 당신이 나랑 같이 살기가 힘들었던 건, 내가 기본적으루 당신을 편하게 못해줬기
때문이라는 거 알아. 내가 알구 싶은 건, 당신 그 결심에 김주희가 작용을 했는지 여부야.
혜수 : 그걸 왜 알아야 하지?
정호 : 그럼 다시 물어볼게. 당신 분명히, 김주희한테 불편한거 있지…
혜수 : (허, 웃고는 커피잔 잡는다. 떨리는 손)
정호 : 그거, 나랑 헤어지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럼 편해지겠니?
혜수 : 무슨 질문이 그래?
정호 : 당신한테 이혼 얘기 듣구, 내가 바란 건 두 가지야…하나는 당신 말대루 나란 인간을 깊이 반성하는 거구,
또 하난 기분 좋게, 잘 헤어지는 거야.
혜수 : (냉소) 기분 좋은 이혼이라니, 그거 환상 아냐? 진흙탕에 개싸움 하듯이 싸우구 욕하구, 그렇게 헤어져야 정을 떼지 않을까?
뭣보다 지금 당신이 그거 증명해보이구 있잖아? 사람 이상하게 몰아세우면서? 이게 도대체 누굴 위한 거지?
정호 : 우리 둘 다를 위한거야…
혜수 : 그럴까?…
정호 : (본다…)
S#37. 경찰서. 같은 시각.
주희가 경관과 마주 앉아서. 경관은 파일을 보면서.
주희 : (의아) 진정…이라뇨?…누,누가요?
경관 : 진정 내용상 신상을 밝히기가 아주 어렵답니다. 가명으루 접수했어요.
주희 : (혼란) 그렇게 해두 접수가 되나요?
경관 : (파일 펼쳐 들여다보며) 사안에 따라 다르죠.
주희 : 그건 경찰청 데이터 베이스에서 찾으신 거죠?…
경관 : 어떻게 알았어요.
주희 : 저, 얼마 전에 저 여기 왔었거든요? 사고기록 열람하러?
경관 : 허탕 쳤겠네요?
주희 : 네.
경관 : 나두 그래서 유심히 살펴 보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의 기록들이 다 폐기 되지는 않았거든.
주희 : (놀라는…)
경관 : 이거 어쩌면 수사계로 넘어갈 수두 있어요.
주희 : (더욱)
경관 : 당시 가해자 김세희 대리인으루 서명했던 윤석기씨와는 어떤 관계죠?
주희 : (멍해지는…) 그 당시에는, 남자친구였어요…
경관 : 지금은요? …헤어졌어요?
주희 : 네…
경관 : 한국에 없던데,
주희 :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관 : 피해자 유가족은 전부 이민갔구, 생존 피해자인 트럭 운전자는 행방불명입니다. 목격자두 없구요.
재조사 여건이 아주 안좋아요. 어쩌면 그래서 확실한 재조사가 필요한 건지두 몰라요.
주희 : (마음 다잡듯) 네…저희가 정말 바라던 일이예요…
S#38-1. 홍인기 집 외경. 오전.
전화벨 소리.
S#38-2.
홍 : (전화. 측근인 줄 알고 이상적으로 묻는) 누구냐?…(미간 좁히는…) 누구?
S#38-3. 거리. 공중전화 박스 안.
전화기를 귀에 대고 웃는 남자. 임동수(1부에서 죽은 임기사동생)가 전화 중이다.
임 : 임동숩니다…임진수 동생…헤헤헤헤
S#38-4. 홍인기 거실.
홍 : (동공이 확 커지며 굳어지는 얼굴)
S#38-5. 공중전화.
임 : 형 생각이 나서 돌아왔시다…그때, 계산을 좀 잘못한 거 같아서 말이죠…우리 형 목숨 값은 당신한테서 받았어야 했는데…
헤헤헤헤 하하하하
S#38-6. 홍인기 거실.
홍 : (낭패와 노기로 씰룩이는)
S#39. 송현. 입구.
정호가 들어가려다가 문득 보면, 주희가 온다.
주희 : (멈칫)
정호 : (굳은 표정) 김주희, 지금 나오는 거야?
주희 : 네, 좀 일이 있어서.
정호 : 무슨 일.
주희 : (본다…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호 : ???
S#40. 비서실 데스크.
하영 : (서류 파일을 건데 받고)
석기 : 5번까지만 복사 해줘요.
하영 : 네. (작게) 대표한테 종종 아까처럼 해 줘. ‘듣기 거북합니다’
석기 : (작게) 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나두 너한테 성의 표시를 해야지.
하영 : (웃음)
정호와 주희가 올라온다. 굳은 표정.
하영 : 인제 나오세요?
정호 : 어,
석기 :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정호 : 어,
정호, 그냥 자기 방을 향하고 주희 역시 묵묵히 뒤따르는.
하영은 머쓱해 하지만, 석기는 빙긋 웃음.
정호, 주희 방으로 들어가는.
S#41. 정호 방.
정호와 주희가 들어온다.
정호 : 뭐야…
주희 : (가방에서 출두 요구서를 꺼낸다)
S#42. 석기 방.
석기, 블라인드 커튼 사이로 정호 방 쪽을 지그시 보며 긴장을 누르는.
S#43. 정호 방.
정호 책상 위에 출두 요구서가 있고, 정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듣는다.
주희 : 제가 분명히 원했던 일인데두 불구하구 윤석기가 여기있다는 거, 그리구 그 가까이에 트럭 운전자가 있다는 거,
다 선뜻 말할 수가 없었어요…
정호 : …잘 했어…
주희 : 이거 윤석기한테 말해야 하지 않나요? 안그러면 진정서를 낸 게 저라구 생각 할 거 같은데.
정호 : …그럴수두 있겠지…
주희 : 제가 할까요?…
정호 : (책상 전화기를 집어들고 내선번호 누르는)
주희 : ??
정호 : (전화. 가라앉은 음성) 서정혼데…잠깐 와줄래?…
주희 : (누구한테지?)
S#44. 석기 방.
석기 : (전화)…알겠습니다…
S#45. 비서실 데스크.
석기가 방에서 나온다. 주희 자리를 본다. 정호 방에 같이 있는 건가? 잠깐 갈등하는데,
하영이 복사 자료를 들고 계단 올라온다.
하영 : 이거 방으루 갖구 갈 참인데,
석기 : (작게) 김주희 아직두 저 방에 있나?
하영 : 그런가본데?
석기 : (정호 방 쪽을 본다… 같이 앉혀놓구 얘길 할 셈인가…)
S#46. 정호 방.
주희 : (선 채) 제가 자릴 비켜야 할 거 같은데요,
정호 : (낮고 빠르게) 난처한 줄 아는데, 직접 얘기해. 사고기록을 봤다는 내색만 하지 말구. 날 원망할 테니까.
주희 : (떨리는)
정호 : 앉아.
주희, 앉고,
노크 소리.
정호 : 네…
석기가 들어온다. 주희를 언뜻 보고는 정호를 본다.
정호 : 앉지.
석기 : 김주희씨두 같이 해야 하는 얘긴가요?
정호 : 두 사람한테는 미안한데 그게 좋겠어서.
주희 : (씨선 떨군 채)
석기 : (주희를 새삼 언뜻 보고는) 불편합니다.
정호 : 그거 배려할 시간이 없어.
석기 : 선배님을 김주희 대리인으루 알구 있는데요.
정호 : 대신할 수 없는 게 더 많지…
석기 : (선뜻 앉지 않는)
정호 : (앉아…)
사이…석기, 앉는다. 주희, 긴장을 누르는.
정호 : (전화기 집어든다) 어, 서정혼데요, 내 방 회의중예요…전화 연결하지 말구…(끊는다)
S#47. 동 앞.
이령이 오다가 하영이 정호 방 문 앞에 회의중 팻말 거는 것을 보고선다.
이령 : (쓴웃음 지으며 나직) 뭐지?
하영 : (속삭) 삼자회담인가봐요.
이령 : (뭐야?)
S#48. 정호 방.
정호 : (석기 앞으로 출두 요구서를 내민다)
석기 : (집어 든다)
주희 : (석기를 보는. 침착해야 돼…)
석기, 짐짓 찬찬히 읽고, 정호, 뚫어지게 석기를 보는…
이윽고 시작되는 석기와 주희의 대화. 이후 정호는 듣기만 한다. 석기에게서 눈떼지 않고서.
주희 : 누가 가명으루 진정서를 냈어요…재조사 해달라구…
석기 : (내려 놓으며 빙긋) 잘 됐네요…(주희에게) 그래서, 다녀 왔나요?
주희 : (끄덕인다)
석기 : 나한테두 곧 연락이 오겠네요?
주희 : 윤석기씨가 지금 한국에 와 있다는 얘기, 안했어요.
석기 : 왜요?…
주희 : (본다…) 섣불리 말할 수 없었어요. 혹시라두 진정서를 내가 냈다 생각해서 뭔가 위협적인 태도를 보일까봐.
석기 : 그래요?…
팽팽히 마주 보는 주희와 석기. 석기 향한 시선 떼지 않는 정호.
주희 : 뜻밖이었어요. 그 사고에 대해서 진정서를 낼 만한 사람이 나 말구 또 있다는 게…
석기 : 있을 수 있죠…
주희 : 피해자루 돼 있는 사람들과 합의가 된 거잖아요. 적어두 서류상으루는.
석기 : 모든 사람을 다 영원히 만족시키는 합의서란 이 세상에 없어요. 당시에는 동의 했더라두 뒤늦게 불만을 품을 수두 있구…
주희 : 피해자 가족들은 다 이민 갔다는데요…
석기 : 누가 진정을 했든, 경찰이 내 현재 소재를 파악해서 협조를 요청하면 난 얼마든지 응할 거예요.
주희 : (본다…)
석기 : 진심이예요.
주희 : 그럼 내가 애초에, 다 밝혀 달라구 했을 때 왜 진작 그러지 않았어요?
석기 :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니까.
주희 : 진정서를 낼 만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그거 말할 수 있어요?
석기 : 그게 누가 됐든, 재조사를 한다는 게 중요한게 아닌가?
주희 : (나직히 격해지는) 물론 그래. 정말 바라던 일이야. 근데 이거에 대해서 더 이상 알려구 들지 말라 협박했던 걸 생각하면
겁이나. 이게 과연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엄청난 일이 숨어 있을지,
석기 : (격하게 자른다) 그래서 떠나라구 했던 거야. 니가 봐서 좋을게 없으니까. 다 봐버리면 너 다 망가져서 다시 누굴 제대루
사랑 할 수두 없을 거니까. 근데 너 내 말 무시하구 결국 여기까지 왔어. 그 값이야. 뭐가 드러나든간에, 인제 다 봐. 원없이.
주희 : 뭐?
정호, 일어선다. 주희, 석기, 멈칫 얼어붙는.
정호 : 김주희 대리인으로서, 들을 얘긴 대충 들은 거 같애.
주희, 석기 : (눈 앞을 쏘아보며 진정하려 애쓰는)
정호 : 할 얘기 더 있으면 천천히 해. 말 난 김에.
정호, 나간다.
S#49. 비서실 데스크.
정호방에서 정호가 나오고, 서성이던 하영이 얼른 자리에 앉는다. 머리칼 넘기며 뭔가 하는 척.
정호가 터덜터덜 온다.
하영 : 뭐 시키실 일이라두,
정호 :요즘두 저 친구 가끔 만나요? 개인적으루?
하영 : (웃음) 대답 안해두 되죠? 프라이버신데.
정호 : 그거야 당연히 보호 받아야죠.
항여 : 그런데요?
정호 : 김주희 유치장에 갔을 때 도와줬던 거, 나 늘 고맙거든요?…
하영 : (본다…)
정호 : 생각 좀 해 봐요. (돌아서는)
S#50. 이령 방.
이령, 책상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노크 소리.
정호가 들어온다.
이령, 뭐야!, 하는 표정인데 정호, 아랑곳 없이 회의용 탁자 앞의 의자 하나 빼내 털썩 앉는다.
이령 : 절차는 지키자? 휴전인지, 정전인지, 종전인지?
정호 : (지친 듯 마른 세수를 하는…)
이령 : (팔짱 끼고 보는) 불쌍하게 보여보겠다?…
정호 : (쓴웃음) 어…너 1분 만에 반성한 거 알아…
이령 : 뭐?
정호 : 안그러면 송이령이 아니잖아?
이령 : 됐다 치구, 삼자회담 내용이 뭐야?
정호 : (문득 웃음기 가시며 멍하니 중얼) 쟤들 어떡하지?…
이령 : ?…
정호 : (말려들어가는 소리) 어떡하지…
이령 : ???…
S#51. 정호 방.
주희와 석기, 둘 다 멍하니 눈 앞만 보면서 말이 없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떼는 주희.
주희 : (꽉 잠긴 음성) 지금이라두 늦지 않어…재조사루 밝혀지기 전에 다 말해 줘…
석기 : …(담담) 흘러가는대루 내버려 둬…
주희 : 내가 떠난다구해서 없던 일루 되는 게 아니야…정말루 맘편히 잊게 해 줘…어쩌다 생각나두, 잠깐 아프다 말게
(목이 메어 입 다문다…눈물 흘러 내리는)
석기 : …내 앞에서 눈물 보이지 마…
주희 : (눈물 흘리는 채로 허탈하게 웃는…)
S#52. 이령 방.
굳은 표정 정호. 이령, 등 돌린 채 창가에 서 있는…. 한참.
이령 : 재조사 들어가는 거 알려지면, 홍인기가 윤석기 가만 안두겠지?…
정호 : (가라앉은) 그렇다구 봐야지…
이령 : (돌아선다. 정호를 한참 보다가) 니가 정말루 원하는 게 뭐야?…
정호 : …쟤들 둘 다 멀리 보내버리는 거…
이령 : (본다…주희와 석기를 다 아파하는 마음, 알 거 같은)
정호 : (물끄럼…)
이령, 정호를 한참 보다가, 책상 위에서 파일 집어 정호 앞에 놓는다.
이령 : (가라앉은) 신지나 리스트야…
정호 : (??? 언뜻 보는)
이령 : 신지나 핸드폰에서 빼낸 전화번호루 관련 사항 추적한 거… 진작에 뽑았는데,
너 윤석기한테 휘말려 유용하게 써먹지 못할까 봐 내가 틀어 쥐구 있었어…
정호 : (뭐?…)
이령 : 아직 저쪽에선 눈치 못챈 거 같더라…
정호 : (급히 집어 펼치는)
전화 번호 10개쯤. 그 옆에 이름과 주소. 계좌 번호. 입출금 내역.
정호, 들여다보며 긴장하는.
이령 : 특이할 만 한 게 몇 개 있더라구…집중적으루 입출금을 반복한 게 있지?…
그걸루 홍인기랑 직접 협상해봐. 윤석기 그만 놔 주구.
정호 : (…그럴 수 있겠다는)
S#53. 정호 방.
주희 : …지금 털어놓구, 아무두 몰래 미국으루 돌아가면 안돼?…경찰에선 석기씨 한국에 있는 줄 모르잖아…
가서, 한국 사람 없는 데서 살아…그러면 나 잊어버릴 수 있어…
석기 : (선다)
주희 : (내려앉는)
석기, 나간다
멍하니 있다가 문 닫히는 소리에 새삼 눈물 솟구치는 주희…
S#54. 석기 방.
석기 들어와 창문앞에서 괴로워한다.
정호가 들어선다. 석기, 본다.
정호 : 어떡할 거니…
석기 : 재조사 한다면 받아야죠. 자진출두할 용의두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님이나 김주희가 진정서를 냈다는 오해는
안받게 해드릴테니까요…(웃음) 진정서 낸 사람 찾아서 공조하시면 되겠네요.
정호 : 주희 모르게 막아달라구 애원했던 건 뭐야?…인제 자포자기야?..
석기 : (냉소) 글쎄요.
정호 : 주희네 사고 재조사 들어가구, 나 홍인기 압박하면, 너 어떻게 되지?…
석기 : (멈칫…웃음)
정호 : 진담인데.
석기 : (웃음) 절 뭘 믿구 사전정보를 주시죠? 저한테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홍인기한테 철저히 잡혀있던가, 원래 그런 놈이던가…
정호 : 씨나락까는 소리 말구, 홍인기 쪽에 연막이나 쳐 줘. (돌아서는데)
석기 : 인제 수고 하실 거 없어요…지금이라두 주희 데리구 떠나주세요…
정호 : …그건 김주희가 선택해야지…난 그 놈 마음을 몰라. (돌아서는)
정호, 나간다…석기, 멍해지는.
S#55. 정호 방 앞.
정호, 온다… ‘회의중’ 팻말 여전히 걸려 있는 문 앞에 선다…
S#56. 정호 방.
주희, 눈물 범벅 얼굴로 앉아 있는.
S#57. 정호 방 앞.
정호, 문 열려다 말고 돌아서는.
S#58. 1층.
정호가 계단을 내려오고, 하영, 저만치서 눈치 살피다가 다가온다.
정호 : (본다)
하영 : (차분) 제가 서변호사님을 도우면 누가 좋죠?
정호 : 김주희랑 윤석기…
하영 : 그럼 저한테두 좋은 거라구 생각할게요. (쪽지를 내민다)
정호 : (받으며 뭐냐구 눈으로 묻는)
하영 : (작게) 윤석기 휴가 가기 전에 등기 우편물 보낸 주소예요.
발신자 이름을 가명으루 적은 게 이상해서 받는 사람 주소를 적어 놨었죠.
정호 : (쪽지를 본다)
‘경기도 의정부시 00동 32-5 태양 빌라 지층 임동수’
정호 : (하영을 본다) 이런 우편물 심부름, 가끔 있었어요?
하영 : 아니요. 처음이예요.
정호 : 고마워요. (가려다가) 김주희 내방에 있는데, 그냥 좀 쉬게 해 줄래요?
하영 : (미소) 그럴게요.
정호, 급히 간다.
하영, 보다가 씁쓸히 돌아서는.
하영 소리 : 정말 이상한 불륜이야… 급수를 매길 수가 없어…
S#59. 정호 방.
너무 울어 멍해 있는 주희.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영…
하영 : 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너, 서변 가슴 아프게 하지 마라…
주희 : …
S#60. 석기 방.
석기 : (전화) 지금 가겠습니다. (전화 끊으며 눈 앞을 쏘아보는)
S#61. 거리. 달리는 정호의 차.
정호 : (전화) 급히 나오느라구 미처 확인을 못했는데, 낯익은 이름이야. 임, 동수…김주희네 사고 기록에서 본 거 같은데…
S#62. 송현 이령 방.
이령 : 어, (컴퓨터에서 급히 자료 찾는) 잠깐만 기다려봐…
저장해둔 사고 기록 뜬다…
이령 : (눈이 반짝) 여기 얌전히 계시네…임동수, 당시 35세. 사망자 임진수의 동생. 유족 대표루 합의서에 서명 날인 했어…
근데 왜..이 사람 이민 가 있대매…
S#63. 정호 차 안.
정호 : (쩝. 기분 별로 좋지 않다…) 크게 건졌네…윤석기랑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거만 가지구 찾아 가는 길이거든…
이령 소리 : (환호성) 야, 서정호 축하한다…무슨 이런 대어가 낚이니?…서정호, 듣구 있어?…왜 그래?…
정호 : 몰라…어째 기분이 썩 좋지가 않네…만나봐야 알겠지만..
S#64. 홍인기 거실.
홍인기와 석기 앉아 있다.
홍인기 : (지그시 살피는) 임동수가 전화를 했더군…한국에 와 있다는구만.
석기 : (전화를 받았구나…침착) 그렇군요.
홍 : 난 신경이 좀 쓰이네…미국에서 처치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석기 : 돈을 요구하던가요?…
홍 : 설익은 도박꾼이라, 돈이 떨어지면 무슨 허튼 짓을 할지 몰라… 사고 껀을 가지구 문제를 일으킬 수두 있구…
석기 :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합의금을 받은 사실이 증거루 남아있는데요.
S#65. 임동수의 집. 다가구 주태 반지하 현관 앞.
정호, 종이에 적힌 주소를 보며 집을 찾는다.
이상한 소리가 창가에서 들리고 건물을 돌아 다른 창문쪽으로 가 깨진 창 사이로 집안을 본다.
기절한 임동수의 머리와 나일론 끈 한뭉치.
S#66. 홍인기 거실.
홍 : 어쩌면 이미 수작을 부리는 중인지두 모르지…
석기 : (짐짓 웃음) 무슨…
홍 : 김주희 쪽으루 접근을 하지 않겠나…
석기 : 그럴수두 있겠군요…
홍 : 사람을 보냈네…
석기 : (내심 멈칫…죽이려는 구나…)
S#67. 동 화장실.
석기가 들어온다. 수돗물을 틀고 문자 메시지 찍는다. ‘강도 침입 경기도 의정부시 00동…’
S#68.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차
S#69. 임동수의 집 주변
정호 경찰에 전화로 신고를 하고, 임동수의 현관문을 두드린다.
정호 : 예, 예 빨리 좀 와주세요.
S#70. 임동수 집 안방.
혁중과 남자가 기절한 임동수의 목에 나일론 줄을 여러겹으로 만든 고리를 걸어 문틀에 매달려는 중. 무겁다.
정호 소리 : 형제님…
혁중 소리를 죽이고 잠시 멈춘다.
S#71. 임동수 집 앞
정호 : (문을 두드리며) 형제님,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형제님…생명을 구하는 소릴 전하러 왔습니다.
혁중 동료에게 눈으로 사인을 보내고 문앞으로 간다.
정호 소리 : (문을 두드리며) 형제님 잠깐만 문 좀 열어주세요. 잠깐이면 됩니다. 형제님
혁중 : (콧소리를 내며 목소리 변조 아줌마인양) 안 믿어요. 가세요
정호 소리 : 형제님 생명을 구하는 소립니다
혁중 : 가세요
S#72. 임동수 집 앞.
경찰차가 도착하고 경찰들 내래 달려간다
S#73. 임동수 집안. 현관.
혁중 조용히 밖의 낌새를 살피는 중
정호 소리 : 형제님 그게 아닙니다. 형제님. 천국이 멀지 않았습니다. 형제님.
S#74. 임동수 집 밖, 현관 앞
경찰들 도착하고, 경찰들에게 사인을 보내고 물러서는 정호.
S#75. 임동수 집안. 거실.
밖이 조용하자, 다시 동료와 함께 임동수를 문틀에 매달려 한다.
S#76. 임동수 집 밖
경찰들 쇠파이프를 가지고 와 창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현관 뛰어들어오는 경찰들. 그 뒤, 정호.
혁중은 다른 창문으로 튄다. 경관 혁중을 뒤쫓고,
정호 : (쓰러져있는 임동수에게) 여보세요.
S#77. 동 뒷마당.
창문으로 나오는 혁중, 주택가 골목으로 도망치지만, 경찰들에 포위되어 잡힌다.
S#78. 임동수의 집앞
수갑 채워져 이송되는 남자와 혁중을 지켜보는 정호.
혁중 : 오랜만이야
정호 : 또 너냐
정호, 혁중을 보며 징그럽고 한심하고 화가 나는…
혁중, 힐끗 보며 웃음.
경찰 : 문자로 신고하신 분이시죠?
정호 : (약간 놀라며) 네.
경찰 : 같이 가시죠.
정호 : (꺼림직한) 네
S#79. 병실. 밤.
정호, 호식, 이령이 임동수가 산소 마스크 쓰고 누워 잠든 침대 곁에 서서. 씁쓸한 분위기.
정호 : 자살루 위장할 셈이었던 거지…기절시켜서 목 매달아 놓구 튀어버리면 누가 알겠어…빨랫줄 보는데 섬뜩하더라구…
이령 : 아무래두 다 낚아 올리기는 어렵겠어…권혁중이랑 공범 또 한명, 단순 강도루 넘어간 거 보면…
정호 : 그러라 그래. 재조사 현장에만 나오면 되니까…
이령 : 그건 그래…신원이 드러난 것만두 어디겠니…
호식 : 재조사 요구 진정서를 이 양반이 보낸 견 확실해? 담당한테 확인했어?
정호 : 아니, 익명을 요구했기 땜에 안된대…아직은 ‘미루어 짐작’이지… 윤석기가 이 양반한테 편질 보낸 걸루 봐서…
이령 : 바루 그 지점. 이해 안돼. 윤석기가 진정서를 내라구 책동했단 말야? 뭐 땜에?
호식 : 그거 죽기살기루 목숨걸구 막던 일이잖아.
정호 : (물끄럼…) 그 자식 죽을라구 작정을 했나봐…윗선 물먹이구 자폭할라구..
호식 : 뭐?…
정호 : (착잡하다….)
S#80. 병실 앞.
‘면회금지’ 팻말 걸려 있고, 경관 두명이 서성이고, 석기가 복도 저만치서 보다가 돌아선다…
S#81. 병원 외경. 밤
S#82. 병실 안. 방.
어둡다. 링거 파이프 연결부(고무로 된)에 약을 주사기로 투입하려는 남자의 손.
그 뒤에서 다가오는 그림자(석기) 주사기를 든 남자 등 뒤에서 목을 조르며 손에 들린 주사기를 빼내고 남자는 도망친다.
S#83. 병실 앞.
남자가 급히 나오고, 경관, 곯아 떨어진…
잠시 후에 석기, 경관 옆에 놓인 커피잔 집어 들고 간다.
S#84. 동 주차장.
차에 오르는 석기. 시트에 기대 앉아 가만히…
짧은 회상. 1부 #56 중에서.
주희 : 다 실어갔어…영미랑 걔 애인이 밤중에 트럭 대놓고 다 실더래.
석기, 자조적인 웃음…
석기 소리 : 그래…영미 참 나쁜 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