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새소식 인터뷰> 장애청년 시선 담은 팟캐스트 ‘당장만나’ 진행하는 이현학 씨
오늘날을 ‘인터넷 방송 시대’라 칭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화, 정치, 시사 등 다양한 주제로 온갖 방송 채널이 존재한다. 이런 인터넷 방송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지상파 방송의 대체 및 보완제로 기능한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에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라는 이름으로 문화적 콘텐츠의 자리를 공고하게 굳혔다. 팟캐스트 가운데 ‘장애를 이해하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목을 모으고 있는 ‘당장만나’가 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인 신홍윤(남, 30세, 지체장애) 씨와 가수 ‘더블라인드’의 이현학(남, 35세, 시각장애) 씨가 진행을 맡았다. 그들 중 이현학 씨를 만나 팟캐스트 ‘당장만나’의 요모조모를 들어 보았다.
* 가수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팟캐스터
이현학 씨의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시각장애 싱어송라이터 그룹 ‘더블라인드’를 비롯해 신홍윤 씨와 함께 KBS 제3라디오 ‘내일은 푸른하늘’의 진행도 맡고 있다. 그가 노래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서울맹학교 초등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원봉사를 온 대학생 선생님이 있었어요. 그 선생님이랑 소풍을 가고 캠프에 참여했는데, 그때 장기자랑 같은 걸 했거든요. 그게 좋았어요. 노래든 춤이든, 끼를 발산할 수 있어서 신났던 것 같아요.”
소풍과 캠핑 때마다 작은 무대에 오르는 일에 재미를 붙였고, 그것은 곧 음악 분야에 취미 이상의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지금보다도 적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떠오르는 건 ‘음악, 노래’뿐이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뛰어든 장르가 교회음악 CCM이었다. 평소 자주 접하던 분야라 친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활동하다 보니 저랑 같은 길을 걷거나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창훈 아나운서라든가 김국환 싱어 등등. 공연이나 행사 등에서 자주 마주치다 통하는 게 있어 뭉치게 됐죠.”
서로 돕고 같이 활동하고자 탄생한 그룹이 ‘더블라인드’이고, 장애인 아티스트 및 방송인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사회적협동조합 ‘좋은이웃 컴퍼니’였다. 현재 이현학 씨가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원래는 김국환 씨가 맡고 있었는데, 최근 논의 끝에 제가 맡게 됐어요. 팟캐스터 일은 작년 12월 말부터 하게 됐고요. 요즘은 한 우물을 파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하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웃음).”
그밖에도 이현학 씨는 SBS ‘스타킹’, JTBC ‘히든싱어: 김종서 편’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 ‘장애’라는 다름이 풍경이 되는 그날을 위해
팟캐스트 ‘당장만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팀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간행물을 통해 기관 홍보 및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부진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해답은 지난 7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주최한 ‘장애청년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대학생 자문단에게서 얻었다. 그것이 팟캐스트 ‘당장만나’의 개설 배경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가 게스트로 출연한 1회를 시작으로 취재 기준일(2월 11일)까지 3회, 6개 에피소드가 제작된 상황이다. 특히 2회 방송 중 장혜영 감독 출연분 첫 번째 에피소드는 1월 25~26일간 팟빵 ‘정부 및 기관’ 카테고리 순위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최근 홍대에 있는 ‘스노우 핑거’ 스튜디오에서 우석훈 박사님이 게스트로 출연한 3회 방송을 제작했어요. 게스트 섭외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편집은 ‘좋은이웃 컴퍼니’에서 맡고 있어요. 정부지원을 받는 사업이라 1년 단위로 기획됐는데, 조금 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됐으면 합니다.”
한편 4회 방송에는 김예원 장애인권 변호사, 5회에는 장애자녀를 둔 서효인 시인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게스트에게 궁금한 질문은 SNS로 받는다. ‘당장만나’는 매월 1~2회 업로드되며 ‘팟빵(www.podbbang.com)’에서 청취 가능하다. 사이트 초기화면 검색창에 방송명을 입력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높은 관심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어려움이 아주 없지는 않다. 이현학 씨의 고민은 자신의 ‘버릇’에 대한 부분이다.
“신홍윤 씨가 게스트와의 토크를 맡는 편이고, 저는 사회자 느낌의 진행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으음’ 하는 소리를 종종 내거나 중복되는 표현을 자주 쓰더라고요. 매끄러운 방송을 위해 지양할 부분이라 고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행히 이제 슬슬 감이 잡히는 기분도 들어요(웃음).”
팟캐스트 ‘당장만나’가 지향하는 것은 장애인계 및 관련 분야 명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중에게 장애인의 이해를 높이고 장애청년의 시선으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는 것에 있다. 이현학 씨는 그 취지에 자신의 바람을 살짝 더했다. 그의 목표는 장애인식의 대중화, 장애가 일상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아직도 장애인을 보면 물에 떨어진 기름처럼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덜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다를 뿐임을 알고는 있는데, 친근감이 덜해서 긴장하는 거죠. 팟캐스트 ‘당장만나’를 통해 장애인식이 대중적이 되고, 그래서 ‘장애’라는 다름이 일상에 스며드는 날을 앞당기고 싶어요.”
(2019. 3. 1.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새소식 제10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