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윤작가께서 우리카페에 자주 올리는 강성은양의 시.
그녀의 시에 곡을 붙인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가 즐기던 가곡 같은 서정적인 멜로디는 그녀의 시에 도무지 안 어울릴 듯.
강성은양은 2013년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뽑혔단다.
시인들끼리야 좋아했겠지만
“무슨 시가 이래”하고 머리를 갸우뚱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상의 「오감도」에 곡을 붙인다면?
이것도 시만큼이나 머리를 갸우뚱하게 할 현대음악이 되지 않을까.
현대음악이라고 다 그런 난해한 시에 곡을 붙인
듣기 거북한 것만은 아니다.
종래의 우리 가곡과는 맛이 많이 다를 뿐 아니라 듣기도 좋은 노래,
“시간에 기대어”를 꼭 감상해 보자.
작곡 김진 (수원여대 대중음악교수), 노래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음대교수).
내친 김에 난해한 “현대” 음악도 알아 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하셨다면
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강좌 동영상 “현대음악의 이해”을 클릭해 보시라.
등록금은 없다.
박학다식한 서울음대 이석원교수의 알아듣기 쉬운 강의와
수업참가학생들이 진지하게 연구 발표하는
1,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철학, 심리학, 의학, 물리학, 미술, 건축 등의 배경지식을 포함해
평균 30분짜리 4개 강의, 2시간 단위, 5개, 도합 10시간 교양강좌이다.
서구 지식인들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빠른 과학발전으로 쇼크를 많이 먹었다.
음악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단다.
영상 속 교양학부 젊은 남녀학생 속에 섞여 50년 전으로 돌아가시기를.
동영상 강의 첫 회부터 소개되는 현대 음악가 쇤베르크.
윤이상이 당초 목적지 프랑스를 떠나 독일로 둥지를 옮긴 까닭은
쇤베르크라는 고수의 명성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의 자화상.
1874년 생 쇤베르크는 15세에 부친을 잃고 학업을 중단,
16세에 은행원으로 취업한다.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한 그는 은행 재직 중에도 동호회 오케스트라에서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대중음악 유행가나 희가극 작곡으로 부수입도 올리다가
21세에는 음악을 전업으로 삼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다.
19세기 말은 “세기말”로 불리던 시기였다.
이웃 프랑스의 절대왕정은 시민혁명으로 무너지는데,
단두대의 이슬로 변한 왕비의 친정나라 수도 비엔나에는
여전히 풍요롭고 퇴폐적인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니체, 릴케, 프로이드, 바그너, 융, 파스테르나크, 톨스토이 등의 공통점?
삼각관계, 연인, 짝사랑, 실연-자살, 팬, 동거...
오늘날 인류문화유산을 풍성하게 만든 이들의 청춘이
하나의 같은 여자로 인해 저런 심각한 일을 겪었다는 것.
대단한 그녀의 이름은 루 살로메 .
그녀의 카탈로그는 당시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로 가득했다.
그런 시절,
쇤베르크는 30대 중반에 현대추상화의 장문인 간딘스키와 함께
청기사(Blue Rider)전에 5점의 그림을 출품한 화가이자 음악가였다.
유명한 바우하우스에서는 음악책임자였고.
내가 지닌 책(Enjoyment of Music 1963년 판)은 약 700쪽에 걸쳐
18세기 이후 대표적 작곡가들 100여명을 소개하는데,
베토벤에게 15쪽, 쇤베르크에게 13쪽을 할애한다.
이미 60년 전에 음악사 페이지를 가장 많이 차지하던 그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면 이 기회에 좀 더 알아보자.
윤이상이 그의 비급 - 12음 기법 – 을 전수받으러 베를린으로 옮겼을 때
그는 이미 4년 전에 고인이 되어 있었다.
쇤베르크가 1차 대전 중 병영에서 고안한 4인용 체스판.
12음 기법이 뭔지, 그의 음악은 듣기에 어떤지, 궁금하시면
다시 “현대음악의 이해”를 클릭하시기를.
19세기 말에 바그너, 말러, 슈트라우스 등이 대표하던 음악 유행을
우리는 오늘날 후기 낭만파라 부른다.
안익태는 슈트라우스 - 왈츠의 황제와 같은 성이지만 이름은 다르다 – 로 부터
사사했다는 사실을 기회 있는 대로 주장했는데,
그 덕에 베를린 필을 비롯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을 객원으로,
또 스페인 어느 교향악단을 상임으로 지휘할 수 있었다는 모함성 설이 있다.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그 정도로 슈트라우스는 거물이었다.
안익태의 대표작 한국환상곡은 과거 우리나라 경축일에 더러 연주되었으니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듯.
나 역시 그의 작품으로는 한국환상곡이 유일하게 들어 본 곡이다.
애국가는?
그 속에 들어 있다.
요즈음 같은 어지러운 시국에 클릭해서 감상하시면 좀 위안이 되시려나…
슈트라우스가 그렇게 거물이었다니 그의 대표작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삽입된 OST를 맛보고 넘어가자.
쇤베르크의 재능을 대뜸 알아 본 슈트라우스와 말러는 그를 후원하기로 자청한다.
후기낭만파 풍으로 작곡하던 쇤베르크가 나중에 이해할 수 없는 음악으로 슬슬 바뀌자
슈트라우스는 손을 뗀다.
슈트라우스도 이해하기 버거운 그의 음악을 우리가 이해하자면 인내가 좀 필요하렸다.
반면, 말러는 이해하기 힘들어도 후원을 그치지 않고,
쇤베르크 말년에 집세까지 부쳐준다.
이 대목에서 말을 정리하자면,
안익태는 내가 지닌 그 책에 이름 석자도 못 올렸지만
쇤베르크는 13쪽이나 차지한다는 것이다.
아류는 아무리 듣기 좋아도 아류일 뿐이고,
창조적인 것은 아무리 이해하기(듣기) 괴로워도 알아주더라는 것.
윤이상도 그런 고민에 빠져 헤매다가 드디어 찾아내었다.
동양적인 것.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리던 20대 중반 시절,
피카소는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있던 허름한 민속 박물관에 들린다.
그곳에서 발견한 목각 전시품들.
아프리카 목각인지 파푸아 뉴기니 목각인지 설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드디어 필생의 아이디어가 번쩍,
그는 그리던 “아비뇽의 처녀들”을 확 뜯어 고쳤고 그의 입체파 미술이 시작된다.
윤이상 역시 유럽 작곡가들에게는 생소한 중국악기 같은 소리를 끌어 들여
자신의 작품에 독창성을 찾기 시작한다.
윤이상 주변의 고수들은 막 등장한 전자기기 소리나
심지어 기차소리 녹음까지 음악에 끌어 들이고,
청중들에게 아무 소리도 들려 주지 않은 채 몇 분을 보내는 짓도 한다.
청중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기침소리도 음악의 일부라나?
백남준은 피아노를 도끼로 때려부시는 퍼포먼스까지 할 정도이니,
나는 무엇으로 독창성을 찾을까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시도가 성공, 창작활동이 술술 풀리자 개신교도였던 윤이상은
작품에 입힐 노장사상에 푹 빠지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불교도로 생을 마감한다.
독창성 탐구가 저승 가는 길까지 바꾼 셈.
클릭하셔서 약 2-3분만 참고 들어 보시기를.
현대음악의 대표적인 문제를 꼽자면,.
좀체 익숙해지지 않아 참고 듣기 어렵다,
곡들이 워낙 이상스러워서 종래의 오선지 악보만 갖고는 연주지시 하기도, 연주하기도 쉽지 않다,
는 것이다.
원래 오선지의 콩나물만 갖고는 연주지시나 연주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이태리어로 속도, 강약 등을 지시하지만
재현하는 연주가나 지휘자마다 해석이 제 각각일 수 밖에 없고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험적인 현대음악은 도가 지나쳐서
아마 요즈음의 유튜브 동영상으로 연주지시를 하면
재현하기도 쉽고 연주지시나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기도 쉬울 듯.
지금 감상하신 작품으로도 그런 말에 쉽게 동의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신사는 새 것을 좋아한다?
벌써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고도 여전히 새 것으로만 남아있는 현대음악.
온갖 실험이 이루어지고
어떤 실험은 상당한 주목을 받아, 따라 하는 이들도 생겼지만
대 유행을 거쳐 주류로 들어서는데 성공한 실험은 아직 없으니
우리 같은 새 것 좋아하는 신사들에게도 여태 낯 설 수 밖에.
진은숙씨는 전문가들로부터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단순한 실험을 지나 유수의 국제적 지휘자들이나 연주가들이
그녀의 작품을 레파토리로 삼는 일이 잦기 때문에
우리 작곡가들 중에서 드물게 국제적인 작곡가로 여겨진다.
아래는 어느 음악 월간지의 기사.
2007년 6월 30일.
그날은 지난 200여 년 동안 독일 음악전통의 자존심을 지켜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역사상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유럽의 어느 지역보다 보수성이 강한 독일 바이에른 지방을 대표하는 이 극장에서
한국의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매해 여름 한 달 동안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은
12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축제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서 깊은 오페라 축제에서 한국 출신의 작곡가가 만든 오페라가,
그것도 페스티벌의 서막을 장식하는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었다.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동안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선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200년 역사상
여성 작곡가의 작품이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개막 몇 달 전에 실시된 인터넷 예매에서 예매 시작 24시간 안에 모든 표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공연 당일에는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극장 앞에서
‘표 구함’이라는 쪽지를 들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초연에 앞서 열린 드레스리허설에 국내외에서 엄청난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으며,
공연 당일 뮌헨의 내로라하는 문화계 인사들과 정부관리들이 대거 공연장을 찾아
진은숙의 오페라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문화계의 한 원로는
과거 카라얀의 공연에서도 보지 못한 엄청난 인파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십년 전 같은 행사에 윤이상씨의 작품이 오른 적 있으니,
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단언컨데 베르디도 자기나라 행사 개막작 정도나 올렸을 뿐이다.
수에즈운하 개통식 축하공연작 빼고.
베를린필 연주회중 상임께서 친히 지휘하는 경우는 30% 미만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객원이, 그것도 베를린필을 지휘해 본다는 자부심으로 지휘한다.
그 상임인 "사이몬 래틀"께서
“바흐의 곡을 동시대 현대 작곡가의 곡처럼 연주하는 것,
진은숙의 곡을 과거 대가들의 곡처럼 연주하는 것이
베를린 필의 목표"라고 한 적이 있단다.
독일이 이렇게 밥 먹여주니 진은숙씨가 독일에 사는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족보는,
윤이상 베를린음대 교수, 제자 백병동 교수, 진은숙씨의 서울대 스승 강석희 교수 등 모두 독일유학파이니 온통 독일로 도배를 한 셈이다.
그녀의 남동생 진중권을 아시는 분은 많을 듯.
진은숙씨의 음악이 대 유행을 거쳐 주류가 되고,
그녀가 쌓는 주춧돌이 서울에 진정한 창조경제와 문화를 일으켜,
K-팝의 나라를 K-음악의 나라로 바꾸기를
고수레~.
내년에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동영상.
-끝.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동기분들의 인내심에 감사드립니다.
쥐뿔도 모르면서 쓰다보니 공부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 이웃에 피아노학원을 연 젊은 가정주부가 있었는데,
바이에르는 떼고 체르니를 몇 번까지 쳤던 모양.
실력은 딸리고 반찬값이라도 보태고 싶은 나머지
다른 동네 피아노학원에 가서 그날 배운 것을
자기 학원에서 다음 날 써먹기를 반복하더군요.
제가 꼭 그 꼴. 하하하)
첫댓글 50 년 전에 입학했으니 망정이지, 요사이 같으면 대학 입학도,교양학점 이수도 , 졸업도 못 하겠구나 절감. 그래서
꼰데라고 불리는가 싶기도. 부지런히 현대 음악의 이해 인터넷 강의 수강해야겠습니다. 무료 수강 자료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