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그야말로 옛말. 1년이 멀다 하고 도심 곳곳에 새로운 명소가 탄생하고 있다. 젊음의 아지트로 부상한 ‘스페이스 9’과 인사동의 ‘쌈지길’을 비롯해 도심의 얼굴을 바꾼 새로운 건축물을 소개한다.
▒ 친구야! 이젠 용산에서 놀자 스페이스 9
용산역 한가운데 자리한‘스페이스 9’을 마주하면 우선 웅장한 규모에 압도된다. 마치 커다란 우주비행선이 도심에 내려앉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연면적이 8만2,000평. 이는 63빌딩의 1.6배, 코엑스몰의 2.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고 보면 ‘동양 최대 복합 쇼핑몰’이라는 타이틀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스페이스 9에는 그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공간이 공존한다. 각종 가전제품과 컴퓨터, 이동통신 전문 매장이 들어선‘디지털 스페이스’,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레스토랑 스페이스’, 앞으로 수많은 공연이 펼쳐질 ‘이벤트 스페이스’, 여기에 대형 할인마트와 11개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 그리고 고속철(KTX)의 시발·종착역 기능을 하는 용산역(스테이션 스페이스)까지 들어서 있다. 2005년 4월에는‘패션 스페이스’까지 문을 연다고 하니 그야말로 동대문 쇼핑타운과 용산전자상가, 코엑스몰의 놀이문화가 한데 어우러졌다고 할 수 있다. 여느 복합 쇼핑몰과 다르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과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엑스게임장이 옥상에 마련된 점이 눈길을 끈다. 봄이나 여름에 단연 인기 장소가 될 듯하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둘러볼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내는 마치 태양계의 행성이 궤도를 그리며 돌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조성됐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막힘 없이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우주와 태양계의 아홉 행성은 바로 스페이스 9의 컨셉트. 매장과 매장을 잇는 스페이스웨이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밤이 되면 스페이스 9은 곳곳에 화려한 불이 켜져 또 다른 변신을 한다. 거대한 우주비행선의 모습이 더욱 또렷해지고, 특히 레스토랑 스페이스와 광장 앞 대형 계단의 야경은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스페이스 9 한복판에 위치한 이벤트 스페이스의 야경도 볼거리. 돔 형식의 스테이지와 케이블로 지탱되는 비행선 모양의 조명 시설이 밤에 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스페이스 9은 용산뿐 아니라 서울 강북 지역의 문화를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한강변을 따라 용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면 새로운 메카인 스페이스 9은 더욱 진가를 발휘할 듯하다.
Data 개장일 2004년 10월 8일 l 개장 시간 10:00∼22:00(디지털 스페이스는 20:00까지) l 주요 시설 전자전문몰, 영화관(11개관), 대형할인점, 푸드코트, 이벤트 스페이스, 패션 아웃렛(2005년 4월 오픈 예정) l 문의 02-2012-0099 l 홈페이지 www.space9.co.kr
Point 연인끼리 ‘스페이스 9’을 찾는다면 우선 정문 앞 광장의 대계단에 올라보자. 가운뎃부분만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조용히 데이트를 하면서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디지털 스페이스와 패션 스페이스 옥상에 마련된 공원으로 향하자. 이벤트 스페이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엑스게이머에겐 디지털 스페이스 옥상의 엑스게임 존이 매력 있을 듯. 인라인스케이트용 트랙은 물론 스턴트 액션을 할 수 있는 펀박스까지 갖춰져 있다.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명 시설까지 돼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이용료는 무료다.
[Tips] 넓다고 헤매지 말자! 만남의 장소로 좋은 곳 스페이스 9에서 만남의 장소로 적당한 곳은 어디일까? 행성의 궤도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설치된 대광장이 일순위. 각종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어서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다. 또 디지털 스페이스와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스페이스웨이도 만남의 장소로 유용하다. 테마공원의 진입로 같은 이곳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실내에서 만난다면 레스토랑 스페이스 7층의 전망 좋은 ‘모리나리 커피숍’을 추천한다.
▒ 인사동 하늘에 길 생겼네 쌈지길
인사동은 언제 찾아도 정겹다. 작은 화랑과 소담스러운 가게 그리고 전통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면서 각종 공예품과 앙증맞은 소품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재미는 인사동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작은 골목과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가게들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매력이 여전히 인사동을 살아 있게 만든다.
2004년 12월 18일 인사동에 또 하나의 인사동 길이 생겼다. 바로 ‘쌈지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70여 개의 가게가 모여 있는 4층 규모의 건물. 하지만 쌈지길은 오히려 그 이름처럼 ‘길’에 가깝다. 직선형 계단이 아닌 나선형 길을 따라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처음 걸음을 옮기면 소품과 액세서리 매장이 반기는 ‘첫걸음길’이다. 한 걸음 더 가면 도자기 가게가 늘어선 ‘두오름길’, 한복이나 전통 가구점은 ‘세오름길’에 자리한다. 갤러리와 음식점이 있는 ‘네오름길’ 그리고 지하의 ‘아랫길’과 옥상 휴식 공간인 ‘하늘마당’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도 건물이라고 느껴질 만한 실마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사동에서 쌈지길의 규모가 가장 커요. 인사동을 대표할 만한 새 얼굴이니 인사동의 정서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없는 길의 이미지를 생각해낸 것이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바로 쌈지길입니다.” 쌈지길 장혜령 팀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쌈지길은 새로운 볼거리를 뛰어넘어 인사동의 새로운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커피숍이나 음식점 등 외국어 간판을 내건 곳이 속속 생겨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쌈지길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Data 개장일 2004년 12월 18일 l 개장 시간 11:00∼22:00 l 문의 02-736-0088
Point 쌈지길에서는 쇼핑뿐 아니라 먹을거리도 해결할 수 있다. 하늘마당에 있는 오목대는 돌판요리 전문점. 참치, 김치 등 다양한 돌판비빔밥의 가격은 6000원. 매장에서 생녹두를 직접 갈아 만든 녹두전의 값은 8000원. ‘첫걸음길’에 있는 세이지 그린티 카페에서는 갖가지 녹차 음료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은 3800∼6500원.
▒ 살아 움직이는 빌딩 I’PARK 타워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직선 막대와 건물 전면을 커다랗게 장식한 원. 언뜻 이해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외형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산업개발 신사옥 ‘아이파크타워(I’PARK TOWER)’는 수학 공식인 탄젠트를 표현한 것이다. 직선은 끊임없는 변화와 기술을, 둥근 원은 자연과 세계를 나타낸다. 큰 원 안의 작은 사각형은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인간을 의미한다. 밤이 되면 조명을 받은 웅장한 조형물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생동감이 넘친다. 아이파크타워는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 지하 1층에는 일식 퓨전 레스토랑이 있고 1, 2층에는 은행과 근린 생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Data 완공일 2004년 11월 25일 l 위치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맞은편 l 규모 지상 15층, 지하 4층
▒ 초대형 휴대전화가 인사를 건넨다 SKT 타워
서울 을지로에 자리한 독특한 외형의 SK텔레콤 신사옥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33층의 초대형 건물은 위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다가 27층부터는 각을 꺾어 앞쪽으로 기울었다. 마치 초대형 휴대전화를 연상케 한다. 건물을 유심히 보면 유리 패널이 모두 위아래로 엇갈린 것을 볼 수 있다. 유리의 각이 제각기 달라 햇빛이 비치면 마치 물결치듯 빛이 반사돼 힘차게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과 신선한 느낌을 준다. SKT타워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외관과 1층 로비를 흐르는 LED 디지털 스크린이다. 가로로 긴 띠 형태를 한 디지털 캔버스에는 뜻 모를 숫자와 문자, 영상이 숨가쁘게 바뀌며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을 표현한다.
Data 완공 2004년 12월 l 위치 을지로2가 조흥은행 건너편 l 규모 지상 33층, 지하 6층 l 높이 150m
Point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연결되며 1층 로비와 2층 커피숍은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다. 특별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화장실을 꼭 한 번 다녀갈 것. 높은 천장에 매달린 조명 빛이 수시로 변하면서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
▒ 새로운 문화 중심지 한강 뚝섬 선착장
1986년 아시안게임 때 한강 유람선이 첫선을 보였으니 올해로 19년째. 올해는 한강유람선 관광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변화는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4년 넘게 운항이 중단된 탓에 그동안 방치돼 있던 뚝섬선착장이 올 1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영업을 재개한 것. 유람선 승선 시설은 물론 패션쇼와 파티, 예식이 가능한 대형 연회장을 갖추어 서울을 대표할 컨벤션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태극 모양의 돔 내부에는 1만4,000개의 육각 거울이 부착되어 한강과 이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또한 뚝섬선착장은 수상스키, 요트, 윈드서핑 등이 가능한 수상 레포츠 전용 계류장과 클럽도 운영할 예정이다. 뚝섬 선착장 외 네 개의 선착장 시설도 곧이어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행주대교까지 운항하는 장거리 노선도 새로 상품화할 예정이다.
Data 문의 한리버랜드 02-3271-6900 l 뚝섬 선착장 시설 퓨전 레스토랑, 대연회장, 수상레포츠클럽 l 뚝섬 선착장 완공 2005년 1월 10일
Point 유람선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뷔페 식사를 즐기는 디너 크루즈가 인기. 올해는 주 2회에서 4회로 확대 운항한다.
▒ 동네에서 대형 공연 즐기세요 노원문화예술회관
조수미 초청 송년 콘서트, 백건우 초청 피아노 연주회, 금난새와 유라시안오케스트라 연주회, 빈소년합창단 공연 등 대형 공연장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세계 수준의 공연이 서울 변두리의 한 공연장에서 연일 열린다. 장소는 노원구청에서 운영하는 노원문화예술회관. 작년 6월에 개관한 이곳은 문화의 불모지인 서울 강북 지역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는 노원구를 벤치마킹한 중구·광진구·중랑구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연장을 완공할 예정이어서 대한민국 공연 문화의 저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Data 규모 지상 6층, 지하 3층, 대공연장 616석, 소공연장 292석, 전시실 70평 l 공연 정보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란츠(2월 13일), 패티김 콘서트(예정) l 문의 02-3392-5721~4
Point 서울 강북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와 곁들여 음료, 주류를 즐겨보길.
▒ 육교도 예술이다 아쿠아 아트 브릿지
거대한 거울이 다리를 지탱한 듯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육교가 달라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앞 남부순환로를 가로지르는‘아쿠아 아트 브릿지’가 대표 예다. 여느 육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기둥 대신 케이블이 다리를 지탱한다. 특히 우면산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원형 구조물의 조형미가 돋보인다. 이 구조물은 대형 유리판으로 이뤄지는데 낮에는 유리판 위로 물이 흘러 시원한 폭포가 생기고, 밤에는 여러 이미지가 투영돼 대형 워터 스크린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아쉬운 점은 겨울에는 이러한 장관을 볼 수 없다는 사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정수윤 씨는 “예술의전당과 우면산 등 주변 환경에 맞추어 기존의 단조롭고 천편일률적인 육교의 형태를 벗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 신선함과 아름다움 덕에 ‘아쿠아 아트 브릿지’는 시선을 붙잡는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Data 개장일 2004년 11월 1일 l 위치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앞 l 길이 50m l 높이 6.3m l 폭 3.2m l 특징 국내 최초로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 |